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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로봇을 만났을 때

현대차그룹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을 때, ‘로봇이 운전해주는 자율주행차’를 떠올렸다면 이 기사를 꼼꼼히 읽자. 기업과 기술의 융합은 그렇게 1차원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2021.02.09

 

자동차 회사는 왜 덜컥 로봇 회사를 인수했을까? 지난해 12월 11일 발표된 현대자동차그룹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얘기다. 뜬금없어 보이는 이 M&A의 이면을 살펴보면 드러나지 않았던 그들만의 치밀한 전략을 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미국의 로봇 전문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배 지분 80%를 매입하기로 했다. 최종 지분율은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정의선 회장 20%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정의선 회장의 지분이다. 사재 2400억원가량을 출연한 건데,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지분 참여는 그룹이 앞으로 본격화할 미래 신사업에 대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투자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말은 곧 로봇 사업을 장차 현대차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뜻이다.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니다. 지난해 10월 타운홀 미팅에서 나온 정의선 회장의 발언을 보자. 정 회장은 당시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U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UAM(Urban Air Mobility)은 도심 항공 모빌리티를 의미한다. 로보틱스는 말 그대로 로봇과 관련한 부문을 뜻한다. 자동차 회사에서 항공과 로보틱스의 비중이 50%라니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모빌리티, 즉 이동수단이란 고리로 묶으면 쉽게 그림이 그려진다.

 

현재 미래의 자동차로 각광받는 건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 같은 전동화 자동차다. 하지만 그보다 조금 더 멀리 보면 ‘플라잉 카’가 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공상과학 만화의 단골 소재면서 이미 여러 시제품이 시험 중인 상황이다. UAM은 그만큼 익숙한 모빌리티이면서 예상보다 가까운 미래다. 로보틱스도 마찬가지다. 로봇의 핵심 중 하나는 센싱, 즉 인지 기술이다. 주변 환경과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해야만 알맞은 행동을 취하고 명령에 따를 수 있다. 인지 기술은 자율주행차와 UAM에서도 필요하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대응 및 판단 기술,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구동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 등은 완전 자율주행을 위한 필수 요소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그럴듯하게 춤을 출 만큼 꽤나 역동적이다.

 

물론 로보틱스 기술의 확장성만을 염두에 두고 현대차그룹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건 아니다. 로보틱스의 시장성 자체에도 무게를 둔 선택이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444억 달러 수준이던 세계 로봇 시장이 2025년에는 1772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걸로 예상하고 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22%이던 연평균 성장률이 2021년부터 2025년까지는 32%로 상승할 걸로 본 예측이다. 무서운 성장세의 원인 중 하나는 코로나19다. 사상 최악의 팬데믹에 따라 경제 및 사회 활동 전반이 비대면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어 로봇의 필요성이 점차 높아진다는 계산이다.

 

로봇은 간단한 안내 및 지원뿐 아니라 공사 현장, 재난 구호, 개인 비서 등 다양한 곳에서 수요가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지금도 제조 로봇을 비롯해 물류 운송 로봇 등을 널리 활용하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로봇 ‘스폿’도 이미 현장을 누비는 중이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안내원으로 시범 배치된 바 있다. GS건설도 지난해 7월부터 스폿을 건설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스폿이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건물정보 모델링 데이터와 통합해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한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시장 규모가 크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물류 로봇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물류형 로봇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픽’과 ‘핸들’이 대기 중이다. 각종 산업에서 안내 및 지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서비스형 로봇 사업에도 이어서 집중할 방침이다. 로봇 업계는 안내 및 지원 로봇 시장이 향후 7년 이내에 큰 폭으로 성장할 거라 예상하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는 다른 계열사의 사업 영역 확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핵심 계열사는 10~20%의 지분 참여를 감행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다. 현대차그룹은 “로봇 시장 진입부터 스마트 물류 솔루션까지 사업 영역 확장이 가능하고, 로봇 중심의 새로운 밸류 체인을 구축할 수 있다”며 “전체 그룹 차원의 제조·생산, 기술 개발, 물류 역량에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소식을 전하며 “기술 발전과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고령화 및 비대면 트렌드 확산으로 로봇 도입이 피할 수 없는 미래가 되고 있다”면서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계기로 로보틱스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춤으로써 미래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서 면모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정말 미래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면 주식이 오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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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고정식PHOTO : 보스턴 다이내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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