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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모험,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vs. 지프 그랜드 체로키

두 대의 오프로드 챔피언을 가지고 투박한 우아함에 대해 토론했다

2020.09.28

 

2차 세계대전은 많은 면에서 세상을 변화시켰다. 물론 운전도 마찬가지다. SUV와 네바퀴굴림 자동차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유럽의 최전선에서 태어났다. 전쟁을 위해 제작된 자동차에 대한 인상은 종전 이후에도 장병들에게 깊이 남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장병들은 전장에서 몰았던 차와 동일한 험로주파 능력을 갖춘 차로 바깥세상을 탐험하고 싶어 했다. 종전 후에 만들어진 민간용 지프는 미국에서 인기가 매우 높았다. 대서양 너머 영국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동일한 영감을 받은 사람들이 있었다. 1948년 그렇게 랜드로버가 탄생했다.

 

 

주로 네바퀴굴림 SUV를 개발한 지프와 랜드로버의 경쟁은 이보다 더 현실적일 수 없었다. 두 브랜드 모두 각각 랭글러와 디펜더라는 최고의 오프로더 개발에 충실했다. 이에 더해 우아하게 다듬은 가족 친화적인 SUV도 창조해냈다. 깊이 들여다보면 두 회사는 대체로 같은 길을 걸었다. 그랜드 체로키는 고급스러움과 뛰어난 험로주파 능력을 겸비하며 지프의 플래그십으로 자리매김했다. 디스커버리는 자동차가 갈 수 없을 것 같은 곳으로 사람들을 데려다주며 절대적인 패밀리 SUV가 됐다.

 

랜드로버의 ‘그 이상 그 너머로(Above and Beyond)’, 지프의 ‘뭐든 해봐(Do Anything)’라는 슬로건은 두 회사가 뛰어난 능력의 네바퀴굴림 SUV를 개발하기 위해 비슷한 길을 가도록 만들었다. 다만 좀 더 대중적인 지프는 자연 속 인류의 위대한 자취에 도달할 수 있도록 네바퀴굴림 방식을 부여했다. 좀 더 고급스러운 험로주파를 원하는 사람들은 그랜드 체로키를 통해 만족시켰다. 지프의 노력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프 라인업 최상단에 위치한 그랜드 체로키를 대체할 그랜드 왜고니어를 현재 개발하고 있다. 랜드로버는 좀 더 고급스러운 길을 걸었다. 하지만 험로주파의 유산은 놓지 않았다. 랜드로버는 신형 디펜더를 통해 호사스러운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을 흡족시켰다. 동시에 그들의 험로주파 능력을 함께 보여줬다.

 

10년이 다 돼가는데도 그랜드 체로키의 실내는 여전히 근사하다. 하지만 스위치와 딱딱한 플라스틱 등은 6만 달러짜리 SUV와 어울리지 않는다. 너무 저렴해 보인다.

 

능력 있는 베테랑으로 자리매김한 그랜드 체로키와 디스커버리를 통해 우리는 랜드로버가 선사하는 고급스러운 경험이 대중적이면서 다재다능한 지프보다 가치가 더 높은지 알아보기로 했다. 다섯 명을 위한 실내와 넉넉한 화물공간을 내세우는 그랜드 체로키는 일곱 가지 트림으로 판매한다. 기본가 3만3645달러로 부담이 덜한 라레도부터 아스팔트를 찢어놓을 듯한 트랙호크까지 그랜드 체로키는 거의 모든 이를 위한 구색을 갖췄다. 메르세데스 벤츠 ML 클래스 플랫폼에서 가져온 모노코크 보디는 오래되긴 했지만 여전히 훌륭하다. 단, 10여 년 전 4세대가 데뷔한 이후 개선된 게 거의 없다. 부분변경을 통해 안팎의 디자인이 바뀌고 새로운 엔진과 장식이 더해졌지만 그랜드 체로키는 아직 디자인이 새로워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시승차로 나온 서밋은 그랜드 체로키의 주류 라인업을 대표한다. 20인치 휠과 새로운 그릴, LED 헤드램프가 들어간 앞모습을 통해 다른 트림과 차별화한다. 서밋은 V6 3.6ℓ 엔진이 기본이지만, 우리는 옵션으로 제공하는 V8 5.7ℓ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린 모델을 가져왔다. 최고출력 365마력, 최대토크 53.9kg·m를 발휘한다. 대부분의 그랜드 체로키처럼 서밋에도 콰드라 트랙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들어갔다. 또한 에어 서스펜션은 험로주파 중 장애물이 바닥에 닿지 않게 하는 동시에 포장도로에서는 매끈한 승차감을 선사한다.

