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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A+FCA, 공룡은 나타날까?

PSA그룹과 FCA그룹이 인수합병에 성공했다. 자동차업계에 진짜 공룡이 등장할 수 있을까? 허울뿐인 덩치만 나타나는 건 아닐까? 이들의 미래가 정말 궁금하다

2020.02.07

 

“5년의 끈질긴 구애 끝에 마침내 결실을 맺고 하나가 됐습니다!” 짝사랑에 모든 걸 바친 어느 젊은이의 행복한 결말이 아니다. FCA그룹의 이야기다. 지난 2015년부터 합병할 상대를 물색하며 이런저런 회사에 공개적으로 구애했던 FCA그룹이 드디어 PSA그룹의 품에 안겼다. 아니, 안겼다기보다는 손을 잡았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적대적 M&A가 아니라 우호적 M&A니까.

 

구애의 결실

FCA는 사실 PSA와의 합병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일부 언론에서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했지만 선을 그은 건 FCA였다. 그러곤 5월에 바로 르노에 합병을 제안했다. 르노와의 딜은 초반엔 마치 성사될 듯한 분위기였다.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이 일본 검찰의 수사를 받아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이었지만 르노에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둘은 한 달 만에 공식적인 결렬을 선언하고 등을 돌렸다. 그리고 10월의 마지막 날 PSA와 FCA가 다시 만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저 “우리, 다시 해볼까?” 정도가 아니었다. 전부터 이미 협상이 이어졌고 10월 31일 PSA 이사회가 FCA와의 합병 조건을 승인한 상황에서야 소식이 알려졌다. 큰 그림은 일단 맞춰졌단 의미다. 두 역사 깊은 자동차 회사 집단의 합병은 세부적인 조율만 남긴 상황에서 전 세계에 타진됐다.

 

기업 집단의 만남 1

그런데 두 기업을 그냥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자동차 회사 집단이라 칭한 건 이유가 있다. 이 둘 역시 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려왔기 때문이다. PSA는 푸조를 주축으로 이런저런 회사가 인수를 거쳐 모였다고 생각하면 된다. 일단 PSA가 푸조 주식회사(Peugeot Socit Anonyme)를 의미한다. PSA그룹에 가장 먼저 합류한 건 시트로엥이다. 1974년 12월 푸조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그 뒤 1978년 크라이슬러 유럽 법인을 인수했다. 그렇게 탄탄대로를 달리나 싶었는데 2012년 재정위기가 찾아왔다.

 

2008년 촉발된 유럽의 금융위기로 심각한 판매 부진을 거듭하다가 한계점에 다다랐던 거다. 당시 PSA와 푸조 가문은 급하게 투자처를 찾았다. 그때 나타난 게 중국의 둥펑자동차다. 당시 PSA는 수혈받아야 할 자금이 상당했다. 다만 이를 전부 둥펑에서 투자한다면 PSA는 외국 회사에 1대 주주를 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시 푸조 가문은 이조차도 받아들이려고 했다. 오히려 프랑스 정부가 나서 이를 말렸다. 그래서 PSA는 당시 총 44억 유로 규모의 유상증자를 두 차례로 나눠 실시해 프랑스 정부와 둥펑자동차가 절반씩 보유하게 했다. 그러곤 푸조 가문이 지분 일부를 처분해 세 주체가 각각 14%씩 지분을 갖도록 맞췄다. 푸조 가문이 주축이 됐던 회계 감사도 외부 감사로 돌렸다. 이후 2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PSA그룹은 2017년 GM으로부터 오펠과 복스홀까지 사들이게 된다. GM으로서는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자회사 처분에, PSA그룹은 유럽 내 비중 확대와 생산기지 확보에 의미가 있었다.

 

기업 집단의 만남 2

FCA는 피아트를 중심으로 모인 집단과 크라이슬러를 중심으로 한 집단이 지난 2014년 합병해 만들어진 회사다. 피아트가 가장 먼저 거느린 회사는 란치아다. 1969년 피아트 산하로 들어갔다. 페라리도 같은 해부터 피아트의 영향력 아래 들어갔지만 1969년에는 지분의 절반만을 피아트가 보유했다. 1988년에 이르러서야 90%까지 장악하게 된다. 알파로메오는 1986년, 비교적 최근에 편입됐다. 마세라티는 그보다도 늦은 1993년 피아트에 인수됐다.

