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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을 뒤집다, 르노삼성 XM3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차를 보지도 않고 계약부터 한 이유는 다 있었다. 르노삼성 XM3는 돌풍을 일으킬 이유가 충분하다

2020.04.13

 

심상치 않다. 지난 3월 8일 기준 르노삼성 XM3의 누적 계약대수가 8542대를 기록했다. 계약을 시작한 지 20일도 되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 8000대가 넘게 팔린 거다. 눈길을 끄는 건 사전계약 대수다. 지금 소형 SUV 시장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기아 셀토스는 사전계약 16일 동안 5100여 대의 계약대수를 기록했다. 그런데 XM3가 이 기록을 갈아엎었다. 사전계약 시작 12일 만에 5500대라는 계약대수를 찍었다.

 

솔직히 이런 반응을 예상 못한 건 아니다. 지난달 스튜디오에서 XM3를 처음 봤을 때 나와 후배는 동시에 이렇게 말했다. “이 차, 잘 팔리겠는데?” 세련된 디자인과 고급스러우면서 우아한 실내 그리고 풍성한 편의장비까지…. 우리 눈앞에 있던 새하얀 XM3는 도무지 흠잡을 곳이 없어 보였다. 마침 XM3를 만나기 며칠 전 기아 셀토스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의 비교 시승을 진행했던 터라 그 둘과의 비교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결론은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거였다. 아니, 그 둘을 넘어설 만큼 강해 보였다.

 

보닛에서 지붕을 지나 트렁크로 떨어지는 라인이 유려하고 우아하다. 프리미엄 디자인이란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게 아니다.

 

3주 만에 XM3를 다시 만났다. 보닛에서 지붕을 지나 트렁크로 떨어지는 라인이 여전히 우아하다. 얼굴은 윗급의 QM6와 비슷하지만 전반적인 실루엣 때문인지 좀 더 어린 느낌이다. 스마트키를 주머니에 넣은 채 차에 다가가자 ‘찰칵’ 하고 잠금이 풀린다. 1.3ℓ 휘발유 터보 엔진을 얹은 TCe 260 모델은 오토 클로징 앤 오프닝 기능을 기본으로 품었다. 스마트키를 지닌 채로 차에 다가가면 잠금이 풀리고, 차에서 멀어지면 도어가 잠긴다. 따로 스마트키를 꺼낼 필요는 물론 도어에 달린 잠금장치를 만질 필요도 없어 편하다.

 

실내도 완전히 새롭다. 대시보드 가운데 큼직한 디스플레이가 세로로 놓였고, 운전대 너머엔 깔끔한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자리했다.

 

실내는 우아하고 고급스럽다. 운전대 너머로 10.25인치 디지털 계기반이 선명하다. XM3에 처음 달린 이 계기반은 운전대 오른쪽에 있는 버튼으로 화면을 바꿀 수 있다. 속도계와 RPM 게이지 사이에 연비와 오디오 정보 같은 간단한 정보만 띄울 수도 있고, 큼직하게 내비게이션 안내지도가 뜨게 할 수도 있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가운데 RPM 게이지가 큼직하게 뜬다. XM3 실내에서 새롭지 않은 건 하나도 없다. 대시보드 가운데에는 해상도가 선명한 9.3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세로로 놓였다. 여기에서 내비게이션이나 오디오, 주행 모드 등을 선택하고 조작할 수 있다. 반가운 건 ‘티맵’을 기본으로 품었다는 거다. 자동차 순정 내비게이션에 불만이 커 스마트폰만 썼던 운전자라면 두 팔 벌려 환영할 대목이다. 디스플레이에 뜬 안내지도가 계기반에도 똑같이 뜨니 쌍용 티볼리 계기반의 스마트폰 미러링 기능이 부럽지 않다.

 

 

세련된 디스플레이 아래엔 버튼이 나란하다. 르노삼성은 모든 기능을 디스플레이에 넣지 않고 자주 쓰는 기능은 밖으로 빼 쓰기 편하도록 배려했다. 덕분에 열선과 통풍시트를 켜려면 해당 버튼을 누른 다음 디스플레이에서 조작하면 된다. 다이얼 아래 달린 두 개의 USB 포트도 흐뭇하다. 센터페시아 아래에 바로 있어 케이블을 연결하기도 편하다. 그 앞엔 휴대전화 무선충전 패드도 놓였다. 요즘 SUV다운 구성이다. 가죽을 감싼 시트는 조금 단단한 듯하지만 몸을 잘 감싼다. 최고급 트림인 RE 시그니처는 내 손에 적당한 두께의 운전대에도 가죽을 둘러 쥐는 맛이 좋다. 마냥 낭창거리지 않는 게 특히 마음에 든다. 적당히 무게감이 있어 안정적인 느낌이다. 열선도 있어 대시보드 왼쪽에 놓인 버튼을 누르면 금세 후끈해진다.

