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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 SUV를 만나다, 람보르기니 LM & 우루스

우루스의 성공은 과거 LM 시리즈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019.09.26

 

날렵한 스포츠카를 선호하는 우리의 성향으로 볼 때, 독자들은 초럭셔리와 초고속을 지향하는 SUV의 흐름에 우리가 가장 먼저 쇠꼬챙이를 들고 저항하리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자동차를 좋아한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여러 자동차 제조사들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가운데, 자사의 스포츠카를 살아남기기 위해 판매량이 많고 가족 친화적인 모델을 내놓아도 우리는 크게 불평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다. 람보르기니는 거칠고 아주 비싼 슈퍼 유틸리티 자동차를 만든 전례가 있다. 현재 판매 중인 마세라티 르반떼, 벤틀리 벤테이가, 롤스로이스 컬리넌 같은 럭셔리 SUV는 족보가 없다. 하지만 람보르기니 우루스는 LM002라는 위대한 조상이 있다.

 

우루스와 LM002를 비교하고 싶지만, 두 차를 직접 비교하기란 매우 어렵다. LM002가 1986년부터 1992년까지 오직 300대만 생산된 탓에 이 차를 시승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그래서 람보르기니가 아이스 드라이빙 프로그램인 <윈터 아카데미아>에 참가 중인 검은색 LM의 시승 기회를 줬을 때, 우리는 날을 잡고 알프스에 오르기로 했다.

 

브루탈리즘 인상적인 외모에 어울리게 LM002는 주로 중동의 부호와 군벌들을 위한 초호화 탐험용 자동차로 설계됐다.

 

람보르기니는 오늘날과 같은 초럭셔리, 초고성능 SUV 유행을 예견한 공로를 매우 인정받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 LM002의 생산 목적은 일련의 실패 후 약간의 현금을 회수하기 위한 데 있었다. 이 차의 군용차 같은 외모는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용도가 아니다. 1977년, 람보르기니가 미군과의 계약을 따내기 위해 모빌리티 테크놀로지 인터내셔널(MTI)과 계약을 맺고, 사막을 달리고 바위를 넘으며 군인들을 수송하기 위한 차를 만들어서 이런 외모를 갖게 됐다.

 

그 결과가 1977년에 나온 그 악명 높은 람보르기니 치타 프로토타입이다. 이 차는 유리섬유를 사용한 오픈 보디 타입에, 차체 뒤쪽에 크라이슬러제 180마력짜리 V8 5.9ℓ 엔진을 얹고 사막을 달리기 위해 개발됐다. 생긴 것은 멋졌으나 형편없는 핸들링과 느려터진 엔진 성능 때문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럭저럭 이어지던 치타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은 구조와 디자인적으로 치타와 매우 유사한 XR311이란 군사용 프로토타입을 내놓은 경쟁사 FMC가 제기한 법적 문제에 부딪혔을 때 사라졌다.

 

 

1980년, 람보르기니는 창업자인 페루초 람보르기니가 회사의 경영권을 포기한 후 파산했다. 그 뒤 스위스의 장 클라우드와 패트릭 밈랜 형제가 람보르기니를 사들여 라인업의 다양화와 현대화에 착수했다. 그리고 치타는 아랍 부호들을 위한 멋지고 화려한 사막용 자동차로 탈바꿈했다. 자동차 엔지니어링의 거장 줄리오 알피에리가 뼛속부터 치타를 매만져 1981년 LM001 콘셉트카를 내놨다. 지붕을 얹은 탑승공간의 거주성이 크게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뒤쪽에 배치된 엔진은 문제가 이어졌다.

 

이 시리즈에 끼었던 먹구름은 최종형인 LM002에서 걷혔다. 차체 뒤쪽에 얹혔던 AMC V8 엔진은 사라졌고, 대신 카운타크 LP 5000 콰트로발볼레에서 가져온 V12 5.2ℓ 엔진을 완전히 새로운 튜브 형태의 스페이스 프레임 섀시 앞쪽에 얹었다. 이전에 쓰였던 V8 엔진과 비교하면 힘이 크게 상승했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각각 461마력, 50.9kg·m에 달했다. 변속기는 5단 수동이었고, 네 바퀴로 동력을 전달했다. 군용차 스타일은 LM002에도 이어졌고, 실내는 질 좋은 가죽으로 장식했다.

 

치타가 나오고 약 10년이 흐른 후, LM002는 일반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LM002는 예상대로 엄청난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대표적으로 로스앤젤레스의 복잡한 도로에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LM002에 V12 5.2ℓ 엔진 대신 메르세데스의 V8 엔진과 자동변속기를 얹은 모델이 인기가 높았다. 유명한 티나 터너를 포함해 케케 로즈버그, 마이크 타이슨, 에디 반 헤일런, 실베스터 스탤론 등이 선택한 차다.

