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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막내는 누구? 르노 캡처 vs 현대 베뉴

이달 우린 현대의 막내 SUV와 안팎으로 완전히 새로워진 르노의 막내 SUV를 링 위에 올렸다. 대결은 예상보다 흥미로웠고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2020.07.14

 

르노 캡처는 2013년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얼굴을 처음 공개했다. 그해 11월 한국 땅에 상륙했는데 디자인과 실내는 같았지만 이름을 QM3로 바꾸고 르노 엠블럼 대신 르노삼성 엠블럼을 달았다. 그렇게 7년 동안 QM3로 살아온 캡처가 드디어 제 이름을 되찾았다. 르노삼성이 2세대 캡처를 QM3가 아닌, 캡처라는 본명으로 한국에 들여온 거다. 엠블럼도 르노삼성이 아닌, 르노의 것을 단 채로. 새로운 캡처는 이름과 엠블럼만 달라진 게 아니다. 크기도 커지고 실내도 새로워졌다. 다임러 그룹과 공동으로 개발한 4기통 1.3ℓ 휘발유 터보 엔진도 추가했다. 그렇게 르노의 막내는 좀 더 짱짱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거듭났다.

 

현대 베뉴는 지난해 9월 국내에 출시된 가장 작은 국산 SUV다. 길이가 4m를 조금 넘고 휠베이스도 2520mm에 불과하다. 엔진도 1.6ℓ 휘발유 엔진 하나다. 작다는 불평이 빗발칠까 봐 베뉴는 출시 초부터 ‘혼 라이프’를 강조했다. 혼자 타는 SUV로 어필했다. 광고에서 뒷자리는 사람이 아닌, 반려동물 차지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여유로운 공간과 실용적인 실내 구성에 사람들의 관심이 모였고, 베뉴는 지금까지 2만대 넘는 판매 기록을 올렸다. 우리는 이달 수입차로 신분 세탁한 르노의 막내 SUV와 현대차의 막내 SUV를 비교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캡처가 600만원 남짓 비싸다. 크기도 조금 더 크다. 과연 캡처는 비싸고 큰 값을 했을까?

 

 

주행품질과 핸들링

서인수는 캡처의 주행 품질을 “매끈하게 달리는 맛이 좋다”고 평했고 안정환은 캡처에 “좀 더 탄탄하게 잡아주는 느낌”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진우 편집장은 “바퀴가 구르자마자 부드러운 승차감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리고 모든 에디터들이 캡처가 조용하다고 입을 모았다. 베뉴와의 주행 질감에서도 고속으로 갈수록 큰 차이로 우세했다고 했다. 그렇다. 캡처는 소형 SUV 시장에서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모델이라는 점이 분명했다.

 

하지만 캡처는 고급 소형 SUV로서 완벽하진 않았다. 캡처에서 에디터들이 이구동성으로 아쉽다고 한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파워트레인의 이질적인 응답성이다. 출발할 땐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주저하고, 가속페달을 밟아도 1500rpm 이하에서는 엔진이 반응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속페달을 좀 더 밟으면 이번에는 반대로 엔진이 갑자기 출력을 토해낸다. 원할 때 원하는 만큼 가속되지 않는, 직결감이 떨어지는 파워트레인이라는 뜻이다.

 

르노 캡처

 

캡처의 직결감 부족은 핸들링에서도 드러난다. 이진우 편집장은 “노즈가 너무 늦게 반응하고 핸들링도 텁텁하다”는 재미있는 표현을 사용했다. 텁텁하다는 말은 깔끔한 맛이 부족하다는 뜻. 핸들링이 내 의지와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달리는 즐거움은 반감된다. 실제로 슬라롬에서는 앞머리가 늦게 반응하지만 코너 중앙에서는 오히려 코너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특성으로 변신해 좋게는 짜릿하게, 하지만 나쁘게 표현하자면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캡처는 엔진이 출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을 유지하고 주행속도도 좀 더 높은 상황에서는 상당히 활기찬 핸들링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주행 질감도 좋아진다. 그래서 내가 캡처를 시승할 때마다 키가 큰 해치백 같다는 느낌을 받았던 모양이다. ‘키가 큰’이라는 말은 하지만 본격적으로 몰아붙이면 한계도 금세 드러난다. 그래도 하나 반드시 칭찬해 주고 싶은 건 캡처를 시승하는 내내 뒤 서스펜션이 토션 빔 방식이라는 것을 의식한 경우는 없었다는 것이다. 승차감이나 핸들링 모두에서 그랬다. 잘 만든 토션 빔은 멀티링크가 부럽지 않았다.

