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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작기만 한 SUV가 아니에요, 미니 컨트리맨 & 메르세데스 벤츠 GLA

크고 안락한 팰리세이드를 마다하고 탈 만한 가치가 있을까? 소형 고급 SUV는 허세보다 내실을 다진 럭셔리에 무게를 둔다

2021.03.20

 

시승 장소로 향하는데 갑자기 폭설이 내렸다. 도로가 진창이 되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갑자기 내 앞에 시련이 몰아친 거다. 이럴 때 내가 탄 차가 SUV인 것은 다행이다. 네바퀴굴림 SUV는 우선 마음으로 나에게 걱정 말라 한다. SUV만의 터프한 감각은 어떤 역경도 헤쳐 나갈 것만 같은 자신감을 준다. 날은 살이 시리도록 차가운데 안락한 운전석에 앉아 있으니 나만의 공간이 행복하다. 다른 차보다 높은 시선은 멀리 내다볼 수 있어 좋다. 세 시간 남짓 인천시내 뒷골목을 돌아다녔다. 오늘 시승차가 소형인 것도 정말 다행스럽다. 콤팩트한 차체는 비좁은 골목에서 다루기가 쉽다. 힘도 제법 여유로워 질척이며 미끄러운 길에서도 민첩하게 움직인다. 주차할 때마다 아무런 부담이 없는 것도 좋다. 

 

소형 SUV는 어떻게 보면 해치백의 키를 높인 차에 불과한데 어려운 상황에서 나에게 신뢰를 준다. 작아서 몸이 재빠르며 어떤 길에서도 자신감을 갖게 한다. 해치백보다 무게중심이 높지만 불편한 적은 없었다. 요즘 세계적으로 이런 소형 SUV가 인기다. 작게 산다는 데 의미가 있고, ‘심플 앤 조이’라는 단어도 떠오른다. 오늘 시승차는 소형 SUV 중에서도 고급형이다. 작은 차를 고급스럽게 탄다는 것, 그것은 또 다른 경험이었다. 현대 팰리세이드보다 비싼 ‘소형 고급 SUV’는 허세보다 내실을 다진 럭셔리에 무게를 두었다.

 

 

미니 컨트리맨 

그동안 미니에 여러 종류의 모델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섯 가지로 정리됐다. 컨트리맨은 두루 쓸모가 많은 차라 살아남을 수 있었다. SUV 인기는 미니라고 예외가 아니다. 미니는 팔방미인 같은 컨트리맨을 스포츠 액티비티 비이클이라 내세운다. 컨트리맨은 단단한 체구에 널찍한 실내를 지니고, 네바퀴굴림으로 달리는 전천후 자동차다. SUV임을 강조할 필요 없이 도심에서 두루 타기 편하다.

 

컨트리맨은 우리가 알던 미니보다 크다. BMW의 앞바퀴굴림 SUV 플랫폼을 쓰면서 큰 차가 됐다. BMW X1, X2 그리고 미니 클럽맨과 같은 UKL2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여기에는 차체가 적당히 클 뿐 아니라 ‘베스트 핸들링 머신’이란 뜻이 담겼다. 미니라는 이름엔 작다는 이미지만 있을 뿐 결코 작은 차가 아니다. BMW처럼 잘 달린다가 아니라 BMW가 달리는 거다. 그래서 바람직하다.

 


미니만의 디자인은 개성이 뚜렷해서 한눈에 미니임을 알아볼 수 있다. 페이스리프트된 컨트리맨은 앞모습이 정리돼 보기에 좀 더 나아졌다. 한 가지 아쉬움은 동그란 눈이 아니라는 거다. 동그란 눈은 미니의 중요한 상징이다. 미니는 소중한 미니의 자산을 SUV 모델에는 넘겨주지 않았다. 테일램프는 유니언잭 모양으로 만들어 인기몰이 중이다. 영국놀이는 오직 미니만 할 수 있는 것 같다. 이름부터 귀여운 차 미니는 감정이입도 수월하다.

