WHICHCAR

가슴 벅차게 할 헤일로 카, BMW i8 로드스터 & 렉서스 LC 500h

후광효과를 높이기 위해 만든 브랜드의 간판 모델을 ‘헤일로 카’라고 부른다. LC 500h와 i8 로드스터는 최고의 디자인과 기술을 뽐내면서 앞으로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

2019.08.20

 

어떤 차에서 좋은 인상을 받으면 같은 회사의 다른 모델이나 브랜드 전체 이미지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렇듯 하나의 모델이 다른 차에 후광을 비추는 것 같다 해서 이런 차를 ‘헤일로 카(Halo Car)’라고 한다. 보통 헤일로 카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로, 그 차의 좋은 이미지를 전체 브랜드로 전한다. 대개 섹시한 스포츠카인 경우가 많다. 멋진 디자인에 첨단 기술을 담아 최고의 역량을 과시한다. 헤일로 카는 이래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그저 환상을 심어주는 차, 간판 모델로 생각하면 된다.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한 목적이 우선이기에 판매대수에도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

 

대중차 브랜드 쉐보레가 콜벳을 만드는 건 쇼룸으로 고객을 유인하기 위함이다. 고객들은 스포츠카를 꿈꾸며 쉐보레 전시장에 들렀다가 현실을 자각하고는 말리부를 끌고 나간다. 이때 콜벳을 헤일로 카라고 할 수 있다. 포르쉐 911, 머스탱 GT500, 아우디 R8, BMW M3 같은 차도 헤일로 카 범주에 든다. 오늘 시승차 렉서스 LC 500h와 BMW i8 로드스터는 각각 자신의 회사에서 최고의 디자인과 기술을 뽐내면서 앞으로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 값이 비싼 탓에 많이 팔릴 차는 아니지만, 헤일로 카로서 나를 가슴 벅차게 할 차들이다.

 

 

BMW i8 ROADSTER

2014년 데뷔한 BMW i8은 알루미늄 섀시의 드라이브 모듈 위에 초경량 고강성 탄소섬유 보디를 얹었다. 디자인과 파워트레인에서 BMW의 미래를 보여주는 차였다. i8의 지붕을 벗긴 i8 로드스터는 일부 엔지니어들이 우연히(?) 만든 차라고 한다. 골프 GTI의 탄생 스토리와 비슷한데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로 들린다. i8 같은 차에서 지붕을 벗기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쿠페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쿠페는 멋으로 타는 차다. 지붕을 벗긴 로드스터는 쿠페에 환상을 심어준다. i8 쿠페가 날개를 펄럭이며 슈퍼카의 세계로 이끄는데, i8 로드스터는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간단하고 빠르게 접히는 지붕은 하드톱으로 만들 만한데 BMW는 직물로 만들었다. 직물 지붕은 진정한 스포츠카, 그리고 고급차를 뜻한다. 롤스로이스나 벤틀리의 컨버터블 지붕은 모두 직물이다. 쿠페의 공기저항계수가 0.26인데 로드스터 역시 0.28로 별 차이가 없다. 양쪽 문은 쿠페처럼 버터플라이 도어를 달았다. 폼이 난다면 타고 내리기 불편한 것쯤은 참아야 한다.

 

 

i8 로드스터는 화려한 조각품 그 자체다. 곡선이 흐느적거리는 실내 디자인은 쿠페와 비슷하지만 소재가 한층 고급스러워졌다. 지붕 수납공간을 만드느라 뒷자리가 없어졌지만 아쉬움은 없다. 쿠페의 뒷자리 역시 가방이나 던져둘 공간이었다. 뒤 트렁크는 공간이 작은데 뜨겁기까지 하다. 화물공간이 부족한 것도 슈퍼카라는 의미를 더할 뿐이다. 비합리적일수록 슈퍼카 향기가 짙다.