 

베뉴는 캡처와 완전히 달랐다. 자신이 대중적인 소형차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느낌이 명료하고 이해하기 쉬워 초보 운전자들에게도 잘 어울린다. 그리고 앞자리에 앉았을 때가 훨씬 즐겁다. 마지막으로 시가지의 일상 속도에 알맞게 튜닝된 차다. 시가지에서 실용적으로 사용하기 좋은 이른바 ‘장바구니 차’의 전형이란 말이다.

 

현대 베뉴

 

베뉴에서 가장 칭찬하고 싶은 건 파워트레인의 직결감이다. 이미 아반떼와 K3에서 검증된 스마트스트림 G1.6 엔진과 IVT 무단변속기는 베뉴에서도 그대로 빛이 난다. 절대 출력은 낮지만 언제든 즉각적으로 꺼내 쓸 수 있는 자연흡기 엔진은 출발과 정지가 잦은 시가지에서 훨씬 다루기가 편했다. 그리고 우회전이나 좌회전 후 가속할 때도 순간적으로 멍청해지는 캡처와는 달리 항상 활기차게 반응해 시내에서의 가속이나 추월이 쉬웠다. 시가지 운전에 스트레스가 없다는 거다.

 

그런데 장은지가 베뉴 뒷자리에 앉아 고속도로를 지나온 뒤 “무서워서 죽을 뻔했다”고 했다. “시속 120km 정도는 된 줄 알았는데 속도계를 보고 겨우 90km라는 걸 보고 의아했어요. 이 정도에도 겁이 나다뇨!” 그런데 직접 운전할 땐 반응도 빠릿빠릿하고 다루기 쉬운 데다 뒷자리에서 느꼈던 불안감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단, 속도가 높지 않은 영역에서 말이다.  바로 이 부분이 베뉴의 성격을 그대로 증명한다. 베뉴는 ‘혼 라이프’를 주장하며 나온 차다. 그러니까 당연히 앞자리가 메인이다. 그리고 생애 첫 차가 될 확률이 높은 소형 SUV인 만큼 운전하기가 쉽다는 뜻이다. 운전면허는 있지만 아직 차가 없는 장은지가 정확하게 느낀 것이다.

 

실제로 베뉴는 슬라롬이나 회피 기동에서 깔끔한 움직임과 명료한 노면 감각이 좋았다. 물론 부드러운 서스펜션 때문에 롤링이 작진 않았지만 우수한 노면 감각 덕분에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 불안감이 전혀 없었다. 또 자세 제어 장치의 개입도 거칠지 않아 마치 내가 운전을 잘하는 것처럼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겉모습과는 딴판인 명쾌한 핸들링이었다. 베뉴가 주행 질감에서 가장 많이 지적을 받은 부분은 고속으로 달릴 때 실내 소음이 크다는 거다. 바람 소리와 노면 소음 등 다양한 소음이 걸러지지 않고 실내로 파고들었다. 베뉴는 시가지에 어울리는 차라는 점이 다시 한번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제동 성능과 발진 가속

