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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라렌 엘바 납시오

앞유리가 없다고? 아무 문제 없다. 맥라렌의 815마력짜리 하이퍼카는 여러분의 머리를 헝클어뜨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170만 달러라는 값은 여러분의 지갑을 가볍게 만들지도

2020.07.24

 

부가티 시론 슈퍼 스포트 300+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일반도로용 차로 시속 482km의 최고속도를 자랑한다. 로터스는 곧 내놓을 순수 전기차 에바이야의 최고출력이 2000마력으로, 역대 생산된 일반도로용 차 가운데 가장 강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0→시속 97km 가속을 1.9초 안에 끊는 징어 21C는 역사상 가장 가속력이 뛰어난 일반도로용 하이브리드 차가 될 것이라고 공언한다. 여러분의 갑부 친구들이 뽐낼 만한 물건을 만드는 건 날이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 “앞 유리도 없는 815마력짜리 미드십 엔진 로드스터를 사는 데 170만 달러를 쓰겠다고?” 그들의 대화는 이런 식으로 시작될지 모른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움직이는 거니 플랩은 시속 48km에서 펼쳐져 아래쪽 흡기구로 들어간 공기가 고속에서 위쪽으로 흐르도록 만든다. 작동은 아래쪽 사진에서 보이는 공기 유속 감지관으로 감지해 이뤄진다.

 

2021년형 맥라렌 엘바 얘기다. 바람이 거센 날, 영국 남부에서 맥라렌 테스트 드라이버 케니 브랙이 모는 차의 동반석에 앉은 난 시속 161km가 넘는 속도 영역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우린 이미 여러분에게 이 차에 관해 간략하게 이야기한 바 있다. 이 차는 맥라렌의 얼티밋 시리즈 라인업의 최신(그리고 아마도 가장 논란이 클) 차로, 단 249대만 생산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제 우린 초기 프로토타입을 타봤고 여러분이 궁금해하는 질문들에 답변할 수 있다. 그렇다. F1에서 영감을 얻은 공기역학 기술이 눈에 보이지 않는 ‘조용한 풍선’으로 시속 48~113km까지 엘바의 탑승자를 격리할 것이라는 맥라렌의 이야기는 사실인 듯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고? 엘바의 앞에 있는 대형 흡기구로 들어가는 공기는 일련의 날개를 통과하며 방향을 130° 틀어 앞쪽 데크에 있는 대형 배기구를 빠른 속도로 빠져나간다. 그 공기 흐름의 힘은 시속 48km에 이르면 배기구 가장자리에서 펼쳐지는 거니 플랩의 효과와 결합해, 공기를 엘바의 앞쪽 데크 위를 지나 탑승자 머리 위로 밀어내는 투명한 공기 벽을 만든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앞유리라고 해도 좋다.

 

 

맥라렌은 일반도로에서 달리는 속도라면 얼굴 전체를 덮는 안전 헬멧을 쓰지 않고도 달릴 수 있다고 말한다. 춥고 바람이 거센 겨울날 던스폴드 트랙에서 테스트 드라이버인 브랙이 모는 옆자리에 타보니, 맥라렌의 액티브 에어 매니지먼트 시스템(AAMS)이 운전석으로 흘러들어오는 공기 흐름을 크게 낮추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속 113km에 못 미치는 속도로 달릴 땐 풀페이스 헬멧이 필요 없을 수도 있겠지만 안경이나 고글을 쓰는 건 괜찮은 생각이다. 복잡한 회전식 날개 시스템은 맥라렌 F1 경주차에 쓰인 것과 같은 밀리미터 단위의 정확도로 공기 흐름을 유도하는 기술을 활용한다. 그 시스템이 엘바의 차체에 그대로 적용돼 있기 때문에 다른 차들의 타이어에 부딪혀 날아오는 작은 돌에는 별로 효과가 없다.