 

 

카운타크와 나란히 놓고 보면, LM002는 네모난 펜더와 크롬 처리된 황소 뿔 같은 바 위로 도어스톱 같은 장식물까지 달려 있어 터무니없이 크게 보인다. LM002를 람보르기니 가문의 현대적인 모델 바로 옆에 세워놓고 보면, 그동안 시간과 비율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수 있다. 어떻게 봐도 작지 않고, 쉐보레의 최신 타호와 보디빌딩 대회에서 경쟁하더라도 큰 힘 들이지 않고 상대를 압도할 정도다. 1986년식 포드 F150 레귤러 캡과 비교를 하면, LM002는 216mm 짧지만 폭은 더 넓다. 우루스는 LM002보다 길이는 210mm, 너비는 18mm 크고, 높이만 211mm 낮을 뿐이다.

 

비좁은 LM002의 실내는 고급스러운 가죽과 유광의 나무 패널로 장식되어 있고, 거대한 센터 터널을 포함한다. 인체공학적이지 않고 일부분은 끔찍할 정도로 별로다. ‘Winch’와 ‘Stop’이라고 새겨진 고무 재질의 버튼들은 대시보드에 산탄총으로 쏜 것처럼 나열되어 있다. 그리고 치명적인 기계 고장을 알리는 계기반의 경고등은 우주선에 쓰일 법한 디자인이다.

 

V12 엔진은 잠에서 깨어날 때 딱히 즐겁지 않고,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에 약간의 과장된 움직임을 보인다. 이 차의 섀시 번호는 12231번으로, 람보르기니의 폴로 스토리코(Polo Storico) 헤리티지 복원센터에서 157 연료분사기를 사용해 최초로 복원된 모델 중 하나다. 덕분에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잘 유지된 LM처럼 보인다. 마치 30여 년 전 공장에서 출고됐을 때처럼 모든 게 멀쩡하다.

 

 

이 괴물을 운전하는 일은 상상 이상으로 괴상하다. 높이와 각도를 조정할 수 없는 3스포크 스티어링휠은 대시보드에 직접 고정돼 있다. 피드백은 풍부하지만, 이상하리만치 무겁고 헐겁다. 도로포장용 롤러 같은 커다란 타이어 덕분에 직진 안정성은 좋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산길을 오를 때, LM의 엄청난 무게 때문에 461마력의 최고출력이 마치 200마력처럼 느껴진다. 가속페달을 포함한 세 개의 페달 모두 놀랍도록 무겁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마치 덜 굳은 콘크리트 안으로 벽돌을 집어넣는 기분이다. 때문에 레브매치와 부드러운 다운시프트 성공 여부를 전적으로 운에 맡겨야 한다.

 

우리는 LM002의 비좁은 실내에서 땀을 흘리고 근육통에 시달리며 시간을 보냈다. 이 차의 엄청난 모순과 직면했을 때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눈, 진흙, 바위, 모래 등 어떤 길이든 가리지 않고 달린다. LM002는 아주 험준한 코스에서도 운전자에게 용기를 준다. 울부짖는 V12 엔진음을 들으며 무거운 LM002를 조작하다 보면, 이런 질문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마주 오는 관광버스와 3톤에 이르는 군용 장갑차가 부딪치면 누가 이길까?’

 


 

 

LM002가 실패에서 탄생했지만, 우루스는 디자이너의 제도판을 떠나기도 전에 이미 성공이 보장된 모델이었다. 유산으로 남은 군용 MPV는 잊어버리자. 우루스는 처음부터 빚을 분할 상환하기 위해 태어난 모델이다. 벤틀리 벤테이가의 성공에 힘입어 개발된 우루스는 아직 개발 중인 키 큰 애스턴마틴과 페라리를 제치고 가장 먼저 출시된 슈퍼 스포츠 SUV다.

 

우루스가 오늘날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람보르기니가 폭스바겐 그룹의 두터운 브랜드 라인업 중 하나에 속하기 때문이다. 종이를 접은 것 같은 날 선 외관 속에는 MLB 에보 플랫폼이 자리 잡는다. 벤틀리 벤테이가, 아우디 Q7, 포르쉐 카이엔과 공유되는 그 플랫폼이다. 포르쉐 카이엔과 파나메라, 벤틀리 컨티넨탈 GT V8 등에 들어가는 V8 4.0ℓ 트윈터보 엔진과 ZF 8단 자동변속기는 람보르기니의 입맛에 맞게 튜닝됐다.

 

몇몇 우루스는 이런 길을 정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명품 거리를 달릴 때처럼 눈이나 진흙 길에서도 잘 어울릴 것으로 생각한다.

 

2017년 람보르기니가 우루스를 공개하기 전, 가장 큰 관심사는 엔진이었다. 람보르기니는 가야르도와 우라칸에 쓰인 V10 5.2ℓ 자연흡기 엔진의 사용을 고려했지만, 개발 초기 V8 엔진을 쓰는 편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덟 개의 실린더 수가 람보르기니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650마력, 86.7kg·m의 힘을 만들어내는 V8 엔진은 모든 버전의 우라칸을 능가할 정도로 강하다.