명료하고 이해하기 쉬운 베뉴의 감각은 제동 테스트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시속 80km에서의 제동 거리도 베뉴가 1m 이상 짧았지만 그보다 더 큰 차이는 제동했을 때의 안정감과 감각이다. 베뉴는 풀 브레이킹 상황에서도 앞바퀴가 미끄러지지 않고 명료한 감각을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이에 비해 캡처는 절대 제동력에서는 부족하지 않지만 접지 감각이 베뉴보다는 무디게 전달된다. 급제동에서 피할 수 없는 앞머리의 다이브 현상도 두 모델 모두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이에 수반되는 조종 감각의 변화는 베뉴 쪽이 작았다. 사실 이렇게 명확하게 느낌이 다를 이유가 없어 보이는 두 모델이지만 답은 한 군데에 있었다. 두 모델 사이에 100kg 이상의 무게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베뉴는 깔끔하게 멈추는 반면 캡처는 상대적으로 무겁게 느껴졌다.

 

르노 캡처

 

동력 성능은 크게 두 가지 요소가 좌우한다. 출력과 중량, 즉 마력 대 무게비다. 비록 캡처가 무겁긴 하지만 최대 마력과 토크에서 우세하므로 동력 성능에서는 확실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캡처가 승리했다. 하지만 그 차이는 놀라울 정도로 작았다. 측정값에서도 출발부터 시속 100km까지 모든 구간에서 소수점 아래의 차이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호각지세다. 0→시속 80km 가속에서는 0.08초 차이로 베뉴가 앞서기도 했다. 그러나 더 높은 속도에서는 캡처가 차이를 빠르게 벌려나갔다. 절대 출력의 차이다.

 

현대 베뉴

 

최소한 감각만 놓고 보면 일상 주행 영역에서는 베뉴가 더 활기차고 더 신나게 느껴진다. 비록 힘은 부족하고 고회전 영역에서 소리가 맛깔나진 않지만 열심히 돌아가는 엔진이 즐겁다. 이에 비해 출발에서 굼뜬 캡처의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시간을 까먹었고 나중에 힘으로 만회하는 모습도 그리 즐겁지 않았다. 추월 가속에서도 20→60km/h, 60→90km/h 등 일상 영역에서는 두 모델 모두 소수점 둘째 단위에서 승부가 갈릴 정도로 막상막하였다. 동력 성능에서는 캡처가 이겼다. 하지만 베뉴도 이겼다.

글_나윤석

 

캡처는 실내가 세련되고 고급스럽다. 운전대 너머에 디지털 계기반을 달았고 센터페시아 위에 커다란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를 챙겼다.

 

운전석과 실내 공간

“소형 SUV가 이렇게 고급스러워도 되는 거야? 대부분이 부드러운 소재로 덮여 있어. 에디션 파리에 적용된 퀼팅 장식 나파가죽 시트도 고급스럽고.” 캡처의 운전석에 앉은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목소리를 높였다. “소형 SUV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캡처 실내는 확실히 베뉴보다 한 수 위네요. 새하얀 가죽으로 뒤덮여 있는데 너무 고급스러워요.” 김선관도 캡처의 실내를 칭찬했다. “차알못이 보더라도 실내는 캡처가 더 우월하다는 걸 단박에 알 수 있을 거예요.” 안정환은 캡처의 실내를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베뉴의 실내는 캡처에 비해 오래된 느낌이다. 요즘 차에 흔치 않은 아날로그 계기반에 손으로 쥐고 당기는 사이드 브레이크를 갖췄다.

 

두 차의 실내 분위기는 극명하게 다르다. 베뉴가 수수한 쪽이라면 캡처는 세련되고 고급스럽다. 운전대 너머에 해상도가 선명한 디지털 계기반을 달았고, 센터페시아 위쪽엔 세로로 큼직한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를 챙겼다. 반면 베뉴는 운전대 너머에 아날로그 계기반이 달렸고, 센터페시아 위에 캡처에 달린 것보다 작은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를 달았다. 그 아래 오디오를 조작하는 버튼이 나란하다. “2020년에 손으로 쥐고 당기는 사이드 브레이크가 말이 돼? 베뉴를 타면 10년쯤 과거로 돌아가는 것 같아.” 내 말에 김선관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요. 반면 캡처는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를 챙겼어요. 기어레버도 훨씬 근사하고요. 기어레버 아래 숨겨진 수납공간은 지갑이나 자잘한 물건을 넣기에 좋아요.”

