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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스펜션

노면과 도로 상황을 예측하는 건 기본이다. 요즘 서스펜션은 사고도 대비한다

2020.09.03

 

우리 아파트에는 과속방지턱이 많다. 입구에서 우리 동 주차장까지 300m가 조금 넘는 길에 무려 아홉 개의 과속방지턱이 있다. 이 가운데 다섯 개는 횡단보도를 겸하고 있어 일반 과속방지턱보다 높고 넓다. 열 살이 다 돼가는 내 차는 이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끄응’ 하는 소리를 낸다. 아무리 조심조심 넘으려 해도 과속방지턱을 오르는 순간 차가 좌우로 출렁이고 내려올 땐 여지없이 ‘털썩’이다. 그러다 며칠 전 링컨 에비에이터를 타고 집에 갔는데 가뿐하고 매끄럽게 과속방지턱을 넘는 모습에 감동해버렸다. 에비에이터는 주저하거나 힘들어하는 기색 없이 그냥 ‘쓰윽’ 하고   단번에 과속방지턱을 넘어갔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란 표현이 딱 들어맞는 움직임이었다. 무슨 차이였을까?

 

서스펜션은 바퀴가 노면에 착 붙어 달릴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이때 노면 충격이 차체나 탑승자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충격을 흡수하는 게 중요한데 초창기 서스펜션은 바퀴 축과 차체 사이에 스프링을 달아 충격을 완화했다. 맨바닥에서 자는 것보다 매트리스에서 자는 게 편한 건 매트리스 속 스프링이 충격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서스페션도 같은 이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다 에어서스펜션이 등장했다. 스프링 대신 압축된 공기로 압력을 조절해 노면 충격을 걸러내는 서스펜션인데, 스프링처럼 반발력이 없고 공기압을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어 충격을 훨씬 잘 걸러낸다. 에비에이터에는 바로 이 에어서스펜션이 달렸던 거다. 그런데 요즘 에어서스펜션은 단순히 지금의 노면 충격을 걸러내는 일만 하지 않는다. 앞을 내다보고 앞일을 예측해 미리 준비하고 바퀴를 단속한다.

 

에비에이터는 로드 프리뷰 기능을 갖춘 서스펜션을 챙겼다.

 

에비에이터는 달리는 중에 움푹 파인 구덩이나 울퉁불퉁한 비포장길을 만나면 이를 먼저 감지해 서스펜션을 조정하는 어댑티브 서스펜션을 챙겼다. 에어 글라이드 서스펜션이 정식 이름인데, 앞쪽에 달린 카메라와 12개의 센서가 차의 움직임이나 스티어링 각도, 가속과 브레이킹 움직임 등을 쉴 새 없이 감시해 스스로 높이를 조절하고 감쇠력을 조정한다. 만약 구덩이가 있는 것을 감지하면 구덩이에 빠졌을 때 순간적으로  댐퍼를 부드럽게 해 바퀴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이는 식이다. 앞쪽에 달린 카메라는 15m 전방의 도로를 살필 수 있는데 과속방지턱이 있는지, 얼음이 덮여 있는지를 재빨리 파악하고 대비한다. 그렇다고 운전자가 일일이 조작하거나 신경 쓸 일은 전혀 없다. 그저 차가 알아서 하기 때문이다. 에비에이터에는 노멀, 에코, 스포츠, 미끄러움, 눈길의 다섯 가지 주행모드가 있다. 그리고 각 주행모드에 따라 차의 높이나 서스펜션의 감쇠력도 달라진다.

 

 

제네시스 GV80와 G80에 얹힌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역시 비슷한 기능을 발휘한다. 앞유리 위쪽에 달린 카메라가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시해 과속방지턱이나 구덩이가 나타나면 감쇠력을 제어하는 거다. 에비에이터와 다른 게 있다면 우리나라 지형에 맞게 개발된 순정 내비게이션 정보를 활용해 서스펜션 제어에 반영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굽은 도로를 지날 땐 이 지형을 미리 인식하고 매끈하게 돌아나갈 수 있도록 네 바퀴가 감쇠력을 조절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시속 10~130km로 달릴 때까지 노면 정보를 읽어 대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사려 깊은 서스펜션은 한쪽 바퀴만 과속방지턱을 넘거나 구덩이를 지날 땐 그 바퀴의 감쇠력을 달리해 차가 크게 출렁이는 것을 막아준다. 그냥 매끈한 도로를 달리는 것처럼까진 아니어도 ‘어이쿠’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심하게 흔들릴 걱정은 없단 얘기다. 긴 장마로 도로 여기저기 지뢰밭처럼 구덩이가 파인 요즘, 반가운 기능이 아닐 수 없다.

