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우리나라의 적극적이고 투명한 대처에 전 세계가 박수를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이건 미래차 산업을 성장시킬 기회가 될 수 있다

2020.05.22

 

21대 총선이 끝났다. 감정의 앙금이 많이 남았을 선거지만 어쨌든 끝났다. 이젠 생활로 돌아가 시간을 갖고 앙금을 정리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면 된다. 평소라면 말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지금은 평소가 아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상을 뒤집어버렸다. 옆집처럼 다른 나라를 다니던 세계화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세계 경제는 대공황 이래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는 100만 년 만의 경제 위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어두움 속에선 작은 빛도 더욱 빛난다. 우리나라가 그런 빛이 되고 있다. 급격히 증가한 감염 확진자 수로 온 국민이 크게 불안해했던 우리나라가 어느새 코로나19 대응의 성공 사례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대통령과 외교부 장관은 각국 정부로부터 지원 요청과 관련된 전화를 수시로 받고 있으며, 6·25 참전국을 포함해 어려울 때 우리나라를 도왔던 나라와 재외 국민의 안전한 귀국에 적극 협조하는 나라 등 합당한 우선순위를 정해 요청에 응하고 있다. 심지어는 우리나라에서 보낸 항공기 특별 편으로 주변 국가의 귀국자까지 태워다 주는 통 큰 아량을 베풀기도 한다. 껄끄러울 수 있는 일본인들도 가리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단숨에 선진국이 됐다. 우리가 스스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세계가 그렇게 만들었다. 세계 국가의 서열은 전쟁 같은 극단적인 사건으로만 바뀐다고 한다. 지금 코로나19 사태는 세계대전과 마찬가지 상황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접을 받게 된 건 한두 가지가 우수해서 된 일은 아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기술적인 선진성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상용화된 것 가운데 하나인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진단 시약은 6시간 이내의 짧은 시간에 가장 높은 적중률로 결과를 알려준다. 그리고 생산 능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둘째는 위기관리 시스템의 선진성이다. 이건 목표를 명확히 관리하고 신속히 시행했으며 투명하게 처리했기에 가능했다. 이 모든 것은 관료화나 정치적 결정이라는 특징을 보이는 오늘날 대부분 나라들과는 대조되는 것이다. 정치 상황이 혼란스러운 우리나라지만 국민의 건강이 위험해지는 상황이 오자 일사불란하고 명료하게 모든 과정이 목표 중심으로 관리됐고 투명하게 공개됐다는 뜻이다. 셋째는 신뢰성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우리나라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몰려드는 지원 요청에 공평하게 대응하기 위해 또렷한 우선순위를 정했다. 우리나라를 도운 적이 있거나 당장 국민 송환에 협조하는 나라에는 상호주의에 입각해 우리도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에 도움을 받았던 사실을 잊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믿을 수 있는 상대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한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대접받게 된 세 가지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자. 앞선 기술, 앞선 시스템, 그리고 높은 신뢰도. 이 세 가지는 최고의 사업 파트너가 갖추어야 할 요건이기도 하다. 좋은 제품과 신속한 서비스, 그리고 거래의 신뢰도는 누구나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특히 미래차 부문에 적용할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자동차의 체제 통합 역할을 담당하고 서비스 모델을 제공할 현대차그룹이라는 세계 굴지의 완성차 제조사는 물론, 다양한 모듈과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는 현대 모비스 등의 ‘티어 1’ 부품공급사 그리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2차 전지 생산업체가 있다. 삼성과 하만 등이 제공하는 자동차 전장 기술과 KT, SK텔레콤 등 통신업체가 지원하는 커넥티비티 서비스와 기술,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인공지능 기술 등 미래차의 모든 면을 망라할 수 있는 대표 기술도 있다.

 

이전에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매각 당시에도 이 공장 부지를 우리나라가 미래차 전진기지로 활용하는 컨소시엄 형태의 국가 주도 산업합리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쓴 적이 있다. 지금은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차에 섀시 모듈을 납품하는 회사가 경영하는 중국 전기차 회사의 해외 생산기지가 돼버려서 쓴 입맛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컨소시엄을 희망했던 건 국내에서는 라이벌 관계에 있는 대기업들의 협력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올해 초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사퇴는 위에서 언급한 기업 가운데 대부분이 3세 이상의 경영자로 바뀐다는 뜻이다. 라이벌 의식으로 경쟁심만 가득했던 2세까지와 달리 해외에서 교육을 받는 등 열린 마음과 그들만의 폐쇄 사회에서 친분 관계를 가진 3세 이후의 경영자들은 이미 형, 동생 하는 사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들에게선 해외 시장으로의 협력 진출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른바 미래차의 한국형 풀 패키지가 함께 제공될 수 있다면, 이번에 세계가 우리나라를 다시 보게 한 신속하고 투명한 대응이 믿음직한 거래를 통해 제공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기회가 될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이전부터 희망해온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에 찾아온 기회는 이제 ‘하늘이 주신’ 수준이 됐다. 꼭 붙잡자.

글_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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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모터트렌드>편집부PHOTO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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