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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과 실용 사이, 쉐보레 콜로라도 vs. 지프 글래디에이터

폼 나는 픽업트럭과 지극히 실용적인 미국산 픽업트럭의 대결! 글래디에이터는 2000만원의 가격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2021.01.17

 

지금 국내에서 가장 잘 팔리는 픽업트럭은 쌍용 렉스턴 스포츠다. 지난 4월 렉스턴 스포츠는 출시 2년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대수 10만대를 찍었다. 2020년 가장 잘 팔린 픽업트럭도 렉스턴 스포츠다. 1~11월까지 렉스턴 스포츠의 판매대수는 3만679대로 쌍용차 전체 판매 비중의 38.6%를 차지한다. 렉스턴 스포츠는 왜 인기가 좋은 걸까? 레저와 여가를 즐기려는 인구가 늘면서 판매가 늘었다고도 볼 수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다. 2019년 7월까지 국내에서 고를 수 있는 픽업트럭은 렉스턴 스포츠와 렉스턴 스포츠 칸뿐이었다. 그런데 8월 쉐보레 콜로라도가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콜로라도는 미국에서 잘나가는 중형 픽업트럭이라는 걸 내세웠다. 차값은 3830만~4649만원으로 책정됐다. 렉스턴 스포츠가 2419만~3260만원인 것에 비하면 1000만원 남짓 비싼 수준이다. 경쟁력 없는 값은 렉스턴 스포츠의 인기를 저지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지프 글래디에이터가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루비콘 단일 트림으로 출시된 글래디에이터의 값은 6990만원이다.

 

어차피 콜로라도와 글래디에이터는 가격에서 렉스턴 스포츠와 경쟁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두 대는 어떨까? 차값은 2000만원 차이 나지만 둘 다 아메리칸 픽업트럭임을 내세우는 모델이다. 콜로라도가 실용적인 픽업트럭이라면 글래디에이터는 오프로드를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폼 나는 픽업트럭이다. 그래서 우린 두 대의 미국산 픽업트럭을 꼼꼼히 비교해보기로 했다. 과연 우리의 선택은?

 

 

주행품질과 주행성능

오늘처럼 주행품질과 주행성능을 포장도로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회의감이 들었던 적은 없었다. 비록 콜로라도가 조금 덜하긴 하지만 두 모델 모두 험로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 유틸리티 픽업이기 때문이다. 랭글러의 픽업 버전인 글래디에이터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도 우리가 생활하는 환경은 대부분 포장도로를 기반으로 한 대도시 혹은 중소 도시다. 그러니 이 친구들도 포장도로에서 실력을 점검받을 필요가 있다.

 

글래디에이터는 운전석에 오르는 순간부터 오프로더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사이드 스텝이 없으면 올라타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어렵게 올라 운전석에 앉으면 허전하다. 왼발을 놓을 풋레스트가 없어서다. 몸을 어떻게 지탱해야 할지 난감하다.

 

주행 질감에서 일단 승용차의 감각을 기대하는 이는 없으리라 믿는다. 없어야 한다. 바퀴가 굴러가는 순간부터 올라오는 느낌이 거칠거칠하다. 그런데 시승차에는 오프로드 대응 능력을 높이는 폭스의 쇼크업소버와 올터레인 타이어가 달렸다. 처음엔 액세서리로 단 것인 줄만 알았는데 글래디에이터 루비콘에는 기본으로 달리는 거란다. 그러니까 랭글러보다도 하드코어 오프로더라는 뜻이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주행감각은 영락없는 보디 온 프레임의 질감이다. 견고하고 묵직하다는 느낌과 함께 어쩔 수 없는 노면 충격과 진동이 전달된다. 묵직하게 노면을 눌러줘 예상보다 노면 접지력은 좋지만 요철 반동은 그대로, 아니 증폭해 전달된다. 보디 온 프레임이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지프 모델이니 이해는 된다. 시장에서는 제약이 있겠지만.

