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로터스답지 않은 슈퍼카, 로터스 에바이야

채프먼이었다면 이 특이하고 복잡하며 난해한 2000마력짜리 ‘과학 실험’을 지지하지 않았을 거다. 에바이야는 진정한 로터스가 아니다

2019.12.12

 

이 차를 로터스로 인정할 수 없다. 로터스를 창립한 앤서니 콜린 브루스 채프먼은 비록 논란이 많은 사람이었지만, 그의 업적과 설계 철학을 존경했던 사람들에게 에바이야는 로터스의 배지가 붙어 있을지언정 진정한 로터스는 아니다. 너무 크고, 무겁고, 복잡하다. 채프먼은 상상력이 풍부했고 혁신적이었다. 그는 또 주목할 만한 레이싱 드라이버였다. 스털링 모스나 그레이엄 힐 등 스타 선수들과 자주 우승을 다퉜다. 자신이 만든, 하지만 비참할 만큼 약했던 1100cc짜리 초경량 스포츠카나 재규어 세단을 몰 때도 당당히 맞섰다. 1960년대에 북런던에 있는 그의 작은 공장을 종종 방문했던 나는 채프먼을 무척 잘 알았다. 때문에, 만일 그였다면 자신의 디자인 철학과는 거리가 먼 이 특이하고 복잡하며 난해한 2000마력짜리 ‘과학 실험’을 당연히 지지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채프먼은 37년 전 흐린 하늘 아래 이 세상을 떠났고, 그의 작고 용감한 회사는 그 뒤로 수치스러운 부침을 겪었다. 로마노 아르티올리와 제너럴모터스, 토요타, 프로톤이 소유했던 시기를 겪으며 많은 어려움과 논란을 견뎠다. 때문에 지금의 로터스에는 채프먼의 지적 유산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현재는 중국의 탄탄한 기업인 지리가 로터스 그룹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어, 에바이야의 미래는 순탄할 것이다. 영국 브랜드인 로터스의 과거와는 별 관계 없긴 하지만, 그 자체만 놓고 본다면 대단히 흥미로운 발전이다. 지난여름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의 잔디밭에 놓인 콘셉트카를 보면서, 두 가지를 생각했다. 하나는 채프먼의 본질적 미니멀리즘의 부재, 다른 하나는 지나칠 만큼 정교한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내 그 차를 그리는 일이 무척 재미있었을 거라 느꼈다. 로터스 디자인 팀이 에바이야의 형태를 구현하고 몸으로 그리는 선을 표면 전체에 우아하게 담아내면서 틀림없이 스스로 즐기며 작업했으리라 본다. 나라면 분명 그랬을 거다. 깊은 생각을 통해 표현한 우아한 실내에 앉아 있는 게 정말 즐거웠던 나처럼.

 

운전대 바로 위로 운전석을 가로지르는 별도의 ‘판’을 썼다. 앞 유리가 시작하는 부분과 계기 사이에 커다란 공간을 남겨 넉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시보드에서 불쑥 뻗은 기둥에는 여러 스위치가 세 줄로 배치됐다. C8 콜벳이 비슷하게 한 줄로 길게 늘어놓은 것보다는 덜 위협적이다. 에바이야의 윤곽은 고전적 미드십 슈퍼카를 상징한다, 다만, 운전석 뒤에는 내연기관 대신 배터리와 제어장치가 모여 있다. 앞과 옆에는 동력원과 상관없이 냉각이 필요하기 때문에 커다란 공기흡입구를 넣었다. 사실, 에바이야는 순수 전기차라는 게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없다. 대신 극단적인 성능과 가격표가 붙어 있는 모터쇼용 특별 모델로 쉽사리 착각하게 만든다. 이 점이 에바이야의 정확한 본질이다.
글_Robert Cumberford

 

 

