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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접수하라! 포르쉐 911 카레라 S & 메르세데스 AMG GT 4도어 쿠페

가속페달을 짓이기자 쩌렁쩌렁한 엔진 소리가 가슴을 고동친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스포츠카는 이 맛에 타는 거다

2020.11.22

 

시승차가 드림카다. 오늘은 이성적인 계산을 접어두고 감성에 푹 젖어 볼까 한다. 고성능 스포츠카의 매력에 흠뻑 빠지고 싶다. 911은 항상 포르쉐의 중심이었다. 포르쉐를 대표하는 모델로 포르쉐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다. 사랑을 듬뿍 받아 혼자만 동그란 헤드라이트를 허락받았을 정도다. 6기통 엔진을 얹었지만 V8 엔진의 카이엔이나 파나메라보다 윗급으로 여겨진다. 전설적인 스포츠카로 오랜 세월 갈고 다듬어온 포르쉐 911은 내가 탓할 수 있는 차가 아니라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

 

메르세데스 AMG GT 63 S 4매틱 플러스 4도어 쿠페는 639마력이라는 수치부터 나를 압도한다. AMG SLS, GT 쿠페에 이어 세 번째 AMG 고유 모델인 GT 4도어 쿠페는 단순히 벤츠 라인의 차를 업그레이드한 것이 아니다. AMG가 독자 모델로 직접 만든 것이 마치 튜닝카 같다. 요즘 AMG의 외연이 넓어져 그 과격함이 예전 같지 않지만 이건 진짜 AMG로, 세상에서 가장 빠른 4도어 모델이다.

 

 

포르쉐 911 카레라 S

911은 1963년 데뷔 이래 57년 동안 조금씩 진화를 거듭해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911만의 실루엣 등 몇 가지 디자인 특징으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전설을 만들었다. 911 고객들은 911이 변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익을 대로 익은 디자인은 어디 손 하나 댈 곳이 없다. 가장 포르쉐다운 모습의 911은 포르쉐의 다른 모델이 따라 하고, 그래야 포르쉐로 인정받을 수 있다.

 

 

오늘 시승차로 온 신형은 911(코드 네임 992)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지만 자세히 보면 바퀴가 커지고 펜더가 더 부풀었다. 위에서 보면 콜라병 모양이 강조된 거다. 과거에는 터보 모델 같은 고급형만 펜더가 부풀었지만 992부터는 모든 모델을 하나의 보디로 통일했다. 뒤 스포일러는 주행모드에 따라 다운포스와 공기저항 사이를 조절하며 움직인다. 요즘 포르쉐에 더해진 큰 재미다. 영원할 것 같은 완벽한 실루엣의 911은 좋아할 수밖에 없다. 시승차는 911 기본형에 살짝 힘을 더한 카레라 S 모델이다.

 

 

대시보드 역시 오래된 911만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다섯 개의 계기반은 1963년 최초의 모델부터 이어져온 것이다. 가운데 태코미터 글씨체가 군용차 같아 독일 차의 매력을 강조한다. 실내 끝마무리에서 독일 차의 강인함이 두드러진다. 독일 차, 그중에서 포르쉐의 감성은 든든하고 완벽하다. 부드러운 가죽으로 감쌌지만 강한 기운이 배어 나온다. 검소한 듯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독일 차답다. 무채색의 조화가 세련됐다. 운전석은 낮게 깔려 내가 몸으로 무게중심을 낮추는 듯하다. 인체공학적으로 완벽한 자세를 갖출 수 있어 편하다. 작아진 기어레버는 바쁜 순간에도 조작이 쉬웠다. 요즘은 기어레버를 움직여 운전하는 시대가 아니라 작고 간단한 레버가 마음에 든다.

