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자동차 애호가들의 애장품

독일어 ‘분더카머ʼ는 ‘놀라움의 방. 미술품이나 독특한 물건으로 채워진 수집가의 방ʼ을 말한다. 자동차 애호가들의 애장품을 빌려 분더카머를 재현했다

2020.03.31

 

레이서 강병휘의 다이캐스트

2017년 독일 마틸다레이싱 팀의 일원으로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에 참가했다. 그런데 몇 달 전 지인의 SNS를 통해 내가 탄 경주차 폭스바겐 골프 GTI TCR이 다이캐스트로 300대 한정 생산됐다는 걸 알게 됐다. 지인의 도움으로 일본의 한 매장에서 그중 하나를 구했고 그 후 유럽에서 2개를 더 구했다. 차에는 후원사가, 다이캐스트 받침에는 나를 비롯해 함께 차를 타고 경주했던 선수들의 이름이 고스란히 새겨졌다. 성적에 욕심을 내고 뉘르부르크링 레이스에 참가한 건 그때가 처음이라 나에게는 인생에 몇 안 되는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 당시 TCR(Touring Car Race)이 낯선 장르기도 했다. 의미 있는 경주차를 이렇게 소장할 수 있는 형태로 곁에 두고 볼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가지고 있는 3개 제품 모두 소중하지만 45 넘버링 된 다이캐스트가 특히 각별하다. 내구 레이스 당시 이 경주차로, 25.3km의 코스를 직접 주행한 랩 수가 45바퀴이기 때문이다.

 

 

포토그래퍼 최민석의 책

지난해 모터쇼 참석차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출장을 떠났다. 우연히 발걸음한 라이카 갤러리에서 911개 한정 수량 제작된 ‘포르쉐 911 밀레니엄 에디션ʼ을 발견했다. 자동차 사진작가로는 이미 유명한 르네 스터드(Rene Staud)가 포르쉐 911과 911의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한 아트북이었다. 무려 40년의 아카이브가 담긴 책에는 7세대에 이르기까지 911의 힘과 디자인, 혁신적인 기술과 순수 미학이 극적이고도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평소 르네 스터드와 포르쉐에 열광해온 나는 1911유로에 달하는 가격에도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구매하면 책을 만질 때 사용하는 전용 장갑(숫자 911이 수놓아져 있다)과 가방, 아크릴 진열장이 함께 제공됐다. 펼친 길이가 양팔을 벌린 것에 맞먹을 정도로 크게 제작돼 책만 해도 무겁고 버겁다. 책과 장갑, 가방까지는 다행히 비행기에 태울 수 있었지만 결국 아크릴 진열장을 가지고 올 방법은 찾지 못했다. 한국에 돌아와 똑같은 사이즈를 주문 제작했다.

 

 

자동차 평론가 류청희의 판화

자동차 디자인의 거장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가 딱 200장만 제작한 판화다. 전 세계에 이 그림을 갖고 있는 사람이 200명밖에 없고, 그중 한 사람이 나라는 뜻이다. 원래 이 작품의 주인은 지금은 은퇴한 지엠대우 사장이다. 지엠대우에 기자 신분으로 출입하던 시절엔 그분과 친분이 없다가 은퇴 후 인연이 생겼다. 내가 아직도 자동차 관련 글을 쓰는 것을 알고 감사하게도 나에게 선물로 주어 갖게 됐다.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자동차에 관한 일을 하는 사람은 물론 순수 자동차 애호가도 존경하는 인물이다. 개인적인 우상 중 한 사람이 직접 그리고 만든 작품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것만큼 뿌듯한 일이 어디 있겠나(물론 주지아로는 이 그림을 내가 갖고 있다는 걸 모르겠지만). 나아가 국내 자동차산업 발전 과정에 중대한 역할을 한 인물에게서 건네받은 물건이란 것도 의미가 크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한다.

 

 

칼럼니스트 나윤석의 책과 모델카

포르쉐는 ‘외계인을 잡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스포츠카를 만드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포르쉐의 역사에는 여러 가지 이정표가 되는 모델들이 있다. 그중에도 나는 ‘미래를 보는 창문’과도 같았던 포르쉐 959를 가장 기념비적인 모델로 생각한다(1980년대에 959가 보여준 기술적인 요소들은 실제로 21세기 포르쉐 모델들에 모두 적용되었다). 959는 그와 함께 동시대를 제패한 페라리 F40과는 달리, 마트에 타고 가도 불편하지 않을 실용성을 갖췄다. 슈퍼카지만 운전자에게 레이싱 머신을 조종한다는 부담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201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가기 전, 회의차 들른 슈투트가르트의 포르쉐 박물관에서 포르쉐 959 모델카와 책을 만나게 됐다. 959의 정교한 스케일 모델, 그리고 모든 사실과 사진들을 모은 책자, 그것들이 특히 한정판이라면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결제를 끝낸 다음이었다.

 

 

편집장 이진우의 큐브북

지난 2012년, 7세대 포르쉐 911(991)이 국내에 출시할 때 <모터트렌드>가 별책 부록으로 만든 ‘포르쉐 911 큐브북’이다. 당시 911 출시를 기념해 911개만 만들었다. 꽤 높은 가격에 판매했는데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우린 우스갯소리로 “9110개를 만들걸 그랬어”라며 너스레를 떨었고, 한편으로는 예상을 뛰어넘은 소비자 반응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책을 만들 때는 쉽지 않았다. 길이×너비×높이가 7×7×7cm밖에 되지 않는 작은 책에 1~7세대 포르쉐 911의 모든 걸 응축해서 담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원고를 얼마나 써야 하는지, 종이 두께와 분량(720페이지)도 가늠이 안 됐고 국내에 이런 종류의 책을 인쇄하고 제본해줄 곳이 없어 중국까지 날아갔다. 기자 생활을 통틀어 911 큐브북은 가장 작지만 가장 고되게 만든 책이다. 지금은 늘 책상에 두고 생각이 필요할 때나, 생각하지 않아야 할 때 만지작거리는 테이블 메이트 역할을 한다. 8년의 세월이 흘러 여기저기 해어졌다. 그래서 8세대 911이 나온 김에 한 번 더 만들면 어떨까 한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분더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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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장은지PHOTO : 조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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