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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주목하시죠, 본드 씨! 애스턴마틴 DB5 골드핑거 컨티뉴에이션

그렇다. 정말로 제임스 본드의 차와 장비, 그 모두를 손에 넣을 수 있다

2021.01.28

 

애스턴마틴 DB5 골드핑거 컨티뉴에이션을 운전할 때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일까? 이 차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첩보 장비는 단지 회전하는 번호판과 기관총, 방탄 윈드실드, 그 밖에 무기 정도가 아니다. 중요한 건 DB5다. 사실, 나는 지금 진짜 1964년식 애스턴마틴 DB5를 운전하고 있다.

 

 

이 DB5의 기관총은 실제 총알을 발사하진 않는다. 차체 뒤쪽으로 뿌리는 건 기름이 아니라 물이다. 성가신 동승객을 날려버릴 비상탈출용 시트도 없다. 그런 건 다 괜찮다. 골드핑거 컨티뉴에이션만큼은 진짜니까. 이 차는 1963년에서 1965년 사이 900대 미만의 DB5가 생산된 애스턴마틴의 영국 뉴포트 패그넬 공장에서 제작했다. 골드핑거 컨티뉴에이션은 원형 DB5의 원본 도면, 차체와 엔진에서 확보한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러 부품을 더해 만들었다.

 

 

DB5 골드핑거 컨티뉴에이션의 운전석으로 들어가 직렬 6기통 4.0ℓ 엔진을 깨우는 일은 마치 시공간 연속체 속 웜홀로 떨어지는 것 같다. 변속기 레버를 1단으로 밀어 넣으면 라디오에서 비틀스의 악기 조율하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물론, 실수로 변속기 레버 덮개를 열어 그 아래 숨겨진 빨간색 버튼을 눌러서는 안 된다.

 

애스턴마틴 DB5 골드핑거 컨티뉴에이션에는 제임스 본드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었던 거의 모든 장비가 들어갔다. 심지어 모두 제대로 작동한다.

 

DB5는 1964년 작품인 <007 골드핑거>에서 멋진 모습을 뽐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영화배우처럼 이 차 역시 실물이 좀 더 작다. 운전석에 앉아 손을 뻗으면 반대편 문에 손끝이 닿는다. 키 183cm인 사람은 머리가 천장에 거의 닿는다. 막대 같은 변속기 레버와 림이 얇은 운전대는 우아하다. 실제보다 더 근사해 보이도록 두툼한 요소로 치장한 요즘 고성능차와 비교된다. 이제 막 알아가고 있긴 하지만, 애스턴마틴 DB5는 모든 의미에서 박력이 넘친다.

 

 

DB5 골드핑거 컨티뉴에이션은 애스턴마틴 모델 복원과 리모델링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애스턴마틴 워크스의 회장 폴 스피어의 아이디어다. 그는 이미 뉴포트 패그넬 공장에서 DB4 GT와 DB4 GT 자가토 컨티뉴에이션 모델의 제작을 지휘한 바 있다.

 

스피어에게 골드핑거 컨티뉴에이션 프로젝트는 쉬운 일이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이 차는 우리 공장이 갖고 있는 장인 기술을 보여줄 수 있는 환상적인 기회를 제공했죠”라고 말했다. 골드핑거 컨티뉴에이션은 수익도 내야 했다. “이미 생산 중단된 모델을 당시와 동일한 방식으로 다시 만드는 컨티뉴에이션 모델 사업에 관한 논의는 오래전에 시작됐죠. 다른 브랜드의 헤리티지 모델 운영 방식과는 달리 우리는 상업적으로도 성공해야만 했어요. 단지 우리가 원했기 때문에 이 차들을 만든 건 아닙니다.” 스피어의 이야기다. 골드핑거 컨티뉴에이션은 오직 25대만 만들 예정이다. 한 대 제작비만 해도 300만 달러가 넘게 든다.

 

 

새로운 애스턴마틴 DB5를 창조하는 작업은 비교적 간단했다. 56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기술을 통해 쉽게 만들 수 있었다. 우선 원형 DB5의 차체 몇몇을 디지털로 스캔했다. 그 후 마렉 라이히만이 이끄는 애스턴마틴 디자인팀이 차체를 올바르게 맞추고 좌우 대칭을 확실히 교정하기 위해 스캔 데이터를 수정했다. 원형 DB5 섀시도 다수 스캔했다. 정확성을 보장하기 위해 애스턴마틴 기록보관소에 있는 500개의 원본 도면에 스캔 데이터를 덮어씌웠다.

