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뮤즈가 된 자동차

예술은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미적 수단이다. 자동차를 각자의 방식으로 사유하고 좇는 동시대의 예술가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에서 자동차를 복기했다

2020.11.18

Disintegrating Miura

 

ARTIST 1.
FABIAN OEFNER

당신은 누구인가?

나는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위스 출신 아티스트 파비안 외프너다. 시간과 현실을 탐구하는 일을 한다.

 

당신의 작품은 ‘과학에 근거한 예술’이라고 알려졌다.

나는 나의 작품에서 예술과 과학을 굳이 구분하지 않는다. 그 둘은 결국 같은 목적지로 이어지는 서로 다른 길일 뿐이다. 그 목적지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좀 더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다.

 

당신은 자동차가 폭발하는 장면을 담은 <분해(Disintegrating)> 연작으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분해> 시리즈는 자동차에 관한 것만은 아니다. 그보다 움직임과 시간에 관한 것이다. 예전 작품에서 나는 초고속 카메라를 사용해 콜라 캔을 통과하는 총알이나 표면에 떨어지는 물방울 같은 찰나의 순간들을 기록했다. 이런 이미지들의 놀라운 점은 우리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사실을 사진을 통해 비로소 확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분해> 연작은 사진이라는 고도의 과학적인 형식에 예술적 사고를 더해 탄생했다. 즉 자동차 폭발 장면을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한다고 가정하고 결과물을 의도적으로 연출하는 것이다. 우리는 부품과 파편들을 의도적인 위치에 배치해 촬영하고, 이미지들을 합성을 통해 겹겹이 쌓아 올렸다. 극도의 운동에너지를 가진 것처럼 보이는 파편들은 사실 모두 정지해 있었다. 이것은 신중하게 준비된 이미지지만 시청자는 자신이 실제 순간을 보고 있다고 느낀다.

 

Disintegrating No.4

 

<분해> 외의 작품에도 자동차와 관련된 모티브가 자주 등장한다.

나는 자동차가 가장 완벽한 ‘움직이는 물체’라고 생각한다. 시간은 결국 움직임에 관한 것이다. 내가 일부 작품에서 자동차를 사용하는 이유는 시간과 움직임이란 나의 탐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다.

 

자동차에서 가장 미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

기계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바로 엔진이다. 특히 오래된 자동차에 들어 있는 엔진. 나는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이 똑똑한 기계에 쏟은 헤아릴 수 없는 양의 생각들을 사랑하고 존경한다. 모든 유기적인 부품이 드러나는 아날로그 시계에 압도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것들을 관찰하는 일은 매우 아름답다.

사진_Studio Oefner(fabianoefner.com)

 


 

Bruce McLaren No.2

 

ARTIST 2.
ANDREW BARBER

당신은 누구인가?

나는 영국 체셔에서 태어난 앤드루 바버다. 영국 코번트리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한 뒤 영국 솔리헐의 로버, 스웨덴 예테보리의 볼보, 영국의 대우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주로 가상 디자인 프로세스를 개발했다. 은퇴 후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주로 F1에 대한 것을 아크릴 페인팅으로 표현한다.

 

Michael Schumacher Ferrari F2002 Italy 2002

 

F1에 집중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나는 오랜 시간 자동차 관련 디자이너로 일했다. 디자이너로서 항상 자동차의 미학에 매료돼왔다. 특히 경주용 자동차. 레이싱카의 미학은 ‘법적 제한과 극도의 공력성능을 끌어내려는 기술의 첨예한 힘겨루기에서 탄생한 결과물’이라는 사실에 있다. F1은 기술, 사람, 환경 무엇이든 기어이 한계로 밀어붙인다. 나는 F1 경주차의 속도와 소음, 레이서의 능력이 만들어내는 힘의 균형을 경외하고, 작품을 통해 기념하고자 한다.

 

Lewis Hamilton Mercedes AMG F1 W08 Barcelona 2017

 

다른 아티스트의 작품에 영향을 받기도 했나?

마르셀 뒤샹의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 2’에 영감을 받았다. 그 작품은 계단을 내려오는 한 사람의 궤적을 일일이 기록하고 있다. 이미 알겠지만 레이싱카는 계단을 내려오는 것보다는 훨씬 역동적이다. 레이싱카의 변위된 이미지들을 중첩해 연속성을 띠게 하고 싶었다. 내가 작품에서 포착한 건 레이싱카의 완벽한 형태가 아닌, 그것이 지닌 에너지다.

 

Jackie Stewart Tyrrell 003 Ford German GP 1971

 

레이싱카 중에도 기념비적인 모델이 있을 것 같다.

처음 영감을 준 차는 1951~1953년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를 위해 생산된 재규어 C 타입이다. 나는 매우 운이 좋았다. 내 친구 중 한 명이 재규어 C 타입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나에게 몇 번이나 C 타입을 탈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나는 감사의 의미로 그가 가진 C 타입 중 하나를 운전하는 그의 모습을 작품으로 만들기도 했다.

 

작품 중 특별히 애착이 가는 것이 있나?

나는 지나간 작품에 특별히 집착하는 아티스트는 아니다. 왜냐면 항상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 자동차 관련 예술 작품을 소개하는 히스토릭 카 아트(www.historiccarart.net)에서 프린팅 작품을 판매하고 있다. 작품 소식이 궁금하다면 한 번쯤 들러주길 바란다.