앞 측

다운포스를 만드는 리어윙은 필요할 때 솟아오르는 액티브 방식이다. 형태는 무척 단순하다. 쓰지 않을 때에는 차체로 사라진다.
A필러 아래 있는 이 작은 검은색 삼각형에 주목하자. 이것 덕분에 매우 두텁고 뒤틀린 도어 안으로 유리창이 내려갈 수 있다.
부드럽게 휘어진 커다란 사다리꼴 곡선은 보닛이 눌린 부분의 윤곽을 그리면서 앞 펜더 안쪽으로 이어지는 공기흡입구와 헤드램프의 트인 부분 외곽선을 그린다.
4 앞 유리 아래 살짝 튀어나온 이 부분은 공기를 지붕 너머로 유도하고, 와이퍼가 들어가는 틈새를 보이지 않게 한다.
차체 앞부분 한가운데 드러난 보닛 끝단은 바로 아래 세 부분으로 나뉜 거대한 공기흡입구가 매달린 듯 보이게 하는 날카로운 면에서 끝난다.
6 바깥쪽 흡입구는 이 수평 날에서 이어지는 수직 날에 의해 가운데 부분과 분리된다.
수평 방향으로 날이 선 이 부분은 펜더 끝단에서 일종의 받침대처럼 갈라져 나와 프런트 립으로 전환된다.
8 이 부분은 앞에서 시작해 차체 아래 문턱을 따라 이어진다.

 


 

옆모습

차체 앞에서 모서리를 지나 옆면을 가로지르며 위로 향하는 날카로운 선은 커다란 옆쪽 흡기구의 윗단 형태를 잡아가며 이어지다 뒤쪽 펜더의 윤곽까지 만들어낸다.
지붕 형태는 대체로 순수하고 우아하며 공기역학적이다. 무척 멋지다.
위로 치킨 창문 밑단은 뒤로 가면서 지붕 중심선과 평행하게 내리 꺾인다.
4 도어 패널 중앙 얕은 단면에서 시작하는 이 돌출부는 뒤로 갈수록 두터워진다.
필요에 따라 펼치는 수납형 리어 스포일러인 이 부분은 뒤 펜더의 뒤쪽 끝단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경계선의 밖으로 뚜렷하게 튀어나와 있다.
6 리어 디퓨저 위쪽으로 솟아오른 원호를 만드는 다른 직선들도 마찬가지로 뒤 펜더 뒤쪽 끝단 밖으로 분명하게 돌출됐다.
실제 차체 바닥은 옆면 맨 아래 돌출부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다.
흥미롭게도 도어 앞부분이 휠 아치 역할도 한다.
9 선반 같은 아랫부분이 끝나는 곳에서 면이 시작된다. 이 면은 가냘프게 위로 향하며 앞 펜더의 바탕이 된다.
10 선반처럼 끄집어낸 아래쪽이 위쪽보다 더 튀어나와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서는 범퍼를 보호할 수 없다. 쇼카에나 어울리는 부분이다.

 

 

뒤 측

1 이 선을 계속 따라가보자. 앞쪽 휠하우스 바로 뒤에서 시작하는 선은 낮게 깔린 채 안쪽으로 꺾이고…
2 날카롭게 위로 치켜져 비스듬히 앞으로 향하는 윤곽을 그리며 직선에 가깝게 얇은 벽 모서리 방향으로 이어지다가…
3 좀 더 큰 각도로 한 번 더 꺾이면서 직선에 가깝게 뒤쪽으로 향한다. 문 가운데에서는 거의 사라지듯 면이 부드러워지는데…
4 차체 바깥쪽으로 빠지면서 앞쪽보다 좀 더 급하고 날카롭게 꺾이고…
5 단면으로 직선을 그리며 다시 아래로 꺾인 채 앞쪽을 향한다. 하지만 바깥쪽으로도 약간 부풀며 내리뻗는데…
6 크고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또 다른 돌출부로 변하면서…
7 2, 3번 항목에서 이야기한 부분이 커다랗게 파인 부분을 향해 올라간다. 옆 부분의 이런 처리는 크고 화려한 첨단 종이 클립처럼 보인다.
8 뒷부분은 다양한 구멍과 표면 변화, 커다랗게 휘어진 테두리의 테일램프, 리어 디퓨저 등이 모여 다소 복잡하다. 하지만 크기와 위치를 모두 세심하게 조절했다.
이 수직선은 단순하고 솔직하다. 공기저항을 줄이는 날카로운 경계선으로 옆부분과 뒷부분을 구분한다.
10 차체 뒷면에는 놀랄 만큼 많은 것이 펼쳐진다. 나는 이 직선 램프가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지만, 법적으로 허용될지 모르겠다. 그런데 안 될 이유가 있나?

