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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앉고 싶은 그 시트

<모터트렌드> 에디터와 자동차 칼럼니스트가 지극히 주관적인 시선에서 최고의 시트를 꼽았다. 우린 이 시트에 자꾸만 앉고 싶다

2020.07.22

1. 렉서스 키네틱 시트 콘셉트(Kinetic Seat Concept) 2. L링컨 컨티넨탈 / 3. 볼보 S90 / 4. 캐딜락 ATS-V / 5. 볼보 V90

 

 

현대 벨로스터 N DCT

세상에서 가장 불편한 시트가 있다. 바로 경주차용 버킷시트다. 시트 바닥이 낮고 허리와 엉덩이 지지대가 높아 타는 것부터 불편하다. 또 쿠션이 전혀 없어 엉덩이가 납작해지는 기분이 들고 주행 중에는 충격이 고스란히 운전자에게 전달된다. 이렇게 불편한 시트지만 막상 몸을 넣으면 꽤 안락함을 느끼기도 한다. ‘내 몸에 꼭 맞는 편안함’이랄까. 몸을 잘 감싸주니 안락함과 안정감을 느낀다. 극도의 불편함 안에서 안락함을 느끼는 게 약간 변태스럽긴 하지만 버킷시트가 원래 그렇다. 그런데 버킷시트의 단점을 상쇄하면 편의성이 높은 제품들이 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모델이 현대 벨로스터 N DCT에 들어간 버킷시트다. 등받이와 헤드레스트가 일체형이라 헤드레스트 높낮이를 조절할 순 없지만, 사진으로 보는 것처럼 높낮이를 조절할 필요 없이 헤드레스트가 넓다. 어깨와 허리 지지대는 코너에서 몸을 잘 잡아주고 코너에서 가해지는 하중을 적절히 분산한다. 엉덩이와 등받이엔 당연히 쿠션이 있어 충격을 흡수한다. 또 몸이 닿는 부분을 스웨이드로 처리해 미끄러지지 않는다. 일반 시트보다 1.1kg 정도 가벼우면서 몸을 잘 잡아주고 멋도 있는, 그러면서 열선 등의 편의성도 갖춘 꽤 괜찮은 시트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기와 달리 앉아보면 편하다.

글_이진우

 

 

렉서스 ES

10년 넘게 자동차 기자로 일하면서 별별 시트에 다 앉아봤다. 그중에는 수억 원에 달하는 롤스로이스 컬리넌도 있었고,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자란 소의 가죽으로 만들었다는 벤틀리 뮬산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꼽는 최고의 시트는 렉서스 ES 시트다. 일단 앉았을 때 몸을 푸근하게 감싼다. 메모리폼 매트리스처럼 몸의 굴곡이 시트에 그대로 박히는 기분이다. 여기에 헤드레스트가 머리를 자연스럽게 지지해 어느 곳 하나 불편한 구석이 없다. 보통 시승차에 처음 타면 운전 자세를 맞추느라 시트를 이리저리 조작하기 마련인데, ES 시트는 이상하게도 앞뒤로 페달 위치만 발에 맞추면 늘 타던 내 차처럼 편안해진다. 그냥 내 몸에 맞춘 시트 같다. 생각해보면 렉서스와 토요타 모델 시트가 대체로 그랬다. 몇 달 만에 타도 모른 체하지 않고 내 몸을 기억해주는 듯하다. 렉서스에는 시트 장인이 있다. 누구라도 편하게 앉을 수 있도록 프레임을 수십 번 고쳐 만들고 쿠션을 조절하고 박음질까지 다잡는 장인이다. 이들은 ES 시트도 허투루 만들지 않았다.  ES 시트가 편한 건 다 이유가 있었다.

글_서인수

 

 

메르세데스 벤츠 스프린터

상용차의 시트는 의외로 신세계다. 보통 끝내주는 착석감 하면 고급 가죽을 두른 럭셔리 세단의 시트를 떠올리겠지만, 내가 지금까지 앉아본 시트 중 가장 편했던 건 메르세데스 벤츠 스프린터의 컴포트 시트다. 부들부들한 진짜 가죽이 사용된 것도 아니고, 자세를 잘 잡아주는 버킷 타입도 아니다. 무난하게 생긴 운전석이지만 아래에 유압식 댐퍼가 들어가 있어 노면에서 전달되는 충격을 걸러준다. 그러니까 차체 서스펜션이 큰 충격을 한 번 걸러주고, 유압식 시트가 남아 있는 충격을 마저 걸러내는 셈이다. 버스 기사님의 시트를 유심히 본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다. 넘실넘실 위아래로 움직이며 충격을 흡수하는 바로 그 시트. 아래 들어간 댐퍼는 앞쪽 다이얼을 돌려 운전자 체중에 맞게 설정할 수도 있다. 적당한 포지션을 맞춘 뒤 체중까지 입력하면 양탄자를 탄 듯한 승차감을 전한다. 또 옆쪽엔 팔걸이까지 있어 운전자 어깨의 부담도 줄여준다. S 클래스는 매직 보디 컨트롤 시스템으로 안락한 승차감을 선사한다지만, 스프린터는 그런 비싼 시스템 없이도 양탄자 같은 승차감을 만들어낸다.