 

 

BMW i8은 새로운 파워트레인의 스포츠카였다. 1.5ℓ 엔진을 얹은 슈퍼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프리우스를 탔을 때처럼 환경친화적인 메시지가 강하다. i8 로드스터는 2019년형 i8 쿠페와 같은 업그레이드를 마쳤다. 엔진 출력이 12마력 늘어 231마력인데, 여기에 141마력의 전기모터가 더해져 시스템 출력이 369마력, 최대토크가 61.2kg·m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4.6초이며, 최고속도는 시속 250km에 붙들어 맸다. 탄소섬유로 만든 M3 라이벌인 거다. 그런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km당 55g에 불과하다. EV 모드로 달리는 거리는 35km를 넘고, 전기모터로만 최고 시속 120km를 낼 수 있다. 전기모터로만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다는 얘기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어떤 모드로 달리느냐에 따라 연비 계산이 제멋대로다. 여러 가지 주행모드를 섞은 유럽 기준은 리터당 50km라 하는데, 국내 공인연비는 리터당 12km 남짓이다. 전기모드로 달리는 동안 연료 소모가 없는데 엔진 연비를 공식 연비라고 하는 국내 기준은 PHEV의 장점을 왜곡하는 거다.

 

미드십 엔진에 네 바퀴를 굴리는 i8은 앞바퀴는 모터, 뒷바퀴는 엔진 힘으로 달린다. 2019년형은 댐퍼를 개선해 언더스티어를 줄였다. 스티어링은 피드백이 늘어 코너를 공략할 때 더 과감하게 몰아칠 수 있다. 신형 i8은 배터리 성능도 향상시켰다. 주행모드에 신경 쓰지 않고 달렸는데도 전기만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i8은 가볍고 다루기 쉬운 차였다. 슈퍼카에 흔치 않은 장점이다.

 

 

i8 로드스터는 황홀하기만 하다. 헤일로 카로서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 지구를 더럽히는 슈퍼카가 아니라 지구에 덜 미안한 슈퍼카. 스포티한 드라이빙을 즐기면서 항상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를 누릴 수 있다. 난 i8을 타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다. 다만 우렁찬 슈퍼카 배기음이 아쉽다. 하지만 이것이 BMW가 제시하는 미래의 슈퍼카라면, i8이 커다란 배기음을 토해내는 것보다 내가 달라져야겠다고 다짐한다. 나의 아쉬움을 들은 걸까? BMW가 미래의 전기차에 유명 뮤지션 한스 치머가 튜닝한 배기음을 더한다는 소식이다.

 


 

 

LEXUS LC 500h

1989년 렉서스가 첫차로 LS 400을 내놓았을 때 벤츠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렉서스는 심심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터라 미국 시장을 위한 차를 만드는가 싶었다. 무덤덤한 차가 미국인의 취향인가도 싶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스핀들 그릴을 내세운 렉서스가 우리의 시선을 붙잡는다. 이건 너무한 거 아닌가 싶은 디자인도 어느덧 눈에 익기 시작했다. 오늘 시승차 LC 500h는 렉서스 디자인의 정점에 선다. 스핀들 그릴은 더 이상 기이한 모습이 아니라 극적인 예술작품이다.

 

렉서스의 변화에는 토요타 아키오 사장의 열정이 있었다. 그는 토요타를 심장이 두근두근한 차로 만들겠다고 했다. 렉서스는 더는 심심한 차가 아니다. 렉서스 LC는 2012년 발표한 콘셉트카 LF-LC의 양산차로 볼 수 있다. 데뷔한 지 3년이 넘었지만 이리 봐도 저리 봐도 멋지기만 하다. 보는 위치에 따라 갖가지 조형물을 보는 것 같아 예술 조각품이라 할 만하다. 너무 멋져서 아무렇게나 거리에 세워놓기가 미안할 지경이다.

