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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산 루디크로스 모드, 포르쉐 타이칸

테슬라 모델 S보다 빠른 포르쉐 타이칸, 어떻게 운전해야 할까?

2020.05.18

 

지난 2004년, 페이팔(Paypal)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주머니를 가득 채운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에 대한 질문지를 품고 캘리포니아 샌 디마스 외곽에 있는 한 회사에 방문했다. 그 회사는 전기차용 교류 기반 구동계 시스템을 만드는 AC 프러펄션(AC Propulsion)이었다. 그의 질문에는 그가 소유하고 있는 포르쉐 911 터보를 전기차로 개조할 수 있는지가 포함됐다. 일론 머스크는 큰 비용을 지불할 용의도 있었다. 하지만 AC 프러펄션 창립자 알란 코코니는 911 터보 전기차 개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코코니의 비즈니스 파트너 톰 게이지는 머스크에게 그가 알고 있는 EV 스타트업을 소개해줬고, 그곳에서 테슬라가 시작됐다. 만약 코코니가 일론 머스크에게 전기차 버전 911을 만들어줬다면, 오늘날 테슬라는 과연 존재했을까?

 

 

이제 일론 머스크는 18만6350달러(시승차는 20만5360달러)에 달하는 전기차 버전 포르쉐 터보 S를 운전할 수 있다. 포르쉐가 타이칸 터보 S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시대를 앞서갔지만 아직은 서툰 테슬라에 대항하는 유럽산 내연기관 엘리트가 만들어낸 4인승 모델 말이다. 타이칸을 살펴보면 포르쉐는 테슬라의 세세한 부분까지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

 

타이칸 터보 S는 테슬라 모델 S의 전체적인 청사진을 따랐다. 두 개의 모터, 네바퀴굴림, 바닥에 배치한 배터리, 루디크로스 주행 모드(독일어로 Lächerlich), 앞에 자리 잡은 트렁크, 번드르르하게 감싼 차체 표면 등이 이를 방증한다. 타이칸의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는 비를 맞으면 구리색을 띠는 테슬라의 지붕과 똑같다(동일한 자외선 반사층 때문이다). 게다가 테슬라 슈퍼차저의 모조품이자 빠르게 확장 중인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의 네트워크로 충전된다.

 

 

같은 건 여기까지다.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둘의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모델 S의 앞 차축에는 기본으로 모델 3 뒤 차축에 자리 잡은 영구자석식 모터가 들어간다. 뒤 차축에 있는 모터는 효율이 약간 떨어지는 유도식이지만, 전력 공급을 차단하는 묘수를 찾아내 저부하 항속 주행 중에는 저항 없이 회전할 수 있어 보다 효율적이다. 반면 포르쉐의 모터(시스템 출력 750마력)는 모두 영구자석식이다. 뒤 모터의 비동조화 시스템은 기계식이며, 저속과 고속 성능을 모두 높이기 위해 2단 변속기가 결합된다. 테슬라 역시 10년 전 로드스터 프로토타입에 2단 변속기를 얹었다. 하지만 변속할 때 생기는 토크 충격을 줄이겠다는 그들의 의지는 회사를 파산 직전까지 내몰았다.

 

원자폭탄이 폭발하기 1초 전처럼 타이칸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고요하게 있었다. 월튼이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자마자 강하게 가속페달을 밟았다. 타이어들이 휠스핀을 하며 경련을 일으키더니 타이칸은 이내 작아지고, 작아지다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8자 테스트 코스에서 포르쉐 엔지니어는 나에게 스태빌리티 컨트롤을 끄고 트랙션 컨트롤을 켜는 게 나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것들을 설정하기 위해 디스플레이 화면 오른쪽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모델 S는 이런 시스템을 비활성화할 수 없다. 나는 타이칸에게 날것과 같은 수수한 핸들링을 기대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오토클럽 스피드웨이 안쪽 코스의 고속주행 모습.

 

시속 130km로 달리다가 노면의 균열을 발견하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는데 이 차의 무게를 생각하면 상당히 부드러웠다(무게는 2317kg, 브레이크는 전자식이다). 월튼은 우리에게 타이칸 터보 S가 시속 97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 데 31.4m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타이칸의 앞 420mm, 뒤 410mm짜리 카본세라믹 디스크는 항공모함에 전투기가 착륙할 때 쓰이는 어레스트 와이어 같다. 코너에 들어서서 방향을 빠르게 바꾸니 타이칸의 균형 잡힌 무게 배분에도 불구하고, 타이어는 언더스티어가 만들어내는 1.02g의 횡가속도로 인해 사이드월이 무너진다. 하지만 출구에서는 꽁무니가 아주 대담한 각도로 춤을 춘다.