 

르노 캡처

 

“국산 소형 SUV는 비용 때문에 실내 디자인에 신경을 덜 쓰잖아요. 그래서 탈 때마다 ‘이 값에 뭘 더 바래?’라고 배짱을 부리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기도 하고요. 그런데  캡처를 보고 솔직히 놀랐어요. 겉모습도 잘생겼는데 속은 더 잘생겨서요. 플로팅 콘솔이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는 여느 중형 SUV 못지않게 근사해요. 투박한 아날로그 계기반을 단 베뉴의 기를 팍팍 죽이죠. 베뉴는 형광색 스티치와 포인트로 나름 젊어 보이려 애를 썼지만 캡처와 비교하니 너무 초라하네요.” 장은지가 베뉴의 투박한 실내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현대 베뉴

 

베뉴는 최고급 트림인 플럭스에도 전동시트가 빠져 있지만 캡처의 최고급 트림 에디션 파리는 비록 운전석뿐이지만 전동시트를 챙겼다. 둘 다 앞자리에 통풍 시트는 없지만 열선시트와 열선 스티어링휠은 있다. 캡처 앞자리에서 아쉬운 건 센터콘솔이 없다는 거다. 대신 1세대 QM3가 그랬던 것처럼 서랍처럼 열리는 글러브 박스를 달았다. 기어레버가 놓인 플로팅 콘솔 아래쪽에는 휴대전화 무선충전 패드도 마련했다(베뉴에는 없다). 우린 모두 캡처의 실내가 베뉴보다 고급스럽고, 편의장비도 좀 더 풍성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캡처가 옵션을 잘 갖춘 건 아니지만 적어도 베뉴처럼 플라스틱 범벅은 아니어서 다행이야.” 이진우 편집장의 말이다. 그렇다면 공간은?

 

현대 베뉴

 

“1세대 QM3를 생각하면 안 돼요. 2세대 캡처는 이전 모델인 QM3보다 길이가 105mm, 너비가 20mm 길어졌어요. 휠베이스도 35mm 길어져 무릎공간이 넓어졌죠. QM3에서는 어른 넷이 타기가 버거웠는데 캡처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고정식의 말에 김선관이 고개를 저으며 반박했다. “베뉴가 수치상 떨어지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좁은 공간을 알차게 사용했어요. 키가 껑충해 머리 공간이 여유로우니 비좁단 생각이 덜 들죠. 앞 시트 등받이 아래쪽도 발 공간을 넉넉하게 마련해 뒷자리 승객을 배려한 부분이 돋보여요. 캡처도 등받이 아래 발 공간이 좁진 않지만 베뉴는 정말 광활하죠. 그리고 베뉴는 뒷자리 천장도 움푹 파 머리 공간을 확보했어요. 뒷자리 공간은 확실히 베뉴가 더 여유로워요.”

 

르노 캡처

 

두 차의 휠베이스는 베뉴가 2520mm, 캡처가 2640mm로 120mm 차이가 나지만 우리가 측정한 뒷자리 레그룸은 베뉴가 110~320mm, 캡처가 0~360mm로 최대 40mm밖에 차이가 안 난다. 그만큼 베뉴가 공간을 잘 뺐단 얘기다. 뒷자리 시트 역시 베뉴가 좀 더 안락하다. 캡처는 특히 엉덩이 방석 부분이 짧아 키가 큰 사람은 앉기가 불편하다. 하지만 베뉴 뒷자리에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바로 송풍구가 없다는 사실이다. “이 급의 SUV 중에 뒷자리에 송풍구까지 갖춘 모델은 드문데, 캡처는 송풍구는 물론 USB 포트도 두 개나 챙겼어요. 2000만원대 소형 SUV 중 가장 호사스럽네요.” “캡처가 600만원 남짓 비싸지만 그 값을 톡톡히 하고 있어. 사실 소형 SUV에서 600만원은 적은 돈이 아니야. 하지만 실내만 놓고 보면 그 값을 치를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이야. 작은 차라도 기분까지 쪼그라들지는 않겠다는 자존심이 좋아.” 나윤석 칼럼니스트의 말에 우린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운전석과 실내 공간은 캡처의 완벽한 승리다.

