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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형난제, 기아 쏘울 vs. 기아 쏘울 EV

출력이 같다면 내연기관차가 나을까? 전기차가 나을까? 껍데기가 같다면 내연기관차가 나을까? 전기차가 나을까?

2019.10.21

 

KIA SOUL BOOSTER vs. KIA SOUL BOOSTER EV눈매랑 몸매가 같아 일란성 쌍둥이인 줄 알았는데 꼼꼼히 살펴보니 이란성이다. 기아 쏘울과 쏘울 EV는 거의 똑같이 생겨 겉으로는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얼굴이 닮았다고 성격까지 쏙 빼닮은 건 아니다. 배우자나 연인의 형제자매를 만나봤다면 서로 얼마나 다른지 잘 알 거다. 쏘울도 뭐 내력이 크게 다르진 않다.

 

기아 쏘울 부스터

 

일단 겉모습이 조금 다르다. 쏘울의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그물망 같은 무늬가 들어갔다. 여기에 크롬까지 덧대 인상이 강하고 뚜렷하다. 반면 쏘울 EV는 라디에이터 그릴의 테두리에만 얇은 크롬라인을 가볍게 둘렀다. 비교적 단정하다. 전기차 특성상 커다란 공기흡입구가 굳이 필요치 않기에 애써 그릴을 강조하지 않았다. 대신 라디에이터 그릴 오른쪽 위에 충전구를 콕 갖다 박았다. 휠도 다르다. 쏘울은 가는 스포크를 열 개나 넣어 성능을 강조했다. 쏘울 EV는 브레이크 냉각에 문제없을 정도만 휠 표면을 뚫어 공력 효율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뒷모습도 요란한 건 쏘울 쪽이다. 커다란 배기구 두 개를 가운데로 모았고, 그 주변에 큼직한 날개를 벼린 디퓨저를 넣어 고성능 이미지를 부여했다. 반면 배기구 따위 필요 없는 쏘울 EV는 뒤 범퍼 아래를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실내도 같은 듯 다르다. 쏘울은 운전대 아래를 싹둑 잘라내 D컷으로 멋을 부렸지만 쏘울 EV는 정직한 원형을 그대로 살렸다. 센터페시아 아래에도 쏘울은 7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를 조절하는 레버가 불쑥 치솟았지만, 쏘울 EV는 1단짜리 기어의 전진과 후진, 주차와 중립을 선택하는 다이얼이 봉긋 올라왔을 뿐이다. 주차브레이크도 쏘울은 레버를 바짝 잡아 올려 채운다. 쏘울 EV는 아니다. 전자식이다. 계기반도 영 딴판이다. 쏘울은 익숙한 그 구성이지만 쏘울 EV는 풀 디지털 디스플레이다. 바늘이라고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EV 특유의 하이테크 이미지를 풍기는 동시에 전기 파워트레인 정보를 쉽고 분명하게 보여준다.

 

기아 쏘울 부스터 EV

 

전체적인 디자인만 보면 성능에서도 쏘울이 쏘울 EV를 한참 능가할 것 같다. 하지만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 일단 최고출력은 공교롭게도 204마력으로 같다. 최대토크는 오히려 쏘울 EV가 앞선다. 40.3kg·m로 27kg·m인 쏘울보다 33% 더 높다. 쏘울의 1.6ℓ 터보 직분사 가솔린 엔진은 1500rpm부터 최대토크를 뿜어내기 시작해 4000rpm까지 유지하는 뛰어난 면모를 보인다. 그럼에도 쏘울 EV의 전기모터에 비할 바는 아니다. 회전하기 시작하면 이내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전기모터의 특성상 쏘울과 쏘울 EV는 초반 가속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인다. 공차중량은 1375kg인 쏘울이 1695kg인 쏘울 EV에 비해 320kg이나 가볍지만, 가속만큼은 결코 따라잡지 못한다.