 

디스커버리 실내의 첫인상은 훌륭하다. 화려한 계기반과 현대적인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덕분에 디스커버리의 실내는 좀 더 비싼 느낌이 든다.

 

디스커버리는 랜드로버 라인업에서 중간급이다. 다섯 명이 탈 수 있는 공간이 기본이다. 옵션으로 3열을 제공해 5+2 구성이 가능하다. 1989년 등장한 디스커버리는 랜드로버 최초로 오프로드를 지향하는 패밀리 SUV였다. 2017년 등장한 4세대 디스커버리는 보다 크고 호화로운 형제인 레인지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플랫폼을 공유한다. 완전히 달라진 외모에 새로운 실내까지 도입해 전보다 더욱 고급스럽고 우아하다.

 

비교를 위해 우리는 HSE 트림을 가져왔다.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45.9kg·m를 내는 V6 3.0ℓ 슈퍼차저 엔진을 품었다. 랜드로버는 여전히 디스커버리에 V6 3.0ℓ 디젤 엔진을 얹고 있지만 가솔린 엔진 모델이 더욱 강하고 빠르다. 시승차인 HSE에는 에어 서스펜션과 20인치 휠, 7인승 시트가 옵션으로 더해졌다.

 

 

시승한 디스커버리는 7만6034달러다. 그러나 시승한 그랜드 체로키 서밋과 비슷한 가격인 6만2775달러만 줘도 에어 서스펜션을 포함해 옵션이 꽤 갖춰진 디스커버리를 살 수 있다. 그렇다면 6만 달러가 넘는 두 SUV는 과연 호사스러운 경험을 제공할까? 고급 SUV는 단순히 세련된 소재와 우아한 주행감으로만 정의할 수 없다. 모든 탑승자들의 전체적인 느낌이 중요하다.

 

디스커버리의 V6 슈퍼차저 엔진은 충분한 힘을 발휘한다. 고속도로나 언덕을 오를 때에도 충분한 동력을 전달한다. 그랜드 체로키가 좀 더 강력하지만, 디스커버리도 못지않다. 디스커버리의 8단 자동변속기는 변속이 빠르다. 그러나 스포츠 모드에서도 종종 빠르게 단을 위로 올린다. 단, 가속페달을 냅다 밟으면 변속기가 부드럽고 신속하게 단을 내려 풍부한 토크를 뿜어낸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의 V8 엔진

 

그랜드 체로키의 V8 엔진은 기운이 넘친다. 디스커버리보다 25마력이나 센 느낌은 아니지만, 8kg·m 높은 토크가 보다 역동적인 주행을 돕는다. 언덕을 느릿하게 기어오르든 정속주행을 하든 헤미 엔진은 손쉽게 움직인다. 누구도 견줄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8단 자동변속기는 부드럽게 단을 옮기고 운전자가 원할 때까지 기어를 붙든다. 디스커버리보다 세련됐다. 피처 에디터 크리스티안 시바우가 말했다. “헤미 엔진의 토크는 끝이 없어. 스트레스도 없고 억지스러운 느낌도 절대 주지 않아. 조용한 배기음 역시 안심할 수 있어. 거슬리는 법이 결코 없지.”

 

팔로스 베르데스의 굽이진 도로에서 디스커버리는 넓고 껑충한 차체에도 불구하고 땅에 붙은 듯 달렸다. 포르투기스 벤드의 산사태로 생겨난 커다란 바큇자국이나 요철 위를 달릴 때는 에어 서스펜션이 실내로 유입되는 진동을 최소화했다. “가혹한 충격이 이어질 때 디스커버리는 종종 살짝 떠다니는 느낌이 들어. 그런데 이건 매우 극단적인 경우에만 해당되는 얘기지. 코너를 통과할 때는 서스펜션이 좌우 롤을 환상적으로 제어해”라고 시바우가 말했다.