글_서인수

 

 

연비

아마도 테스터 모두 베뉴의 승리를 점쳤을 거다. 베뉴는 자연흡기 엔진에 CVT(무단변속기)를 맞물리고 무게도 캡처보다 100kg 이상 가볍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베뉴의 공인연비(시내, 고속도로, 복합 12.4, 14.7, 13.3km/ℓ)는 캡처(11.7, 15.0, 13.0km/ℓ)를 근소하게 앞선다. 하지만 < 모터트렌드> 사무실에서 시승 목적지까지 약 70km 구간(시내 10%, 자동차 전용도로 20%, 고속도로 70%)을 주행한 결과 베뉴의 실제 연비는 11.7km/ℓ, 캡처는 12.0km/ℓ를 기록해 공인 연비를 뒤집고 캡처가 승리를 따냈다.

 

이진우 편집장은 엔진 제어에서 승리의 이유를 찾았다. “터보 엔진과 듀얼클러치 변속기 조합이 자연흡기와 CVT 조합을 이겼네. 차체가 더 무거운 캡처가 더 높은 연비를 낸다는 건 그만큼 엔진 제어를 세밀하게 했다는 뜻일 거야. 터보 엔진과 듀얼클러치 조합이 효율적인 엔진 제어에 조금 더 유리하다고 추론할 수 있지.” 이진우 편집장의 이야기에 패셔니스타 안정환이 곧이어 입을 열었다. “이번 연비 대결은 엔진 배기량에서 갈렸다고 생각해요. 연비는 조금이라도 배기량 이 낮은 차가 유리할 수밖에 없어요. 베뉴가 효율에 특화된 CVT로 잘 방어하긴 했지만 266cc 더 큰 엔진 크기로 연료를 조금 더 마시니까요. 그런데 캡처가 베뉴보다 연비가 높은 건 좀 충격이네요. 캡처가 무게도 100kg 이상 무겁고 휠 사이즈도 1인치 더 큰데….” 안정환의 말에 모두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캡처 엔진에는 연비를 올리기 위한 기술이 들어가 있거든.” 평소 예쁜 차에 관심이 많은 서인수가 캡처의 TCe 260 엔진의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4기통 1.3ℓ 터보 엔진은 실린더 헤드와 직분사 인젝터를 수직으로 단 델타 실린더 헤드가 핵심인데, 덕분에 엔진이 가볍고 연료 효율을 높일 수 있었을 거야.”

 

르노 캡처

 

“전 이 승부에서 캡처가 이겼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모두 패했다고 할까요? CVT나 듀얼클러치 변속기 모두 연비에서 강점을 보이는 변속기인데, 실제 주행에서는 둘 다 그리 만족스러운 연비를 보여주진 못했어요. 직접 주행했을 때 캡처는 10km/ℓ를 채 달리지 못했고, 베뉴는 10km/ℓ 전후에서 왔다 갔다 했어요.” 고정식은 기대보다 높지 않은 두 차의 연비에 불만을 나타냈다. “이 차급들이 달릴 환경을 고려했을 땐 캡처보단 베뉴의 연비가 더 좋았던 것 같아.” 나윤석 칼럼니스트의 말이다. “두 차는 고속도로보다 시내 위주로 주행할 확률이 높거든. 짧은 거리를 다닐 가능성도 크고. 이런 환경에서 타보면 베뉴의 연비가 놀랍도록 좋아. 가볍고 엔진 반응도 재빠르며 CVT도 성실하게 움직이지. 반면 캡처는 기술적으로 효율은 높지만 반응이 굼떠서 가속페달을 더 밟게 만드는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얹었어. 토크는 크지만 1500rpm 아래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터보 엔진은 출발과 정지가 잦은 시내에서 좀 짐스럽지.” 캡처는 1단에서 3단까지 엔진 회전수를 꽉 채우기보다는 이른 시점에 변속을 해 초반 반응이 조금 답답하기도 하다.