 

 

원형 DB5의 엔진을 고출력 단층촬영 스캐너로 스캔한 뒤, 지멘스가 만든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주조 금형도 만들었다. 디지털 방식으로 1mm 단위로 쪼개 정밀하게 설계했다. 이 과정은 신형 엔진을 만들기 위한 게 아니다. 실린더 헤드가 원래 의도대로 주조됐는지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다. 엔지니어들은 이 과정을 통해 타덱 마렉이 만든 직렬 6기통 엔진의 고질적인 과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스피어에 따르면 1960년대에는 용융된 알루미늄을 금형에 부을 때 실린더 헤드 가운데로 길게 이어지는 냉각관이 한쪽으로 조금씩 밀리는 경향이 있었다. “여섯 번째 피스톤은 항상 뜨거웠어요. 우리는 더욱 효과적인 냉각을 위해 냉각관 위치를 조정해야 했죠.” 오래된 DB5 엔진에 대한 스피어의 설명이다.

 

 

부품업체 또한 오래된 카탈로그를 살펴봤다.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ZF의 헤리티지 부서는 기록보관소에 있는 문서를 통해 원형 DB5에 쓰인 것과 기어비까지 정확하게 일치하는 새로운 5단 수동변속기를 만들었다. 브레이크 역시 원형 DB5와 완벽하게 동일한 사양이다. 걸링사가 만든 디스크 브레이크가 네 바퀴에 들어갔다. 텔레스코픽 방식의 앞쪽 댐퍼와 기계식 차동제한장치가 더해진 이중 지렛대 방식의 뒤쪽 댐퍼를 쓰는 것도 예전 DB5와 같다. 심지어 영국의 타이어 제조사 에이본은 스피어의 요청으로 1964년식 DB5에 쓰였던 것과 완전히 똑같은 제원의 크로스 플라이 타이어를 새로 만들어야 했다.

 

과거와 똑같은 타이어를 고집한 건 애스턴마틴 섀시 개발 테스트 드라이버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들 대부분은 이젠 더 이상 승용차에 쓰지 않는 크로스 플라이 타이어를 끼운 차를 운전해본 적이 없었다. 접지력이 떨어지고 정밀한 제어가 불가능해 힘겨워했다. 하지만 스피어는 골드핑거 컨티뉴에이션이 정확히 1964년식 DB5처럼 보여야 할 뿐만 아니라 정확히 1964년식 DB5처럼 달려야 한다는 점에 있어 단호했다.

 

 

“이 차는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질 겁니다. 이게 바로 1964년에 달리던 방식이죠. 우리는 오리지널의 그 느낌을 원합니다.” 스피어 역시 래디얼 타이어가 훨씬 우수하다는 걸 안다. 하지만 래디얼 타이어를 선택하면 차 전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졌을 거라 말한다. “래디얼 타이어는 서스펜션에 더 많은 하중을 전가하기 때문에 차가 좌우로 더 많이 쏠리게 될 겁니다. 그 상태로 차가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조향감이 무거워지죠. 이때 섀시의 다른 세팅은 모두 원형 그대로이기에 움직임을 바로잡기 위한 운전자의 노력은 별 소득을 얻지 못해요. 운전자는 결국 진짜 같지 않은 차를 만나게 되는 겁니다.”

 

 

“이건 진짜다.” 도로를 달리는 DB5 골드핑거 컨티뉴에이션의 모습과 느낌, 심지어 냄새에 대해 가장 완벽하게 설명하는 말이다. 시승한 차는 두 종류의 시제품 중 하나로, 총 주행거리 1287km를 조금 넘긴 상태다. 보닛 아래 들어간 SU사의 가변 벤투리식 3중 카뷰레터에서 풍기는 휘발유 냄새가 디퍼렌셜 오일의 묵직한 향과 섞였다. 토크가 풍부한 직렬 6기통 4.0ℓ 엔진이 기계적인 포효를 내지른다. 이 엔진은 5단, 1000rpm의 낮은 엔진회전수(대략 시속 40km)에서조차 깔끔하게 가속한다. 클러치와 브레이크 페달은 바닥에서 삐죽 올라왔다. 브레이크 페달 바로 옆에는 아래 단으로 변속할 때 힐앤토를 손 뒤집듯 할 수 있는 오르간 방식의 가속페달이  나란히 자리했다.

