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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부드럽게, 아우디 S8 & 랜드로버 디펜더

은밀하게 차체를 들어 올리고 부드럽게 과속방지턱을 넘어간다. S8과 디펜더는 성격도, 형태도 다르지만 똑똑한 에어 서스펜션을 얹었다

2021.01.23

 

에어 서스펜션은 고급차를 가늠하는 기준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롤스로이스부터 독일의 프리미엄급 세단 그리고 포르쉐 등 고급차에 에어 서스펜션을 달았다. 에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듯, 구름 위를 달리는 부드러운 승차감은 고급차 감각에 꼭 필요했다. 에어 서스펜션이 1901년 처음 나왔다고 하니 자동차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

 

65년 전 시트로엥 DS는 우주선 같은 독특한 디자인에 에어 서스펜션으로 다듬은 매끈한 승차감을 자랑했다. 차체를 들어 올리고 내리는 남다른 움직임은 미래 차 같은 이미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후 시트로엥 CX, XM 등도 에어 서스펜션을 차례로 달았다. 요즘은 고급차라 불리는 모든 차에 에어 서스펜션이 달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에어 서스펜션은 작고 경제적인 차에도 쓰였다. 1959년 앨릭스 몰턴이 설계한 오리지널 미니의 러버콘 에어 서스펜션은 공간을 절약하기 위한 간단하고 경제적인 해결책이었다. 차체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에어 서스펜션은 오프로드 차에서 더 설득력을 가진다. 차체를 높이면 접근각과 이탈각이 커져 험로 주파 성능이 좋아진다. 또 차체를 보호할 수 있어 고급 오프로더에 당연한 장비가 됐다. 고속으로 달릴 때 차체를 낮추면 공기저항을 줄일 수 있다.

 

 

아우디 S8

아우디 S8의 ‘예측 가능한 액티브 서스펜션’은 차 앞에 달린 카메라가 노면 요철을 발견하면 서스펜션이 미리 준비해 최상의 안락함을 추구한다. 국내에 출시된 S8 L에는 기본으로 달려 있는데 네 개의 에어 서스펜션에 액추에이터가 따로 작동해 매끈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을 만들어준다. 카메라 동작이 빨라 1초에 18번이나 앞쪽 정보를 파악하고 서스펜션은 0.5초에 위아래로 85mm나 올리고 내릴 수 있다.

 

 

액티브 서스펜션은 코너를 돌아나갈 때 차를 바로잡는 기능도 한다. 코너를 돌 때 차체 기울기를 2°로 줄여 기울어짐 없이 돌아나가게 하는 거다. 다이내믹 모드에서 굽은 길을 돌아나갈 땐 수평적인 자세를 유지해 보디 롤을 방지하고 횡가속도를 조절한다. 급격한 발진이나 감속에도 차체를 컨트롤한다. 이뿐인가? 차가 멈췄을 때 문을 열면 순간적으로 차체를 50mm 들어 올려 타고 내리기 편하게 한다. 나이가 들면 승용차에 타고 내릴 때 주저앉으며 몸을 구부리는 게 힘들 때가 있다. 무척 고마운 기능이다.

 

 

하지만 아우디 S8의 진짜 재미는 571마력에 있다. 아우디에서 ‘S’가 붙은 차는 BMW M이나 메르세데스 벤츠의 AMG처럼 파워풀한 차를 뜻한다. 571마력은 우렁찬 기색 없이 2.3톤의 차를 부드럽고 가벼운 차로 만드는 데 쓰였다. 가벼운 차가 소리 없이 튕겨나간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이 4초가 안 되니 가히 슈퍼카급이다.

 

 

차는 컴포트 모드에서 한없이 부드럽고 조용한데 무척 빠르기도 하다. 길이가 5.3m 넘는 리무진이면서 슈퍼카인 S8은 조용한 가운데 구름 위를 떠가는 듯하다. 힘이 여유로워 컴포트와 다이내믹 모드의 차이가 크지 않아 보인다. 컴포트에서도 차가 빠르고 다이내믹에선 약간의 배기음을 더할 뿐이다. 화살 시위를 당기듯 추월이 한순간이다. 도로 위의 다른 차들과 분리돼 나 혼자 딴 세상을 달린다.