 

현대 베뉴

 

“베뉴에는 스마트스트림 G1.6 엔진이 얹히는데 꽤 주목할 만한 연비 관리 기술들이 있어요. 분사 방식과 열관리 시스템인데요.” 오랜만에 등장한 ‘백과사전’ 고정식의 말이다. “베뉴의 엔진은 직분사 방식인 GDi와 포트 분사 방식인 MPi를 모두 사용하는데, 저속 구간에서는 MPi를 사용해 연비와 소음, 진동을 개선하고 고속 구간에서는 GDi를 사용해 안정적으로 출력을 발휘해요. 대략 2000~2500rpm에서 MPi와 GDi를 함께 사용해 최상의 효과를 내는 것 같아요.” 한번 시작한 말은 끝이 날 줄 몰랐다. “열관리 시스템은 냉각수의 온도와 유량을 최적으로 제어하는 게 핵심이에요. 냉간 시에는 냉각수 온도를 빠르게 상승시키고, 고속에서도 냉각수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해 엔진 열효율을 높인다는 전략이에요. 게다가 고점화 에너지 EGR(배기가스 재순환 장치)을 사용하는데 노킹 개선과 펌핑 손실을 줄여 연비를 개선하는 효과도 줍니다.” 고정식의 말에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덧붙였다. “변속기도 연비를 높이는 데 큰 몫을 하고 있어. 베뉴의 CVT는 체인벨트 타입으로 설계해 전달 효율을 높였거든. 변속기 오일을 공급하는 펌프도 고효율 베인 타입을 적용해 구동 손실을 5~8% 개선했고.” 청산유수 같은 고정식과 나윤석 칼럼니스트의 말에 장은지는 경외에 찬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봤다.

 

결과는 캡처의 승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연비를 올리려는 르노와 현대차의 기술력에 비춰 봤을 때 둘 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하기엔 조금 부족해 보인다. 고정식의 말대로 둘 다 패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글_김선관

 

 

구매와 소유 비용

바야흐로 소형 SUV의 춘추전국시대다. 르노삼성이 출시한 XM3는 5월까지 누적 판매량 1만6900대 이상을 달성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모처럼의 쾌조에 굳히기를 하는 걸까? 르노삼성이 유럽 B 세그먼트 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달리는 2세대 캡처를 국내에 선보였다. 캡처는 과연 디자인이 예쁜 만큼 가격도 예쁠까?

 

6월 기준 개별소비세 1.5% 할인을 적용한 르노 캡처 TCe 260 에디션 파리(별도의 옵션 추가가 필요 없다)는 2748만원이다. 베뉴의 최고급 트림 플럭스에 현대 스마트 센스(40만원), 멀티미디어 내비게이션(50만원), 선루프(40만원)를 넣은 값은 2188만원이다. 취·등록세와 인지대 등의 부대비용, 공채 할인까지 더한 두 모델의 실제 구매가 차이는 599만7105원이다. 우린 지난달 BMW X6와 아우디 Q8을 비교 시승했다. 몇천만 원의 가격 차이를 논한 뒤라서일까? 600만원의 차이가 크다, 작다는 이야기가 선뜻 나오지 않았다. 에디터들의 애매한 표정을 지켜보던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관심법’이라도 쓴 듯 명쾌하게 상황을 정리한다. “500만원이면 전체 자동차값의 20%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이야. 1억원이 넘는 차에겐 사소한 차이일지 모르지만, 2000만원대 차를 비교하는 자리에서 600만원은 큰 차이라고!” 사실 600만원조차 현금으로 구매할 때의 차이다. 할부로 넘어가면 상황은 더 악화된다. 선수금 30%를 내고 36개월 할부로 구매한다고 가정했을 때 3.3% 이율을 적용한 베뉴 플럭스는 월 납부금이 44만7435원, 3.9%의 이율을 적용받는 TCe 260 에디션 파리는 56만7068원이다. 할부 금액을 잽싸게 스캔한 고정식이 말했다. “캡처를 사면 베뉴를 살 때보다 매달 12만원씩을 더 내야 해요. 월 12만원이면 쓰지도 않는 주차비를 꼼짝없이 내야 하는 기분이겠는데요?”

