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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열매, 스즈키 짐니

클래식한 4×4 디자인, 전통적인 4×4 구동장치를 통해 짐니는 마치 지프 랭글러의 작은 동생처럼 움직인다.

2021.02.16

 

오늘날의 많은 소형 SUV와 비교하면 신형 스즈키 짐니는 느리고 조잡하며 비좁다. 이 차는 1980년대 중반 일본의 뒷바퀴굴림 자동차와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짐니는 정직하고 꾸밈이 없으며, 개성이 넘치고 매력적이다. 또한, 생김새에 맞는 실력을 갖춰 운전석에 앉을 때마다 운전자를 미소 짓게 한다. 토요타 라브4나 쉐보레 이쿼녹스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무언가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빠른 속도와 초연결성, 디지털화가 강조된 오늘날의 자동차 세계에서 짐니는 삶의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를 전달한다. 하지만 짐니의 소소한 즐거움에는 복잡한 뒷이야기가 존재한다. 내가 탄 짐니는 스즈키가 영국 기자들에게 돌리는 마지막 시승차 중 하나였다. 짐니는 영국에서 출시된 지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철수했다. 덕분에 스즈키는 2021년에 더 엄격해지는 유럽의 승용차 평균 배출가스 목표량을 달성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스즈키가 2012년 미국 시장에서 철수했기에 짐니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금단의 열매와도 같다. 스즈키의 지분 5%를 소유하고 있는 토요타가 기술적으로 그럴듯하게 이름을 바꾼 차를 구원하러 오지 않는 한 말이다.

 

 

짐니의 뿌리는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LJ10이라는 이름의 4×4 모델인데 생긴 건 아주 작은 지프를 닮았다. 1970년 4월에 출시된 스즈키 짐니 LJ10은 사다리꼴 프레임 섀시, 앞/뒤 리프 스프링 라이브 액슬, 저단 트랜스퍼 케이스가 달리고, 센터 디퍼렌셜이 없는 선택형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탑재했었다. 이 차는 배기량이 겨우 360cc인 공랭 2행정 방식의 2기통 엔진으로 25마력을 힘겹게 만들었다. 최고 속도는 시속 75km였다. 그러나 635kg 이하의 공차중량 덕에 바위 위를 날쌔게 달리고, 진흙 구덩이를 산양처럼 가볍게 통과했다.

 

반세기가 지나도 짐니는 사다리꼴 프레임 섀시에 앞뒤 라이브 액슬, 그리고 저단 트랜스퍼 케이스가 더해진 선택형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갖고 있다. 또한, 여전히 일정 부분 베이비 지프처럼 보인다. 그러나 몇 가지는 변했다. 지금의 앞뒤 액슬은 코일스프링이다. 보닛 아래로는 4행정마다 점화 플러그가 터지는 수랭식 직렬 4기통 1.5ℓ 엔진이 들어 있다. 이 엔진은 LJ10의 작은 2행정 엔진보다 4배 강한 출력을 내지만, 4세대 짐니의 최고 속도는 2배가량 빠를 뿐이다. 이는 정면 설계 및 무게 때문이다. 실제 신형 짐니는 LJ10보다 폭이 348mm 넓고 56mm 높으며, 무게는 거의 두 배나 무겁다. 그럼에도 짐니는 여전히 거친 곳을 날쌔게 헤쳐나간다.

 

 

그것은 짐니의 제원(길이 3645mm, 너비 1643mm, 높이 1725mm, 그리고 무게는 겨우 1134kg)이 21세기 기준으로 볼 때 놀라울 정도로 작고 가볍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프로드용으로 설계한 섀시가 사용된다. 최저 지상고는 211mm이며, 오버행을 줄여 접근각 37°, 이탈각 49°를 자랑한다. 램프각은 28°다.

 

같은 기준에서 2도어 랭글러는 592mm 더 길고, 234mm 더 넓으며, 145mm 더 높다. 또한 680kg 더 무겁다(모델에 따라 해당 수치에 가감이 있다). 루비콘 트림 기준으로 2도어 랭글러는 43°라는 더 나은 접근각을 자랑하며 램프각은 동일하지만 이탈각은 37°로 더 나쁘다.

 

 

짐니의 4기통 1.5ℓ 엔진은 6000rpm에서 101마력, 4000rpm에서 13.1kg·m의 토크를 발휘하며 5단 수동 또는 4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구동된다. 짐니의 엔진은 한없이 작지만, 만약 엔진회전수를 2000rpm 또는 그 이상으로 유지한다면 나름 쫀쫀하게 달릴 것이다. 수동변속기를 더한 짐니는 시속 113~120km로 온종일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으며, 엔진회전수는 5단 기어에서 3400~3600rpm 사이를 기록한다. 승차감은 휠베이스가 짧고 키가 크면서 폭은 좁고 무게는 가벼워, 오프로드형 서스펜션(바삐 움직이고, 앞뒤 피치 움직임이 많은)을 사용한 자동차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운전대, 브레이크, 클러치 같은 조작부의 무게감과 5단 수동변속기의 변속감은 1980년대 후반 일본의 빈티지 자동차처럼 가볍고 매끄럽다. 짐니는 완벽하게 매끈한 도로 외 다른 도로에서 항상 빠르게 움직인다. 하지만 보디 온 프레임 자동차에서 흔히 나타나는 미묘한 진동과 떨림은 없고, 드럼처럼 즉각적인 느낌이 든다. 온로드 주행에서 가장 덜 세련된 요소는 트랜스퍼 케이스의 소음이다. 구형 디펜더를 엉망으로 만들었던 고음의 끼익하는 소리까지는 아니지만, 엔진음을 덮을 만큼 큰 산업용 백색소음에 가깝다.

