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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반떼는 20년 동안 이렇게 달라졌다

국산 준중형 세단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아반떼가 어느덧 7세대로 거듭났다. 20여 년 전 아반떼와 신형 아반떼를 번갈아 타보니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느껴진다

2020.07.12

 

현대 아반떼의 역사는 어느덧 30년에 이른다. 1990년 엘란트라가 처음 나오고, 1995년 2세대가 아반떼로 이름을 바꿨다. 그 후로 5년마다 새 차가 나온 아반떼는 XD, HD, MD, AD를 거쳐 지금의 7세대에 이른다. 하나하나 돌아보면 모두가 기억에 남는 정겨운 차들이다. 세월은 흘러도 아반떼의 존재 이유는 변하지 않았다. 적당한 크기의 패밀리 세단으로서 기본적인 탈것에 충실하다. 많은 사람이 자동차를 생각할 때 쉽게 고를 수 있는 차였다. 오랜 세월 지내오며 해외에서 많은 상을 받는 등 국산차의 수출 드라이브를 이끌었다.

 

 

오늘은 아반떼 신형과 오래전 아반떼를 함께 탄다. 과거에서 온 것 같은 시승차는 1995년 데뷔한 아반떼(모델 코드 J2 또는 RD)의 1998년도 페이스리프트 모델(J3)이다. 그때 이름이 ‘올 뉴 아반떼’로, 1998년 2월부터 2000년 4월까지 판매됐다. 당시 아반떼는 매달 국내에서만 1만4000대 남짓 팔린 인기 모델이었다. 시승차의 오너는 새 차를 산 후 오늘까지 22년 동안 줄곧 간직했다. 주행거리가 13만9237km에 불과한데 지금도 쇼룸 컨디션을 유지한다. 오너의 사랑을 짐작할 수 있어 시승차 대하기가 조심스럽다. <모터트렌드> 어시스턴트 에디터인 오너의 아들 서동현은 태어나 지금까지 우리 집 차, 아버지 차에 대한 기억이 이 차뿐이라고 했다!

 

 

1995년에 난 아반떼 신형을 시승하고 시승기를 썼다. 엘란트라는 중소형이고, 아반떼는 준중형이라는 현대차 광고에 반박을 했다. 현대가 시승차를 내어주지 않아 어렵게 구한 차엔 문제가 있었고, 불안정한 주행성능에 투덜거렸다. 그 후로 현대차는 발전을 거듭했고, 우리나라도 제법 잘사는 나라 반열에 올라 이제 아반떼는 현대에서 가장 아랫급 차가 됐다. 7세대 아반떼는 디자인부터 강렬하다. 날이 갈수록 뛰어난 가치와 감성을 더한 품질로 완벽한 차가 되어간다. 소형 SUV가 대세인 이때, 아반떼는 소형 세단의 존재 이유를 말한다.

 

 

디자인

아반떼 J3는 당시 티뷰론과 흐름을 같이하는 바이오 터치로 볼륨감 넘치는 생물적 형태를 추구했다. 평범한 세단으로는 과감한 디자인이었다. 당시 생물적 디자인의 티뷰론은 현대차 디자인 실력을 외국에 각인시킨 모델이었다. 아반떼 J3는 티뷰론 1세대와 맥을 같이한다. 부드럽게 부푼 보디가 깔끔한데, 1998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프런트 그릴에 구멍을 뚫고 헤드램프 디자인을 살짝 바꾸었다. 1995년형 오리지널 디자인(J2)의 의미를 살짝 벗어나지만 어쨌든 변화를 꾀했다. 너비 1700mm의 아담하고 콤팩트한 보디가 골목길을 민첩하게 누비고, 적당한 크기의 실내와 트렁크가 두루두루 쓰기에 완벽하다.

 

 

운전석에 앉으면 대시보드가 낮고 시야가 탁 트인다. 앞 유리창이 무척 커 대형 스크린을 보는 듯하다. 바이오 터치의 대시보드 디자인 역시 구불거린다. 운전대 너머로 아날로그 계기반이 자리하고, 센터페시아의 아날로그 스위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복잡할 것이 없어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다. 복잡하게 생긴 카세트 오디오만이 기능보다 장식을 위한 듯하다. 천과 패드를 함께 성형한 슈어 본드 타입 시트가 몸을 감싸고, 기어레버는 D, 2, L로 표시된다.

 

 

오래된 아반떼에서 눈을 돌리자 신형 아반떼가 날을 세우며 서 있다. 7세대 아반떼의 화두는 단연 디자인이다. 가장 경제적이어야 할 차가 슈퍼카를 떠오르게 한다. 람보르기니가 4도어 세단을 내놓는다면 이렇게 생겼을 거다. 시승차는 색깔마저 람보르기니의 스텔스 컬러를 떠올린다. 스포츠카로 볼 만한 디자인은 자동차에 별 관심 없던 사람도 자신의 아반떼를 사랑하고 그 멋진 디자인에 빠져들게 할 것 같다. 디자인이 너무 만족스러워,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면 아반떼의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의 반응이다. 미국에는 특히 저렴한 소형차에 이해 못할 디자인이 많았다. 미국인들은 우리 눈에 못생긴 차를 좋아하나 싶었다. 그들은 아반떼를 어떻게 볼까? 날카로운 선 때문에 차가 조금 약해 보이는 건 아닌가?