 

 

뉴포트 패그넬 공장을 빠져나오는 몇 개의 원형 교차로는 향후 몇 년 동안 골드핑거 컨티뉴에이션이 미끄러져 달릴 기회를 제공할 거다. 레버를 정확한 위치로 밀어 넣어야 하는 변속은 묵직하고 뻑뻑하다. 이렇게 주행거리가 낮은 시제품의 경우, 운전자는 아직 서로를 알아가는 중인 금속 조각들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1960년대의 자동차 전문 기자들은 ZF 변속기에 힘과 결단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속 코너에서 골드핑거 컨티뉴에이션의 깡마른 운전대를 힘으로 잡아돌리면 완벽한 상체 운동을 할 수 있다. 1960년대 자동차 전문 기자들도 저속에서 DB5를 조향하고 차선을 유지하는 어려움에 대해 언급했었다. 그들은 DB5가 교통 흐름이 빠른 도로에 훨씬 적합하다고 느꼈을 게 뻔하다.

 

56년이 흘렀지만 변한 건 없다. DB5 골드핑거 컨티뉴에이션은 고속도로에서 힘들이지 않고 시속 130km로 항속 주행한다. 3000rpm을 조금 넘기면 엔진이 기분 좋게 그르렁거린다. 약간의 풍절음과 기계적인 소음이 있지만, 1960년대 기준으로 DB5는 호화롭고 세련된 자동차다. DB5의 움직임에서 가장 두드러진 건 유연한 승차감이다. 그 어떤 현대적인 자동차, 심지어 GT카에서도 느낄 수 없는 온화한 유연성을 보여준다.

 

 

그 옛날의 DB5 엔진은 5000rpm에서 최고출력 286마력을, 4500rpm에서 최대토크 38.7kg·m를 발휘했다. 최고속도는 시속 222km였다. 1964년 한 영국 잡지의 시험에서는 시속 229.5km까지 내달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97km까지 8.1초 만에 가속했고, 시속 161km까지 20초 내에 도달했다는 기록도 있다. 영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차가 모리스 1100이었던 시절에 탄생한 DB5는 ‘넘사벽’이었다. 참고로 당시 모리스 1100의 제원은 최고출력 47마력에 최대토크 8.3kg·m, 최고속도는 시속 125km였다.

 

 

DB5는 심지어 지금도 굽이진 도로에서 빠르다는 느낌이 든다. 이건 실제 빠르다는 얘기가 아니다. DB5는 끈적거리는 타이어와 거대한 브레이크, 500마력짜리 엔진들이 마치 다른 세상의 것처럼 보였을 당시 기준으로 기민하게 도로를 따라 잘 달린다는 얘기다. 시속 32~128km영역을 깔끔하게 소화하는 변속기의 세 번째 기어는 이런 구불구불한 길에서 가장 빛난다. 운전자는 코너를 민첩하게 통과하기 위해 한 박자 빨리 제동하는 법을 깨닫게 된다. 브레이크 페달의 느낌은 훌륭하다. DB5의 디스크 브레이크는 1450kg이 조금 넘는 무게를 무리 없이 제동한다. 운전자는 애스턴마틴을 진정시킨 뒤 선회하고, 타이어와 서스펜션이 모두 유연하게 받아내도록 두면 된다.

 

그러나 실제 차주는 DB5를 빠르게 몰 수 없다. 굳이 그걸 바라지도 않겠지만. 이 모든 건 1960년대로 돌아간 듯한 주행 경험 때문이다. 슬프게도 25대의 DB5 골드핑거 컨티뉴에이션 모두 아주 멀리까지 달리거나 매우 빠르게 질주할 수 없을 것 같다. 수백만 달러의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골드핑거 컨티뉴에이션은 진정한 애스턴마틴이지만 배출가스나 안전 관련 규정을 충족하지 못한다. 그래서 공도용으로 판매할 수 없다. “골드핑거 컨티뉴에이션은 도로 제원에 맞게 만들었습니다. 고객이 사유지나 서킷에서 주행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도로보다 운전하기에 더 쉽고 좋은 특정한 장소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떻게 할 건지는 고객에게 달렸죠. 차를 산 뒤, 무엇을 할지는 전적으로 그들의 몫입니다.”