 

첫 번째 사거리를 만났다. 우회전하려고 속도를 줄였을 때 입에서 나도 모르게 ‘어이쿠’ 소리가 흘러나왔다. 제동페달이 푹 들어갔지만 속도는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동페달을 꽤 깊게 밟아야 제동이 시작된다. 깜짝 놀랐다. 그렇지 않아도 둔중하게 느껴지던 차가 더 둔하게 느껴진다. 물론 오프로드에서는 민감하지 않은 편이 접지력을 유지하면서 속도를 조절하기에 유리하다. 하지만 1초에 수십 미터를 달리는 일반 도로에서라면 소중한 제동 시간을 까먹는 것이 절대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조절이 필요하다.

 

 

그리고 두 번째 어색한 감각은 운전대의 복원력이다. 우회전을 마친 다음 운전대를 돌리던 팔에서 힘을 빼도 차는 계속 회전하려고 한다. 자칫하면 보도블록에 올라갈 수도 있겠다. 자체 복원력이 약한 것 역시 오프로드에서 저속으로 달릴 때 노면 접지력 변화와 요철을  예민하게 느끼기에는 적합한 설정이다. 하지만 일반 도로에서는 당황스러울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물론 직진할 땐 복원력이 작아도 노면 충격 등으로 운전대가 돌아가 버리는 일은 없을 테지만 어색한 건 사실이다.

 

슬라롬 테스트와 회피 기동 테스트에서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다. 밝은 면은 평소에 느리고 둔했던 조종 감각이 한계에 다가갈수록 명료해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롤링이 심하더라도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조종 한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은 의외의 성과였다. 어두운 면은 뒷바퀴가 앞바퀴의 움직임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급격한 회피 조작에서 오버스티어를 만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풋레스트가 없어서 운전자가 몸을 지탱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황을 수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글래디에이터의 뜻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남의 생명을 해치는 비정상적인 삶을 사는 검투사다. 그리고 자동차 글래디에이터도 평범한 생활을 위한 차는 결코 아니었다.

 

 

이에 비해 콜로라도는 완전 승용차 감각이다. 보디 온 프레임 모델이라는 것을 잊게 한다. 물론 조금씩 전달되는 요철에서의 진동이 주는 특성은 이 차가 보디 온 프레임 모델이라는 것을 일깨워주지만 상당히 쾌적한 승차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 시트가 낮다. 크로스오버 SUV 감각이다. 비록 운전석뿐이긴 하지만 전동 시트도 달렸다. 글래디에이터보다 일반 승용차에 가까운 승차 자세라는 뜻이다. 일반 승용차만 탔던 사람이라도 큰 이질감 없이 적응할 수 있다. 이건 아주 중요한 상품성이다.

 

쉐보레 콜로라도

 

저속으로 달릴 때의 감각은 거의 크로스오버 SUV다. 조향 감각도 글래디에이터처럼 헐겁지 않고 묵직하며 명료하다. 운전대를 좌우로 조금씩 돌리면 차의 앞머리가 바로바로 반응한다. 코너에서는 언더스티어가 조금 큰 편이긴 하지만 조종 감각이 희미해지는 느낌은 별로 없다. 익숙하다. 슬라롬과 회피 기동에서도 차체 안정성과 움직임이 글래디에이터와 큰 차이를 보인다. 내 의사보다 한참 늦게 반응했던 글래디에이터와는 달리 지연 현상이 크지 않아 크게 놀랄 일도 없다. 롤링과 피칭 현상도 적다. 회피 기동에서 주목했던 점은 ESC다. 아주 세련되게 개입해 언제든 안정감을 유지하면서도 어색하지 않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조종 한계 부근에서 접지 감각이 희미해지는 정도가 생각보다 크다는 점이다. 평소의 신뢰가 너무 컸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끝에 가서 살짝 느슨해진다는 느낌이라 아쉬웠다.

