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정비 서비스, 국민과 시민 그리고 소비자 갈등

자동차 정비는 운전자의 안전과 직결된 아주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여러 사업자들이 운전자의 생명을 담보로 이권 챙기기에 바쁘다

2019.09.23

 

마트와 재래시장, 백화점 중에서 어디를 가든 선택은 소비자에게 달려 있다. 당연히 재래시장보다 백화점 물건이 비싼 것을 알지만 백화점을 찾는 이유는 그만큼 좋은 서비스를 받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같은 물건이라도 서비스를 잘 받고 사려는 것을 억제하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일이다. 반면 같은 물건을 무조건 재래시장에서 구입해야 한다면 이 또한 공급자의 경쟁 제한이다. 그럼에도 대형 유통점의 의무 휴일을 만든 것은 서로 상생하자는 차원이다. 여기에는 재래시장과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물건이 같다는 전제가 담겨 있다. 그런데 유통점이 취급하는 물건과 서비스에 ‘안전’ 개념이 들어가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소비자는 ‘안전’이 보장되는 것을 원할 수밖에 없어서다. 현재 정비업의 생계형 업종 지정을 두고 벌어지는 논란이다.

 

한 나라의 모든 구성원을 이르는 국민은 성별, 연령, 직업, 학력 등을 전혀 구분하지 않는 전체의 개념이다. 그런데 같은 국민이라도 국가 내 특정 지역에 모두 사는 것은 아니다. 도시 지역에 살면 시민, 그렇지 않으면 주민이 된다. 그러니 국민의 선택을 받는 대통령은 국가 전체 이익을, 지역민의 표로 당선되는 자치단체장은 지역 내 이익을 우선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국민과 주민의 공통된 사실은 이들 모두가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중앙 및 지방정부는 수시로 판매자를 감시하거나 규제한다. 특히 공정한 조건과 환경에서 판매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별도의 독립 기구(공정거래위원회)까지 만들어 운용한다. 이를 통해 특정 기업의 독점을 금지하는 것도 결국은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함이고, 소비자 선택을 가로막는 장벽이 있을 때 제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서 ‘소비자’ 개념은 곧 시민, 주민, 국민 속에 공통적으로 자리하고 있으니 정부와 자치단체장들도 소비자를 위한 선택, 소비자 편익을 위한 제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 2017년 자동차 정비업을 두고 소비자 선택을 가로막는 장벽 제거 작업이 이뤄졌다. 자동차 제조 및 수입사가 운영하는 공식 서비스센터와 그렇지 않은 사업자 간의 손님 유치 갈등이 촉발되자 심판자인 정부가 중재에 나섰다.

 

당시 논란의 촉발은 수입차 서비스에 대한 소규모 정비사업자의 불만이 토대가 됐다. 수입차 정비를 하려고 해도 수입사가 진단 장비를 팔지 않거나 장비 운용 교육을 해주지 않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그리고 정부는 서비스 공급자의 공정한 경쟁조건을 만든다는 차원으로 수입사의 차별을 금지했다. 수입사가 진단기를 소규모 정비사업자에게 판매하지 않거나 교육 기회를 제공하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마련돼 시행에 들어갔다. 쉽게 보면 수입차 보유자가 서비스를 원하면 어디든 이용할 수 있도록 통로를 개방한 셈이다.

 

그런데 실제 수입사로부터 진단기를 구입하고 교육받은 후 수입차 정비에 들어간 소규모 정비사업자는 많지 않다. 진단기의 공급 제한은 해제됐지만 여러 수입 차종을 정비 메뉴에 추가하는 것 또한 서비스 사업자의 선택에 맡겼기 때문이다. 이는 소규모 정비사업자 또한 진단기를 구매하는 소비자에 해당돼 내려진 결정이다. 소비자 관점에서 소규모 정비사업자는 진단 장비를 사는 사람이고, 이때 판매자는 소비자의 구매 기회를 제한하는 것 자체가 공정경쟁 위반으로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는 정비서비스가 필요한 최종 소비자의 정비 선택권 제한이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른바 정비업을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하자는 목소리다. 자동차 정비업 자체가 점차 쇠퇴하는 업종인 데다 소규모 개인사업자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달라는 요구가 적지 않다. 그러자 보증수리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자동차 회사들이 소비자 선택권 제한이라는 점을 들어 반대 입김을 내고 있다. 게다가 자동차 정비의 경우 장비와 사람의 기술력이 서비스 품질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서비스센터 선택 권리가 침해받을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여기서 갈등의 핵심은 ‘서비스의 품질’이다. 그리고 품질에는 ‘신뢰’도 포함된다. 고장 부위를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따른 수리와 합리적인 비용이 뒤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것은 소비자 ‘안전’과 연결될 수 있어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과정에서 믿을 수 있는 곳을 찾아가는 것은 어디까지나 소비자의 선택권이고, 신뢰를 확보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것 또한 사업자의 선택권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이번 갈등에서 아예 배제돼 있다. 소비자 신뢰를 위한 실질적인 방법 개선은 온데간데없다. 그리고 소규모 정비사업자와 자동차 회사의 대규모 정비사업자는 모두가 소비자를 위한 조치라고 언급한다. 소규모 사업자는 비용 면에서 소비자가 이익이라는 입장이고, 대규모 정비사업자는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오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소규모와 대규모 사업자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하지만 방법 모색은 외면한 채 양측 모두 ‘소비자 편익’을 앞세워 정비업의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결코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심지어 논의 과정에서 소비자는 배제돼 있다. 소비자는 서비스 기술력이 높고 믿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서비스를 누가 제공하든 소비자는 서비스만 받으면 그만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자동차 정비기술은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니 신중해야 한다.글_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과 겸임교수, MBC라디오 ‘차카차카’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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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진우PHOTO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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