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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내고 말리라, 멕라렌 GT

맥라렌이 이상적이지 않은 세상에서 이상적인 GT를 만들었다.

2020.01.31

 

맥라렌은 최근 승승장구하고 있다. 2011년 이후 생산한 1만8000대 중 4863대를 2018년 한 해에 팔았다. 2019년형 모델은 거의 매진됐다. 스포츠카만 파는 회사로서 나쁘지 않다. 그러나 독자 생존을 유지하고 새로운 구매자를 더 많이 끌어모으려면 틈새시장을 뛰어넘어 반드시 더 넓은 시장으로 확장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미 보유한 것들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소규모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까지 맥라렌은 ‘진중한 운전자를 위한 스포츠카’였다는 게 수석 엔지니어 애덤 톰슨의 전언이다. 하지만 맥라렌은 ‘트랙25(Track25)’라는 사업계획의 일환으로 스포츠와 슈퍼, 얼티밋 시리즈에 이은 네 번째 시리즈 ‘그랜드 투어링’을 추가한다. 이 새로운 시리즈의 첫 번째 모델이 바로 맥라렌 GT다.

 

톰슨은 “GT라는 제품의 종류는 무척 많고 다양하죠”라며 “그중 일부는 몇몇 특징이 훌륭하지만 그렇지 않은 종류도 분명 있어요”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 차들은 모두 몇 가지 고유한 DNA를 가지고 있는데, 저희가 보기에는 특정한 방식으로 타협한 DNA예요”라고 덧붙였다.

 

 

맥라렌이 말하는 가장 큰 타협은 무게다. 민첩성이 근소한 차이로 뒤를 잇는다. 맥라렌은 GT를 설계하면서 1960년대의 고전 GT로부터 영감을 얻기로 했다. 달성하고자 하는 명확한 목적이 그대로 스며든 최고의 GT로부터 말이다. 도전이라면 기존 플랫폼을 가지고 특별한 감각을 선사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것이었다.

 

맥라렌은 특출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시작했다. 모노셀 II-T라는 이름의 튜브형 탄소섬유 플랫폼이다. 570S의 것을 개조했다. 뒤쪽 상단 구조를 새로 만들어 엔진 위치를 지면으로 더 가까이 내렸다. 무게중심을 낮추기 위한 조치다. 그러면서 강성을 고스란히 유지했다. 다른 모델과 여러 부품과 요소를 공유하지만 GT 전용이 3분의 2다. GT만의 정체성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만일 개발에 강령이 있었다면 이런 것들이 아니었을까?

 

주변 환경을 더욱 세심하게 살피자. 맥라렌 GT에는 자동 긴급제동과 같은 능동 안전장비가 부족하다.

 

첫째, 존재감이 있어야 한다. 톰슨은 “GT 구매자들은 더 절제됐으면서 보다 우아하고 절묘한 차를 원한다”고 했다. 맥라렌 GT의 외관을 보면 윤곽을 통해 맥라렌이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길고 낮고 넓다. 그리고 앞차축 바로 위에서 시작해 뒤쪽 끝 모서리로 조화롭게 흐르는 독특한 유리 형태도 특징적이다. 헤드라이트는 다른 맥라렌 모델과 비교해 약간 밋밋하다. 앞모습은 절제가 조금 지나치다. 이 쿠페는 뒤로 좀 물러나서 봐야 멋지다.

 

둘째, 빨라야 한다. 이건 쉽다. GT 720S에서 봤던 V8 4.0ℓ 트윈터보 엔진을 개선해 사용한다. 최고출력 620마력, 최대토크 64.2kg·m를 내뿜으며, 최대토크의 95%를 3000~7200rpm에서 활용한다. 이를 통해 1466kg인 GT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2초 만에 가속하고, 최고 시속은 326km에 다다른다. 72ℓ인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고 얌전하게 달리면 605km쯤 여행할 수 있다. 단, 이는 복합연비 8.4km/ℓ를 기준으로 단순 환산한 수치다.

 

셋째, 일상에서 편리해야 한다. 주차장 밖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처럼 빠른 속도는 의미가 없다. GT의 앞부분은 접근각이 10°나 돼 차체를 긁지 않고 대부분의 경사로와 과속방지턱을 넘을 수 있다. 최저지상고는 109mm다. 넉넉하다. 차체를 높이는 기능을 사용하면 지상고가 130mm로 높아지고 접근각은 3° 더 커진다. 단, 승차감은 GT에 걸맞게 조율했다. 탄성을 낮춘 스프링과 이중 밸브 유압식 댐퍼가 높아진 지상고를 상쇄한 덕이다. 이웃들이 불쾌하지 않도록 배기시스템은 급가속할 때만 열리는 액티브 밸브를 기본으로 갖췄다.

