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노조도 큰 그림을 볼 줄 알아야 한다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결국 노사는 하나의 회사에 속한 사람들이다

2019.10.14

 

자동차업계에서 가을은 단체로 떠나는 여름휴가 동안 공장을 바꿔 다음 연식의 차를  준비하는 시기다. 더불어 내년 마케팅과 신차 론칭 및 그에 따른 행사, 판매 계획을 세우고 돈과 관련된 것들을 정리한다. 당연히 내년 임금 협상이 이뤄지는 것도 가을이다.

 

노조는 현대 민주사회에서 당연히 필요하다. 사업의 영위를 통해 자본의 증식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회사에 대응해 개인의 생활과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도 단결권,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 등 노동삼권을 헌법에서 보장한다. 한마디로 노조원들이 모여서 회사와 협상하다가 잘 안 될 경우 행동으로 요구할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나 국내 자동차 회사는 모두 노조가 있어 매년 이맘때 내년 임금 및 근무 조건에 대한 단체 협상을 한다. 회사마다, 노조마다 상황이 다르기에 결과도 달라진다. 올해가 딱 그렇다.

 

우선 르노삼성. 작년 6월 시작한 임금 협상이 올해 6월에 타결되는 고통을 겪었다. 닛산 로그 생산 중단으로 시작된 경영 불안에 대해 고정급을 인상해야 한다는 노조의 주장과 그럴 수 없다는 사측이 맞서며 파업이 시작됐다. 작년 말 노조 집행부가 강성으로 바뀌면서 더욱 상황이 나빠졌고 새로운 조건이 내걸리며 협상이 깨지기도 했다. 길어진 파업으로 협력업체 등을 포함한 지역 경제에 대한 부담이 커진 데다 명분이 떨어진 긴 싸움으로 노조 내부의 반발과 낮은 파업 참여율 등으로 지난 6월 말에야 정리됐다. 올해는 9월 중순인 추석 연휴를 지나며 2019년 임금 협상이 시작된다고 한다. 작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총 64차례, 258시간 동안 파업했는데, 또 파업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지엠은 추석 연휴를 시작하며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대우자동차 시절이던 1997년 이후 22년 만의 전면파업으로 GM 인수 후 처음이다. 상황이 르노삼성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이 파업의 결과는 더 불안하다. 임금 인상 여부는 회사 수익성에 따라 결정하고 인상하더라도, 그 수준은 전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분을 넘지 않는다는데 작년에 노사가 합의했고, 한국지엠은 2014년부터 5년 연속 적자를 낸 데다 올해 흑자 전환으로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목표가 있어 임금 인상은 부담스러울 것이다. 11월 노조 집행부 선거가 완료될 때까지 파업이 장기화될 우려도 있다. 문제는 한국지엠도 수출 물량을 배정받아 생산하지 못한다면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상태라는 점이다. 지금의 노조 파업이 본사의 압박에 대한 협상 수단이고 파업은 단체행동권으로 보장된 권리인 것은 당연하다.

 

반면 쌍용자동차는 10년 연속 무분규 임금 협상 타결을 이루어 대조적인 모습이다. 작년에 어려운 경영 환경을 감안해 임금을 동결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16년만의 최대 판매를 이뤘지만 700억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기에 회사와 노조가 서로 한발 물러서는 것으로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월급 받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조건인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만큼의 기본급 인상과 상여금을 12개월로 나누어 지급하는 등 경영에 부담을 덜 주는 방법들을 찾은 것이다. 사실 쌍용차는 노사관계에서 매우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2008년부터 시작되었던 이명박 정부 시절 불법 진압과 노조 와해 공작 등의 고통을 이겨낸 노조원들이 있고 이를 이해하는 지금의 회사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현대자동차의 2019년 임금 및 단체협상 무분규 타결 소식이 들려왔다. 작년에 나왔던 뉴스가 ‘8년 만에 여름휴가 전 임단협 조기 타결’이었으니 더 나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흐름은 크게 다르지 않다. 5월부터 시작한 임금 협상이 여름으로 이어지면서 협상이 결렬되고 파업 찬반 투표를 거쳐 부분 파업부터 시작하는 수순이다. 작년과 올해의 차이가 있다면 여름을 시작하며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를 우려해 파업을 유보하고 집중 교섭으로 문제를 풀었다는 점이다. 이는 칭찬할 만하다.

 

그런데 2016년엔 달랐다. 현대차는 5개월 넘는 장기 교섭과 24차례의 파업으로 몸살을 앓았고, 이듬해인 2017년에는 30년 노사 협상 역사에서 처음으로 해를 넘겨 2018년 1월 16일에야 합의가 이뤄졌다. 입단협 과정에서 노조는 모두 24차례 파업했다. 판매가 잘돼 수익이 높다면 문제없지만 사드 보복에 따른 중국의 판매 실적 하락 등이 몰린 시기에 과연 저런 손실을 만들었어야 했나 의문이 남는다. 작년과 올해 결과가 좋았던 것으로 2016년의 손실을 회복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사실 어느 자동차 회사라도 상관없이 노조가 잘못했고 회사는 잘했다는 이야기 하려는 것이 아니다. 파업은 노동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이자 최후의 투쟁이다. 그럼에도 무분규 협상이 가능한 것을 무리하게 파업이라는 강경 수단을 쉽게 동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는 회사도 마찬가지다. 협상이 깨진 결과로 눈에 보이는 것은 파업이기에 노조가 비난을 떠안기 쉽지만, 실제 노조의 반대편엔 합의하는 대상으로 회사가 있다. 양쪽이 서로 다른 요구를 하는 데다 각각의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외부에서 보는 시각은 어차피 같은 회사 사람들끼리의 싸움일 뿐이다. 회사와 노조가 서로 “너 때문이야”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인지를 꼭 새겼으면 좋겠다. 실패도 공유하고 성공도 공유하는 것이 노사관계다. 좀 더 큰 그림을 보고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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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모터트렌드> 편집부PHOTO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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