 

크라이슬러는 1928년 닷지를 인수했다. 크라이슬러가 처음으로 소유한 외부 회사다. SUV의 높은 인기로 현재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지프는 1987년 크라이슬러에 인수됐다. 트럭으로 유명한 램트럭은 원래 닷지에서 만들었다. 그런데 시장 반응이 식을 줄 모르자 2010년 법인을 설립해 독립했다.

 

따지고 보니 FCA 산하에 현재 존속하는 브랜드만 8개다. 여기에 PSA의 브랜드를 합하면 모두 13개나 된다. 2018년 기준으로 13개 브랜드의 판매량을 모두 더하면 총 872만대 수준이다. 연 1000만대를 넘게 판매하는 빅 3 폭스바겐그룹과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토요타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오는 셈이다.

 

 

화를 부른 인수합병

FCA의 한 축인 크라이슬러는 이미 1990년대 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커다란 인수합병을 겪은 바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기업 다임러와 한 집 살림을 꾸렸던 다임러 크라이슬러다. 다임러는 야망이 있었다. 미국 시장에 확고하게 뿌리내리고 세계적인 규모의 자동차 회사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1998년 합병 뒤 9년간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 다임러는 합병 이전 5~7%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고 있었지만 크라이슬러 인수 이후 3~4%로 내려갔다. 주가 또한 합병 직후 주당 95.45유로로 정점을 찍은 뒤 하염없이 떨어졌다. 결국은 40유로 아래까지 내려가고 크라이슬러를 놓아줄 때까지 결코 회복하지 못했다. 어찌 보면 욕심이 화를 부른 셈이다.

 

인수합병으로 미래 대비

아울러 FCA도 인수합병에서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바로 ‘합병 구애’다. 지난 2015년부터 FCA는 이런저런 회사에 “우리를 인수합병 해주세요!”라며 구애하고 다녔다. 지금은 고인이 된 세르조 마르키온네 회장이 FCA를 이끌 때였다. 처음에는 GM에 끈질기게 구애했는데 거절당했다. 그 후로 토요타와 폭스바겐, 포드 등에도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인수합병을 제안했다. 다만 하나같이 거절당했을 뿐.

 

당시 FCA가 인수합병을 제안하고 다닌 가장 큰 이유는 미래 전략에 대한 대비였다. FCA의 두 축인 피아트와 크라이슬러는 합병 당시 재무구조가 탄탄하지 않았다. 피아트는 장기적인 만성적자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다. 크라이슬러는 다임러에서 분리되는 아픔을 겪고 금융위기까지 헤쳐 나오던 시기였다. 그런 상황에 뭉친 두 회사의 내실은 건강하지 않았다. 때문에 친환경 파워트레인이나 자율주행, 커넥티드 같은 미래자동차 기술을 대대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래서 FCA는 미래에 대한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는 회사에 자의적으로 인수합병돼 저절로 미래가 대비되기를 원하고 있었다.

 

고(故) 세르조 마르키온네 회장이 인수합병을 구애하고 다니던 때를 생각하면 그의 판단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단 생각이 든다. 당시 셰일 혁명에 힘입어 국제유가가 많이 내려갔다. 그에 따라 대형 SUV와 픽업트럭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지프와 램트럭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강하게 일어났다. 물론 램트럭과 지프를 소유한 FCA의 뉴욕 증시 주가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시 말해 FCA라는 그룹이 가장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던 시기가 바로 그때였다는 얘기다. 실제 인수합병에 성공한 건 마르키온네 회장의 비보가 전해지고도 1년이 훨씬 지나서였다. 하지만 결국 FCA는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PSA와 함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

 

하지만 PSA와 FCA의 인수합병은 지금부터가 훨씬 중요하다. 디테일과 운영 때문이다. 큰 틀은 잡기 쉽다. 소유권이나 의결권에 대한 합의는 대의만 있다면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어려운 건 운영이다. 생태계처럼 순간순간 달라지는 경영 상황에 따라 각자의 이해가 충돌할 때, 조직을 어떻게 현명하고 유연하게 이끌지가 지금의 합의보다 훨씬 중요하다. 일단 수장은 정해졌다.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회장의 오른팔이던, PSA를 2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킨 능력 있는 경영자인 카를로스 타바레스 PSA그룹 CEO가 경영을 맡는다.

 

PSA와 FCA의 합병으로 진정한 공룡이 등장할 수 있을까? 혹시 허울뿐인 덩치가 나타나는 건 아닐까? 진부한 표현이지만 정말 귀추가 주목된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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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고정식PHOTO : 최신엽(일러스트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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