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문세림의 신비

문세림에게는 매 순간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에게서만 느껴지는 고결함이 있다

2020.11.11

 

문세림은 밤안개같이 뿌옇고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한다. 그녀의 눈빛은 얼어붙을 것 같고 말투마저 싸늘하다. 그런데 들어보면 정작 상대에 대한 존중과 겸손함이 비친다. 그게 묘해서 계속 말을 걸게 된다. 그리고 알게 된다. 그녀가 상냥함을 꾸미지 않는 사람이란 것을. 그녀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거짓 친절을 베풀지 않는다. 자신을 낮추지 않고 할 말은 한다. 성급하지도, 감정이 말을 앞지르지도 않는다. 다만 상대를 낮추지도 않는다. 같은 눈높이에서 차분하고 상식적인 이야기를 한다. 문세림의 말에는 품위가 있다.

 

큰 키와 골격, 구릿빛 피부엔 윤기가 흐르고 이목구비는 그녀의 말처럼 일매지다. 벙벙한 데님 점프슈트를 입은 그녀가 화면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단추를 풀고 옷을 내리며 포즈를 취하자 글래머러스하고 딴딴한 몸이 나타났다. 크롭톱 아래로 잘게 갈라진 근육들이 찰싹 들러붙어 있었다. 우리는 일제히 탄성을 내지르며 몸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문세림은 현재 금호타이어 소속으로 경력이 10년 넘는 베테랑 레이싱 모델이다. “모터쇼에 모델로 서는 것은 자동차 브랜드에서 야심 차게 내놓은 신차의 얼굴이 되는 거잖아요. 그 점이 뜻깊고 흥미로워요.” 또 레이싱 경기에는 스포츠에서만 느낄 수 있는 희로애락이 전부 담겨 있다. 그녀가 말한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하기 힘든 이 일의 매력이다. 문세림에게는 다른 모델들과는 다른 특이한 이력이 있다. 바로 1세대 국가대표 비키니 피트니스 모델이라는 것이다.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하던 그녀에게 피트니스 선수에 도전할 기회가 왔고 그녀는 주저 없이 뛰어들었다. 실패하더라도 나름의 배움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다. 문세림은 곧장 모델 일만큼이나 열성적으로 피트니스 선수를 준비했다. 삼시 세끼를 먹듯 아침, 점심, 저녁을 꼬박 운동에만 매달렸다. 그렇게 비키니 피트니스 선수가 된 그녀는 국가대표까지 발탁됐다.

 

모델 출신 선수인 그녀에게 같은 선수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좋은 성과를 내고 큰 대회들을 준비하니까 밀어주는 스폰서가 있다는 둥 온갖 악소문에 시달렸어요.” 그녀는 그런 편견 어린 시선을 깨부수려 더욱 악착같이 운동했다. 체계적인 트레이닝이 간절했지만 본래 피트니스 선수들은 이미 전문가들이라 다른 사람의 트레이닝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녀도 별다른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스폰서는커녕, 트레이닝을 받기도 어려운 환경이었어요. 그래도 최대한 뒤처지지 않으려고 해외 유튜브를 찾아보며 혼자 연구하고 운동했죠. 유튜브가 저의 선생님이나 마찬가지였어요.”

 

그 결과, 문세림은 홍콩에서 열린 IFBB 올림피아 아마추어 아시아 챔피언십에서 동메달을 수상하며 스스로의 능력을 증명해냈다. 또한 이를 계기로 인천 송도에 위치한 뉴욕주립대에서 교양과목으로 운동을 가르치기도 했다. “남을 가르치는 일도 성취감이 있었지만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내가 주인공이 되는 레이싱 모델 현장이 늘 그리웠어요. 그래서 돌아오게 됐죠.”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매번 스스로의 한계를 부수고 성장하는 그녀의 모습은 오랜 시간 그녀 곁을 지켜온 팬들을 감화시켰다. “한 팬이 그러더라고요. 세림 씨는 계속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볼 때마다 발전해 있다고. 그 말이 그동안의 노력을 보상해주고 앞으로 제 역할을 설명해주는 것 같았어요.”

 

레이싱 모델은 보여지는 직업이다 보니 수명이 짧다. 더구나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프리랜서로 일하는 모델들에게 특히 힘든 시기다. 문세림은 이제 막 시작하는 레이싱 모델들에게 힘이 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어 서서히 사라지는 모델이 아닌, 선한 영향력을 주며 오래 활동하는 것이 후배들을 위한 길을 닦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지독하게 채찍질하고 되도록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려는 건 그래서다. 그렇게 문세림은 계속 예쁘고 빛난다. 문세림은 어제보다 오늘이 더 아름답다.

스타일링_이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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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장은지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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