 

 

하지만, DB5 골드핑거 컨티뉴에이션을 구입하는 모든 사람들은 분명 색다른 장비를 자랑하게 될 거다. 007 사양의 DB5 네 대는 전부 1960년대에 제작됐다. 그중 두 대가 영화에 등장했고, 나머지 두 대는 홍보 목적으로 사용했다. 섀시 번호 DP/216/1인 영화용 원형 모델은 애스턴마틴이 DB5 사양으로 수정해 개발 테스트에 사용하기 전, 사실상 DB4로서 생을 시작했다. 잘 활용됐던 이 시험용 차는 1964년 초 <골드핑거>를 촬영하기 위해 이언 프로덕션에 대여됐다. 그리고 촬영지에서 영화의 특수효과 팀이 본드의 모든 장비를 이 차에 달았다.

 

 

차에 들어간 영화용 마술 도구는 모두 136kg이나 됐고, 이로 인해 기동성이 제한됐다. 예컨대 앞쪽 펜더에 캘리버 30 브라우닝 기관총을 더하며 조향각을 5° 줄였다. 그래서 실버 버치 색상의 순정형 DB5가 고속 액션 신 촬영을 위해 동원됐다. 이 차는 해당 장면을 찍고 난 뒤에야 제임스 본드의 장비를 장착했다.

 

 

스피어의 팀은 <007> 시리즈의 제작사이자 판권 소유주인 이언 프로덕션, 그리고 과거 15편의 <007> 시리즈에서 특수효과를 담당했던 크리스 코보울드와 긴밀하게 협력했다. DB5 골드핑거 컨티뉴에이션이 온전히 주행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첩보 장비가 실제 작동하는 듯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 작업은 완전히 새로운 DB5를 창조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2020년의 고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품질과 내구성을 보장하면서, 1960년대 영화에 쓰인 장비들을 만드는 일은 믿기 힘들 만큼 어려웠어요. 어쩌면 그 작업을 과소평가했는지 모르죠. 우리는 사실 복원 작업이 쉬울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렇다면 엔지니어가 가장 만들기 어려웠던 장비는 무엇일까? “아마도 연기 발생 장치가 아닐까요? 충분히 작으면서 빠르게 가열되고, 흡족한 연기를 만드는 장치를 찾는 일이 어려웠어요” 스피어의 말이다. 애스턴마틴 워크스의 엔지니어들은 차체 아래에 송풍기와 스테인리스 노즐을 추가로 넣었다. 연기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용도였다. “연기 효과가 환상적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가 만든 게 영화에 쓰인 것보다 훨씬 나아요.”

 

 

DB5 골드핑거 컨티뉴에이션의 모든 007 무기는 영화에서 그랬던 것처럼 가운데 팔걸이 속 스위치와 레버를 통해 조종한다. 친구들과 즐거움을 나누고 싶은 차주라면 차 밖에서 리모컨으로 조종하면 된다. 모든 장비를 통제할 수 있다. 실제 작동하지 않는 장비는 너무나도 위험한 비상탈출용 시트와 뒤 차축에서 튀어나와 추격하는 차를 공격하는 타이어 슬래셔뿐이다. 스피어는 “타이어 슬래셔가 작동할 만큼 충분히 강한 차축과 베어링을 만들기는 불가능했어요”라고 밝혔다. 완전히 확장한 타이어 슬래셔는 트렁크 속 상자 안에 들었다. 차가 서 있을 때는 장식처럼 끼울 수 있다.

 

 

영국의 코기 토이스가 1965년 내놓은 제임스 본드 애스턴마틴 DB5 다이캐스트는 이 회사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이 됐다. 이 다이캐스트는 지난 55년간 수정되고 개선됐다. 여전히 생산 중이며, 700만 개 이상 판매했다. 반면, 애스턴마틴 DB5 골드핑거 컨티뉴에이션을 대기업의 장난감 정도로 치부한다면 이 차를 무시하는 처사다. DB5 골드핑거 컨티뉴에이션의 속에는 지나간 시절의 자동차 경험을 실제처럼 누릴 수 있는 사랑스러운 재창조물이 녹아 있다. 바로 거기 제대로 된 자동차가 존재한다.

 

“DB5처럼 운전할 수 있는 건 확실합니다. 적절할 때에는 검은색 보타이를 매고 잠시 동안 숀 코너리가 될 수도 있고 말이죠.” 스피어가 마지막 말을 남겼다.

글_앵거스 매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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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고정식PHOTO : 앵거스 매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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