글_안정환

 

 

BMW 5시리즈

“어떤 시트가 좋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매번 하는 답이 있다. 적당히 푸근하고 몸을 잘 잡아주며, 적당히 고급스러운 가죽으로 내 피부에 좋은 촉감을 주는 시트. 여기에서 포인트는 단연 ‘적당히’다. ‘적당히’라는 게 말이 쉽지 결과값을 도출하려면 가장 어렵다. 어려운 이유는 간단하다. ‘적당히’라는 단어에는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객관적일 수 없고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의미다. 최고의 고급 세단으로 꼽히는 메르세데스 벤츠 S 클래스의 시트도 나에겐 그리 편하지 않다. 내 몸에 최적화된 맞춤형 시트는 바로 BMW 5시리즈다. 키는 비록 크지 않지만 하반신이 상반신보다 길고, 허벅지가 굵어 등받이보단 엉덩이 쿠션에 굉장히 민감한 편인데 5시리즈의 시트는 방석 길이가 길고 쿠션 양옆이 볼스터처럼 살짝 올라가 있어 허벅지와 엉덩이를 단단하게 잡아준다. 게다가 폭신한 정도도 내 마음에 쏙 든다. 이제껏 경험해본 시트의 푸근함 평균을 내보면 중간보다 살짝 무른 편이다. 하지만 중형 세단의 승차감과 안락함을 생각하면 이보다 좋은 푸근함은 없을 거다. 요즘 시트에서 가장 관심이 있는 부분은 헤드레스트다. 머리를 대자니 단단하고, 안 대자니 목이 아픈 경우가 많은데 5시리즈의 헤드레스트엔 말캉한 베개(?)가 달렸다(7시리즈에는 뒤 시트에도 있다). 베개 속 솜뭉치가 머리와 헤드레스트 사이를 보드랍게 채운다. 5시리즈 시트의 단점이라면 색이다. 아이보리로 하자니 때가 많이 탈 것 같고, 브라운이나 검은색은 실내가 너무 우중충하다. 빨간색은 5시리즈보다 스포츠카에나 어울리는 색이다. 어디 ‘적당히’ 괜찮은 색 없을까?

글_김선관

 

 

로터스 엘리스

황당하다는 모두의 반응을 예상치 못한 건 아니다. 하지만 난 로터스 엘리스의 얇고 딱딱하며 좁은 그 버킷시트에 자꾸만 앉고 싶다. 일단 진심으로 그 시트가 잘 맞는다. 고정된 등받이 각도가 마치 비스포크로 맞춘 듯하다. 내가 평소 맞추고 다니는 딱 그 각이다. 작달막한 등받이와 옆구리를 붙드는 낮은 볼스터는 덩어리감 충만한 내 몸을 잘 감싸 꼭 끌어안는다. 얇은 쿠션도 딱이다. 장거리 운전을 즐기는 편이라 단단한 시트를 선호한다. 푹신한 시트는 오래 앉아 있으면 오히려 살이 배긴다. 알칸타라는 예리한 취향 저격이다. 포근한 감촉과 몸이 미끄러지지 않게 붙드는 텁텁한 마찰이 내 마음을 정조준했다. 무엇보다 노면에 닿을 듯한 이 낮은 포지션의 시트에 앉아야만 비로소 로터스 엘리스의 날것 같은 움직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전자장비를 거세한 듯한 이 작고 가벼운 리어 미드십 로드스터는 마치 순도 100% 기계 같다. 입력값에 대한 출력값이 늘 일정하다. 그것도 너무 짜릿하게. 엘리스를 모는 건 고삐를 움켜쥔 기수와 같은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통해 오롯이 하나 되는 기분이랄까? 어쩌면 이 시트에 끌린 게 아니라 홀린 건 아닌지….

글_고정식

 

 

볼보 S90

한 번 차에 타서 한 시간 이상 몰 일이 많다면 시트는 차의 전체적인 느낌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특히 체형이 범상치 않다면 더욱 그렇다. 내가 유독 볼보 시트를 좋아하게 된 것도 ‘저주받은 체형’과 깊은 관계가 있다. 목도 길고 허리도 긴 탓(다리가 짧다는 얘기다)에, 운전할 땐 목과 허리의 부담을 줄이려 늘 정자세를 고집한다. 그래야 시트에 몸이 골고루 닿아 무게가 고르게 분산되고 목과 허리가 편해진다. 그렇게 자세를 잡으면 다른 차들도 몸이 편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자세를 아무리 잘 잡아도 불편한 차들이 있다. 하지만 볼보 차들의 시트는 그 반대다. 시트는 등받이와 앉는 부분의 길이, 쿠션의 굴곡과 배치, 시트를 덮는 재질의 형태 등 시트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의 조화가 전체적인 편안함을 좌우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차의 운전석에 앉아봤지만, 오랜 시간 몰아도 편안하다고 느낀 건 볼보 차들의 시트가 가장 많았다. 기능이나 소재 같은 세부적인 요소들이 모두 뛰어난 건 아니고, 볼보 중에서도 작은 차들의 것은 조금 몸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덩치 큰 볼보 차들의 운전석이라면 대부분 내 몸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

글_류청희(자동차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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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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