 

이런 느슨함은 제동 상황에서도 발생한다. 승용차와 비슷하게 조절하기 쉬운 제동페달 감각은 믿음직스러웠다. 하지만 강한 제동을 위해 페달을 더 깊게 밟아보면 제동력이 비례해서 늘어나지 않는 현상은 조금 아쉬웠다. 브레이크 부스터가 좀 더 컸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화물을 싣는 경우를 감안해야 하는 픽업트럭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콜로라도는 픽업 시장을 넓히기에 충분한 상품성과 보편성을 갖춘 차였다. 이해하기 쉽고 부담스럽지 않았다. 새로운 고객들이 픽업 시장으로 진입할 관문으로는 매력적이라는 뜻이다.

 

쉐보레 콜로라도

 

제동성능과 발진 가속

두 모델의 제동 성능 계측 결과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그 느낌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콜로라도는 제동 초기에 크로스오버 SUV처럼 민첩한 제동 응답성과 적절하게 억제된 노즈 다이브 현상으로 또렷하고 민첩한 제동 성능을 보였다. 하지만 수축됐던 서스펜션이 늘어나는 리바운드 과정에서 접지력을 잘 유지하지 못하고 ABS가 작동하면서 제동거리를 잃었다. 또 제동페달을 깊게 밟아도 제동력이 확실히 늘어나지 않는 점 등 보다 섬세한 튜닝이 아쉬웠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이에 비해 글래디에이터는 둔한 페달 감각과 이에 따른 초기 공주거리(운전자가 위험을 인식하고 브레이크를 밟을 때까지 차가 이동한 거리) 증가, 무른 서스펜션에 의한 노즈 다이브 현상의 증가 등으로 급제동 초기에 당황스러운 점이 많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끈끈한 접지력을 바탕으로 최대 제동력을 끝까지 유지하는 우수한 최종 제동 단계의 성능을 보였다. 차체가 살짝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기는 했지만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었다.

 

 

평상시 주행에서는 콜로라도의 V6 엔진이 글래디에이터보다 저회전 영역에서 더 유연하고 강력하다. 회전 감각도 부드러워 콜로라도의 동력 성능이 더 나은 면을 보였다. 더 낮은 회전수로 같은 속도를 유지하는 콜로라도의 연비가 좋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발진 가속에서도 콜로라도의 우세는 계속된다. 절대 출력과 무게 차이도 이유겠지만 콜로라도의 파워트레인이 더 정밀해서 동력 전달에 유리한 것으로 느껴졌다. 시속 40km까지는 거의 비슷하게 가속하던 두 모델이 시속 80km 이상에서 급격하게 차이를 보이는 건 단순히 공기역학 성능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글_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콜로라도의 실내는 옛날 느낌이 물씬 난다. 작은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에 아날로그 계기반, 키박스가 고스란하다.

 

운전석과 실내 공간

“아, 이 열쇠 정말 최악이야!” 콜로라도를 운전하던 이진우 편집장이 운전대 아래로 덜렁거리는 커다란 열쇠를 몇 번이나 밀어 올리다 소리쳤다. “요즘 시대에 버튼이 아닌 열쇠를 꽂아 돌리는 것도 용서가 안 되는데, 운전하는 내내 키박스 밖에서 덜렁거리면서 시선을 끌고 허벅지를 간질여. 이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만든 거야. 쉐보레가 늘 그랬던 것처럼.” 그랬다. 콜로라도엔 시동 버튼이 없었다. “최고급 트림에도 시동 버튼이 없는 건 좀 그래요. 이번 세대 콜로라도가 처음 나온 게 2011년이잖아요. 나이에 걸맞게 실내 곳곳에서 오래된 티가 팍팍 나죠.”

 

글래디에이터 실내는 랭글러와 거의 똑같다. 시승차는 대시보드를 빨간색 플라스틱으로 장식하고 가죽에 빨간색 스티치를 더해 멋을 냈다.