 

낯선 가속 양상만 익숙해진다면 주행감각도 쏘울 EV 쪽이 좀 더 낫다. 쏘울 EV는 차 바닥에 배터리를 쫙 깔아 쏘울보다 무게중심이 낮다. 더불어 뒤쪽 서스펜션 형태도 쏘울은 토션빔인 반면 쏘울 EV는 멀티링크다. 배터리 배치와 육중한 무게라는 전기차만의 고민거리가 낳은 차이다. 안 그래도 껑충한 쏘울이라 이런 차이는 생각보다 크게 느껴진다. 다만 쏘울 EV가 언제나 코너에서 유려하고 빠른 건 아니다.

 

기아 쏘울 부스터

 

몸놀림의 격차를 줄이는 가장 큰 원인은 타이어다. 쏘울은 한국타이어의 벤투스 S1 노블 2 235/45 R18 사이즈를 신었다. 쏘울 EV에는 넥센타이어의 엔프리즈 AH8 215/55 R17 사이즈가 들어간다. 코너에 진입하는 순간 벤투스 쪽의 성능이 높음을 바로 느낄 수 있다. 벤투스는 차체 상단이 자꾸만 기우는 와중에도 바닥을 애써 붙잡는 게 느껴진다. 반면 엔프리즈는 비슷한 수준의 원심력에도 바닥을 슬쩍슬쩍 놓는다. 사실 엔프리즈는 가속할 때도 쏘울 EV의 거센 토크를 잘 견디지 못한다. 정지 상태에서 급가속하면 비명을 지르며 헛바퀴 돌리기 일쑤다. 날카로운 소음을 유발해 주변 시선을 끌어모아 민망한 경우가 종종 있다.

 

모든 건 회전저항이 낮은 고효율 타이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주행거리를 최대한 늘리기 위해 내려진 처방이다. 쏘울도 17인치 휠을 선택하면 넥센타이어의 엔프리즈 AH8이 들어가긴 한다. 다만 회전저항 등급이 다르다. 쏘울에 들어가는 타이어는 3등급인데 쏘울 EV에 들어가는 건 2등급이다. 참고로 1등급에 가까울수록 회전저항이 낮다.

 

기아 쏘울 부스터 EV

 

가격은 당연하지만 쏘울보다 쏘울 EV가 훨씬 비싸다.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가 비싼 건 대개 배터리 가격에 기인한다.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 값은 아직 비싸다. 때문에 쏘울은 더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다 넣어도 2695만원인 반면 쏘울 EV는 5227만원까지 올라간다. 보조금을 받는다고 해도 서울시민인 경우 3877만원이다. 가장 높은 보조금 혜택을 누리는 충남 서산시나 경북 울릉군이라 하더라도 3327만원은 부담해야 한다. 이 경우 쏘울과 쏘울 EV의 가격 차이는 632만원이다. 물론 저렴한 연료비와 세제혜택, 소모품 교환비용 절감 등으로 쏘울 EV의 유지비가 쏘울보다 훨씬 적게 들긴 한다. 그러나 유지비를 1년에 100만원씩 절약한다고 해도 6년 이상 차를 운행해야 구입 비용 차이를 역전할 수 있다.

 

만약 나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그냥 쏘울을 고르겠다. 쏘울 EV는 보조금을 모조리 받는다 해도 여전히 차값이 비싸고, 매번 충전소를 찾아다니는 것도 번거롭기 때문이다. 쏘울 EV를 산다면 환경오염이 적은 이동수단을 사용한다는 자부심으로 선택하는 게 낫겠다. 그래야 전기차 충전의 불편함과 주행거리 불안까지 모두 감당할 수 있다.글_고정식

 

기아 쏘울 부스터

 

기아 쏘울의 파워트레인은 1.6ℓ T-GDi 엔진과 7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엔진은 직렬 4기통 1591cc로 6000rpm에서 204마력의 최고출력을 내고, 1500~4500rpm이라는 꽤 넓은 영역에서 27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20년 전 최신이라 칭송했던 V6 2.5ℓ 엔진은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23.4kg·m를 냈을 뿐이다.

 

이 파워트레인은 현대차그룹의 현대 아반떼 스포츠와 벨로스터, 기아 K3 GT 등 차종을 가리지 않고 쓰여 매우 익숙하다. 배기량을 줄이고 터보차저를 얹어 출력과 연비를 함께 잡은 다운사이징 엔진의 기본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옛 속담이었지만 지금의 이 파워트레인은 가능하다. 주행 모드를 바꿀 때마다 크게 달라지는 파워트레인의 반응은 또 다른 재미다. 물론 그에 따라 들락날락하는 연비는 감수해야 하지만.