 

 

액티브 서스펜션은 고급차에 걸맞게 충분히 부드럽다. 다만 기대가 너무 커서인가, 생각만큼 감동을 부르진 않았다. 과속방지턱을 넘으면서 마치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은 매직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주 부드럽게, 그러나 출렁이며 지난다.

 

 

S8은 고속에서 차체 안정감이 뛰어나다. 관성의 법칙을 무시하는 롤 컨트롤과 네바퀴굴림의 안정감 속에 빠르고 편하며 세련된 움직임을 보인다. 달리는 즐거움이 넘친다. 올 휠 스티어링 덕에 회전반경이 크지 않아 작은 차처럼 민첩하다. 이런 차는 직접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심플하면서 깔끔하다. 번쩍이는 크롬을 모두 검게 처리한 S8은 A8과 구별이 쉽지 않다. ‘양의 탈을 쓴 늑대’ 놀이를 즐길 만하다. 겉모습은 수수하지만 영화 <로닌>에서 특수작전에 동원된 슈퍼세단이었다.

 

 

사이드 볼스터가 미미해 옆구리가 여유로운 운전석은 점잖은 스포츠카를 뜻한다. 실내는 세련됐지만 한편으로 검소한 기분이 비즈니스적이다. 탄소섬유와 알루미늄으로 꾸민 실내가 은근한 매력이다. 알루미늄과 검은 톤의 조화는 스포츠 세단의 공식과 같다.

 

 

롱휠베이스 모델의 뒷자리는 공간이 넉넉해 보스를 모시기에 부족함이 없다. 뱅앤올룹슨 오디오에서 울리는 소리가 차원을 달리한다. S8은 만족할 만한 핸들링 속에 조용하고 부드러우며 무척 빨랐다. 2억원짜리 차에서 수수한 매력이 좋았다. 조용하면서 강한 차는 자신만의 팬덤을 만들 것이 분명하다.

 

 


 

 

랜드로버 디펜더

S8의 액티브 서스펜션이 도로 상황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재주를 지녔다면, 디펜더의 에어 서스펜션은 예측하는 기능까진 챙기지 못했다. 하지만 노면 정보 전달에 충실하고 충격을 제대로 걸러낸다. 그리고 차체를 75mm까지 높일 수 있어 최저지상고가 291mm에 이른다. 덕분에 오프로드에서 거칠 것이 없다. 강을 건널 수 있는 깊이는 900mm다. 구형은 500mm에 불과했다. 또 도어를 열면 차체를 50mm 낮춰 타고 내리기 쉽도록 했다. 짐을 싣고 내릴 때 뒤 적재함 바닥을 내리는 건 물론이다. 그러니까 디펜더의 에어 서스펜션은 오프로드를 더 잘 달리고 짐을 자유롭게 실으면서도 온로드에서의 매끈한 승차감을 위한 필수 선택이다.

 

 

사랑하던 차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구형 랜드로버 디펜더는 오프로더의 아이콘이었다. 사람들이 너무나 사랑했기에 화석으로 남겨진 차였다. 구형 디펜더는 특수한 수요나 마니아층을 상대할 뿐 많은 양을 팔기 어려운 차였다. 원시시대에 남겨진 차를 다시 만드는 작업은 드라마틱한 변화를 요구했다. 새로 만난 신형 디펜더는 휠베이스가 긴 5도어 모델이다. 진정한 오프로더답게 앞뒤 짧은 오버행이 자랑이지만, 이 차는 바위산을 타기보다 오지로 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그려진다. 진창길을 헤치고 사막에서 모래바람 일으키는 랜드로버다. 한결 완성되고 예뻐진 신형에서 구형 디펜더가 떠오른다. 보닛 위 체크 플레이트 조각이 그렇고, 불거진 어깨선과 지붕에 달린 알파인 라이트, 옆으로 열리는 테일 게이트, 거기에 달린 스페어타이어 등이 그렇다. 칼같이 수직으로 잘라낸 뒷면 역시 구형의 특징을 살렸다. 테일램프도 보기 좋아 디펜더의 새로운 개성으로 자리  잡을 것 같다.