 

고정식의 말에 안정환도 맞장구를 쳤다.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이 값싼 플라스틱으로 덮여 있어요. 투박하고 볼품없는 미국차의 인테리어 전형을 보여주죠.” 그렇게 따지면 글래디에이터도 미국차이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글래디에이터는 콜로라도와는 확실히 실내 분위기가 달랐다. “글래디에이터는 계기반 왼쪽부터 대시보드 오른쪽 끝까지 빨간색 플라스틱 소재로 장식했어요. 시트에도 새빨간 스티치를 넣었는데 무척 세련된 느낌이에요. 아날로그 계기반과 투박한 물리 버튼의 조합도 멋지고요.” 장은지의 말에 안정환이 이번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전 신형 랭글러의 인테리어가 무척 마음에 들어요. 전체적인 분위기는 투박하지만 오프로더 콘셉트에 맞게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놨죠. 그런데 그 인테리어가 글래디에이터에도 고스란히 넘어왔잖아요. 마음에 안 들 수가 없죠. 남자라면 글래디에이터 디자인에 끌리지 않을 수가 없을 거예요. 글래디에이터의 운전대를 잡은 순간만큼은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된 기분이 드니까요.”

 

지프 글래디에이터

 

글래디에이터의 실내를 못마땅해한 건 나윤석 칼럼니스트뿐이었다. “글래디에이터는 오프로드용 장비야. 멋은 부렸지만 일상적인 주행에선 불편한 게 많다고. 특히 운전석에서 가장 화가 났던 건 왼발을 편히 놓을 풋레스트가 없단 거였어. 그렇지 않아도 차가 무척 출렁여서 몸을 지탱할 방법이 부족한데 왼발로 지지할 수도 없잖아.” 하지만 우리 중 누구도 글래디에이터에 풋레스트가 없다는 걸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러기엔 콜로라도의 실내가 너무 구식이었다. “그래도 콜로라도에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은 있네요.” 하지만 우린 곧 뒷목을 잡고 말았다. 스마트폰을 잘 놓아두라고 네모난 모양으로 홈을 파놓은 건 좋았지만 크기가 작아 우리 중 누구의 스마트폰도 그 안에 쏙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럴 바엔 그냥 수납공간을 마련하는 게 나을 뻔했겠어요.” 김선관이 뾰로통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2열 공간도 글래디에이터의 손을 들고 싶어요. 콜로라도는 시트 방석 부분이 너무 낮은데 등받이는 곧추 서 있어 앉았을 때 무척 불편했어요. 글래디에이터도 편하진 않았지만 뒷자리에 송풍구가 있다는 건 마음에 들어요. 콜로라도 뒷자리엔 송풍구가 없거든요.”

 

지프 글래디에이터

 

“저도 글래디에이터의 2열에 한 표요! 콜로라도 2열 시트 아래에도 수납공간이 있지만 글래디에이터의 수납공간은 감동적인 수준이에요. 크기가 넉넉해 다양한 물건을 넣을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수납공간 뒤에는 하드톱과 도어를 분리했을 때 볼트나 너트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보관할 수 있는 피스 박스도 있어요.” 장은지의 말에 고정식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뒷자리 등받이를 접으면 나오는, 떼어낼 수 있는 블루투스 스피커에서도 지프 특유의 위트가 느껴져. 바람이고 싶고, 자유롭고 싶은 지프 오너들의 성향을 날카롭게 파고들었어.” “전 픽업트럭이니까 짐 공간도 확인했어요. 크기는 콜로라도가 더 큰데 쓰임은 글래디에이터가 나은 것 같아요. 특히 줄 같은 걸 연결하는 고리가 있는데 글래디에이터에는 레일이 달려 있어 고리를 움직일 수 있어요. 물건의 크기나 형태에 따라 묶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콜로라도는 고정돼 있어서 불편할 것 같아요.” 김선관의 말에 우린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쉐보레 콜로라도

