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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탤리언 GT의 새로운 역사, 페라리 로마

로마는 페라리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모델일지도 모른다

2021.03.09

 

처음 로마가 그 모습을 공개했을 때 ‘왜 이름이 로마일까?’ 한참 궁금해한 적이 있다. 로마는 포르토피노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굳이 새 이름을 붙이지 않고 포르토피노 쿠페형으로 내놓아도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라리의 생각은 달랐다. 페라리 마케팅 책임자인 엔리코 갈리에라는 로마가 출시될 때 똑같은 질문을 받았는데 “공격적으로 라인업을 확장, 소비자층을 확대해 수익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라고 밝히며 “앞으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로마의 휠베이스는 2670mm로 포르토피노와 같지만 새롭게 설계된 차체 길이와 너비는 130mm, 35mm 커졌고 높이는 20mm 낮아졌다. 늘어난 길이는 앞 오버행에 집중돼 긴 보닛 라인을 자랑한다. 트레드 변화도 눈에 띈다. 앞은 71mm 줄어든 반면 뒤는 44mm가 늘었다. 날카로운 코너링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디자인의 결은 여느 페라리와 구분된다. 장식적인 요소를 거의 볼 수 없다. 대신 면 하나하나 공들여 매만진 느낌이다. 면과 면이 만나는 부분에 각을 세우지 않고 매끈하고 자연스럽게 다른 면과 이어지도록 했다. 르네상스 시대 대리석 조각상을 보는 듯하다. 보통 페라리는 공기역학 성능을 위해 차체 곳곳에 구멍을 내는데 로마에서는 최소화했다. 대신 차체 아래에 있는 보텍스 제너레이터와 가변형 리어 스포일러가 앞뒤에서 다운포스를 만든다. 특히 리어 스포일러는 매끈한 패스트백 라인을 유지하기 위해 뒷유리 바로 아래에 위치한다. 평소엔 뒷유리와 일치형인 것처럼 누워 있다 달리는 속도에 따라 각도를 높인다.

 

 

외관이 과거의 조각이라면 실내는 21세기 하드웨어의 집합체다. 운전자 중심이었던 기존의 레이아웃에서 벗어난 대칭 구조는 스페셜 모델인 몬자 SP2를 떠올리게 한다. 운전대 너머엔 16인치 디지털 계기반, 대시보드 한가운데엔 8.4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가 들어간다(시승차에 달린 패신저 디스플레이는 선택 사양). 물리적인 버튼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엔진 스타트 버튼도 터치식이다. 터치식 버튼은 운전자가 사용할 때만 모습을 드러내고, 실행 후엔 그 자취를 감춘다. 그저 첨단의 모습으로 치장한 건 아니다. 과거 페라리의 게이트식 기어 레버를 연상시키는 변속기는 전통적인 생김새에 현대적인 사용 방식을 접목했다. 지금은 조금 낯설겠지만 앞으로 출시되는 페라리 모델에서 자주 마주할 모습이다.

 

 

차체는 포르토피노보다 가볍고 단단하다. 페라리가 개발한 모듈러 기술을 적용해 섀시와 보디셸이 재설계됐으며 부품의 70%가 새로워진 덕분이다. 무게는 95kg 덜어내는 동시에 비틀림 강성을 높였다. 뿐만 아니라 무게중심을 낮추고 차체 쏠림 현상도 10% 줄였다.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긴 편이 아닌데도 승차감은 고급스럽고 편안하다. 어지간해서는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고 노면을 묵직하게 누르며 앞으로 나아간다. GT카에 잘 어울리는 서스펜션 세팅이다. 하지만 정작 마음을 빼앗긴 건 빼어난 균형 감각이다. 보통 GT의 앞뒤 무게배분은 47:53인데, 로마는 50:50에 가깝다. 굳이 수치를 확인하지 않아도 움직임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참고로 같은 페라리 계열에서 같은 V8 엔진을 GT, GTC4 루쏘는 46:54, 포르토피노는 44:56이다.

 

 

로마는 최고출력 620마력, 최대토크 77.5kg·m를 내는 V8 3.9ℓ 트윈터보 엔진과 듀얼클러치 8단 자동변속기가 뒷바퀴를 굴려 최고속도는 시속 320km, 0→시속 100km까지의 가속은 3.4초 만에 해치운다. 한계치는 높지만 손에 땀을 쥐며 달릴 차가 아니기에 반응은 나긋하다. 듀얼클러치 8단 자동변속기는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깊게 밟지 않는 한 컴포트 모드에서 기어를 빠르게 상단으로 변속하는 경향이 있다. 시속 80km 정도만 돼도 이미 8단을 물고 있을 정도다.

 

 

마네티노 컨트롤 스위치를 돌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엔진은 격해지고 서스펜션에는 긴장이 흐른다. 길게 뚫린 직선도로를 빠르게 달리는 것도 일품이지만, 연속된 굽잇길을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연속된 짧은 코너에서는 적절한 스티어링 컨트롤과 하중이동 기술이 필요하지만, 로마에선 누구나 쉽고 빠르게 주행할 수 있다.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의 제동력은 강력하고, 운전대를 돌리면 앞머리는 민첩하게 코너의 안쪽을 파고들며, 코너 탈출 후에는 넉넉한 힘으로 가속한다. 여러모로 정교하고 세련된 움직임을 보인다.

 

 

로마는 페라리 역사상 처음으로 레이스 모드를 품은 GT다. 레이스 모드에는 접지 한계를 넘어서면 각 휠의 브레이크 압력을 조절하는 다이내믹 인핸서(FDE)가 들어가는데, 단순한 차체자세제어장치가 아니다. 뒷바퀴가 옆으로 미끄러지는 움직임을 보다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제어할 수 있는 장치로, 운전의 재미를 배가시킬 수 있다. 뒷바퀴가 옆으로 흐르다가 앞으로 튀어나가는 감각은 꽤나 짜릿하고 강렬하다. 지금껏 페라리 GT가 보여준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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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 PHOTO : 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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