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차를 구독하라!

자동차도 이제 입맛에 맞게 구독하는 시대다

2020.06.19

 

‘구독’이란 단어에 종이 신문을 떠올리던 시절은 끝났다. 지금은 커피 원두, 꽃, 심지어 아침에 먹을 샐러드까지 구독하는 시대다. 한자어로 ‘사서 읽는다’는 의미의 구독(購讀)은 엄밀히 말해 원두나 꽃에는 맞지 않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 출생자인 밀레니얼 세대와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에 출생한 이들을 일컫는 젠지 세대(Generation Z)에게 확장된 의미의 ‘구독’은 일상적인 용어이자 소비 패턴이다. ‘정기배송’, ‘정액제’도 의미는 통하지만, 구독은 그보다 관용적인 의미를 아우른다. 감성적 만족을 중시하는 MZ(밀레니얼·Z) 세대에게 구독은 그들이 상품을 선별하고, 최종적으로 선택하게 하는 ‘취향’까지 포함한 언어다.

 

<90년생이 온다>는 새삼스러운 책 제목이 알려주듯, MZ 세대는 이전과 전혀 다른 소비 행태를 띤다. ‘디지털 샤먼’이라 할 정도로 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손에 쥐고 산 이들은 거대한 소셜 인터페이스에 한시도 접속해 있지 않은 순간이 없다. 이들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한 공격적인 정보 교류를 무기로 손해 보기를 싫어하고, 신속함과 편리함을 추구한다.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합리적인가 하면 ‘가성비’보다 ‘가심비’를 지향하며, 경험에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소비를 통해 환경·사회·정치적 신념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생산 및 유통에 노동력 착취가 없음을 인증하는 공정거래무역 원두, 동물성 소재를 배제한 비건 제품, 동물 복지를 고려한 방사 유정란의 소비를 예로 들 수 있다. 환경과 사회 문제에 예민하다 보니, 물건을 소모하고 대체하는 소유보다 공유하는 데에 거리낌 없다. 공유는 개인의 비용을 절감하는 데에도 합리적이다. 공유 호텔, 공유 주방, 물건부터 무형의 서비스까지. 공유를 가장 잘 활용하는 세대가 MZ 세대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MZ 세대의 특성을 관통하는 경제 모델이 바로 ‘구독 서비스’다. 아주 간단한 절차로 신청할 수 있어 편리하고, 구독 기간을 조정해 탄력적으로 상품을 이용할 수 있으니 구매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구독 서비스는 음원 및 영상 스트리밍과 같은 서비스에 익숙한 MZ 세대가 가장 편안해하면서 만족을 느끼는 소비 형태다. 오늘날, 의류나 가전제품 등 업태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업종에서 자사 상품에 구독 서비스를 적용하는 까닭이다. 이는 자동차업계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구독 서비스는 정해진 기간 동안 월정액을 지불하고 해당 브랜드의 다양한 모델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용료에는 탁송 서비스는 물론 세금과 보험, 정비, 소모품 교체 등이 포함된다. 현재까지 자동차 구독 서비스는 국내보다 미국과 유럽에서 활성화돼 있다.

 