 

 

앞모습

1 펜더 단면은 세 개의 뚜렷한 평면을 만드는 윤곽선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중 가운데 것은 헤드램프 테두리를 감싼 다음 보닛 공기배출구의 가장자리로 이어진다.
2 뒤 펜더 형태도 비슷한 단면으로 이뤄지는데, 더 단순하다.
3 가운데 공기흡입구를 가로지르는 뼈대는 모서리 흡기구로 들어가면서 뒤로 물러난다. 공기흡입구는 차체 맨 아래를 가로지르는 뼈대로 마무리된다.
4 모서리의 이 구멍들은 낮은 구멍과 가로 막대, 세심한 공기흡입구로 채워졌다. 그중 두 개의 가로 막대만 시각적으로 결합돼 있다.

 

 

뒷모습

1 에바이야의 뒷면 좌우 아래쪽은 디퓨저를 감싸는 곡선으로 연결됐으며 중간에 네 개의 평면으로 이뤄진 텅 빈 틀로 이어져 있다.
2 아래를 가로지르는 차체색 뼈대는 뒤쪽을 마무리하는 평면에 가까운 스포일러 단면과 함께 평행을 이루는 시각적 기초가 된다.
3 차체 중심선에 있는 날 선 수직 라이트는 독특하면서 인상적이다. 커다란 곡선 테두리 리어램프와 더불어, 서커스 마차처럼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부분을 어느 정도 절제된 모습으로 만든다.
4 측면 터널은 뒤쪽을 향해 이어지지만, 공기 흐름이 어느 곳으로 차체를 통과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5 펜더 뒤 날카로운 끝선은 옆에서 보면 직선이지만, 뒤에서 보면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형태다.
6 고맙게도 수십 년 동안 많은 다른 사람들이 택했던 자가토의 더블 버블 아이디어를 흉내 내지 않았다.

 

 

실내

1 경주차나 비행기에 쓰는 네모난 운전대를 넣었다. 어울린다. 에어백이 저렇게 작은 허브 안에 들어가는 게 놀랍다.
2 계기반은 단순하고 깔끔하며 읽기 쉽다. 시야를 가리지도 않는다.
3 널빤지 같은 대시보드와 앞 유리 하단 사이는 공간감이 뛰어나다.
4 영국 시승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지지리도 진부한 표현을 인용한다. “제어 버튼들은 손이 닿기 좋은 위치에 있다.” 실제 그렇다.
5 이 자리에 변속기 레버를 놓으면 좋았겠지만, 지금 그런 기술은 구식이다.
6 좌석은 정말 훌륭하다. 편안하고 깔끔한 디자인이다.
7 안쪽 도어 패널은 정갈하고, 열림 레버는 쓰기 쉽다.

 

 

윗모습

1 양쪽 모서리는 대체로 둥글다. 흥미로운 건 스포일러가 세 개의 원호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양쪽에 두 호는 곧게 뻗은 펜더와 나란히 배치했다.
2 위에서 내려다보면 지붕은 물방울처럼 생겼지만, 탑승 공간 뒤쪽으로는 거의 평행하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3 포르쉐 918과 무척 비슷한 앞부분은 완벽한 원에 가깝다. 9개의 분명한 원호가 거의 240도로 둘러싸 면을 만든 점이 흥미롭다.
4 차체 앞쪽 끝 주변을 약간 평평하게 눌러놓은 반면, 앞쪽 끝과 보닛 패널을 분리하는 선은 곡률이 완벽하게 일정한 원호를 이룬다.
5 세 개의 면과 연결되는 하나의 선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다양한 면에 걸쳐 이어진다. 차체 앞쪽 끝 모서리 틈새에서 시작된 선은 위쪽 헤드램프를 감싼 뒤, 펜더 단면으로 이어져 차체 앞부분을 가로지른다. 그리고 대각선으로 보닛을 치고 올라간다. 그러다 바깥쪽으로 꺾이며 펜더 안으로 사라진다.
6 차체 표면 마감 중 이 부분이 가장 별로다. 복잡한 옆면의 선들이 여기서 아주 얇아지거나 사라진다. 강조된 부분은 넓어지면서 흐릿해지고, 선은 툭툭 끊어진다. 당연하겠지만 디자인 팀은 이 부분 때문에 고생깨나 했을 거다. 제대로 구현하기 힘들다.

