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터치스크린에 관한 불편한 진실

자동차 회사들이 터치스크린을 적극 적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9.12.19

2017년 일어난 미 해군 전함 존 S. 매케인호와 민간 유조선의 충돌 사고는 지나치게 복잡한 터치스크린 시스템이 원인이었다.

 

우린 크리스 뱅글에게 사과해야 한다. 이 전위적인 BMW 디자이너는 2000년대 초 도발적으로 디자인한 5시리즈와 7시리즈를 세상에 내놨을 때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싹둑 잘라낸 듯한 측면 디자인과 비틀린 표면, 각을 살린 디테일 등을 불쾌하게 여겼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라인을 더하고 사각 형태로 처리한 트렁크 덮개는 강한 바람에서도 직진 안정성을 높였고, 적재 공간을 크게 늘렸다. 비록 이 디자인이 ‘뱅글 엉덩이’라고 놀림받긴 했지만, 1세대 i드라이브 텔레매틱스 인터페이스에 집중된 엄청난 비난에 비하면 그 정도가 약했다. i드라이브는 사실 뱅글의 작품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뒤에 숨겨진 철학은 뱅글이 자동차 디자인을 대하는 태도와 맞닿아 있었다.

 

i드라이브는 비틀어 누르는 방식의 땅딸막한 회전식 컨트롤러를 사용했다. 이 컨트롤러를 네 방향으로 움직여 디스플레이에 나타나는 다양한 메뉴와 인포테인먼트 기능에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용하기 복잡하고 어렵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의 자동차와 SUV’ 콘테스트에서 터치스크린을 인터페이스로 사용하는 70종 이상의 자동차를 운전해보니 초창기 i드라이브 콘셉트가 산업 디자인의 일반적인 상식을 제시했다는 생각이 든다.

 

터치스크린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여러분 중 대다수는 이 글을 읽을 때 손이 닿는 곳에 터치스크린을 두고 있을 거다. 터치스크린은 디자인 면에서 매력이 덜하다. 물론 여러 면에서 편리하고 직관적인 건 사실이다. 쇼핑을 하거나 피자를 주문할 때도 유용하다. 하지만 운전하면서 사용하기엔 좋지 않은 인터페이스다. 2017년 미 해군 전함 존 S. 매케인호와 민간 유조선이 싱가포르 해협에서 충돌해 10명의 선원이 사망했다. 이 사고 여파로 미 해군은 구축함에 설치된 터치스크린 조타 조종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사고 조사 보고서에서 미 해군 연구소는 선원들이 그 배의 통제력을 상실하는 데 원인이 된 복잡한 터치스크린 시스템의 사용법을 제대로 훈련받지 못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들이 터치스크린에 빠져든 건 단순히 멋져 보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돈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란하고 매력 넘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만들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건 여러 스위치와 버튼을 디자인하고 만들어 조립하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그리고 더 많은 메뉴와 아이콘을 만들어 제조원가나 자동차의 무게를 희생하지 않고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한계 비용 안에서 더 많은 가치를 담을 수 있게 된 터치스크린은 자동차 회사 재무팀의 꿈을 실현해줬다.

 

복잡한 시스템과 부족한 훈련의 문제는 해군 구축함의 함교에서뿐만 아니라 새로운 차에서도 존재한다. ‘올해의 차’ 콘테스트에서 난 모든 제조사의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가 완전히 다른 레이아웃과 로직을 가졌다는 사실에 놀랐다. 운전자 대부분이 자동차 매뉴얼을 대충 읽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인터페이스를 조작하는 사람이 실수할 가능성은 너무나 분명하다. 이런 실수는 라디오 채널을 잘못 선택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

 

디자인 컨설팅 기업 닐슨 노먼 그룹에서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경험을 연구하는 라루카 부두 리서치 디렉터는 비록 터치스크린으로 된 대시보드가 아날로그 대시보드보다 훨씬 유연할지라도 큰 결함이 있다고 지적한다. 바로 촉각적인 피드백이 없다는 것이다. “아날로그 세상에서 우린 물리적인 버튼의 위치를 알 수 있기에 크게 집중하거나 돌아보지 않고도 버튼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에서 버튼의 위치를 찾으려면 일단 눈으로 확인해야 하죠. 많은 메뉴 속에 여러 버튼이 숨어 있는 경우 올바른 버튼을 선택하려면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소요되는 시간은 도로를 보지 못하는 시간으로 이어지죠.”

 

i드라이브는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i드라이브의 회전식 컨트롤러는 울퉁불퉁한 도로에서도 운전자가 확실히 쥐고 조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떤 메뉴를 선택했는지 알려주는 촉각적인 피드백도 갖고 있었다. i드라이브는 시대를 앞서가는 아이디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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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Angus MacKenziePHOTO : Motortrend, 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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