 

끔찍한 인체공학 설계 때문에 고통을 받았던 LM002와 달리 우루스는 아우디와 폭스바겐 그룹의 체계적인 관리와 혜택을 받고 있다. 알칸타라와 람보르기니 특유의 빛나는 대시보드 크롬, 그리고 사이를 꽉 채우는 아우디의 버튼. 실내 곳곳이 아우디풍으로 꾸며졌다. 센터콘솔에 들어간 독특하고 땅딸막한 드라이브 컨트롤러를 제외한 모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노브, 스위치, 스티어링휠 버튼은 아우디에서 가져왔다. 반면, 변속레버는 거대하고 평평한 디자인이다. 나머지 노브와 토글 버튼으로는 6개의 주행모드와 다양한 드라이브 트레인 옵션을 다룰 수 있다.

 

 

우루스의 실내에서 상당한 양의 폭스바겐 그룹 장비를 발견하더라도 실망할 것 없다. 우루스의 주행성능은 실내에서의 실망을 만회하는 것 이상으로 엄청나기 때문이다. 조향, 코너링, 가속 등 모든 게 마치 키 큰 해치백 버전의 우라칸 같다. 이게 우루스의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직선로에서 우루스는 람보르기니 SUV에서 원하는 만큼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동시에 짧고 날카로운 V8 음색은 바위가 많은 이탈리아의 알프스 산맥에 반사돼 눈사태를 일으킬 것만 같다. 비좁은 산길을 달리는 우루스는 마치 네 바퀴를 끈적하게 굴리는 스바루 WRX의 느낌이다. 오프로드 코너를 마구 파헤치며 달리는데, 그 어떤 스포츠카보다 빠를 거다.

 

탑승객들의 내장을 뒤흔들고 차에 실린 식료품을 가루로 만든 뒤, 우루스의 주행모드를 평범한 ‘일상용’으로 바꾸면 흥분은 가라앉고 낮은음으로 재잘거린다. 가장 안락한 모드로 설정하면 아우디 Q7 또는 Q8보다 더 얌전하다. LM002만큼 사막을 달릴 수 없지만, 제대로 된 타이어만 장착한다면 얼음과 진흙투성이의 경사로를 기어오를 때 괜찮은 실력을 보여줄 거다. 그 어떤 고성능 세단, 왜건, 트럭보다도 우루스는 깊은 인상을 주는 다재다능한 고성능 자동차다.

 

람보르기니 LM002처럼 진흙 길을 주파할 수 없지만, 우루스는 도심형 크로스오버 같은 외모와 달리 훌륭한 오프로드 실력을 갖고 있다.

 

롤스로이스 컬리넌과 벤틀리 벤테이가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람보르기니 SUV의 존재는 여전히 신기하다. 람보르기니는 LM002를 너무 적게 생산해 일반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우리의 경험에 의하면, 밝은색의 우루스는 벤테이가나 그 밖의 어떤 SUV보다 도로 위에서 시선을 끌어당긴다. 2019년에 LM을 구매하려면 최소 30만 달러 이상이 필요하다. 이 점을 고려하면 LM이 처음 나왔을 때의 가격인 12만 달러가 저렴하게 느껴질 정도다. 차만 준비된다면 경매장에서의 가치가 40만 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LM은 이제 더 이상 저렴하지 않다. 반면 기본형 우루스의 가격은 20만 달러다. 2019 제네바 모터쇼 전시장을 떠나기도 전에 125대가 매진된 코닉세그 제스코의 가격이 280만 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그리 나쁜 가격은 아니다.

 

사실 2018년 6~12월에 우루스는 LM이 생산기간 동안 판매된 수치를 능가하며, 거의 6배 많은 1761대가 팔렸다. 또한 우루스의 구매자 중 70%가 람보르기니를 처음 구매한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우루스를 산 사람들은 과거 LM을 샀던 사람들만큼 주목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우루스를 사고 싶다면 서둘러야 한다. 주문량이 많이 밀려 있기 때문이다. 이미 LM002를 한 대 갖고 있다면 우루스는 의심의 여지 없이 아주 훌륭한 한 쌍이 될 것이다.글_Conner Golden

 


 

1977 치타(CHEETAH)

 

1981 LM001

 

1982 LMA002

 

람보르기니 SUV  콘셉트카들

실패한 군사용 프로젝트부터 양산 트럭까지, 그 자취를 쫓아보자LM002의 혈통을 들여다보면, 그 개발 지옥을 빠져나온 게 기적과도 같다. 1977년 치타가 실패작으로 판정된 후, 리어 엔진 방식의 LM001은 분리된 객실로 완성도를 높이고자 했지만 핸들링과 주행성능은 여전히 부족했다. 프런트 엔진 방식의 LMA002 콘셉트카는 이 콘셉트카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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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안정환PHOTO : 람보르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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