 

기아 쏘울 부스터 EV

 

쏘울은 더 가벼운 차체에 더 높은 출력을 확보해 달리는 느낌이 가볍고 경쾌하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변속기가 바로 기어를 낮추고 속도를 끌어올린다. 최대토크 영역인 4000rpm 부근과 204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6000rpm 사이를 오가며 가장 빠르게 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터보 엔진이라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과 비교해 고회전까지 쭉 치고 올라가는 느낌이 살짝 부족하다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1375kg의 가벼운 무게 덕에 시원하게 달린다.

 

앉으면 소형 SUV보다 껑충한 느낌이다. 차체보다는 시트 포지션이 높은 탓이다. 때문에 가속페달을 밟고 놓으며 앞뒤 피칭과 롤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재밌다. 일단 한번 적응하면 생각보다 높은 시야로 더 멀리 볼 수 있어 시원하다. 자세가 높아 흔들림이 불안할 수 있지만 204마력은 마음껏 휘둘러도 괜찮은 출력이다. 시프트 패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엔진회전수를 높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기아 쏘울 부스터 EV

 

같은 차체를 사용하는 쏘울 EV는 204마력의 최고출력과 40.3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먼저 세상에 나온 코나 일렉트릭, 니로 EV와 같은 모터를 쓴다. 여기에 64kWh 용량의 배터리를 더해 386km라는 넉넉한 주행거리를 이뤄냈다. 이전 쏘울 EV는 최고출력 111마력, 최대토크 29.1kg·m를 냈고, 30kWh의 배터리로 180km를 달릴 수 있었다. 비교하면 엄청나게 높아진 성능이다. 쏘울은 공차중량이 1695kg으로 같은 모터와 배터리를 얹은 코나 일렉트릭보다 10kg 무겁지만 니로 EV보다는 60kg 가볍다. 204마력으로 최고출력이 같은 쉐보레 볼트 EV는 75kg 가볍지만 최대토크가 36.7kg·m로 조금 떨어진다. 가속 성능은 쏘울 EV가 코나 일렉트릭과 함께 국산 전기차 중 최고라 할 수 있겠다.

 

가솔린 모델과 비교할 때의 느낌 차이도 확실하다. 최대토크가 33% 높아 가속 반응부터 다르다. 시승하는 날은 약한 비가 내린 후 노면이 마르기 시작한 때였는데,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여지없이 헛바퀴가 돌았다. 시속 80km 이하에서는 속도와 노면, 지형을 가리지 않았다. 양쪽 앞바퀴가 한꺼번에 미끄러지진 않았다. 좌우 타이어 중 접지력이 조금이라도 부족한 쪽이 슬쩍슬쩍 미끄러졌다.

 

기아 쏘울 부스터 EV

 

내연기관처럼 회전 한계까지 올라갔다가 변속하는 일 없이 전기모터가 계속해서 속도를 높이는 느낌은 매우 생소하다. 회전수가 어느 정도 올라가야 제대로 힘을 받는 내연기관과 달리 전기모터는 즉각적으로 최대토크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더욱이 마력까지 높다 보니 고회전 영역에서도 힘이 부족한 느낌이 없다.

 

쏘울 EV는 스포티하게 다듬은 엔진음이 없어 번번이 예상보다 실제 속도가 더 빨랐다. 때문에 코너 직전에 깜짝 놀라 브레이크를 밟는 낯선 체험을 종종 하게 됐다. 배터리가 차 바닥에 있어 무게중심이 훨씬 낮은 데다, 차고를 1cm 낮추고 뒤쪽에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쓴 덕에 흔들림 없이 조용하고 빠르게 달린다. 틈만 나면 토크를 이기지 못하고 노면을 놓아버리는 타이어가 불만일 뿐이다. 이렇게 달려도 부담이 없는 건 전기차이기 때문이다. 도심 기준 주행거리는 427km다. 접지력 좋은 타이어만 신으면 완전히 다른 재미를 주는 차가 될 것이다.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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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조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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