먼저 메르세데스 벤츠는 2018년 6월부터 미국의 일부 도시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컬렉션’이란 구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비스 활성화 명목으로 495달러를 낸 다음 시그너처(월 1095달러), 리저브(월 1595달러), 프리미어(월 2995달러) 등의 요금제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시그너처 요금제를 선택하면 C 30, C 43 AMG, A 220, GLC 중 골라 탈 수 있다. 이용료가 높아지면 모델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가장 비싼 요금제(월 3595달러)인 ‘AMG-익스클루시브’를 선택하면 AMG가 붙은 모든 모델을 이용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컬렉션’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취향에 맞는 차종을 추천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특별한 날 추가 금액을 얹으면 더 좋은 모델을 탈 수도 있다. 포르쉐는 미국과 캐나다 일부 지역에서 ‘포르쉐 패스포트’를 열었다. 매달 2100달러를 내는 론치(Launch) 요금제를 이용하면 718 카이맨과 박스터, 마칸, 파나메라, 카이엔 등의 차종을, 3100달러를 내는 액셀러레이트(Accelerate)는 론치 요금제에 포함된 모든 모델에 911 카레라, 카레라 S, 4S, 718 카이맨 등의 모델까지 탈 수 있다. 이 밖에도 BMW, 볼보, 포드, 닛산, 현대 등이 미국과 유럽에서 구독 서비스를 운용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브랜드에서는 제네시스와 현대, 기아, 미니가 구독 프로그램을 전개한다.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에서 운영되는 현대의 ‘현대 셀렉션’은 베이식(월 59만원), 스탠더드(월 75만원), 프리미엄(월 99만원) 3가지 요금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베이식 요금제는 아반떼, 베뉴 중 고를 수 있으며 스탠더드 요금제에서는 쏘나타, 투싼, 아반떼, 베뉴를 월 1회 교체해 탈 수 있다. 프리미엄 요금제는 월 2회 교체를 지원하며, 스탠더드 요금제가 지원하는 모델에 그랜저, 팰리세이드가 추가된다. 요금제에 따라 사용자 추가도 가능하다. 또 1개월 이용 후 언제든 구독을 취소할 수 있어 부담 없다. 미니의 구독 서비스 ‘올 더 타임 미니’는 가입 후 1년의 멤버십을 유지하도록 되어 있다. 179만9000~199만9000원의 가입비를 일시 지불하고 6개월 또는 12개월 동안 월 구독료를 납입해 미니의 다양한 모델을 경험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쏘카의 ‘쏘카패스’, 롯데렌터카의 ‘오토체인지’를 비롯해 다수의 스타트업계에서 자동차 구독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 그중 스마트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비마이카는 테슬라X, 마세라티 르반떼 등 9개의 수입차를 바꿔 탈 수 있는 구독형 상품을 제공한다.

 

구독 프로그램을 통해 브랜드는 경험을 중시하는 요즘 소비자들에게 자사 모델을 경험시켜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소유 및 유지 비용은 물론이고, 향후 사고 발생 시 처리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다. 또 사자마자 가치가 떨어지는 자동차를 구매하기보다 그때의 필요와 취향에 맞게 다양하게 탈 수 있단 이점도 있다. 최신 소비 트렌드를 담은 <트렌드 코리아 2020>에는 흥미로운 키워드가 등장한다. 바로 ‘편리미엄’이다. 시간과 노력을 절약해주는 서비스가 ‘프리미엄’의 새로운 양태란 전망이다. 실제 현대 셀렉션의 가입자는 상당수가 이러한 ‘편리미엄’의 가치를 높이 사는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실제 누적 이용자는 30·40대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가입으로 관심은 보였지만 이용 이력이 없는 고객들은 보험료나 수리비 명목의 할증료가 더해진 구독 서비스의 월정액이 리스, 렌터카를 이용하는 금액에 비해 높아 망설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은 시범운영 단계인 구독 서비스가 비용이나 서비스 면에서 안정된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자동차를 사는 사람보다 구독하는 사람이 많아질 거란 관측도 적지 않다.

 

2017년 미국에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캐딜락은 2018년 11월, 수익 악화로 구독 사업을 종료했다. 대체로 24시간 배송을 원칙으로 하는 서비스 특성상 운송 비용, 사고 발생으로 인한 수리 및 정비 비용, 다수 차량에 드는 유지비 등 공급비에 적절한 월정액을 책정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 평가된다. 실제 카셰어링이나 자동차 구독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서비스의 간편한 구조 때문인지, 운전 중 책임감이나 사고 처리가 주는 피로감에서 자유롭다. 운전 시 고객의 부주의로 인한 자동차 파손은 고스란히 공급업체에서 감당하게 된다. 사고 처리 비용은 물론 자동차가 정비소에 있는 동안의 기회비용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현재까지는 시류에 편승해 다수의 업체들이 구독 프로그램을 론칭하고 있지만 내상이 지속되면 닫아버릴 것이 뻔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 구독 서비스의 구조가 안정화되고 비용이 개선되는 데에는 소비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대하다. 소비자의 책임감과 의식 있는 이용으로, 머지않아 구독 서비스가 자동차를 즐기는 새로운 문화와 기회로 자리 잡길 기대해 본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자동차 구독 서비스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CREDIT

EDITOR : 장은지PHOTO : 박냠규

모터 트렌드 ©motortrendkorea.com, ©motortrendkorea.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