 

 

보닛이 길고 트렁크 라인이 짧은 실루엣은 보기에 마음이 편하다. 알루미늄 치장 때문인가, 차체가 단단한 느낌이 든다. 스핀들 그릴부터 인상 깊은 차체는 어느 차도 떠오르지 않는 렉서스만의 고유한 모습이다. 테일램프도 불이 들어왔을 때만 존재감을 드러내는 인피니티 미러를 사용해 첨단을 달린다. 새로운 GA-L 플랫폼은 스틸과 알루미늄, 탄소섬유를 고루 섞었다. 보닛과 펜더에는 알루미늄을, 트렁크 뚜껑에는 유리섬유를, 지붕에는 탄소섬유를 사용했다. 뒤 펜더만 스틸이다. 서스펜션에도 알루미늄 사출물을 썼다. 엔진을 앞 차축 뒤로 배치해 앞뒤 무게배분을 52:48로 맞췄는데 무게중심은 카이맨만큼이나 나지막하다.

 

 

2+2인 실내 역시 렉서스 분위기가 짙다. 소재도 화려하다. 최상의 품질로 겉모습만큼이나 단단하고 깔끔하게 다듬었다. 대시보드 디자인은 스포츠카라기보다 럭셔리한 맛이 진하다. 터치스크린이 아닌 터치패드가 낯설지만 손에 익으면 될 일이다. 낮게 앉는 운전 자세가 무척 만족스럽다.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V6 3.5ℓ 엔진과 두 개의 전기모터, 그리고 CVT와  4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구성됐다. 4단 기어와 CVT가 합쳐 10단 기어비를 만든다. 첫 번째 모터는 제너레이터 역할을 하고, 트랜스미션 안에 내장된 두 번째 모터가 바퀴를 굴린다. 295마력을 내는 엔진에 159마력의 전기모터를 더한 시스템 출력은 359마력이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4.7초이며 최고속도는 시속 250km, 복합 연비는 리터당 10.9km에 이른다. i8에서 옮겨 앉아 그런지 2톤이 조금 넘는 차가 조금 묵직하게 느껴진다. 소리도 적당해서 컴포트 모드에서는 조용히 달린다. 무게중심이 낮은 덕에 안정감이 인상적이다. 단단한 차체가 지면을 지그시 누른다. 어댑티브 베리어블 서스펜션 덕분에 런플랫 타이어인데도 승차감은 마냥 부드럽다.

 

 

LC 500h는 헤일로 카답게 렉서스의 모든 기술을 담았다. ‘렉서스 다이내믹 핸들링’을 구성하는 리어 휠 스티어링은 중저속에서는 재빠른 동작을 가능케 하고, 고속에서는 안정감을 더한다. 여기에 토센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이 포함돼 언더스티어를 줄였다. ADAS 장비도 충실하다. 에코, 컴포트, 노멀, 커스텀, 스포트, 스포트 플러스 등의 6가지 드라이브 모드를 고를 수 있는 LC 500h는 균형 잡히고, 운전이 쉬운 차다, 스포츠 모드에서 과격한 달리기가 재미나지만, 바쁜 순간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조금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듯싶다. 다소 묵직한 무게나 복잡한 시스템을 생각하면 스포츠카보다는 럭셔리 투어링카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좀 더 순수한(?) 스포츠 드라이빙을 원한다면 휘발유 엔진을 얹은 477마력의 LC 500을 고르면 된다.

 

 

난 이 차를 스포츠카라 고집하지 않는다. 우리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사는 이유는 연비와 환경보호, 그리고 사회적인 책임감을 마음에 두고 있어서다. LC 500h가 완벽한 퍼스널 럭셔리 쿠페라고 생각하는 순간 내 마음속 렉서스는 모두 예술작품 같아 보인다. 모든 렉서스가 멋져 보이고 신뢰가 간다. LC 500h는 헤일로 카로서 사명을 다했다.글_박규철

 

 

 

 

모터트렌드, 자동차, BMW, i8 로드스터, 렉서스, LC 500h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박남규

모터 트렌드 ©motortrendkorea.com, ©motortrendkorea.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