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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이 샘솟을 공간들

새 학기, 새 직장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지는 않으신가요?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면 먼저 참신한 공간엘 가야죠. 봄 아지랑이 피듯 영감이 샘솟을 공간들

2020.04.01

 

현자의 시간, 애프터 저크 오프

아리스토텔레스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들어간 목욕물 속에서 ‘유레카ʼ를 외쳤다. 짜낼 때보다 한껏 이완시켰을 때의 머리가 이렇듯 팽팽 돌아가기도 하는 법. 애프터 저크 오프를 굳이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욕구 충족 후 밀려오는 무념무상의 시간을 일컫는 신조어 ‘현자 타임ʼ이라 할 수 있다. 뇌의 이완에 이보다 시의적절할 수가 있을까.

 

 

애프터 저크 오프는 패션 브랜드 아조(Ajo)에서 자사 플래그십 스토어가 있는 건물 4층에 문을 연 음주 가무 공간이다. 이곳의 슬로건은 ‘건전 말고 건강하게 잘 먹고 잘 노는, 최소한의 지적인 인간이 되자ʼ다. 비건 베이커리 메뉴와 커피, 술 등을 제공하는데 완전한 채식주의자 ‘비건ʼ부터 유제품까지 허용하는 ‘락토오보 비건ʼ, 해산물까지 먹는 ‘페스코 비건ʼ의 요구에 맞는 메뉴를 다루고 있다. 정제된 곡물과 설탕 및 가공식품, 육류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내부는 나무와 돌, 식물 같은 자연 소재에 수족관, 빈티지 조명, 불상 등의 미장센을 더한 아시안 앤티크 감성을 제시한다. 동양에 대한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몽환적인 분위기와 자연주의적 태도는 보헤미안으로 대상화되기 십상이지만 관조적인 것과 거리가 멀다.

 

 

황인섭 대표는 극동아시아란 테두리에 속하면서도 다인종, 페미니즘 등의 사회적 이슈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아시안 밀레니얼 세대ʼ의 정체성을 이곳에 담았다. 결국 그것이 쿨하고 멋지다는 인상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것. 속에 담긴 의미는 빽빽하지만, 공간은 참신한 생각을 떠올리기에 더없이 오목하고 넉넉하다.
서울 중구 수표로 42-21 4층

 


 

 

심장의 색깔은 빨강, 풀 오브 파운드

사직동 한 귀퉁이를 돌면 100년 된 가옥을 개조한 풀 오브 파운드가 나온다. 한옥을 개조한 카페란 점에서 자칫 시류에 편승한 듯 보이지만 전혀 새롭게 읽히는 데엔 이유가 있다. 처마와 기둥 등 한옥의 골조는 그대로 두고 안팎을 새로 꾸몄는데 한쪽 벽면을 새빨갛게 칠했다. 맹랑한 붉은 벽 아래로는 처마와 기와의 곡선을 모던하게 재현한 의자와 테이블이 놓였다.

 

 

군데군데 도도한 자태의 식물도 보인다. 이름의 파운드(Pound)는 영어로 심장, 맥박이 뛰는 소리나 모양 등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한지안, 한지이 자매는 풀 오브 파운드가 단순한 카페를 넘어, 무수한 의미로 확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이름 붙였다. 그런데 이곳은 그 바람 이상으로 실제 가슴 뜀이 충만한 공간이 됐다. 오전 10시부터 미니멀 하우스가 재생되는 까닭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심장은 두근두근, 콩닥콩닥이 아니라 둥둥-칙칙, 파싯파싯 하고 박동한다.

