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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XC60 T8 PHEV로 출퇴근을 해봤다

왜 굳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냐고? 잘만 타면 최고의 통근 머신이 될 수 있으니까

2020.04.17

 

주로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한다. 러시아워 때 이동 시간이 차보다 빠르고, 대기 환경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유류비다. 연비 좋은 차를 타고 있지만, 매일같이 타다 보면 쾌 큰 비용을 지출할 테니까. 그런데 최근 자가용 출퇴근을 깊이 고민하고 있다. 아무래도 다수가 함께하는 대중교통 사용이 꺼려지는 요즘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주차장에만 박혀 있는 내 차가 아깝다. 내 차는 나의 주 5일제(가끔 주 7일) 근무에 맞춰 평일엔 휴무다. 만약 전기차를 샀다면 진작 출퇴근용으로 사용했겠지? 그래도 아직 전기 충전 인프라가 주유소만큼 갖춰진 게 아니기 때문에 전기차는 내 구매 리스트에 오르긴 멀었다. 그렇다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은? 최근엔 효율도 향상되고 배터리 용량도 늘어나면서 전기모터로만 달릴 수 있는 거리도 꽤 길다던데. 강동구 집에서 종로구 회사까지 왕복 출퇴근 거리가 26km 정도니까 볼보 XC60 T8의 순수 전기차 모드 주행가능거리와 딱 맞아떨어진다. 이론상으로 집 또는 회사에 완속 충전시설만 갖췄다면 오직 전력으로만 출퇴근이 가능한 셈. 가끔 장거리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땐 연료를 넣고 달리면 되니까 전기차처럼 주행가능거리에 대한 부담감도 적다. 그러면 실제 주행에서도 PHEV의 가치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까?

 

 

11.6kWh 용량의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했다 생각하고 시동을 걸었는데, 작은 눈금 두 칸 정도 모자라다. 그래도 계기반에 표시된 EV 주행 가능한 거리는 29km. 일단 직렬 4기통 2.0ℓ 가솔린 엔진을 퓨어(Pure) 모드로 잠재운 뒤 출근길에 올랐다. 여느 때와 달리 고요하게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느낌이 상쾌하다. 기분 좋게 귀를 어루만지는 바워스 & 윌킨스 오디오 시스템은 또 어떻고. 출발부터 힐링이다.

 

볼보 XC60 T8은 따로 충전하지 않아도 엔진을 돌려 배터리를 충전시킬 수 있다. 다만 연비는 뚝 떨어진다.

 

퓨어 모드에선 계기반에 제한선이 표시되는데, 그 경계에 번개와 물방울이 그려진다. 번개는 전력을 뜻하고 물방울은 연료를 나타낸다. 그러니까 번개를 지나 물방울로 넘어가면 연료를 태워 엔진을 구동한다는 뜻이다. 가속페달을 부드럽게 다뤄야 엔진의 개입 없이 퓨어하게 달릴 수 있다. 급가속은 어려워도 도로의 흐름을 방해할 정도로 더디지 않다. 전기모터로만 최고출력 87마력, 최대토크 24.5kg·m의 힘을 낸다. 여기에 318마력짜리 가솔린 엔진까지 더해지면 시스템 출력은 405마력에 달한다.

 

 

출근 시간 올림픽대로는 언제나 차들로 붐빈다. 파일럿 어시스트의 도움을 받아 발목의 부담을 낮춘다. 그사이 회생제동 장치도 열일하는지 배터리 소모가 현저히 줄었다. 잠실 종합운동장 부근을 지나자 도로 위가 조금씩 트이면서 흐름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한다. 속도를 올리는 만큼 배터리 소모는 다시 빨라진다. 동호대교를 건너 종로 중심까지 가다 서기를 반복했고 사무실에 도착했을 땐 배터리가 반토막 났다. 남은 전력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15km. 왠지 잘만 하면 무공해 출퇴근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퇴근길, 내비게이션을 켜보니 출근길보다 조금 더 돌아간다. 그래서 이번엔 회생제동을 적극 사용하기로 한다. D에 놓인 기어레버를 한 번 더 당기면 B로 들어가는데, 마치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한 것처럼 회생제동의 부하를 극대화한다. 내리막에서 이용하면 효율적으로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한다. 하지만 퇴근길에 내리막은 딱 세 번. 그것도 구간이 짧다. 사실 아무리 회생제동을 사용한다 해도 차체를 움직일 때 쓰는 전력만큼 보충하긴 어렵다. 주행거리가 길어질수록, 주행 시간이 늘어날수록 전력 소모는 많을 수밖에 없다.

 

일반 하이브리드와 달리 배터리를 직접 충전할 수 있다는 점이 PHEV의 가장 큰 매력이다.

 

배터리는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지만, 퇴근길 정체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다. 결국 잠실을 지날 무렵 배터리 잔량은 0%로 떨어졌고, 엔진은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며 깨어났다. 집까지 남은 거리는 약 5km. 만약 아침에 100% 충전된 상태였다면, 집-회사-집 구간을 연료 한 방울 쓰지 않고 달리는 데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계산해보니 전기모터로만 달린 구간은 약 30km에 달했다. 공식 1회 충전 가능거리보다 4km를 더 달린 셈이다. 5km 남겨놓고 퓨어 모드가 해제된 건 아쉽지만, XC60 T8은 내 기준에서 최고의 출퇴근 머신에 꽤 부합한 모델이었다. 단, 집이나 회사에 전기 충전시설을 갖추고, 출퇴근 거리가 30km 미만인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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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안정환PHOTO : 조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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