 

 

카레라 S는 수평대향 6기통 3.0ℓ 엔진에 두 개의 터보차저를 달아 최고출력 450마력, 최대토크 54.0kg·m를 낸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3.7초이며 최고속도는 시속 308km에 이른다. 부글부글 끓어대는 엔진을 마음먹고 밟아대면 순식간에 뛰쳐나간다. 차체가 하나의 쇳덩어리인 양 딴딴하다. 납작한 차체가 다리를 벌리고 바닥에 들러붙었다. 고속에서도 안정된 차체 덕에 가속이 두렵지 않다. 예리한 스티어링은 다급한 순간에도 가고 싶은 곳을 파고들고, 강력한 브레이크는 원하는 순간 바로 잡아 세운다. 어느 순간에서도 솟구치는 파워와 우렁찬 소리가 나를 정신없게 한다.

 

 

고백하건대 난 뒤 엔진, 뒷바퀴굴림 차의 불안정한 몸놀림이 항상 두려웠다. 엔진을 뒤에 얹은 구형 폭스바겐 비틀로 시속 100km를 넘기자 앞바퀴가 들려 놀란 적이 있다. 공랭식 엔진 시절의 911도 마찬가지로 앞이 가벼워 불안했다. 네바퀴굴림 모델은 그나마 앞으로 무게가 더해져 조금 나았지만 엔진을 뒤에 얹어 불안한 차를 전통이라며 고집하는 포르쉐를 이해할 수 없었다. 반면 미드십 엔진의 박스터와 카이맨은 완벽한 몸놀림을 자랑했다.

 

 

911은 60년 세월 동안 뒤 엔진 차의 문제점을 개선해왔다. 조금씩 앞으로 옮겨온 엔진은 992에서 엔진 마운트를 앞으로 168mm나 옮겼다. 911도 거의 미드십 엔진처럼 만든 거다. 앞뒤 바퀴 크기가 다른 것도, 앞바퀴 사이 거리가 46mm 넓어진 것도 완벽한 핸들링을 위한 개선책이다. 992를 몰면서 과거의 불안한 주행특성은 내 마음속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트라우마가 없어지는 순간이다.

 

 

신형은 미드십 엔진 차처럼 움직이다. 안정감이 좋고 턴인이 날카롭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도 접지력이 뛰어나다. 아무리 내던져도 아무렇지 않아 한다. 내 마음이 가는 곳으로 치고 나갈 뿐이다. 강력한 브레이크는 더 빨리 달리라고 부추긴다.

 

 

엔진은 으르렁대며 맹렬하게 치고 올라간다. 바닥에 들러붙어 달릴 때 체감속도가 빠르다. 8단 PDK 변속기는 힘이 넘치는 차에서 수동으로 조작할 필요를 없게 한다. 스포츠와 스포츠 플러스 주행모드를 오가며 웅장한 배기음 속에 스포츠카 몰아가는 재미가 극에 달했다. PDCC(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로 코너에서는 기울어짐 없이 그대로 돌아간다. 주행모드에 웨트(WET) 모드가 더해진 건 위험한(?) 스포츠카에 커다란 안전장비를 더한 것이다. 모든 것을 너무나 잘 해내는 911은 최고의 핸들링 머신이었다. 이제 나의 드림카를 박스터에서 911로 바꾼다.

 

 


 

 

메르세데스 AMG GT 4도어 쿠페

몇 달 전 AMG GT 63 S 4도어 쿠페를 잠깐 타봤는데 무척 인상 깊었다. 운전석이 나를 꼭 잡아맨 가운데 실내가 공명상자 같아 우렁찬 배기음으로 가득한 게 가히 폭발적이었다. 최근 들어 BMW M5가 너무 얌전하다고 생각할 즈음, 63 S는 이를 대체할 차로 보였다. 오늘 그 차를 다시 만났다. 63 S를 보는 순간 괴물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샤크 노즈’라 불리는 앞모습은 AMG 세로 그릴로 개성을 한껏 더했다. 63 S가 CLS에서 진화한 모델인 건 AMG GT 쿠페 플랫폼이 아니라 E 클래스 것으로 만들어진 데서 알 수 있다.

 

 

AMG GT 쿠페에서 가져온 뒷모습은 그 흔적이 과거 300 SL의 엉덩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화끈한 스포츠카의 뒤 테일램프는 시퀀셜 램프로 더욱 화려하다. 트렁크 끝에 달린 리어 스포일러는 주행모드에 따라 움직이는데 에어 브레이크 역할까지 한다. 63 S가 해치백인 건 다분히 유럽적인 영향으로, 파나메라를 생각하면 된다. 4도어 쿠페는 마음이 젊은 CEO가 법인차로 구입할 수 있는 여지를 뒀다. 새로운 AMG 고객이 접근할 수 있는 차는 포르쉐 파나메라, BMW M8 4도어 등과 비교된다.