 

 

보닛 위로 올라간 현대 엠블럼이 큼직하다. 세상 모든 차들이 기술적으로 비슷해지면서 역사 깊은 자동차 회사일수록 엠블럼이 커지기 시작했다. 커다란 엠블럼은 현대도 이제 자신감을 가졌다는 뜻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세월이 흐른 만큼 아반떼가 옛날 쏘나타만큼이나 커졌다는 거다. 휠베이스가 EF 쏘나타보다 길다. 현대차에서 가장 아랫급 세단의 공간이 과분하다. 운전석에 앉으면 새로운 대시보드 역시 황송하다. 차급에 비해 화려한 장비가 가슴 뿌듯하다.

 

 

10.25인치 디스플레이 두 개를 연결한 디스플레이는 디지털 계기반과 다양한 인포테인먼트를 담았다. 20년 전 차에선 상상할 수 없었던 장비들이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고, 사방을 카메라로 확인할 수 있다. 차가 달리는 동안 스스로 앞차와 거리를 조절하고, 필요하면 멈추기까지 한다. 차선을 따라 방향도 가눈다.

 

 

차에게 말을 걸면 부드러운 목소리가 대답을 한다. 심지어 차가 은행 역할을 하는지 주차비까지 내준다. 그렇게 세상이 바뀌었다. 아반떼 J3가 알면 깜짝 놀랄 일이다. 이런 다양한 장비가 저렴한 차에 달린다. 첨단 장비를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게 됐다. 요즘 현대·기아차의 전자장비는 고급 수입차가 부럽지 않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위협하는 현대의 강력한 경쟁력이다.

 

 

성능

아반떼 J3 시승차는 알파 1.5 가솔린 엔진을 얹었다. 104마력과 14.0kg·m의 최대토크는 1460kg의 차에 적절한 운동성능을 제공한다. 4단 자동기어는 기어레버에 오버드라이브 온/오프 스위치가 달려 3단에서 제한할 수 있다. 그 옆으로 파워/홀드 스위치가 달렸는데, 파워는 힘을 쓸 때 누르고, 홀드는 미끄러운 길에서 출발할 때 등에 쓰인다. 첫 느낌에 차가 부드럽다. 22년 된 차의 상태가 A급이다. 195/60R14의 통통한 타이어가 주는 쿠션을 즐긴다. 푸근한 서스펜션은 알버트 비어만 사장이 오기 전의 현대차를 맛보는 재미가 있었다. 저속에서 운전대가 묵직하고, 변속기가 한 박자 쉬었다 반응하는 건 오래된 차라서 그런 게 아니라 아반떼 J3가 원래 그랬다. 아반떼 J3는 뒤 브레이크도 드럼식이다.

 

 

시승 날 교통 여건 속에 최고속도를 시속 130km까지 내봤다. 시속 120km를 넘자 엔진 소리가 커지면서 가속이 더디다. 1.5ℓ 엔진을 얹은 아반떼 J3는 시속 100km 아래에서 편하게 달리는 차다. 도심에서 달리는 데 전혀 문제가 없고, 고속도로에서 제한속도를 넘길 일이 없어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시속 90km가 130km처럼 느껴진다. 박진감이 충분하다. 안전 속도로 달리면서 기분을 낼 수 있는 거다. 22년 된 차의 연비는 경험상 10km/ℓ라 했다.

 

 

7세대 아반떼의 스마트스트림 1.6 MPi 엔진은 123마력이라 운동성능이 어떨까 싶었다. 많은 유튜브에서 동력 성능이 그저 그렇다 하고, N 모델을 기다린다는 얘기도 많았다. 그런데 기대를 안 해서일까 생각보다 잘 달린다. 준중형 세단으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 심지어 스포티한 주행도 가능하다. 아반떼 J3보다 차체가 많이 커졌지만 무게는 1245kg으로 오히려 가볍다. 효율 좋은 6단 CVT와 단단하면서 부드러운 승차감이 만들어내는 주행질감이 만족스럽다. SUV와 비교할 때 4도어 세단은 안정된 코너링이 가능하다. SUV보다 바닥에 들러붙어 마구 몰아칠 수 있다. 무게중심이 낮은 차에서 핸들링 성능을 기대한다. 준중형 세단으로서 아반떼의 운동성능에 불만은 없었다. 7세대 아반떼는 스포츠카의 감성마저 지녔다.

 

 

에필로그

아반떼를 첫 차로 맞은 이들은 이 차에 푹 빠질 것이 분명하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너무 멋진 차이기 때문이다. 너무 멋져 소형 SUV에 쏠린 관심을 다시 중소형 세단으로 이끄는 강한 힘을 가졌다. 7세대 아반떼는 소형 SUV 유행 속에서 세단의 부활을 꿈꾼다. 값에 민감한 세그먼트의 차에 온갖 인포테인먼트와 준자율주행 장비가 넘쳐난다. 22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자동차는 기계적인 조립품에서 IT 기술이 집약된 전자제품으로 바뀌었다. 시간이 흐른 만큼 차 안에서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달라졌다.

 

 

22년 전의 아반떼에서 담백한 재미를 맛보았다. 오늘의 아반떼에서 조금은 정신없지만 첨단 장비를 즐기는 재미를 느꼈다. 차체가 커진 만큼 우아하면서 더 안전한 차가 됐다. 아반떼는 J3에서 7세대가 되는 동안 커다란 발전을 이루었다. 현대차는 숙제를 잘 해냈다. 7세대는 아반떼를 더욱 사랑하게 하는 차가 될 거다.

글_박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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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박규철PHOTO : 서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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