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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이 필요해?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RWD 스파이더

소프트톱을 젖히고 뒷바퀴를 미끄러뜨리면 원초적인 쾌감을 맛보게 된다

2020.10.24

 

‘슈퍼카’, 이렇게 짜릿한 세 음절이 있을까? 자동차 마니아라면 이 세 음절에 심장박동수를 높인다. 그리고 ‘람보르기니’라는 다섯 음절에는 넋을 놓게 된다. 저 멀리 황소울음 소리만 들어도 우린 본능적으로 귓바퀴를 꿈틀거리고,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린다. 유난히 낮은 자세로, 주변의 분위기를 단번에 압도하는 슈퍼카를 바라본다는 건 본능에 의한 무조건 반사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매혹적인 여성에게 시선이 꽂히는 것처럼 말이다. 수많은 차와 마주하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슈퍼카는 매번 설레는 장르다. 더욱이 오늘 만난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RWD 스파이더는 유독 나를 강하게 자극한다.

 

 

브랜드명을 제외하고도 한 모델을 일컫는 데 무려 네 단어를 쓴다. 하나하나에 깊은 뜻이 내포되어 있겠지만 오늘은 뒤에 붙은 ‘RWD’와 ‘스파이더’에 집중하련다. 두 단어의 힘은 꽤 무겁다. RWD는 네 바퀴에 힘을 골고루 전하던 우라칸 에보가 모든 힘을 뒷바퀴로 집중하게 하고, 스파이더는 뜨겁게 달아오른 탑승객의 머리를 식히기 위해 지붕을 젖힌다. 자동차 마니아가 꿈꾸는 모든 낭만을 두 단어에 담아낸 셈이다.

 

 

슈퍼카 영역으로 향하는 문고리를 잡으려면 먼저 허리를 숙여야 한다. 그만큼 하체는 지면에 가깝다. 어쩌면 슈퍼카가 도달해야 할 목표는 저 먼 지점이 아니라 지면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등 뒤에 위치한 V10 5.2ℓ 자연흡기 엔진을 깨우는 과정은 미사일 전쟁을 연상케 한다. 센터콘솔 위의 붉은 안전장치를 해제한 뒤 발사 트리거를 누르듯 시동을 건다. 과급장치가 기본이 돼버린 시대에서 자연흡기 엔진의 호쾌한 사운드는 더욱 매력적으로 들려온다. 차에 앉아 시동만 걸었을 뿐인데 벌써 내면의 질주 본능이 살아난다.

 

 

지난해 여름, 네바퀴굴림 모델인 우라칸 에보를 서킷에서 경험한 바 있다. 운전자의 생각을 정확히 읽고 예리하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차체, 무엇보다 뛰어난 안정감에 감탄했다. 우라칸 에보는 “넌 그냥 밟고 운전대만 돌려, 내가 알아서 다 해줄 테니까”라고 속삭이는 것처럼 믿음직스러웠다. 미치도록 빠른데 운전은 쉬운, 누가 운전대를 잡든 최고의 드라이버로 만들어 줄 것 같은. 그래서 뭐가 아쉬웠는지도 모른다. 슈퍼카를 탄다면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듯한 감각을 기대하는데, 네바퀴굴림 모델에서는 그 짜릿함이 살짝 무딘 감각으로 전해졌다. 너무 완벽해서 매력 없는 느낌이랄까?

 

 

우라칸 에보 RWD 스파이더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곧장 주행모드를 스트라다(노멀)에서 스포츠로 변경했다. 엔진 사운드는 더 걸걸해지면서 계기반에는 ‘ESC SPORT’라는 문구를 띄운다. 스포츠 모드에 맞게 주행 안전장치의 감각을 달리하겠다는 뜻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자 단번에 기어를 네 단계나 떨어뜨린다. 최고출력 610마력, 최대토크 57.1kg·m의 힘은 오로지 뒷바퀴로만 쏟아진다. 순간적인 가속에 앞이 살짝 가벼워지는 느낌은 아주 잠깐이다. 속도와 함께 얻은 공력으로 앞을 지그시 누른다. 네바퀴굴림 모델보다 30마력이 낮지만 그 떨어진 출력을 체감하긴 쉽지 않다. 610마력의 힘으로 이미 정신없이 빠른 속도로 질주하기 때문이다. 0→시속 100km까지 가속은 단 3.5초. 최고속도는 324km/h.

 

우선 운전대는 단단히 붙잡으면서도 유연하게 다뤄야 한다. 가속페달도 마찬가지. 조금이라도 과격하게 밀어붙이면 뒤꽁무니를 미끄러뜨린다. 슬쩍슬쩍 뒤를 날리는 동작으로 운전자의 감각을 곤두서게 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흐트러짐이 지나친 건 아니다. RWD 모델 특성에 맞게 조율된 퍼포먼스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P-TCS) 덕분이다. 뒤가 미끄러지는 상황에서도 운전자가 적절한 조종값을 입력하면 자세는 쉽게 잡을 수 있다. 그러니까 네바퀴굴림 모델에 비해 운전자의 스킬 활용 범위가 넓다. 또 주행모드에 따라 P-TCS의 개입 반응도 달리한다. 적어도 가장 강력한 코르사(Corsa) 모드만큼은 일반도로가 아닌 서킷에서 활용하길 바란다. 운전 숙련도가 전문 레이서급이 아니라면 말이다.

 

 

전동식 소프트톱을 여는 데에는 17초의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소형차와 드래그 레이스를 펼친다면 정지 상태에서 소프트톱을 다 열고 출발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쿠페 모델에서도 충분히 자극적인 엔진 사운드를 즐길 수 있었지만, 스파이더 모델에선 그 자극이 더 강력하게 다가온다. 덮느냐 안 덮느냐, 쾌감의 강도를 결정짓는다. 다만 소프트톱을 접어놓을 공간을 마련하느라 별다른 수납공간을 준비하지 못했다. 시트 뒤로 작은 가방 하나 놓을 틈이 없다. 컵홀더조차 없어 차 안에서 음료 취식은 금지다. 오직 달리는 데에 집중하라는 뜻일까?

 

슈퍼카 구매 목적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용도가 아니길 바란다. 번화가에서만 으르렁거리며 달리기엔 그 안에 들어간 정교한 기술이 아깝다. 슈퍼카를 빚어낸 엔진니어의 목표도 그것과는 반대일 것이다.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RWD 스파이더 역시 충분히 매혹적이며 흉포한 사운드를 자랑하지만, 그런 요소는 단지 즐거움의 일부일 뿐이다. 집중해 달려보면 무서운 잠재력을 드러낸다. 무엇보다 인간의 원초적인 유희를 자극할 줄 안다는 점이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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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안정환PHOTO : 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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