 

“비록 화려한 맛이 없긴 하지만 콜로라도 운전석은 보통 SUV의 분위기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 운전석 시트가 지나치게 높지 않아 이 차가 보디 온 프레임 구조라는 걸 알아채지 못할 정도지. 게다가 제대로 만들어진 풋레스트는 운전 자세를 잡기에 아주 유용해. 내장재가 딱딱한 플라스틱으로 돼 있어 감성은 전혀 없지만 비포장도로에서도 잡소리 하나 없을 정도로 조립 품질이 좋은 것도 칭찬하고 싶고.” 나윤석 칼럼니스트의 말이 공허하게 공중으로 흩날렸다.

 

쉐보레 콜로라도

 

시승차로 온 콜로라도가 77만원짜리 사이드 스텝을 달아 타고 내릴 때 훨씬 편하다는 사실은 모두에게 잊힌 지 오래다. 그러다 우린 이진우 편집장의 말에 문득 정신을 차렸다. “옵션을 가득 넣은 콜로라도 최고급 트림이 5000만원 안팎인데 글래디에이터는 6990만원이라고? 2000만원이나 차이 나잖아!”

글_서인수

 

 

연비

좀처럼 표정이 없는 안정환의 얼굴에 어쩐 일인지 오묘한 미소가 가득했다. “헤드투헤드로 픽업트럭을 다룰지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리고 이 차들로 연비 대결이라니요. 흥미로운 결과가 나올 것 같은데요?” 그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 있던 에디터들 모두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장은지는 그런 그들에게 제원표를 전달했다. 제원표를 받아들고 가장 먼저 입을 뗀 건 서인수였다. “글래디에이터와 콜로라도 모두 V6 3.6ℓ 자연흡기 엔진을 얹었는데 연비 차이가 꽤 나는 편이네. 글래디에이터의 시내, 고속도로, 복합연비는 5.9, 7.3, 6.5km/ℓ고, 콜로라도는 7.1, 9.8, 8.1km/ℓ야. 난 또 2016년에 V6 펜타스타 엔진이 대대적인 개선을 거쳤다고 해서 연비를 크게 끌어올린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봐. 실제 연비에서도 차이가 크려나?” 나윤석 칼럼니스트와 이진우 편집장, 고정식은 오묘한 표정으로 목적지로 가기를 채근했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시승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서인수가 글래디에이터 계기반을 확인했다. “헐, 완전 람보르기니 우루스급인데?” 6.4km/ℓ였다(참고로 우루스의 복합연비는 6.3km/ℓ다). <모터트렌드> 사무실에서 시승 장소까지의 거리는 70km로 30%가 시내, 70%가 고속도로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보통 실제 연비가 복합연비보다 높은 편인데 글래디에이터는 그 반대였다. 그렇다면 콜로라도는 어땠을까? 콜로라도의 운전대를 잡은 고정식이 크게 외쳤다. “8.2!” 복합연비보다 0.1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019년 4월 미국 본토에서 글래디에이터를 타고 온 이진우 편집장이 결과를 예상했다는 듯 이야기했다. “글래디에이터의 앞모습을 봐. 저건 공력성능을 하나도 고려하지 않은 모습이야. 그릴과 앞유리 모두 직각으로 세워져 있어 속도를 높일수록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어. 공기저항계수도 분명 엄청 높을 거야.” 글래디에이터의 공기저항계수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모습이 똑같은 랭글러의 공기저항계수는 0.50이다(그랜드 체로키의 공기저항계수는 0.37이다). 안정환이 이진우 편집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재빨리 말을 이었다. “글래디에이터는 모든 세팅이 오프로드에 집중돼 있어요. 타이어만 봐도 알 수 있죠. 콜로라도는 올터레인 타이어를 신은 반면 글래디에이터는 깍두기가 튀어나와 있는 듯한 머드 타이어를 신고 있어요. 오프로드를 주 무대로 삼는 차에 높은 연료 효율을 기대할 순 없죠.” 자신의 대답에 심취한 듯 안정환이 어깨를 으쓱하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쉐보레 콜로라도

