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신소향의 타임슬립

바이크를 탄 신소향이 시공간을 뚫고, 미래로 질주한다

2021.01.11

모델이 착용한 수영복은 립합, 안경은 페이크미, 귀걸이와 목걸이는 스튜디오 레브, 스타킹과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

 

시간은 우리가 인식하려는 순간 보기 좋게 지나쳐간다. 아무리 정성을 다한들 시간을 핀셋으로 콕 집어낼 수는 없다. 시간은 그저 지속하는 양태고, 우리에게 허락되는 건 숫자일 뿐이다. 2020년 12월 10일 오후 3시 2분, 2021년 1월호 <모터트렌드>의 MT LADY 페이지를 꾸미기 위해 레이싱 모델 신소향을 만났다. 올해 연말은 좀 다르다. 거리 곳곳을 채우는 들뜬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다른 때 같으면 연말 휴가 일정을 세웠겠지만, 지금 우리는 한 치 앞도 계획할 수 없는 사상 초유의 시간을 꾸역꾸역 삼키고 있다. 2020년 열두 달, 12차례를 거치며 <모터트렌드> 지면에 팬데믹을 언급하지 않은 달이 없었다. 사태를 직시하고 헤쳐나가자는 교훈적인 이야기를 하기에 우리는 너무도 지쳤다.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처럼, 키보드의 스페이스를 눌러 시간을 건너뛰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스튜디오에 과거와 미래의 시간이 혼재한 가상의 시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화보의 주제는 레트로-퓨처리즘. <은하철도 999> 메텔의 머리를 닮은 신소향이 2000년대 뮤직비디오 속 펑키한 모습을 하고 미래를 향해 달린다. 내비게이션은 없지만 종착지는 분명하다. 지금이 아닌 그 어디라도.

 

신소향이 어두운 배경과 야살스러운 조명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은발에 가까운 금발머리와 하얀 피부가 유난히 빛났다. 한쪽으로 넘긴 부스스한 머리와 짙은 아이 메이크업이 원래 모습인가 싶을 정도로 잘 어울렸지만 그녀의 평소 스타일은 완전히 딴판이다. “시안을 받고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어요. 평소에는 화장도 연하게 하고, 레이스 달린 원피스 같은 러블리한 스타일을 좋아하거든요. 아이라인을 그릴 때도 눈꼬리를 내려달라고 하는데, 오늘은 메이크업 디자이너에게 특별히 올려달라고 했어요.” 겸손하게 이야기했지만 그녀는 과감하고 능숙한 포즈를 취하며 현장을 압도했다. 헝클어진 머리칼에 붉고 푸른 조명이 묻어났고, 그 모습이 영화 속 할리퀸처럼 도발적으로 비춰졌다.

 

 

신소향은 올해로 6년차 모델이다. 레이싱 모델로 데뷔하기 전 대학교에서 항공과를 전공했고 대기업 비서로 일한 적도 있다. 승무원 시험에서 연신 떨어져 낙심하던 중, 우연한 기회로 모터스포츠 경기에 모델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고 운 좋게도 일이 이어졌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편이라, 제가 언젠가 레이싱 모델이 되리라곤 상상해본 적도 없었어요. 근데 난생처음 가본 자동차 경주장에 매료된 거죠.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에너지와 열정이 있거든요.” 최첨단 기술이 이뤄낸 극한의 속도와 굉음, 0.01초로 승부가 갈리는 긴장감, 이는 모터스포츠에 대해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긴 하지만 신소향은 그런 화려함 이면에 있는 ‘사람들’에 주목했다.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이려 경기 전 몇 끼를 꼬박 굶는 선수, 선수가 최상의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돕는 스태프들, 촌각을 다퉈 경주차를 정비하는 미캐닉까지. “그들의 집념과 열정을 지켜보는 일은 정말 압도적이에요.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이렇게 완연히 헌신하는 현장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가죽 재킷은 스타일난다, 가죽 팬츠는 칼론, 초커 목걸이는 이오공, 브라톱과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

 

이렇게 진중한 면이 있는가 하면 엉뚱한 구석도 있다. 일단 그녀는 중학생 때 UFO를 직접 목격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우주와 외계 문명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편이다. 평소에는 집순이지만 한번 밖에 나가면 내일이 없는 것처럼 노는 광기를 지니기도 했다. 1년 전 처음 술을 배웠다는 그녀가 마침 요즘 가장 꽂힌 것이 테킬라다. 자주 밖에 나가지 못하는 요즘은 집에서 혼자 테킬라 병을 뜯거나 지인을 초대해 즐긴다. 또 그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똥손’이다. 그녀가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이렇게도 고장을 낼 수 있다고?”다. 절대 물건을 고장 낼 수 없는 상황에서도 손만 대면 망가뜨리기 일쑤다. 행여 물건이 멀쩡한 날에는 본인이 다친다. 그래서 그녀에겐 자연스레 ‘손이 많이 가는 친구’란 별명이 붙었다.

 

진지하기도, 엉뚱하기도 한 그녀에겐 삶을 사는 자기 나름의 바이브가 있다. 신소향은 ‘하고 싶은 일은 다 하고 살자’ 주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최대한 빨리 털어버리려 애쓴다. 부정적인 생각을 오래 담아두지 않는 덕에 그녀에게선 순수하고 즐거운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러나 구체적인 준비 없이 마냥 미래를 낙관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굉장히 사랑하긴 하지만, 레이싱 모델이 평생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잖아요. 돈을 열심히 벌어서 언젠가는 애견 카페를 운영하고 싶어요.” 그녀는 지금 키우고 있는 포메라니안 ‘춘향이’에 대한 애정으로 반려동물관리사, 반려동물행동조련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조만간 바리스타 관련 자격증을 따서 작은 카페를 열어 먼저 경험을 쌓을 것이라 계획을 밝혔다.

 

브라톱과 원피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 초커 목걸이는 이오공.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미래의 모습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부단히 다가가는 중이다.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타임슬립을 한다면 가고 싶은 곳이 있는지 물었다. 그런데 그녀가 하루빨리 만나고 싶은 미래는 애견 카페를 오픈한 때도, 코로나19가 종식된 때도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한 미래요. 연애를 많이 안 해봤는데, 요즘 들어 연애보다 얼른 결혼하고 싶단 생각이 자꾸 들거든요. 오늘 저 바이크 타면 결혼식장으로 바로 갈 수 있는 건가요?(웃음)” 

스타일링_이승은

 

 

 

 

모터트렌드, 모델, 신소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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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장은지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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