 

 

TCe 260 모델은 르노 그룹과 다임러가 공동으로 개발한 4기통 1.3ℓ 휘발유 터보 엔진을 얹었다. 실린더 헤드와 직분사 인젝터를 수직으로 단 델타 실린더 헤드가 이 엔진의 핵심인데, 덕분에 엔진을 경량화하고 연료 효율을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여기에 전자식 터보차저를 더해 터보 지체현상을 줄이면서 성능을 끌어올렸다. 게트락의 7단 습식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맞물려 최고출력 152마력, 최대토크 26.0kg·m를 낸다. 3기통 1.3ℓ 휘발유 터보 엔진을 얹은 트레일블레이저보단 최고출력이 4마력 낮지만 최대토크는 1.9kg·m 높다. 여기서 중요한 건 두 차의 주행품질이다. XM3는 경쾌하면서 매끈한 주행감각을 보이지만 트레일블레이저는 거친 느낌이 강하다. 진동도 트레일블레이저 쪽이 심하다. 이건 셀토스와 비교해도 그렇다. 매끈하고 조용하게 내달리는 쪽은 XM3다.

 

XM3는 가속감도 경쾌하다.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아도 당장 튀어나갈 것처럼 움직인다. 하네스를 풀고 내달리고 싶어 하는 골든 레트리버 같다. 시속 100km까진 바람 소리도 크게 들이치지 않아 스트레스 없이 운전할 수 있다(1.6ℓ 휘발유 터보 엔진을 얹은 셀토스는 시속 100km에서 바람 소리가 꽤 들이쳤다). 핸들링도 매끄럽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매끈하게 돌아나간다. 고속으로 돌아나갈 때도 좌우로 크게 출렁이거나 엉덩이를 흘리지 않는다.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이 흐뭇하다. 노면 진동이 아주 없진 않지만 크게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다. 특히 매끄러운 도로에서 승차감이 인상적이다. 이 급의 차에서 보기 드문 승차감이다.

 

 

이 급이라고 하면서 셀토스와 트레일블레이저를 언급했지만 솔직히 XM3는 크기로 따지자면 이들보다 윗급이다. 길이가 4570mm, 휠베이스가 2720mm로 소형 SUV 가운데 현재 가장 판매량이 많은 셀토스보다 길이가 195mm, 휠베이스가 90mm 길다. 준중형 SUV에 속하는 현대 투싼과 비교해도 길이가 90mm, 휠베이스가 50mm 길다. 그런데 르노삼성이 XM3의 경쟁 상대로 둘을 지목한 건 가격 때문이다. 덩치와 구성에 맞지 않게 가격이 너무 착해서다. 1.6 ℓ 휘발유 엔진을 얹은 1.6 GTe 모델의 시작 가격은 1719만원이고, 1.3ℓ 휘발유 터보 엔진을 얹은 TCe 260 모델은 가장 낮은 LE 트림이 2083만원, 가장 높은 RE 시그니처 트림이 2532만원이다(개소세 1.5% 기준). 여기에 선루프와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오토매틱 하이빔, 블랙 가죽시트 패키지Ⅱ 등 풍성하게 옵션을 넣어도 차값이 28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원하는 옵션을 모두 넣으면 차값이 3000만원을 훌쩍 넘는 트레일블레이저나 셀토스에 비하면 착하디착한 값이 아닐 수 없다.

 

 

2800만원이 넘지 않는 값에 풍성한 편의장비와 고급스럽고 여유 있는 실내, 짱짱한 주행품질을 모두 누릴 수 있는데 누가 마다할 수 있을까? XM3는 뒷자리 역시 무릎 공간은 물론 머리 공간에도 여유가 있어 부모님을 태우기에도 전혀 미안하지 않다(3월호 기사에도 썼지만 트레일블레이저 뒷자리는 결코 어른을 태울 자리가 아니다). 게다가 뒷자리 승객을 위한 송풍구와 USB 포트도 달렸다. 넉넉한 트렁크는 2단으로 나눠 쓸 수 있어 활용도가 다양하다.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고, 5000명 넘는 사람들이 차를 타보지도 않고 계약부터 한 이유는 다 있었다. 지난달 기사에서 난 XM3가 판을 뒤집을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 말을 정정해야겠다. XM3는 이미 판을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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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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