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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플리스 슈퍼패스트, 페라리 812 GTS

페라리 역사에서 잠시 잊혔던 12기통 스파이더가 화려하게 귀환했다

2020.10.20

 

지난해 9월 9일, 이탈리아 마라넬로에 위치한 ‘페라리의 세계’ 전시회에서 812 GTS가 공개됐다. 페라리가 1969년 365 GTS4를 출시한 이후 12기통 엔진을 얹은 컨버터블을 내놓은 건 처음이다. 무려 50년 만이다. 물론 365 GTS4 이후로도 550 바르케타 피닌파리나(2000년)나 F60 아메리카(2014년) 등 몇 개의 모델이 12기통 엔진을 품고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한정판으로 생산됐고 양산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812 GTS가 세상에 처음 공개됐을 때 난 현장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당시 F8 스파이더와 함께 공개됐는데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12기통 스파이더에 쏠렸다. 50년 만의 등장,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일 수 있는 12기통 스파이더라서 특별하게 여겨졌을지도 모르겠다. 현장에서 가장 궁금했던 점은 다름 아닌 이름이었다. 그들은 왜 812 스파이더가 아닌 812 GTS로 지었을까? 당시 프레젠테이션을 했던 페라리 홍보 담당자에 따르면 12기통 스파이더 모델에 페라리의 역사적 헤리티지를 드러내기 위해 365 GTS4에서 이름을 따와 812 GTS라고 지었다.

 

 

하드톱을 열지 않은 812 GTS의 루프라인은 쿠페형처럼 매끈하다. 하지만 뒷모습은 상당히 차이가 난다. 슈퍼패스트의 뒷부분은 길고 완만하게 경사가 진 반면 GTS는 시트 헤드레스트 뒤에 솟아 있는 두 개의 버트리스가 자리 잡고 있다. 버트리스는 차체에 흐르는 공기를 뒤쪽으로 보내는 역할도 하지만 하드톱이 닫혀 있을 때 기둥 역할을 한다. 접이식 하드톱은 시속 45km 아래라면 언제든 14초 만에 열 수 있다. 참고로 12기통 엔진을 얹은 컨버터블은 대부분 4인승 모델로 소프트톱을 사용한다. 하지만 812 GTS는 보기 드물게 하드톱을 사용한다. 2인승 모델이기 때문이다. 하드톱은 무거워 열고 닫았을 때 앞뒤 무게 배분에 변화가 크다. 그래서 루프가 짧은 2인승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루프가 긴 4인승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실내는 쿠페형과 레이아웃이 거의 똑같다. ‘거의’를 붙인 이유는 812 GTS에는 비상등 버튼 양옆에 있는 루프 여닫힘 버튼과 리어 스크린 조절 버튼이 새롭게 추가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812 GTS에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유지 보조, 앞차 간격 조절 등 첨단 운전자 주행 보조 시스템을 선택 사양으로 넣을 수 있다. 물론 다른 페라리에서도 만날 수 있다. 단, 2020년형 이후 모델이어야 한다.

 

 

파워트레인 구성은 쿠페형과 같다. 최고출력 800마력, 최대토크 73.3kg·m를 내는 V12 6.5ℓ 자연흡기 엔진과 7단 듀얼클러치를 맞물렸다. GTS는 쿠페형보다 75kg이 더 나가는데도 쿠페 못지않게 가뿐하고 짜릿한 가속 성능을 발휘한다. 0→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3초)은 0.1초 늘었으며, 0→시속 200km까지 가속 시간은 8.3초, 최고속도는 동일하게 시속 340km다. 숫자만 보면 굉장히 부담되는 존재일 것 같지만 운전대를 마음껏 휘두르고 가속페달을 시원하게 밟아도 출력에서 오는 부담감이 거의 없다. 어떤 차보다 안정적이고 빠르며, 급한 움직임에도 자세가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운전대의 반응 역시 빠르고 매끈하며, 무엇보다 경쾌하다. EPS(전자식 파워스티어링)에 뒷바퀴를 약간 조향할 수 있는 리어 스티어링 시스템까지 들어가 있지만 인위적인 반응이 전혀 없다. 오히려 차체 크기가 의식되지 않고 코너를 안정적이고 여유롭게 돌아나간다. 그렇다고 슈퍼카의 본분을 망각한 것도 아니다. 마네티노 스위치를 레이스로 두면 금세 슈퍼카의 영역으로 들어온다. 배기음이 커지고 서스펜션이 단단해지는 게 여실히 느껴진다. 가속페달의 반응도 굉장히 민감해진다. 이때부터 페달링은 속도를 높인다기보다 폭발적인 힘을 쏟는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테슬라 모델 S의 루디크러스 모드를 비현실적이라고 말하는데 812의 레이스모드는 공간 왜곡 현상을 경험할 수 있는 현실의 끝이다.

 

 

주행하다 보면 가끔 한계점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운전자를 집어삼킬 수도 있겠다는 공포감이 엄습해온다. 그래서 ESP를 활용한 FPO(페라리 파워 오버스티어), 트랙션을 제어해 슬립이나 스핀을 막는 SSC(사이드슬립 앵글 컨트롤 시스템), 타이어 그립의 한계치를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FPP(페라리 피크 퍼포먼스) 등이 운전자의 뒤를 든든하게 지킨다. 800마력의 힘을 생각하면 이런 안전장비들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812 GTS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따로 있었다. 성능 말고도 주행 감각까지도 교묘하게 슈퍼패스트를 좇는다는 점이다. 오픈톱 모델은 보통 비틀림 강성을 높이기 위해 윈드스크린 프레임과 바닥 패널 등을 보강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행 감각이 달라질 수 있다. 이에 페라리는 감각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자성유체 댐퍼를 조정하고 에어로다이내믹까지 손봤다. 812 GTS는 뒷부분이 재설계되면서 쿠페형에 있었던 뒷바퀴 아치를 통과하는 공기흡입구가 없어졌다. 대신 리어 디퓨저에 추가로 플랩을 달아 공력성능을 그대로 유지했다. 두 대를 번갈아 타보지 않는 이상 차이를 느끼긴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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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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