 

“V6 펜타스타 엔진에 맞물린 9단 자동변속기는 엔진 회전수를 높게 가지고 가는 경향이 있어요. 시속 100km로 항속할 때도 엔진 회전수를 1800rpm이나 쓰더라고요. 콜로라도는 1500rpm밖에 쓰지 않던데.” 시승 기억을 떠올리며 수첩을 살피던 장은지의 이야기에 안정환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콜로라도에 들어간 V6 엔진에 엄청난 무기가 있었네?” 콜로라도를 살피던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뭔가 발견한 듯 에디터들을 집중시켰다. “GM의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 그러니까 능동형 연료 관리 시스템이 들어갔어. 주행 환경을 분석해 필요에 따라 6개의 실린더 중 2개를 멈추고 4개만으로 주행을 하는 거지. 이렇게 무겁고 기름도 많이 먹는 픽업트럭의 연비를 끌어올리는 데 상당한 영향을 줄 것 같은데.” 쉐보레는 콜로라도가 기름을 아끼고 있다는 걸 만천하에 알리고 싶은 듯 두 개의 실린더가 멈추면 계기반에 V4라는 표시등을 띄운다. 민감한 사람은 몸으로도 그 차이를 느끼기도 한다.

 

 

“수치적으로든, 경험적으로든, 구조적으로든 이번 연비 대결은 콜로라도의 승리라고 봐야 해.” 한쪽 구석에서 다른 에디터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던 고정식이 말했다. 그의 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연비 대결에서 패배한 글래디에이터가 안쓰러운지 이곳저곳을 살펴보던 안정환이 회사로 돌아갈 채비를 하던 서인수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도 글래디에이터에는 멈췄을 때 시동을 끄고 출발할 때 다시 켜 연료를 아끼게 해주는 스톱 앤 고 기능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이 기능이라도 없었으면 연비가 더 낮았을 거잖아요. 그럼 연비가 우루스가 아니라 우라칸급이 됐을 거라고요.”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그의 이야기를 들은 서인수는 애써 외면한 채 재빨리 콜로라도에 몸을 실었다. 글래디에이터엔 눈길조차 주지 않고.

글_김선관

 

 

구매와 소유비용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쉐보레는 픽업트럭을 만들기 시작했다. 픽업트럭은 땅이 넓고 황무지가 많은 북미 지역에서 오랜 시간 사람들의 삶과 밀착해 온 차종이다. 100년 전 사람들은 2020년에 세상이 종말하거나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닐 줄 알았다. 플라잉 카는 없지만 적어도 자율주행을 논하는 시대에, 대관절 픽업트럭에 관심이 쏠릴 줄 노스트라다무스라도 예상이나 했을까? 오늘날 픽업트럭이 사람들의 관심을 끈 배경은 이렇다. 코로나19로 각국을 잇는 항공로가 막히면서 사람들이 국내에서 즐길 만한 여가와 취미 생활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는 까닭이다. 픽업트럭 명가에서 100년의 구력으로 선보인 짐차와 정통 오프로더 맛집에서 선보인 짐차처럼 생긴 오프로더의 대결. 2000만원이 넘는 가격표 사이에서 우린 어떤 고민을 해야 할까?

