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나만의 클래식카

클래식카는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젊은 날 나와 함께했던, 내가 동경했던 차를 보면 그 시절로 돌아갈 것만 같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클래식카를 좋아한다

2020.05.20

캐딜락 엘도라도

 

클래식카를 한 대 갖고 싶다. 향수를 자극하는 차가 좋을 것 같다. 물론 최상의 상태에 고장이 없고, 유지 관리가 가능한 차를 바란다. 그래서 크고 화려한 차보다는 작고 간단한 차가 낫지 않을까 싶다. 내가 정비를 잘 모르니 차를 돌봐줄 정비업체도 가까이 있으면 한다. 정비사는 마음씨가 곱고 실력도 뛰어나 믿음이 가야 한다. 또 비용도 적절해서 내가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흠, 쉽지 않은 얘기다.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카는 대부분 어릴 적 본 차다. 사람마다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한 차에 애정을 품는 듯하다. 아버지, 어머니가 모는 차의 뒷자리에서 생성된 기억이 애틋한 감정을 자아낸다. 내 가슴 뭉클하게 하는 1960년대의 차를 요즘 젊은이들은 잘 모른다. 젊은이와 얘기 중에 1990년대 차를 클래식카로 떠올리면 세대 차이를 느낀다. 내 눈에는 중고차로 보일 뿐이다. 나 역시 내가 태어나기 전인 1920~40년대 차에는 관심이 덜하다.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내 기억의 시작은 1950년대의 미국차다. 어릴 적 미군 부대 다니던 삼촌 덕분에 집에 <라이프> 잡지가 많았는데, 자동차 광고 사진을 오려 벽에다 잔뜩 붙였었다. 포드, 쉐보레, 캐딜락 등 테일 핀이 화려한 미국 대형 세단이었다. 아버지가 외국 출장에서 사다 주신 장난감도 뷰익 세단이었다.

 

크고 화려한 1950년대 미국차를 갖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1957년형 쉐보레 벨에어 같은 차로 미국을 횡단하는 여행은 버킷리스트에 들어 있다. 미국 저널리스트가 포드 모델 T 같은 원시적인 차로 미국을 횡단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모델 T는 구하기 힘들겠지만, 모델 A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시트로엥 DS

 

나의 청소년기인 1960~70년대 기억에 남는 소형차가 많았다. 폭스바겐 비틀, 미니, 르노 4, 르노 5, 시트로엥 DS와 2CV, 수많은 알파로메오, 볼보의 든든한 차들, 섹시한 사브, 영국의 MGB, MG TC, 로터스 엘란, 재규어 E 타입, 재규어 MARK II 등 셀 수가 없다. 모두 기억 속에 아련한 세기의 명작들이다.

 

서울 명동 헌책방에서 산 자동차 잡지 속의 이런 차들이 60년 전 한국의 어느 소년에게 자동차 꿈을 심었다. 1970년쯤 단성사에서 본 유럽 영화에서 추격전을 벌이는 시트로엥과 알파로메오에 빠져들었다. 연인과 도피 행각을 벌이는 프랑스 로드무비에서 주인공이 탄 차는 피아트 600이었다.

 

일본의 자동차 여명기인 1960~70년대에 걸쳐 매력 넘치는 차들이 많았다. 토요타의 스포츠카, 혼다의 경차들, 주지아로가 그린 이스즈와 마쓰다 같은 차들이 좋았다. 당시 그들도 경험이 많지 않아 많은 유럽 디자이너가 일본차를 디자인했었다. 독일 디자이너가 설계한 닷선의 240Z 같은 차는 젊은 나를 강하게 유혹했었다.

 

현대 포니

 

어쩌면 국산차를 나의 클래식카로 들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내 기억이 머무는 차는 역시 1960년대의 새나라, 코로나, 코티나부터 1970년대의 포니, 브리사, 브리사 II, 레코드 같은 차들이다. 당시 녹다운 생산했던 모델로 일본과 유럽의 베스트셀러를 가져온 탓에 모두가 매력 넘치는 차들이었다.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포니는 지금 봐도 명작이다. 국산차 최초의 고유 모델이라는 의미도 크다. 기아 브리사 역시 주지아로 디자인으로 추측되는 차체가 너무나 예뻤다. 디자이너를 밝히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브리사는 이스즈 117 쿠페 등과 더불어 베르토네 시절의 주지아로가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푸조 604, 피아트 124, 132는 유럽차의 매력이 넘친다. 푸조 604는 요즘 쏘나타보다 작은 차지만, 당시 장관들이나 타던 최고급차였다. 피닌파리나 디자인의 4도어 세단은 색도 검은색 한 가지였다. 604  엔진은 문짝이 하늘로 열리는 스포츠카 드로리언 DMC-12에도 얹힌 바 있다. 피아트 124와 132는 4도어 세단임에도 방방거리는 엔진음이 스포츠카와 다름없었다. 스포츠카는 사치스럽다는 이유로 죄악시되던 시절이라, 자동차를 좋아한 소년이 꿈꿔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었다.

 

신진 퍼블리카

 

내가 탔던 퍼블리카가 있다면 당장 하나 살 것만 같다. 운전을 처음 배운 차로, 포장도 안 된 남산 길을 마구 달린 기억이 있다. “나 때는 말이야, 모든 차가 수동 3단인데 퍼블리카만 4단 기어였어. 첨단을 달린 거지. 물론 그때는 자동기어라는 게 없었어. 앞모습의 보닛과 헤드라이트 조합에서 난 퍼블리카가 포르쉐 911을 닮았다고 생각했어. 파워트레인도 공랭식 수평대향 엔진에 뒷바퀴굴림 차였다고.” 그때 막 개통한 경부고속도로에서 달릴 때 공랭식 2기통 엔진의 찢어질 듯한 엔진음이 기억에 남는다. 내리막길에서 탄력을 더해 달린 최고속이 시속 90km였다.

 

그런데 퍼블리카 나온 지 벌써 50년이 지났다. 아직 괜찮은 컨디션의 퍼블리카는 없을 것이다. 애써 차를 구한다 해도 합법적으로 도로를 달릴 수 있을까? 아마도 박물관에 기증해야 할 거다. 클래식카를 향한 여정은 아직 준비 중이다.

글_박규철

 

 

 

 

모터트렌드, 자동차, 클래식카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CREDIT

EDITOR : <모터트렌드>편집부PHOTO : 각 제조사 제공

모터 트렌드 ©motortrendkorea.com, ©motortrendkorea.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