 

 

그랜드 체로키의 에어 서스펜션 역시 세련된 승차감을 보여준다. 덕분에 지프의 실내는 대체로 고요하고 평온하다. 하지만 디스커버리보다 좀 더 가혹한 환경에 놓인 경우도 있었다.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차체에는 사실 좌우로 쏠리는 느낌이 거의 전달되지 않았다. 10년이나 섀시에 별다른 개선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상적이다. 지프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기부한 플랫폼 덕에 가격과 어울리는 가치를 유지하는 셈이다.

 

 

두 SUV는 가볍지만 명확한 조향감을 갖고 있다. 제어에 별다른 노력이 필요치 않다. 하지만 그랜드 체로키의 조향감이 좀 더 직관적이다. 때문에 보다 정교하게 제어하는 느낌이다.

 

승차감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하지만 실내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그랜드 체로키 서밋은 대시보드와 도어 패널, 센터콘솔을 포함한 실내 전체를 가죽으로 둘렀다. 그랜드 체로키의 다른 트림보다 고급스럽다. 그러나 여타 프리미엄 SUV들과 견줄 바는 아니다. 스위치와 도어 하단 패널 등 딱딱한 플라스틱은 아랫급 그랜드 체로키에서도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공조장치와 오디오에 들어간 다이얼은 3만5000달러짜리 SUV에나 어울려 보인다. 6만3000달러짜리 차에는 좀 그렇다. 반면, 디스커버리의 실내는 첫인상부터 훌륭하다. 시바우는 “색이 대비되는 두툼한 가죽과 흥미로운 질감, 소재가 풍부하게 섞여 있어. 정말 근사하게 잘 만들었어”라고 말했다. 그 밖에도 랜드로버만의 깔끔한 대시보드와 센터콘솔은 영리하고 혁신적이다.

 

 

디자이너들은 디스커버리의 실내 윤곽을 멋지게 그리기 위해, 그리고 최상의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디스커버리의 실내는 에어컨 스위치부터 디지털 계기반, 회전식 변속 다이얼까지 거의 모든 것들이 시동 직전까지 눈에 띄지 않게 숨어 있다. 깔끔하고 우아하다. 시동을 걸면 고해상도 스크린이 켜지고 회전식 변속 다이얼이 솟아오르며, 공조장치와 스티어링휠 버튼이 반짝거린다. 시각적인 볼거리가 풍부하다.

 

실내는 두 차 모두 비교적 조용하다. 고속도로를 달려도 마찬가지다. 물론, 그랜드 체로키의 V8 엔진은 디스커버리의 V6 엔진보다 더욱 크게 포효한다. 그랜드 체로키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버튼들은 운전자와 가깝다. 덕분에 손쉽고 빠르게 제어할 수 있다. 반면 디스커버리는 멀다. 어떤 기능은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의 화면을 전환해야만 제어할 수 있다.

 

 

2열 공간은 둘 모두 비싸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더욱 큰 차체를 가진 디스커버리 쪽이 좀 더 그렇다. 디스커버리의 2열석은 앞뒤로 움직인다. 보다 넓은 3열석 무릎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랜드 체로키는 옵션인 듀얼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으로 뒷좌석 승객을 대접한다. 요즘 같은 스마트폰 시대에는 조금 오래된 방식이지만 장거리 여행에서 아이들의 관심을 돌리기에는 충분한 옵션이다. 그러나 1995달러나 하는 가격이 문제다. 아이패드와 헤드폰에 몇몇 게임을 사고 디즈니 플러스까지 구독해도 많은 돈이 남을 만한 금액이다.

 

 

그랜드 체로키의 오래된 실내에는 유용한 수납함이 부족하다. 변속기 앞쪽 깊은 공간을 제외하면 휴대전화와 지갑, 열쇠를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없다. DVD 플레이어가 센터콘솔에 있어 사용 가능한 모든 공간을 차지해버린 게 한 가지 이유다. 디스커버리의 실내라고 기발하게 구성한 건 아니다. 하지만 더 많은 수납함과 유용한 공간이 여기저기 존재한다.