 

지프 글래디에이터

 

단일 트림으로 국내에 출시된 글래디에이터의 신차 가격은 6990만원(개별소비세 3.5% 적용)이다. 마찬가지로 V6 3.6ℓ 가솔린 엔진을 얹은 콜로라도는 익스트림(3830만원), 익스트림 4WD(4160만원), 익스트림-X(4300만원), Z71-X(4499만원), 스페셜 에디션인 Z71-X 미드나잇 에디션(4649만원)의 다섯 가지 트림으로 출시됐다. 이 중 가장 상위 트림인 Z71-X 미드나잇 에디션에는 Z71 도어 배지와 턱시도 블랙 외장 컬러, 17인치 글로스 블랙 알로이 휠과 블랙 휠 캡 등이 포함된다. 취·등록세, 부대비용 등을 더한 글래디에이터와 콜로라도 Z71-X 미드나잇 에디션의 실제 구매가는 7508만8000원, 4999만4430원이다. 약 2500만원이 차이 나는 셈이다.

 

쉐보레 콜로라도

 

국산차 한 대에 육박하는 가격 차이에 모두가 말을 주저하고 있던 차,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먼저 입을 뗐다. “7000만원짜리 픽업트럭이라…. 글래디에이터의 값은 미친 것 같아. 게다가 글래디에이터라면 애프터마켓의 휘황찬란한 액세서리를 모른 척할 수 없잖아!” 김선관도 그 말에 동의했다. “맞아요. 가격만 봤을 때는 게임이 안 돼요. 더구나 쉐보레는 자기네들이 수입차라고 열심히 말하지만 사람들에겐 그냥 국산차죠. 보험사도 그렇게 인지하고 있고요. 보험료며 소모품 가격 등 소유 비용까지 더하면 가격 차이가 어마어마해지는 건 안 봐도 뻔해요.” 실제로 주요 보험 보장 내역을 합산한 결과 글래디에이터가 약 20만원 높고 주요 소모품 비용의 합산도 45만원 남짓 웃돌았다. 이대로 글래디에이터의 완패인 걸까?

 

지프 글래디에이터

 

그러던 중 서인수가 새로운 의견을 냈다. “해외에서 5000만원대에 팔리는 글래디에이터가 국내에 7000만원대로 들어온 데는 이유가 있어. 바로 적재공간의 롤업 베드 커버나 라이트 같은 액세서리들이 기본으로 달렸기 때문이야. 반면 콜로라도는 아무리 스페셜 에디션이라고 해도 내비게이션을 지원하는 멀티미디어 팩이나 적재함 커버, 사이드 스텝 등의 옵션과 액세서리를 일일이 돈을 주고 추가해야 해.” 서인수의 말대로 우리가 시승한 콜로라도 Z71-X 미드나잇 에디션은 멀티미디어 팩(80만원), 블랙 스포츠 바(123만원), 사이드 스텝(77만원) 등이 추가돼 5000만원 초반대의 가격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2000만원이란 가격 차이는 여전한 상황. 김선관이 언급했듯 콜로라도가 사실상 국산차 같고 글래디에이터는 누가 봐도 수입차란 사실이 2000만원의 절망감을 조금은 덜어줄 수 있을까?

 

쉐보레 콜로라도

 

만약 글래디에이터와 콜로라도 중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그게 누구라도 일상에서 두루 타기 편한 차가 필요해서는 아닐 테다. 두 대의 픽업트럭은 평범한 이동 수단이 아닌 무언가를 운송하려는 목적을 겸한다. 그런데 두 차는 같은 픽업트럭임에도 전혀 다른 언어로 호소한다. 두 차의 트렁크 용량은 별 차이가 없지만 콜로라도의 적재중량이 400kg인 반면 글래디에이터는 200kg에 불과하다. 글래디에이터의 서스펜션이 오프로더로 세팅돼 달릴 때 출렁거림이 심하기 때문이다. 효용에서 한참 모자란 대신 글래디에이터는 코로나 블루를 앓는 이들의 마음을 공략한다. 여가용 보트를 견인하고 산악자전거를 싣는 등 라이프스타일을 확장해주는 운송 수단을 넘어,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가치까지 겸하기 때문이다. 하드톱과 도어를 드러낸 컨버터블 픽업트럭이 주는 낭만은 기능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자아실현’의 영역이다. 그런 이유로 짐차라는 틀에 놓고 두 차의 가격을 따지는 건 사실상 무의미해진다. 이는 얼마나 합리적인 비용을 내고 잘 달리는 짐차를 얻느냐가 아닌, 어떤 삶을 택할지에 관한 문제다.