 

 

대시보드는 CLS의 것인데 센터콘솔은 GT 쿠페에서 가져와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실내는 넘치는 크롬으로 휘황찬란하다. 부드러운 가죽과 탄소섬유를 더한 실내는 최고급을 지향한다. 계기반 그래픽도 알록달록해 911과 비교된다. 실내의 화려함이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그런데 디스플레이가 터치스크린이 아닌 것은 조금 당혹스럽다. 센터콘솔 위 기어레버 위치가 호기심을 부른다.

 

 

몸을 꽉 잡아주는 운전석이 꼭 경주차에 앉는 기분을 준다. 나는 차와 한 몸이 돼 움직일 각오를 다진다. 운전석이 상대적으로 높아 과격한 코너링에서 스릴을 더하는 듯하다. 뒷자리는 2인승으로, 이런 스포츠카에 고급스럽고 넉넉한 공간이 고마울 뿐이다. VIP를 위한 뒷자리 중심차라고 주장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63 S를 다른 스포츠카와 구별하는 중요한 매력이다. 힘이 넘치는 차에서 네 사람이 무지막지하게 달리는 경험을 나눌 수 있다.

 

 

V8 4.0ℓ 트윈터보 M177 LS2 엔진은 최고출력 639마력, 최대토크 91.7kg·m를 뿜어내며 0→시속 100km 가속을 3.2초 만에 해치운다. 파나메라 터보가 3.8초인 것을 생각하면 대단한 차가 분명하다. 최고속도는 시속 315km다. 그런가 하면 1000~3250rpm으로 순항할 땐 실린더 네 개만 사용해 연비를 늘리려 애쓴다. 911에서 옮겨 탄 63 S는 운전석에 높이 앉아 달리는 기분이 새롭다. 커다란 출력은 차를 가볍게 해 1520kg의 911보다 한참 무거운 2155kg인데 더 가뿐한 느낌이다. 운전대 감각도, 접지력도 분명해 곧 자신감을 갖고 속도를 더해간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 고정하자 콩 볶아대는 소리가 균일하게 퍼져나간다.

 

 

차가 손에 익자 엄청난 토크로 차는 가속하고 나는 시트에 처박힌다. 뛰쳐나가는 기세가 무서운데, 포르쉐 911과 힘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일반도로에서 639마력을 다 쓰지 못한 탓일 게다. 아니면 차가 상대적으로 부드러워서일까? 엔진이 으르렁대면 실내가 진동하는데 엔진 소리는 바리톤 음색으로 꾸준하다. 9단 변속기는 힘 손실 없이 매끄럽기만 하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차가 가벼운데 브레이크가 밀리는 듯하다는 거다. 너무 힘이 넘쳐 그랬는지 모른다. 시승차는 트랙 데이를 막 끝낸 터라 타이어 마모가 심해 위험한 지경이었다.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승차감은 멀티체임버 에어 서스펜션으로 만드는 AMG 라이드 컨트롤 플러스로 적당히 단단하면서 부드러웠다. 그렇게 2톤이 훌쩍 넘는 차가 거세게 달린다. 절대적인 안정감에는 네바퀴굴림 시스템인 4매틱의 영향도 컸을 거다. 구불거리는 길에서 4휠 스티어링이 민첩성을 더하고, 리어 액슬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은 접지력을 높인다.

 

63 S는 주행모드에 따른 성격이 크게 다르다. 슬리퍼리,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레이스, 인디비주얼 등을 고르는 데 따라 엔진 반응과 서스펜션, 네바퀴굴림 제어전략, ESP 제어 한계 등이 지능적으로 제어된다. 준자율주행 장비도 모두 갖췄지만 제대로 써볼 시간은 없었다. 매 순간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63 S는 내 의지로 몰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자율주행에 그 재미를 맡길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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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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