 

르노 캡처

 

그렇다면 캡처에 기대할 수 있는 할인 정책은 없을까? 살펴본 결과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캡처에 유효한 할인 정책은 없었다. 다만 직계가족 중 르노삼성의 신차를 구매한 사람이 있다면, 재구매 명목으로 20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베뉴 또한 재구매 할인을 지원한다. 현대차 구매 이력이 있는 고객이라면 베뉴를 구매하면서 적립되는 블루멤버스 포인트를 최대 25만원까지 당겨쓸 수 있다.

 

안 봐도 알 것 같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소모품 비용과 보험료도 비교해보자. 주요 소모품 비용을 합산해본 결과 베뉴 플럭스가 17만1950원, 캡처가 25만2200원으로 약 8만원의 가격 차이가 생겼다. 보험료는 대부분의 항목에서 비슷했지만 자기차량손해보험에서 캡처가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안정환이 예상했다는 듯 말한다. “불 보듯 뻔한 결과죠. 베뉴는 소모품 비용이 저렴하기로 유명한 현대차의 국내 공장에서 만들었고, 캡처는 스페인 공장에서 만들었으니 유지비가 높을 수밖에요.” 아무리 르노삼성이 수입차 부품 가격을 국산차만큼 안정시켰고 캡처의 부품이 QM3와 상당 부분을 공유한다지만, 캡처가 르노 배지를 단 이상 언제 어느 곳에서 돈 새는 구멍이 터질지 모른다. “비교 시승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한국에서는 현대·기아차를 타는 게 답인가 봐요.” 구매와 소유비용을 따질 때마다 ‘신토불이’를 외치는 김선관이 말했다.

 

현대 베뉴

 

두 차의 성능이나 만족도가 같다면 캡처의 완패로 승부를 지으면 된다. 그러나 두 차의 장단점이 너무도 다르다. 과연 캡처는 베뉴보다 ‘비싼 만큼’ 만족도가 높은 차일까? 이진우 편집장이 턱도 없다는 듯 말했다. “베뉴보다 600만원이나 더 내기엔 캡처 TCe 260의 주행성능이 만족스럽지 않아. 초반 가속은 더디고 변속도 매끄럽지 않아.” 나윤석 칼럼니스트와 고정식, 김선관도 여기에 동의했다. 그러나 서인수와 안정환은 ‘일상에서 두루 편하게 타는 소박한 차’의 대명사인 베뉴를 2000만원 이상 주고 타는 게 합당치 않다는 생각이다. “2000만원 넘게 주고 플럭스씩이나 살 필요가 있을까? 나라면 모던 등급에 드라이빙 플러스 옵션을 더해 2000만원 안으로 사겠어. 아반떼나 셀토스를 사거나.” 서인수가 말했다. 시승 내내 베뉴 플럭스의 엔진과 변속기의 조합을 입이 닳도록 칭찬한 김선관은 동의하지 못하겠단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서인수의 말에 안정환도 가세했다. “맞아요! 주행성능과 디자인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동급에서 찾기 힘든 호사스러움을 누리는 대가로 600만원은 꽤 괜찮은 금액 같아요. 캡처의 주행감이 그렇게 빠지는 것도 아니고요.” 나 또한 안정환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차를 타는 동시에 저절로 겸손해지는 소형 SUV만 보다가 캡처의 실내를 보고 눈이 뒤집어진 게 사실이니까. 작은 차에 세로로 뻗은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와 플로팅 센터콘솔, 그리고 디지털 계기반이라니. 물 건너온 캡처가 소형 SUV 생태계를 어지럽히러 온 게 분명하다.