 

 

인터뷰
러셀 카

우리는 지난 8월, 페블비치 행사의 콘셉트카 전시구역에서 로터스 타입 30 에바이야 전기 하이퍼카와 로터스 그룹 수석 디자이너인 러셀 카(Russell Carr)를 처음 만났다. 그러나 차는 물론이고 사람도 모르는 상태였다. 유럽의 자동차 매체들은 페블비치 행사보다 한 달 전에 런던에서 공개된 상식 밖의 2000마력급 로터스에 관해 이야기했다. 오랫동안 카를 알고 있던 믿음직한 친구들은 우리에게 그가 ‘유머 감각이 무척 뛰어나고 섬세하며 날카로운, 재치가 있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했다.

 

현실 세계에서는 그만한 힘을 쓸 일이 없는 만큼 어처구니없고 터무니없는 차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은은한 메탈릭 회색을 칠한 채 다른 과장된 콘셉트카들과 함께 전시된 그 차는 놀랄 만큼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모습이었다. 아울러 하이퍼카의 특징과 그들이 이 차를 소개하는 이유, 그의 디자인 팀이 결론과 해법에 이른 과정을 무척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러셀 카를 보고 유능한 디자이너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종류의 첫 번째’를 뜻하는 에바이야의 기본적인 장점은 고성능 전기차로서는 1680kg에도 못 미치는 가벼운 무게와 네 개나 들어간 500마력짜리 모터 같았다. 우리는 형태가 깔끔한 중심 단면과 미우라 스타일의 일반적인 도어 한 쌍, 맥라렌 스타일의 수납식 스포일러는 평범한 슈퍼카에 가깝고, 로터스의 디자인 전통과 연관성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카는 이 의견들을 정중하게 반박했다. 이 차의 형태와 복합적인 공기흡입구는 기능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배터리 때문에 무게가 늘었지만 탄소섬유로 차를 만들어 경쟁모델보다는 가볍다는 점도 강조했다. 아울러 모터와 제어장치, 배터리에 엄청난 냉각이 필요하기 때문에 앞과 옆에 대형 공기흡입구를 만들었다고 했다. 앞부분 하단 전체를 흡기 영역으로 만든 건 분명 도움이 될 거다. 보닛 위에도 흡기구를 추가해야 한다고 여겨졌다.

 

이 차가 한정판이라도 양산을 진지하게 고려한다는 건 운전석을 보고 알아챌 수 있었다. 다른 극단적인 콘셉트카들과 달리 실내가 넉넉하고 편안하다. 호라치오 파가니가 수십억 원에 이르는 차로 성공한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다 큰 어른들이 편안하고 품위 있게 차에 탈 수 있다는 점이다. 로터스는 상당히 먼 거리를 달리기에도 충분할 만큼 편안한 차를 만드는 중이다.

 

에바이야의 외부 디자인에서 우리가 주로 비판한 것은 점점 더 얇아지는 도어 한가운데, 측면 공기흡입구 상단 가장자리였다. 카는 자신의 팀이 ‘외부의 다른 어떠한 부분들보다 더 긴 시간을 들였다’고 인정했다. 우리는 아직 그 부분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차의 존재감은 훌륭하다. 뒤쪽 휠하우스와 쐐기처럼 좁아지는 실내 사이에 큼직하게 들어간 공기 통로를 감싸는 화려한 리어램프가 절제된 앞모습을 압도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에바이야에 대한 우리의 한 줄 평이다. ‘정말 볼만하다.’

 


 

 

GM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할리 얼의 눈에 띄어 GM 디자인실에 입사했다. 하지만 1세대 콜벳 스타일링 등에 관여했던 그는 이내 GM을 떠났고 1960년대부터는 프리랜서 디자인 컨설턴트로 활약했다. 그의 디자인 영역은 레이싱카와 투어링카, 다수의 소형 항공기, 보트, 심지어 생태건축까지 아울렀다. 디자인과 디자이너에 대한 그의 강직하고 수준 높은 비평은 전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1985년 <모터트렌드> 자매지인 <오토모빌>의 자동차 디자인 담당 편집자로 초빙됐고 지금까지도 매달 <오토모빌> 지면을 통해 날카로운 카 디자인 비평을 쏟아내고 있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디자인, 로터스, 에바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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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고정식PHOTO : 로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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