사진_Andrew Barber image(www.andrewbarberimages.com)

 


 

1957 Chrysler Imperial

 

ARTIST 3.
SHAN FANNIN

당신은 누구인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사는 사실주의 자동차 화가 섀넌 션 패닌이다. 아크릴물감, 손가락, 손바닥, 붓을 이용해 자동차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Honda 50 Motorcycle

 

자동차를 전문적으로 그리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다.

남편이 1961년식 포드 선더버드를 집으로 가지고 온 2013년 즈음부터 나와 남편은 자동차 행사에 열성적으로 참석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나는 지역 칼리지에서 미술 수업을 듣고 있었고 내가 그리던 인물과 자동차가 얼마나 많은 공통점이 있는지 알게 됐다. 밝음과 어두움, 곡선과 예리한 선, 양감 말이다. 남편은 모터쇼에서 차를 하나 골라 그려보라고 했다. 나는 그 과정을 즐겼고 그때부터 자동차를 전문적으로 그리게 됐다.

 

1971 Mercedes AMG a.k.a Red Pig

 

자동차의 어떤 부분이 당신을 열광하게 만드나?

나는 다양한 이유로 차를 좋아한다. 헤드라이트, 그릴, 범퍼 같은 디자인 요소들은 사람의 눈과 코와 턱같이 의인화될 수 있다. 내가 주로 그려온 클래식카들은 특히 심미적으로도 즐겁게 설계됐다. 내가 만난 클래식카들은 신중하게 보관·복원되며 소유주의 자녀에게서 자녀 세대까지 전수돼온 것들이다. 그 자체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예술 작품이다.

 

1957 Pontiac Safari Wagon blue

 

작품 속 빛의 반사와 차체의 반영이 인상적이다.

나조차도 차체의 반영을 그릴 때가 가장 즐겁다. 클래식 모델들은 대부분 페인팅에 광택이 있고 곳곳에 크롬을 두르고 있다. 그래서 이를 통해 반사되는 건물이나 사람들 같은 주변 풍경을 그려 넣는 것이 가능하다. 나는 반영이 나의 그림을 완성하거나 완전히 망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것이 아닌 보이는 그대로를 그려야 하기 때문이다. 내 그림 속에서 휠과 타이어는 원형이 아니라 타원에 가깝고, 반사되는 물체의 모양은 차체 표면의 곡률에 따라 자주 굴절되고 뒤틀린다. 하나의 요소만 어긋나도 사실적으로 보이는 전체의 균형을 완전히 깨뜨릴 수 있다.

 

1958 DeHavilland Canada Beaver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작품이 뭐라고 생각하나?

‘1971년식 메르세데스 AMG 300’이다. 일명 레드 피그라고도 불린다. 대담한 색상, 도발적인 데칼, 사실주의, 명암, 추상화 등 나의 성격과 작업 스타일의 완벽한 예시다.

사진_Shan Fannin(www.shanfannin.com)

 


 

 

ARTIST 4.
SAJIN PARK

당신은 누구인가?

슈퍼카 포토그래퍼이자 제품과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조너선 레벨로다. 에콰도르 키토에서 태어났고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산 지는 5년 됐다.

 

비디오게임을 통한 ‘비촬영(Non-Shoot)ʼ 작품

 

당신의 활동명인 ‘Sajin(사진)’을 발음하면 한국어로 사진(Photography)이 된다.

알고 있다. 나의 아버지는 박씨 성을 가진 한국인이다. 나는 에콰도르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언제나 나의 기원에 다시 연결돼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 활동명은 한국을 나의 정체성의 일부로 간직하는 방법이다.

 

 

어떻게 슈퍼카 전문 포토그래퍼가 됐는지 궁금하다.

14살에 나와 친구들은 BMX와 산악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우리는 정말 즐거웠고 그 모습을 촬영해 영상 콘텐츠를 만들었다. 이후 건축과 제품 디자인 공부를 하다 사진을 다시 시작한 건 지난 2017년쯤이다. 5년 전 밀라노에 오고부터 거리에 주차돼 있는 슈퍼카들에 매료돼 끊임없이 셔터를 눌렀다. 그러다 IG사에서 그들이 소유한 맥라렌 570s를 촬영해달란 연락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상업 자동차 포토그래퍼가 됐다.

 

자동차의 어떤 부분에 끌리나?

인테리어, 특히 클래식카의 계기반이나 운전대 같은 장치다. 거기엔 그것이 만들어진 때의 역사적·사회적 맥락이 담겼다. 사진을 찍을 때 나는 되도록 나의 관점과 서사를 담으려 하는 편이다. 그것이 자동차와 전혀 관련이 없거나, 원하는 대로 초점이 맞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경험하고 있는 것 그대로를 전달하려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나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가장 애착을 가지는 작품은 레이싱 비디오게임인 포르자 호라이즌 4(Forza Horizon 4)로 만든 ‘비촬영(Non-Shoot)’ 작품이다. 몇 달 전 (코로나19로) 전 세계 사람들이 집 안에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만 했을 때, 나는 창의적인 도전을 감행하기로 했다. 가상세계 속에서 장소를 정찰하고, 태양과 빛이 제 할 일을 하길 기다리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좋은 때와 장소를 만났을 때 그것이 사실적으로 보이도록 설정, 조리개, 셔터 속도, 각도, 기울기, 조명 및 배치에 공을 들였다. 이 작업을 통해 우리가 미래에 마주할 수 있는 수천 가지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다.

사진_Sajin Park(www.sajin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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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장은지PHOTO : Courtesy of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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