 

 

4WD 시스템을 작동하려면 변속레버 뒤의 뭉툭한 레버를 연달아 잡아당겨 두바퀴굴림 상태를 해제하고, 고단 4WD로 그다음 저단 4WD로 넣어야 한다. 속도를 시속 100km까지 올린 뒤 레버를 2H에서 4H로 다시 잡아당기면 계기반에 불이 들어와 4WD가 작동 중임을 알 수 있다. 트랜스퍼 케이스에서 감속 기어비가 2.00:1로 맞물리는 4L을 선택하려면 랜드로버나 토요타 랜드크루저와 마찬가지로 완전히 정지해야 한다. 그 후 삐 소리가 나면 다시 출발해도 된다. 이와 함께 계기반의 자세제어장치와 전방 충돌 경고가 비활성화됐다는 경고등이 나타난다. 1단의 4.43 기어비, 4.09의 최종감속비, 2.00:1의 감속기어비가 더해진 짐니는 저단에서 랭글러 루비콘과 차원이 다른 36.2:1의 크롤비를 제공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짐니의 무게는 상당히 가볍다.

 

짐니의 4WD 시스템에는 센터 디퍼렌셜이 없다. 4H와 4L, 두 4WD 모드에서 앞/뒤 액슬은 함께 잠긴다. 그러나 온전하게 옛날 방식은 아니며, 앞뒤 차축에 가상의 차동제한장치가 사용됐다. 만약 대각선 방향의 바퀴에서 구동력이 사라지면, 바퀴가 헛도는 것을 막고 구동력 확보를 위한 최대토크를 전달하고자 각 바퀴에 브레이크가 전자식으로 작동한다. 이것은 오프로드에서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기발하면서도 간단한 방법이다.

 

 

믿음직한 구동력, 가벼운 무게, 훌륭한 지상고 및 작은 크기는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엔진 출력과 토크 수치에 비해 짐니를 꽤 성능 좋은 오프로드 자동차로 만들어준다. 그러나 본격적인 오프로더들은 보다 넓은 범위의 차축 움직임을 선호할 것이다. 기본 15인치 휠과 195/80 크기의 브리지스톤 듀얼러 H/T 타이어는 확실히 일반도로용이다. 사제품으로 휠과 타이어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짐니에 견고한 오프로드 능력을 부여한 특성은, 이 차를 놀라울 정도로 훌륭한 도심형 차로 만들어준다. 특히 거리 폭이 좁고 교통체증이 심한 런던 같은 곳에서는 더욱 그렇다. 전체적인 시야가 훌륭하며 납작한 측면과 각진 모서리를 통해 차와 트럭 사이의 좁은 틈새를 비집고 지나간다. 운전대를 끝에서 끝까지 3.8바퀴 돌릴 때의 감각은 약간 느린 듯하다. 하지만 단단한 서스펜션과 사이드월이 두꺼운 타이어가 자갈로 만들어진 거리와 포트홀을 쉽게 벗어나도록 해준다.

 

 

실내는 구동계처럼 1980년대의 일본 하드웨어와 21세기 기술이 섞여 있다. 직물 시트는 수동으로 조정되며, 1980년대 중반 유행했던 오렌지색 속도계와 엔진 회전계 사이에는 정보 전달을 위한 작은 스크린이 끼어 있다. 이런 차는 처음이다. 하지만 최고 트림인 SZ5는 크루즈 컨트롤, 차로 이탈 및 전방 충돌 경고, 스마트폰 커넥티비티 및 교통정보가 업데이트되는 내비게이션 시스템 같은 현대적인 기능을 기본으로 포함한다. 에어컨, 전동 윈도, 프라이버시 글라스 등도 기본 사양이다.

 

 

스즈키 짐니의 묘한 매력 포인트는 오프로드 주행 능력과 땅딸막하면서도 산업적으로 세련된 디자인보다도 진정한 운전자의 차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현대식 SUV에서는 구불구불한 도로의 제한속도를 따라 운전하는 것이 지루할 수 있다. 반면, 짐니에서는 운전 감각에 깊숙하게 몰입된다. 운전자는 가속을 염두에 두고, 적시에 정확한 기어를 넣으며 운전대와 브레이크를 부드럽게 조작한다. 그리고 섀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도로의 크고 작은 요철들을 주시한다. 모든 과정이 마치 클래식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 같다. 스즈키 짐니와 함께라면 갑자기 세상이 조금 더 평온하고, 오늘날 삶의 빠른 흐름이 약간은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글_앵거스 매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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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안정환 PHOTO : 엘리엇 버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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