 

타이칸의 계측 결과를 살펴보면 파나메라 GTS보다 길이가 2% 짧지만 무게는 9% 더 무겁다. 파나메라는 0→시속 81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 동안 타이칸은 시속 97km에 도달한다. 터보 S 시트에 엉덩이를 붙이고 정지 상태에서 0→시속 97km까지 2.4초 만에 해치우는 것을 보면서 타이칸의 디자인이 지나치게 절제된 방향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다. 비록 배터리팩은 크지만(93kWh), 뒷좌석 승객 다리 공간은 그다지 희생되지 않았다.

 

구동계 소리는 합성음인데, 모터에서 나오는 소리를 테크노 믹스 방식으로 만들었다. 스포츠 모드에선 고속 엘리베이터에서 들릴 법한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앞 유리 너머로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시프트 토글은 운전대 림에 교묘하게 숨겨져 있고, 사이드미러 조절 버튼은 뒷좌석에서 닿기가 더 쉽다. 뒷유리는 직사각형 모양의 볼록한 유리고 파노라마 선루프는 구름과 새, 그리고 당신이 보고 싶은 그 무언가의 풍경을 볼 수 있다.

 

포르쉐 드라이버 패트릭 롱(오른쪽)이 서킷 주행을 위해 타이어가 교체되고 카메라와 안테나가 빠르게 장착되길 기다리고 있다.

 

테스트 날이 저물어갈 때쯤 포르쉐 PR 담당자가 우리에게 물었다. “우리가 안쪽 코스까지 빌렸다는 말을 깜빡했네요. 혹시 포르쉐 팩토리 레이싱 드라이버인 패트릭 롱이 운전하는 차에 동승할 생각 있어요?” 그걸 말이라고! 몇 분 뒤, 동승석에 앉은 나는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는 롱 쪽으로 몸을 비틀었다. 정중하게 옷을 차려입은 듯한 독일 자동차 회사엔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자유분방하고 얽히고설킨 머리를 한 미국인 드라이버에게 인사를 나눌 시간조차 없었다.

 

타이칸의 출력과 무게를 롱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주행 방식에 활용할 것인지 몹시 궁금했다. 이전 8자 테스트 코스 인근 주행에서 나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다. 내가 하던 대로 달렸는데도 충분히 주행 성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폰타나 코스 안쪽 코너에서 롱은 연석을 계속 때렸다. 쾅! 강하게 튕겼다. 타이칸은 튼튼했다. S자에선 바퀴들이 노면을 단단히 붙잡고 통과했지만 무거운 무게가 명확하게 느껴졌다. 방향 전환은 날카롭다. 그렇다고 미드십 모델처럼 메스로 베는 듯한 움직임은 아니다.

 

차체 아래에 밀어 넣은 배터리의 무게는 상당히 유용하다. 부하에 따른 타이어 접지력의 비선형적 변화로 인해 코너에서 전체적인 접지력이 약화됐는데, 배터리가 팬케이크처럼 펼쳐져 있으면 비틀림에 저항하는 성질이 증가한다(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의 전기차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S자 코스를 지날 땐 불리하게 작용한다. 축을 중심으로 반복적으로 회전하는 데에는 추가적인 에너지가 필요하고 횡가속 때는 타이어 접지력을 소모한다(전기 AWD의 번개같이 빠른 반응성은 아주 효율적이다). 그래서 롱이 일부러 연석을 후려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타이칸 터보 S를 다루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짧은 직선 구간에서 시속 222km로 달리는 롱에게 물었다. “제가 이곳에서 달린 기록 중 가장 빠른 속도예요.” 그가 답했다. 그러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코너로 진입하기 전 거대한 카본 브레이크 디스크는 네 개의 굴뚝처럼 열을 발산했다. “탈출 가속이 너무 빨라 가능한 한 이른 시점에서 출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라인을 수정하고 있어요.”

 

 

그날 밤 나는 바스토 외곽 사막을 통과해 북쪽으로 달렸다.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의 350kW 충전기로 재충전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측정하기 전에 배터리를 빠르게 소모하기 위해 창문을 내리고 히터를 최대로 가동했다. 타이칸은 여느 포르쉐와 같은 견고함으로 요철을 넘었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순항하며 조금의 에너지를 재생한다. 3분의 1 정도 더 많은 재생량이 필요하다.

 

시속 121km에서 타이칸의 매끄럽고 화려한 디스플레이를 훑어봤다. 녹음된 모터 사이렌을 들었다. 그리고 궁금했다. ‘너 정말 포르쉐 맞아?’ ‘열정은 있어?’ ‘포르쉐의 헤리티지를 잘 품고 있니?’ 타이칸의 핵심 질문이 여기 있다.

 

슈투트가르트의 변심은 자신만만한 청정의 전기차에 포르쉐 DNA를 주입해 생명에 불을 지폈다. 타이칸은 다양한 면에서 파나메라보다 주행 능력이 좋다. 또한, 다음과 같은 질문에 명확한 답이다. ‘살기 좋은 행성을 만드는 데 필요한 포르쉐는 무엇입니까?’

 글 Kim Reyno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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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William 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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