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뜨거운 규림의 시간

초원의 맹수처럼 느릿느릿 관능적으로 움직이는 안규림과 떠난 바캉스

2020.08.03

벨트 모노키니 수영복은 아그넬.

 

표범이나 재규어 같은 고양잇과 동물은 호랑이처럼 육중한 덩치와 완력으로 사냥감을 제압하지 않는다. 활시위를 당겼다 놓듯, 부드럽고 팽팽한 관절과 민첩함을 도구 삼아 사냥한다. 몸을 잔뜩 웅크려 사냥감에게 다가가거나, 나무 위에서 불시에 습격을 날리는 거다. 먹이가 된 동물을 직물처럼 죽죽 물어뜯는 모습보다 섬뜩한 것은 풀숲에 몸을 숨긴 채 때를 기다리는 신중함이다. 레이싱 모델 인터뷰에 대관절 맹수들을 언급한 까닭은 첫눈에 안규림을 보고 재규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구릿빛 윤기가 흐르는 탄탄한 몸과 굴곡을 따라 떨어지는 새카만 머리칼, 끝을 살짝 들어올린 유선형의 눈매와 차분한 말투. 이 조합이 마치 먹이사슬의 꼭짓점, ‘초식남’ ‘초식녀’를 압도하는 ‘육식녀’로 보였다면 이해가 될까?

 

안규림이 오랜만의 촬영을 위해 평소 서식지를 벗어나 스튜디오로 들어섰다. 그녀는 따분한 레오퍼드 무늬 없이도 우아한 표범같이 걸으며, 새로운 공간을 탐색했다. 이번 촬영 콘셉트는 ‘혼캉스’이자 ‘호캉스’다. 이날 안규림은 호텔 침구처럼 하얀 백리스 원피스와 밀착된 수영복을 소화하며 멋지게 포즈를 취했다. 자유롭게 바람을 맞는가 하면 머리를 헝클어뜨린 채 카메라를 주시했다. 그녀는 평소 걷는 것을 싫어해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도 차를 탄다. 실제로도 휴가를 떠나면 호텔에 머물며 ‘호캉스’를 즐기는 편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만큼은 예외다. “작년에 친한 모델들과 다녀온 이탈리아에서 유난히 많이 걸었던 기억이 있어요. 걷는 길마다 그림 같았고, 사람들도 친절했죠.” 마침 함께 간 모델의 지인이 피렌체에서 웨딩 스냅 사진가로 활동해 고즈넉한 도시 속에서 작은 촬영회도 열 수 있었다. 잘 마시지 않는 맥주를 즐기며 거리를 활보했고, 덩실덩실 춤을 췄다.

 

 

안규림은 운동을 싫어해 그 흔한 요가, 피트니스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군살 없는 사람이라면 운동을 열심히 하거나 안 먹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녀의 식사량이 웬만한 육식동물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것 같다. “평소 식사할 때 1인 1닭, 1인 피자 한 판이 원칙이죠. 햄버거는 한자리에서 4개 정도는 가뿐히 먹어 치워요. 그렇게 먹고도 돌아서면 금세 배가 꺼지거든요(웃음).” 아무리 먹어도 찌지 않는, 모든 이들이 부러워할 체질의 소유자인 걸까? 그녀의 평소 일과를 보면 의문이 쉽게 풀린다. 사실 그녀는 모델 일을 하지 않는 동안엔 집사다. 동네 유기묘를 데려와 돌본 것이 지금은 다섯 마리나 된다. 잠에서 깬 그녀는 가장 먼저 고양이들의 분뇨를 치운다. 그다음엔 간식을 주고, 집에 쌓인 고양이 털과 먼지 청소를 한다. 그 자리를 다시 고양이가 지나가기를 반복한다. 청소는 끝나지 않는다. “워낙 청소를 좋아하다 보니 집에 있는 동안엔 끊임없이 움직여요. 운동은 싫은데 소일거리는 지루할 틈이 없죠.” 촬영 내내 하늘하늘한 천 사이로 드러난 곧추선 기립근, 탄탄한 햄스트링은 사실 살림 근육, ‘생활 근육’이었던 것이다.

 

화이트 백리스 원피스는 스타일리스 소장품.

 

안규림은 어릴 적부터 춤을 췄다. 성인이 된 후 재능을 살려 치어리더로 활동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다양한 분야의 모델 일을 접했고, 레이싱 모델로 데뷔하게 됐다. 그러나 그녀는 거기에 안주하지 않았다. 자기계발에 욕심이 많아 몇 년간 모델 일을 쉬며 다양한 일에 도전했다. 그사이 반려동물 행동 교정, 정리 수납, 심리 상담 관련 자격증을 땄다. 이따금씩 프리랜서로 모터쇼에 서기도 했다. 그때마다 현장의 뜨거운 열기가 좋았던 그녀는 최근 다시 레이싱 모델로 활동에 시동을 켰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모터쇼 열리기가 쉽지 않지만, 낙담만 하고 있을 그녀가 아니다. 현재 안규림은 세계로 송출되는 라이브 방송 스트리밍 플랫폼 ‘비고 라이브’로 시청자와 소통하고, 뷰티 관련 기술 자격증도 준비 중이다.

 

그녀는 레이싱 모델로서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숨을 고르고 있다. 맹수가 그렇듯, 자세를 낮추고 적기를 기다린다.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기회가 오면 노련하게 해낼 것이다. 맹수는 언제나 먹히기보다 먹어 치우는 쪽이다.

스타일링_이승은

 

 

 

 

모터트렌드, 모델,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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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장은지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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