 

GLE는 네 바퀴의 감쇠력은 물론 높이까지 개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서스펜션을 얹었다. 측면 충돌이 예상되면 옆쪽 바퀴를 최대 80mm까지 들어 올린다.

 

사고까지 대비하는 기특한 서스펜션서스펜션 기술에선 늘 다른 브랜드보다 몇 발 앞서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는 신형 GLE에 이어 GLS, S 클래스에도 E-액티브 보디 컨트롤 기능을 갖춘 에어서스펜션을 얹었다. 전자제어 유압식 액티브 댐퍼와 에어스프링을 결합한 이 서스펜션은 네 바퀴의 감쇠력은 물론 높이도 개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모래 구덩이나 진흙 더미에 차가 빠졌을 때 빠져나오려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바퀴가 헛돌면서 점점 더 깊이 빠지게 된다. 하지만 벤츠의 E-액티브 보디 컨트롤은 각각의 바퀴를 개별적으로 움직여 힘을 분산해 빠져나올 수 있게 해준다. 한쪽 바퀴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도 그 바퀴의 높이만 높여 덜컹이는 것을 줄여준다.

 

올해 말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있는 신형 S 클래스는 여기에 더해 도로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는 기능도 챙겼다. 구덩이나 과속방지턱을 미리 감지하는 기능은 여느 브랜드와 크게 다를 게 없지만 눈길을 끄는 건 사고에 대비하는 프리 세이프 임펄스 사이드 충돌 제어 시스템이다. 스무 개가 넘는 초음파 센서와 앞유리에 달린 360° 스테레오 카메라가 차 주변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다가 옆구리를 들이받힐 것 같으면 서스펜션을 최대 80mm 들어 올려 탑승객의 피해를 줄여준다. 주행모드에 따라 승차감을 조절하는 것도 기본인데, 컴포트 모드에서는 스테레오 카메라가 차 주변과 노면 상황을 쉴 새 없이 감시하면서 울퉁불퉁한 길에서 매끈하게 달릴 수 있도록 감쇠력을 조절한다. 커브 모드에서는 탑승객이 어지럽거나 속이 불편하지 않도록 살짝 차체를 기울이는 센스도 발휘한다.

 

A8 또한 GLE와 마찬가지로 네 바퀴의 감쇠력은 물론 높이까지 개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서스펜션을 얹었다. 측면 충돌이 예상되면 옆쪽 바퀴를 최대 80mm까지 들어 올린다.

 

아우디 A8에도 S 클래스에 얹힌 것과 비슷한 프레딕티브 액티브 서스펜션(Predictive active suspension)이 있다. 기능도 거의 같은데, 전자기계식 액추에이터가 네 바퀴를 개별적으로 들어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다. A8의 각 바퀴에는 작은 전기모터가 달렸는데 이 모터가 각각의 바퀴를 움직이는 거다. 모터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쓰이는 배터리로 구동되며, 바퀴가 오르내리는 최대 이동거리는 85mm다. 이 똑똑한 서스펜션은 앞유리 위에 달린 카메라가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다가 울퉁불퉁한 노면을 달리기 전 이를 알아채고 미리 감쇠력을 조절해 매끈하게 달릴 수 있도록 해준다.

 

A8의 액티브 서스펜션 역시 S 클래스처럼 굽은 길을 돌아나갈 때 차체를 안쪽으로 최대 3° 기울여 평형을 유지하도록 돕는 재주를 챙겼다. 새롭게 추가된 컴포트 플러스 주행모드에서 굽은 길은 돌아나갈 땐 눈을 감고 있으면 굽은 길인지 모를 정도로 움직임이 매끈하다. 이뿐 아니다. 갑자기 브레이크나 가속 페달을 밟을 때도 몸이 앞으로 쏠리지 않도록 네 바퀴를 다잡는다. 아우디 안전 시스템인 프리센스 360°와 결합해 측면 충돌이 일어날 것 같으면 그쪽 바퀴를 최대 80mm까지 들어 올리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하중이 아래로 쏠려 탑승객의 가슴과 복부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대 50%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게 아우디 관계자의 말이다.

 

서스펜션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 과거 서스펜션은 승차감을 위해서만 최선을 다했지만 요즘 서스펜션은 도로를 예측하고 위험한 상황이나 사고에 대비한다. 서스펜션의 진화가 반가운 건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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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각 브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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