 

 

맥라렌 글로벌 제품 관리 책임자인 이언 딕먼의 말에 따르면 코드명이 P26인 엘바는 원초적인 주행 특성을 노골적으로 전달하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그는 맥라렌 얼티밋 시리즈의 자매 모델인 세나와 스피드테일이 목표로 삼은 방향성을 보완하는 것이 목적이라고도 말했다. “세나는 놀라운 다운포스를 지녔습니다. 가공하지 않고 기본적인 것만 남겨둔 채 순수하게 최고의 랩타임을 낼 수 있는 능력에만 온전히 집중했죠.” 딕먼의 말이다. “그리고 스피드테일은 10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내면서 완벽한 세련미 속에서 놀라운 직진 주행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선구적인 하이브리드 기술을 활용합니다.” 그러면 엘바의 목표는 무엇일까? 레이스 트랙은 물론이고 목적지에도 구애받지 않는 성격의 차라고 할 수 있다. “엘바의 유일한 목적은 운전의 즐거움이죠.”

 

엘바라는 이름은 차를 사서 경주에 출전하는 사람들을 위해 1960년대 영국 스포츠카 업체 엘바가 만들었던 맥라렌 스포츠 경주차들의 이름에서 따왔다. 하지만 오늘날의 엘바는 검증되고 엄선된 맥라렌의 하드웨어로 만든다. 욕조형 탄소섬유 구조는 720S를 위해 개발해 세나에 맞춰 발전한 것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서스펜션과 동력계도 마찬가지다. 완전히 새로운 탄소섬유 오픈톱 차체는 지금까지 일반도로용 맥라렌 차에 쓰인 것 중 가장 관능적이다. 깊게 파인 차체 옆면과 뒷바퀴를 덮는 풍만한 곡선, 부드러운 곡선으로 양쪽 시트 사이를 흐르는 돌출부가 돋보인다. 차체는 감각적이지만 기능적이기도 하다. 차체 옆 단면은 앞바퀴를 지나는 공기 흐름을 조절하고 뒷바퀴 앞에 있는 흡기구로 들어가는 공기를 유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앞 펜더의 두드러진 정점 부분 덕분에 운전자는 도로 위에서 차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맥라렌 테스트 드라이버 케니 브랙이 액티브 에어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거니 플랩이 제자리에 있지 않으면 공기 흐름이 엄청나게 커진다는 설명이다.

 

A 필러도, 곡면 형태의 앞유리도, 둥근 아치를 그리는 지붕선도 없는 엘바는 다른 맥라렌 차들보다 탑승 공간이 앞쪽으로 쏠린 느낌이 덜하다. 앞뒤 모습도 독특하다. 선처럼 가는 헤드라이트는 범퍼 아래에 커다랗게 자리를 잡은 공기흡입구의 테두리 역할을 하면서 720S의 벌어진 눈꺼풀을 연상케 하는 특징적인 선으로 덮여 있다. 차체 뒤쪽은 대부분 그물망으로 돼 있어 복잡한 형태의 디퓨저와 함께 엔진룸의 열을 식히는 데 도움을 준다. 다른 맥라렌 차들처럼 엘바에는 액티브 리어 윙이 달려 있다. 윙은 급제동 때 에어 브레이크처럼 작동하면서 AAMS 거니 플랩이 펼쳐질 때 앞 차축에 걸리는 다운포스의 변화를 자동으로 상쇄해 공기역학적 균형을 유지한다. 운전석의 모호함은 엘바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다. 차의 바깥쪽 표면은 대시보드와 도어를 따라 흐르다가 시트 사이로 내려가면서 실내외 구분을 모호하게 만든다. 계기반은 하나의 틀 안에 디지털 계기들을 모아놓았고, 운전자의 손끝이 닿는 범위 안에 동력계와 핸들링 설정 조절장치들을 배치했다.

 

강성과 측면 충돌 보호능력을 높이기 위해 일반적인 차들보다 높이 솟은 문턱 때문에 도어가 얕으면서도 가볍다. 문턱을 넘어 좌석에 몸을 넣기 전에 바닥을 딛고 서면 덜 불편하다. 양산형 엘바는 운전자가 차에 타고 내리기 쉽도록 계기반과 운전대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유리와 지붕이 없는 엘바는 비 오는 날 탈 만한 스포츠카는 아니다. 하지만 시트는 맥라렌이 방수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통기성이 있는 소재로 만들었다. 탑승자 머리 뒤에 놓이게 될 오디오 시스템 스피커도 같은 소재로 덮는다. 개별 장치들이 노출돼 있지만 양산형 엘바는 공기조절장치도 제대로 갖출 것이다.