글_장은지

 

최종 결론

5대 2로 콜로라도의 압승이다. 우린 모두 글래디에이터가 콜로라도보다 멋지고 근사하다는 데 동의했지만 2000만원을 더 주고 살 가치가 있느냐는 점에선 고개를 갸웃했다. 글래디에이터가 타이어부터 서스펜션까지 오프로드에 특화된 장비를 대거 달았지만, 그래서 일반 도로에서 더 불편하고 쓰임새도 부족하다는 건 큰 감점 요인이었다. 물론 콜로라도가 구식 인테리어에 유물과도 같은 커다란 열쇠를 챙겼지만 일반 도로에서 더 자연스럽고, 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으며 연비도 뛰어나다는 점이 우리의 마음을 흔들었다. 폼과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안정환마저 콜로라도의 편을 들었으니 말 다했다. 김선관과 장은지는 희소성과 개성에 이끌려 글래디에이터를 선택했지만 막히는 포장도로에서 일주일 동안 운전하다 보면 그 선택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그냥 콜로라도를 선택하고 남은 2000만원으로 현대 아반떼를 살걸 그랬어!’라고 외칠지도. 하지만 일상에서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폼이 중요하다면 글래디에이터가 답일 수 있다. 나 역시 값이 비슷했다면 글래디에이터를 선택했을 거다.

글_서인수

 

JEEP GLADIATOR

● 김선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이라면 콜로라도가 옳다. 차값이 2000만원 이상 차이 나고 온로드 주행 품질도 더 좋으니까. 하지만 난 희소성과 개성을 선택하겠다. 그리고 도로 위의 힙스터가 되겠다.

 

● 장은지

콜로라도가 라이프스타일의 범위를 넓혀주는 운송 수단이라면, 글래디에이터는 이를 넘어 패션 영역까지 넘나든다. 기름을 벌컥벌컥 마셔대도 험로를 능청스럽게 주파하며 제 몫을 해낸다. 실용과 효율을 중시하는 개미와 낭만에 죽고 사는 베짱이의 대결. 코로나 블루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글래디에이터는 아주 정당한 보복 소비가 될 것이다.

 

 

CHEVROLET COLORADO

● 이진우

대한민국에서 오프로딩을 제일 많이 한 자동차 전문기자 중 하나인 내가 절실하게 느낀 게 있다. 오프로드에서 타라고 만든 차를 온로드에서만 타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짓이다.

 

● 나윤석

콜로라도는 익숙하고 다루기 쉽다. 그리고 일반 도로에 훨씬 적합하다. 글래디에이터가 아무리 오프로드 장비를 대거 갖췄다고 해도 7000만원 남짓한 값을 합리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리고 콜로라도도 충분히 오프로드에서 강력하다.

 

● 서인수

폼이냐, 실용성이냐에 따라 선택은 달라질 거다. 하지만 난 일상에서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폼을 고집하고 싶진 않다. 게다가 글래디에이터는 2000만원이나 더 비싸잖아!

 

● 고정식

난 마니아는 아닌 것 같다. 온로드와 오프로드 모두 적당히 잘 달리는 콜로라도가 더 좋은 걸 보면. 글래디에이터는 일상에서 포기하고 감내해야 할 게 너무 많다.

 

● 안정환

마음은 터프한 매력의 글래디에이터에 기울지만 이성적인 판단이 콜로라도를 택하게 한다. 2000만원이 넘는 가격 차이는 사람을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렇다고 콜로라도가 성능이 떨어질까? 온로드에서만큼은 콜로라도가 훨씬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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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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