글_장은지

 

최종 결론

의외의 결과다. 4대 3으로 베뉴가 이겼다. 두 차를 직접 보기 전까지만 해도 난 600만원 남짓 싼 베뉴가 압도적으로 이길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두 차를 직접 비교하고 나니 베뉴가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고, 캡처가 600만원의 차이를 극복하고 압도적으로 이길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둘의 대결은 막상막하였다. 이진우 편집장을 포함한 네 명의 테스터는 기본기가 좋은 베뉴의 손을 들었다. 출발할 때 주저하는 듀얼클러치 변속기에 불만을 나타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세 명의 테스터는 파워트레인보다 실내 구성과 디자인에 후한 점수를 줬고 캡처의 손을 들었다. 잘 달려야 하는 스포츠카나 스포츠 세단을 비교하는 게 아닌 이상, 소형 SUV에서 중요한 가치는 공간이라고 판단했다. 나윤석 칼럼니스트의 말도 깊게 와닿았다. “캡처는 작은 차라도 기분까지 쪼그라들진 않는 그 자존심이 좋아.” 아쉬운 건 캡처의 차값이다. 르노 엠블럼을 붙이고 나올 때부터 짐작했지만 최고급 모델이 2748만원이다. 같은 엔진을 얹고 몸집은 더 큰 르노삼성 XM3보다 비싸다. 수입차 프리미엄(?)이 상당하다. 이러면 XM3에 르노 엠블럼을 붙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겠는걸?

글_서인수

 

HYUNDAI VENUE

● 이진우 캡처의 세련된 실내에 끌리긴 한데 그래도 이 급에선 경쾌하게 달리는 맛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캡처는 느리고 텁텁해서 금방 싫증 날 것 같다.
● 나윤석 멋들어진 것과 실용적인 것, 힘 좋은 하이테크와 다루기 쉬운 심플함. 두 모델은 참 대조되는 면이 많다. 하지만 난 이해하기 쉬운 차가 좋다. 베뉴는 운전하기가 참 쉽다. 운전대를 통한 감각도, 페달을 통한 반응도 모두 솔직하다. 소형차의 기본은 기본기다.
● 고정식 캡처가 아무리 멋지고 고급스러워도 주행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감내하고 싶지 않다. 캡처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 김선관 세련되고 화려한 인테리어에 현혹돼 캡처에 적지 않게 마음을 빼앗겼다. 하지만 움직이기만 하면 아쉬움이 뚝뚝 묻어난다. 베뉴는 스펙이 뛰어난 차는 아니지만 자신이 지닌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엔진과 변속기의 궁합은 정말 찰떡이다.

 

RENAULT CAPTUR

● 서인수 새 차를 샀는데 중고차를 산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싶진 않다. 소형 SUV에서 동력 성능과 핸들링 성능을 얼마나 기대할 수 있겠나? 그럴 거면 볼 건 디자인밖에 없다.
● 안정환 과거 QM3였다면 베뉴의 손을 들어줬을 거다. 하지만 후속 모델 캡처는 꽤 많은 발전을 이뤘다. 파워트레인 세팅을 좀 더 다듬을 필요는 있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구매를 마다할 만큼 큰 결점으로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어차피 스포츠 주행에 초점이 맞춰진 소형 SUV도 아니고. 전반적으로 캡처는 베뉴보다 더 좋은 구성을 가졌다.
● 장은지 두 차의 실내는 다른 세그먼트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격차가 크다. 베뉴의 주행성능이 기대 이상이긴 하지만 나 혼자만의 만족을 위해 자동차를 살 순 없다. 뒷자리에 탄 사람에게도 넉넉한 레그룸과 송풍구, USB 포트를 나눠주고 싶다. 소형 SUV치고 호화로운 실내로 적당히 으쓱할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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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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