 

고강도 알루미늄 막대가 전복 보호 기능을 한다. 엘바 프로토타입에는 막대가 고정돼 있었지만 양산차에서는 숨어 있다가 전복을 감지하면 즉시 제 위치로 펼쳐진다.

 

앞유리가 없다 보니 뒤집어졌을 때 보호하는 능력을 발휘하기가 더 어렵겠지만 사고가 나면 돌출된 부분에 숨어 있던 30.5cm 길이의 철봉이 튀어나온다(우리가 시승한 프로토타입에는 사고 상태 위치에 고정돼 있었다). 맥라렌은 미국의 몇몇 주에서는 앞유리가 없는 차가 일반도로에서 달릴 수 없긴 하지만 그래도 미국에 팔 순 있다고 한다. 특별히 설계한 앞유리를 추가 비용 없이 선택해 달 수 있기도 한데 그걸 달면 AAMS 시스템은 빠진다. 엘바의 심장으로는 맥라렌의 815마력짜리 V8 4.0ℓ 트윈터보 엔진이 얹힌다. 세나에 올라간 것보다 15마력 더 높은 최고출력은 흡배기 시스템을 바꾼 덕분에 얻은 것이다. 토크는 세나와 마찬가지로 81.6kg·m이고, 7단 듀얼클러치의 기어비는 100만 달러짜리 트랙용 장난감 세나 GTR과 같다. 지름 391mm의 카본세라믹 디스크를 쓰는 브레이크도 세나에서 가져왔고, 서스펜션은 구조가 같지만 스프링과 댐퍼, 안티롤바 탄성률 모두 가벼운 전비중량에 맞춰 특별히 조율했다. 스티어링은 앞 차축에 실리는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반응 특성이 더 잘 전달되도록 조율했다.

 

딕먼은 엘바의 무게가 1366kg인 세나보다 더 가벼울 것이라고 말한다. 출력은 더 높은데 무게가 더 가볍다면 지붕 없는 맥라렌의 가속은 엄청날 거다. 세나보다도 직진 가속이 더 빠르다는 말이다. 0→시속 97km 가속 시간은 3.0초 미만이고(세나는 우리가 시승했을 때 2.9초를 기록했다), 6.7초 안에 시속 200km에 이른다. 최고속도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맥라렌이 권장하는 풀페이스 헬멧을 쓰지 않는다면 시속 113km 이상의 속도에서 양 볼이 뜯겨져나가는 느낌이 들 만큼 빠를 것이 분명하다.

 

 

엘바는 비슷한 성격의 슈퍼카들보다는 더 좁은 타이어를 신는다. 앞은 245/35 ZR19, 뒤는 305/30 ZR20이다. 맥라렌 엔지니어링 디자인 담당 이사 댄 패리존스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차의 설계 의도와 관련돼 있습니다. 엘바는 아주 유쾌하고 활기차며, 매우 민첩한 차여야 합니다. 접지력이 최강인 차는 아니에요. 가장 재미있고 몰입하게 만드는 주행 특성이 중요하죠.”

 

거니 플랩을 끄고 헬멧을 쓴 상태에서 이번엔 맥라렌 테스트 드라이버인 가렛 하웰과 함께 던스폴드 트랙을 몇 바퀴 돌아보니, 옆자리에 앉아 있어도 확실히 유쾌하고 활기차며 민첩한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눈앞에 특별한 풍경이 펼쳐진다. 차에 앉아 있으면 815마력의 힘으로 다음 커브를 향해 쏜 새총 총알처럼 아스팔트가 달려드는 느낌이 든다. 맥라렌 세나는 일반도로에서 몰 수 있는 경주차임이 틀림없다. 짧은 동승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자면, 맥라렌 엘바는 일반도로에서 경주차를 모는 느낌이 들게 할 게 확실하다. 심지어 경찰에 체포되지 않을 속도로 달리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글_Angus MacKenz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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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MOTORTREND, 맥라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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