 

 

그렇게 만들어진 차체의 공기저항계수가 0.38이다. 구형이 0.62였으니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바닥도 평편하게 만들어 공기저항을 줄이고 한편으로 풀잎 무성한 비포장도로에서 배로 쓸고 나가는 데 유리하다. 문제는 차가 너무 예뻐서 상처를 내고 싶지 않다는 거다. 나뭇가지로 보디에 상처라도 나면 가슴이 아플 것 같다. 옵션장비를 달기 위해 보디에 구멍 뚫기가 망설여진다. 터프함이 사라지니 구형 디펜더와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오프로더가 이래서는 안 되는데 싶다. 구형 디펜더는 보디를 재단해 다양한 특수차를 만들었다. 소방차, 앰뷸런스, 장갑차 등 종류가 끝도 없었다. 구형 디펜더의 다양한 변신을 새 차로 어찌 대처할지 궁금하다.

 

 

운전석이 높이 달려 내려다보는 시야가 좋다. 다른 랜드로버와 다른 노출 구조형 대시보드 역시 구형 디펜더를 생각나게 한다. 도형적인 제리 맥거번 디자인은 구형 디펜더의 DNA를 간직했다. 보디컬러가 실내로 들어오고, 볼트가 드러난 디자인은 뉴트로 흐름을 따른다. 디펜더는 이번에 보디 온 프레임과 리지드 액슬을 버리고 유니보디 구조에 독립식 서스펜션을 달았다. 지프 랭글러와 메르세데스 벤츠 G 바겐은 아직 전통을 고집하는데, 랜드로버 디펜더는 과감히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나아간다. 알루미늄 모노코크 구조의 섀시는 가볍고 단단해서 견인 능력이 3.5톤에 달한다.

 

 

국내에 출시된 디펜더는 최고출력 240마력을 내는 2.0ℓ 디젤 인제니움 엔진을 얹었다. 2.5톤의 차를 몰아가는 데 힘이 모자라지 않을까 싶었지만 기우였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이 9초다. 일상적인 움직임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약간의 펀치력도 느낄 수 있었다. ZF 8단 자동변속기 역시 완벽하다.

 

 

진정한 오프로더로서 풀타임 네바퀴굴림 시스템에 저속기어까지 달았다. 컴포트, 에코, 스노, 머드, 샌드, 암석, 도강 모드로 구성된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은 지형에 따라 가속페달을 조절하거나 기어를 고르고, 운전대 무게나 트랙션 컨트롤의 개입 정도를 조절한다.

 

 

세세한 오프로드 지식이 없어도 된다. 이것저것 설정하는 게 골치가 아프면 컴포트에서 차체만 높여도 충분하다. 수동보다 빠르게 대응한다. 센터 디퍼렌셜과 뒤 디퍼렌셜은 노면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잠기고 풀린다.

 

 

신형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최첨단 장비가 많이 달렸다. 강을 건널 때 사이드미러에 달린 초음파 센서로 실시간 수면 높이를 감지하고, 모니터에 보닛을 투과해 범퍼 아래 전방 시야를 볼 수 있다. PV 프로 인포테인먼트는 반응이 빠르고, 내가 모르는 동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티맵을 볼 수 있어 반가웠다. 상당한 수준의 준자율주행 장비도 흐뭇하다.

 

 

신형에서 가장 큰 장점은 모노코크 보디가 제공하는 온로드 성능이다. 구형은 온로드에서 시속 100km를 넘기면 힘들어하는 차였다. 느리고 투박하며 불편했다. 하지만 신형은 구형의 전설 같은 오프로드 능력에 승용차 같은 온로드 주행성능을 더했다. 최고속도가 시속 188km를 넘는다. 스티어링 감각이 뛰어나고, 에어 서스펜션 덕분에 승차감도 부드럽다. 구형에 없던 새로운 기능이 더해진 거다. 오지를 달리는 프로페셔널에 도심형 SUV의 세련됨을 더했다.

 

 

디펜더의 변화는 드라마틱하다. 디펜더는 이제 과거와 달리 안락함과 핸들링에서 월등하다. 편리함과 효율에서 새로운 경지를 달린다. 디펜더가 여느 SUV와 다른 건 우리가 아는 SUV의 모든 기능에 더해 환상을 담은 거다. 디펜더에 타는 순간 마음은 오지로 여행을 떠난다. 새로운 디펜더에서 새로운 차원의 모험을 기대한다.

글_박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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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 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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