 

 

음악을 통해 굉장히 ‘힙ʼ해졌지만 젊은 손님만 찾는 것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이 골목에 쌓인 기억만큼이나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들도 제법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몰아친 뉴트로 트렌드에 맞바람이 부는 것일까. 할머니, 할아버지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풀 오브 파운드의 커피와 음악을 이해하며 풍경의 일부가 된다. 한옥, 빨강, 하우스 음악, 그리고 사직동의 시니어들. 개개로 보았을 땐 평범하고 사소한 것들이 모여 자아내는 비상함이 이곳엔 있다.
서울 종로구 사직로12길 1-2

 


 

 

창작자의 레퍼런스, 16p

‘카페 16pʼ는 16p가 운영하는 온라인, 타블로이드, SNS, 오프라인 등 수많은 플랫폼 중 하나다. 16p에선 매달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를 선정해 전시 및 강연을 진행하고, 매달 1일 1장의 타블로이드 매거진을 발행한다. 작가, 포토그래퍼들과 만남을 주선하는 16p MEET, 문학·음악·영화 등 문화에 대해 공유하는 모임 16p CLUB을 운영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독서 모임, 영화 토론 모임 등 다양한 직장인 모임이 활성화되는 추세다.

 

 

요즘 직장인들은 음주의 구실로서가 아닌 진정한 사회적 교류와 소통을 원한다. 공유, 사교는 더 이상 공익적으로 내세우는 가치가 아닌, 개인의 창작과 발전을 위한 자원으로 기능한다. 방구석에서 가만히 앉아 골몰하기보다 밖에 나가 새로운 자극을 받고 정보를 교류하는 것이 아이디어를 얻는 데 효과적인 시대란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다양한 교류를 주관하고 있는 16p는 주지할 만하다. 당장 어떤 모임에 참여하기가 부담스럽다면, 창작자들의 전시와 아이디어로 채워진 카페 16p를 먼저 들러보는 것이 어떨까. 카페 16p는 벽면이 바리솔 조명으로 마감돼 5분을 주기로 빛의 색깔이 바뀐다. 홀에 마련된 아크릴 의자와 스틸 테이블, 투명한 PVC 소재 소파는 시시각각 변하는 빛에 따라 일제히 색다른 감상을 자아내고 카페 곳곳의 오브제도 눈길을 붙든다.

 

 

공간 한쪽에 마련된 크리에이터들의 전시는 상상력과 영감을 고취시킨다.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데 역시 참고 자료만큼 좋은 것도 없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4길 16-3

 


 

 

질감의 놀이터, 코뮨

요즘 SNS에는 카페 인증 샷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넘쳐난다. 얼마 전 한남동에 문을 연 코뮨은 수많은 게시물 가운데 양뿐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백미다. 내부는 노출 콘크리트와 마감된 벽면이 적절히 쓰였고, 테이블 유리는 1톤 트럭이 밟고 지나가기라도 한 듯 산산이 조각났다.

 

 

화강암을 잘라놓은 듯한 의자(겉으론 돌 같지만 앉으면 폭신한 마블 스펀지 소재다), 서슬 퍼런 쇠기둥과 따뜻한 오렌지색 이음새가 곳곳에 배치됐다. 흔히 공사 현장에서나 볼 법한 소재들은 서로 어우러졌다, 다시 어긋나길 반복하며 시각적 재미를 선사한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일본식 미감을 차용한 카페들이 많았는데 런던에서 유학한 이곳의 대표는 유럽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차별화된 카페를 선보이기로 했다.

 

 

입구에서 커피 바까지 이어지는 기둥은 그리스 신전 기둥에서 따왔고, 곳곳의 포스터와 깨진 유리 소재 테이블은 지중해의 해변과 파도에서 착안했다. 코뮨이 지금 가장 주목받는 것은 비단 유희적인 디자인만이 아니다.

 

 

메뉴는 단출하지만 커피 맛이란 기본에 충실하다. 코뮨에서는 맛과 풍미가 출중한 원두를 선별해 이곳만의 비율로 혼합해 커피를 내리고 있다. 투명한 잔에 따르면 붉은색을 띠는 아메리카노는 비주얼만큼 맛도 참신하다. 산미가 비교적 강한데 피아노 높은 음처럼 톡 치고 올라왔다 고소함, 단맛과 재빠르게 균형을 이룬다.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커피도 마련돼 있다. 코뮨 라테는 커피 위에 하얀 생크림 대신 코뮨을 상징하는 오렌지 색상 크림을 올렸다. 이런 공간이라면 지루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가 오히려 힘들 테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49길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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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장은지PHOTO : 조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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