 

 

넷째, 실용적이어야 한다. 낮게 놓인 엔진 위로 기다란 적재공간이 있다. 동급에서는 놀라운 수준인 419ℓ의 짐공간이 뒷좌석 뒤로 마련된다. 공간의 형태는 그리 실용적이지 않지만 골프백 하나, 혹은 스키와 부츠 두 세트를 넣을 수 있다. 이렇게 거추장스러운 물건들을 넣고도 큰 가방 한두 개는 더 넣을 수 있다. 공간이 더 필요하다면 보닛 아래 앞 트렁크에 150ℓ크기의 공간이 하나 더 있다. 적재공간은 총 569ℓ에 이른다. 맥라렌은 맞춤형 가방 세트를 제공한다. 가방 두 개와 슈트 케이스 하나, 골프백으로 구성된다. 색상과 재질은 구매자가 선택할 수 있다. 고속으로 달릴 때는 측면 공기흡입구에서 적재공간 주변으로 공기를 유도한다. 행여 상하기 쉬운 짐이 있다면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다섯째, 편안해야 한다. 실내는 가죽으로 폭넓게 감쌌다. 쿠션이 잘 갖춰진 시트는 장거리 주행에도 안락하도록 설계했다. 스위치들은 여전히 조작감이 좋다. 램프나 와이퍼 등을 작동시키는 금속제 레버는 촉감이 훌륭하다. 조작할 때 느껴지는 무게감도 매력적이다. 돌기가 오톨도톨한 다이얼은 스위스 시계처럼 정교하게 돌아간다. 옵션 패키지는 파이어니어와 럭스 두 가지가 제공된다. 보다 안락하고 편리한 기능이 담겼다. 바워스 앤 윌킨스 오디오 시스템은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12개의 스피커가 들어가는데, 예상했겠지만 두 개의 서브우퍼는 경량화를 위해 탄소섬유로 만들었다.

 

엄연히 플랫폼을 공유한 만큼 GT에도 여전히 스포츠카의 피가 흐른다. 도심에서라면 GT를 스포츠카 다루기 강의의 교보재로도 사용할 수 있겠다. 굽이진 길을 천천히 달릴 때 동력계는 거칠고 불안정하며 조급하다. 광범위한 방음 처리와 탄소섬유 구조 특성에 알맞은 소음·진동 처방에도 V8 엔진의 성난 포효는 낮은 엔진회전수에서도 여전히 실내로 파고든다. 이를 더 악화시키는 건 변속기다. 종종 아랫단으로 변속하기를 혼란스러워하고 머뭇거린다. 가속페달을 짓이긴대도 그렇다.

 

 

현저한 터보래그는 기민한 움직임을 방해한다. 교통정체가 심할 때 천천히 나아가려면 가속 페달을 밟을 때 참을성과 절묘한 타이밍 모두 필요하다. 서킷이라면 문제 될 게 없지만 장거리 여행 중이라면 다르다.

 

다른 맥라렌 모델과 마찬가지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건 브레이크 패드와 브레이크 디스크가 만나게 하는 조작에 불과하다. 제동력은 온전히 페달을 밟는 압력에 좌우될 뿐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스플레이는 햇빛이 부분적으로 비춰도 보이지 않는다. 편광 선글라스를 써도 읽을 수 없다. 인터페이스는 뭐 하나 찾기가 어렵다.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도 지원하지 않는다. 사소하게 생각할 게 아닌데….

 

 

다행히 그 모든 것에는 간단한 해법이 있다. 변속기를 수동 모드로 바꾸고 가속페달을 힘줘 밟으면 GT에 생기가 돈다. 토크 곡선이 평평하든 그렇지 않든 엔진은 회전수 높이기를 좋아한다. 동력계가 일단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하면, GT는 활시위를 갓 떠난 사나운 화살처럼 맹렬하게 가속한다. 추월은 순식간인데 정말 터무니없을 만큼 쉽다.

 

브레이크는 나무처럼 뻣뻣하다. 하지만 지독하리만치 강하다. 유압식 스티어링은 유연하고 정교한 움직임으로 이름에 걸맞은 활기를 불어넣는다. GT로 굽잇길을 내달리는 건 더할 나위 없이 즐겁다. 더불어 아무리 훌륭한 전동식 파워스티어링이라도 이런 수준의 정직하고 흐뭇한 피드백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GT가 굽이진 산길을 힘차고 맹렬하게 내지를 때보다 맥라렌 DNA가 당당하게 드러나는 순간은 없다.

 

 

물론, 미친 듯 빠른 속도로 대륙을 횡단하는 건 이론상으로만 즐거울 뿐이다. 현실은 그런 기회를 시간은커녕 분 단위로 제한하곤 한다. 대부분은 제한속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속도로 기어가듯 하거나,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을 만큼 편하게 달린다. 그래서 의문이 남는다. 이 차를 과연 GT라고 할 수 있을까? 맥라렌 GT는 육중한 동급 모델들 사이에서 다재다능한 대안임을 스스로 제시하고 있다. 달리기는 사납고 승차감은 놀랍고 적재공간은 충분한 다른 동급 모델을 우리는 떠올릴 수 없다.

 

더 편안한 대안을 찾고 있는 기존 맥라렌 구매자들에게는 GT로도 충분할지 모른다. 그러나 맥라렌이 GT라는 횃불에 새로운 심지를 환히 밝히고 싶다면 동력계를 개선하고 쓸 만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러기 전까지 GT의 목표 달성률은 3분의 2에 머물 뿐이다.
글_Derek Po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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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고정식PHOTO : MOTOR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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