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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털링 모스의 가장 위대한 경주

레이싱 역사상 가장 위대한 드라이버 스털링 모스가 세상을 떠났다

2020.05.04

35세의 데니스 젠킨슨(왼쪽)과 25세의 스털링 모스가 경주를 준비하고 있다.

 

1995년 스털링 모스가 벤츠 300 SLR을 타고 오전 7시 22분 이탈리아 브레시아를 출발했다. 25세의 젊은 드라이버가 타는 300마력밖에 되지 않는 경주차를 우승 후보로 꼽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특히나 밀레밀리아 경주는 페라리의 홈그라운드로 독일 경주차는 관심 밖이었다.

 

모스는 브레시아에서 로마까지 800km의 거리를 평균 시속 170km로 달렸다. 특히 아드리안 해안도로에선 시속 283km의 빠른 속도를 냈다. 코드라이버 데니스 젠킨슨이 코스를 완벽히 파악한 덕분이었다. 모스는 “젠킨슨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난 속도를 줄이는 것만 생각했을 거예요. 옆에서 달려도 된다고 하면 시속 290km로 내달렸죠”라고 말했다.

 

영국 레이싱 전문지 <모터스포츠> 편집장 데니스 젠킨슨은 기사를 쓰기 위해 모스의 코드라이버를 자처했다. 시속 240km로 꾸불꾸불한 도로를 달리면서 두 대의 경주차를 폐차시키는 맹연습을 하며 모든 도로 상황과 여건을 점검했고 5.4m에 달하는 코스 가이드를 만들었다. 종이를 둘둘 말아 투명 플라스틱 통에 넣어 돌리면서 읽을 수 있게 했고 이를 조수석에 붙였다. 젠킨슨은 모두 15가지의 수신호를 보냈는데, 모스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로 놀라운 건 그가 손을 흔들어 신호하면 내가 그 신호를 바로 해석했다는 겁니다.” 그렇게 그들은 손동작만으로 완벽하게 소통했다.

 

경주 중 모스는 젠킨슨이 벗겨준 바나나 하나를 먹었고, 간간이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 튜브로 레몬주스를 빨았다. 그리고 모스에게 가장 긴 휴식은 반환점인 로마에서의 64초였다. 미캐닉이 바퀴를 교체하고 연료탱크를 채우는 동안 그늘로 들어가 64초 동안 잠을 잤다. 젠킨슨도 뙤약볕과 오일이 타면서 생기는 매연, 앞 브레이크에서 나오는 먼지 그리고 중력을 견뎌야만 했다. 그렇게 300 SLR 옆 좌석에서 연습 주행을 포함해 수천 km를 달렸다.

 

검게 그을린 300 SLR이 밀레밀리아의 결승점 근처에 다다랐을 때, 모스는 시속 160km로 속도를 줄였다. 경주를 시작한 지 정확히 10시간 7분 48초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모스와 젠킨슨은 1600km 거리를 평균 시속 158km로 달려 기존 기록(시속 142km)을 갈아치우며 우승했다.

 

이 경주로 스털링 모스는 위대한 영웅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리고 1950~61년에 참가한 529개 대회 중 16개의 F1 그랑프리를 포함해 모두 212개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총 84종의 경주차를 운전했고 1년에 최대 62개 대회에 참가했다. 아직까지 이런 기록을 가진 드라이버는 없다. 그리고 1962년 굿우드 서킷에서 경주차 테스트 중 사고로 한 달간 혼수상태에 빠졌다. 모스는 그렇게 은퇴를 했다.

 

젠킨슨은 훗날 이 경주에 대해 이런 글을 썼다. ‘시속 270km로 달리다가 코너나 언덕 꼭대기를 발견했을 때만 속도를 약간 줄였다.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우리가 비행기를 추월하는 것을 발견하고는 내가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두 번째 비행기를 추월했을 때 내 두뇌가 드디어 차의 속도를 직감하기 시작했다.’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경주는 젠킨슨의 기사에 고스란히 담겨 가장 위대한 레이싱 기록물로 남았다.

 

지금쯤 스털링 모스는 1996년 세상을 떠난 데니스 젠킨슨과 재회하고 있을 것이다. 두 사람 모두 그날을 회상하며 평안하기 바란다.

* 2013년 3월호 기사를 재가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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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진우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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