 

 

오래된 나이 때문에 그랜드 체로키에 들어간 시스템 또한 시대에 뒤처졌을 거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프는 그랜드 체로키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최신형으로 유지하는 데 꽤나 공을 들였다. 우리는 이 시스템의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매우 좋아한다. 8.4인치 터치스크린을 사용하는 개선된 유커넥트 시스템은 스마트폰처럼 작동한다. 여기에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가 모두 기본이다.

 

디스커버리의 10인치짜리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은 얼핏 좋아 보이지만 흠이 있다. 가끔씩 오류가 발생하는 애플 카플레이다. 해당 기능을 다시 쓰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엔진을 끄고 모든 스크린이 꺼지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시동을 거는 것뿐이다. 7만 달러가 넘는 SUV는 물론이고 그 어떤 차에서도 용납되지 않는다. 랜드로버의 최신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신형 디펜더를 통해 공개된다. 만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디스커버리의 디지털 디스플레이 계기반은 그랜드 체로키에 들어간 아날로그 계기반보다 훨씬 좋다. 내비게이션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옵션 덕분에 계기반이 더욱 고급스럽다. 오래돼 보이는 그랜드 체로키의 속도계와 태코미터 때문에라도 디스커버리의 계기반이 더욱 돋보인다. 그랜드 체로키의 계기반은 3만5000달러짜리 SUV에나 적합할 것 같다. 지프는 그보다 많은 돈을 지불하는 고객들을 위해 더 나은 계기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랜드 체로키와 디스커버리 모두 고급스러움과 성능에서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다. 지프는 비록 럭셔리 브랜드가 아니지만 뛰어난 기술을 통해 도로에서는 럭셔리 SUV처럼 움직인다. 강력한 V8 엔진과 가벼운 조향감으로 우아하게 달리고, 이에 더한 절묘한 서스펜션이 세련된 승차감을 보여준다. 랜드로버의 새로운 섀시와 잘 조율된 에어 서스펜션은 실내로 들어오는 진동을 차분히 억제한다. V6 슈퍼차저 엔진은 성능에서도 아쉬울 게 없다.

 

 

만일 그랜드 체로키 서밋을 구입한다면 모든 옵션을 갖춰도 여전히 6만5000달러를 넘지 않는다. 디스커버리의 경우 옵션을 추가하면 그랜드 체로키보다 훨씬 비싸진다. 다만, 6만5000달러로도 어지간한 장비를 거의 다 갖출 수 있다. 디스커버리를 그랜드 체로키와 비교하면서 우리는 랜드로버의 몇몇 기능을 무시하기로 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360도 어라운드뷰 카메라, 헤드업 디스플레이, 검은색 루프, 액티비티 키, 트레일러 견인고리, 견인 어시스트, 센터콘솔 쿨러, 그 밖에 다른 사소한 장비들 말이다. 이런 기능들을 제거하면 가격이 약 1만 달러 저렴해진다. 또한 모든 장비를 더한 그랜드 체로키의 가격에 가까워지기도 한다.

 

 

승객들의 눈을 가린다면, 그들은 두 차의 성능 차이를 알아채지 못할 거다. 때문에 경쟁은 결국 디테일로 귀결된다. 그랜드 체로키의 실내는 스위치와 버튼, 딱딱한 플라스틱 등을 고급스러운 소재로 바꾼다면 쉽게 개선할 수 있다. 반면, 디스커버리의 화려한 실내는 진정 주목할 만한 프리미엄급 가치를 제공한다.

 

만약 우리가 자비를 들여 차를 산다면, 랜드로버 디스커버리가 제공하는 세련된 실내와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할 것 같다. 디스커버리는 뛰어난 파워트레인도 지녔다. 이러한 특징은 디스커버리를 언제든 오프로드로 향할 수 있으면서 포장도로에서도 놀라운 승차감을 제공하는, 아주 훌륭하고 매력적인 SUV로 만들어준다. 이 정도라면 럭셔리 배지를 얻기 위한 추가 비용이 아깝지 않겠다.

글_Miguel Cortina

 

 

지프 그랜드 체로키의 매력

•강력한 V8 엔진
•현대적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가격 대비 가치

 

 

랜드로버 디스커버리의 매력

•호화로운 실내
•시동 버튼 누를 때의 두근거림
•더욱 넓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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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고정식PHOTO : Willam 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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