 

미니의 실내 디자인에서 내가 좋아하는 건 앞으로 나아가 곧추선 앞 유리창이다. 1959년 데뷔한 오리지널 미니를 만들 때 작은 차의 실내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새로운 컨트리맨은 그 모습을 그대로 살렸다. 그래서 좋은 건 선루프가 앞으로 전진해 운전자가 고개를 들면 하늘이 보이는 거다. 요즘 차들은 선루프가 운전자 머리 뒤에 있어 뒷자리 승객을 위한 창이 됐지만 선루프는 원래 운전자를 위한 거다. 옛날 차는 모두 미니 같았다. 미니 컨버터블의 경우도 앞 유리창 윗부분이 이마에서 멀리 떨어져 이 장점이 두드러진다.

 


미니만의 대시보드 디자인도 1959년 오리지널 미니를 따른다. 대시보드 가운데 커다란 원형 모니터는 오리지널 미니의 대시보드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였던 사발시계 같은 속도계를 말한다. 그때 미니는 운전대 앞으로 계기반이 없었다. 토글식 스위치 역시 옛날 미니를 그리워한다. 신형이 오리지널 미니와 다른 건 크롬 버튼처럼 번쩍이는 장식들이다. 이 역시 영국 차만의 분위기로, 작은 롤스로이스를 대하는 것 같다. 과거에 가장 싼 차였던 미니가 지금은 비싼 소형차가 된 탓이다. 넉넉한 크롬 치장이 자극적인 미니 디자인은 개성이 뚜렷해 호불호가 나뉜다. 퀼팅 디자인의 고급스러운 의자는 고맙지만 여기저기 번쩍이는 앰비언트 라이트는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쿠퍼 S의 2.0ℓ 트윈터보 엔진은 192마력의 최고출력과 1350rpm부터 시작되는 28.5kg·m의 최대토크를 자랑한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7.3초, 최고속도는 시속 223km다. 변속기는 아이신 8단 변속기를 달았다. BMW 엔진에 BMW 플랫폼으로 만든 차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 보인다. 컨트리맨은 스포츠카처럼 달린다. 항상 으르렁대는 엔진 소리가 매력이다. 컨트리맨은 SUV 같은 스포츠카, 공간이 큰 미니다. 그러고 보니 컨트리맨은 다카르 랠리 우승차였다.

 


주행모드는 그린, 미드, 스포츠로 나뉜다. 그린 모드에서는 소리가 작게 으르렁거린다. GLA와 비교하니 그랬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자 기어를 한 단 내리며 엔진 소리가 커진다. 운전대를 잡은 손에 전율이 흐르며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덩치 큰 컨트리맨 역시 미니처럼 달린다. 시승하는 날 내린 폭설로 마음껏 달릴 수는 없었다. 그러나 BMW X1이나 미니 클럽맨의 시승 기억을 떠올리면 베스트 핸들링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준자율주행 장비가 없다는 것, 그러나 운전대를 잡은 손이 흥겨운 미니는 직접 몰아야 한다고 나를 다독인다.

 


미니 컨트리맨은 메르세데스 벤츠 GLA, 아우디 Q3, BMW X1, 볼보 XC40 등과 경쟁한다.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지프 랭글러 같은 차도 생각할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한 수입 소형 SUV 시장에서 컨트리맨의 개성이 돋보인다.

 


 

 

메르세데스 벤츠 GLA 

직접 마주한 벤츠 GLA는 생각보다 큰 차였다. A라는 알파벳의 메시지보다 컸다. GLA에는 알맞은 크기의 유럽차가 전하는 합리성과 기능성, 세련됨, 건강함 등 모든 것이 녹아 있다. GLB와 같은 플랫폼을 쓰지만 GLA는 의미가 다르다.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는 내실을 다지고, 가족용보다는 커플을 위한 차로 다가온다. 구형 GLA는 해치백도, 왜건도 아닌 것이 독특했다. 그런데 신형은 구형보다 SUV 기분이 난다. 국내 수입 모델은 250 4매틱 한 가지로, AMG 라인을 채택해 다이아몬드 그릴과 19인치 5스포크 휠로 멋을 냈다. 보고 있으면 은근한 세련미가 느껴진다. 

 


2세대 GLA는 구형보다 큰 차가 되면서 실내도 넓어졌다. 운전석 공간이 넉넉하다. 작은 차를 타면서 양보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미니는 다리를 앞으로 뻗는 운전 자세인데, GLA는 식당 의자에 가까운 운전 자세라 한결 편하다. 뒷자리 역시 어른이 앉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GLB와 비교하면 ‘포켓 로켓’의 젊은 감각이 두드러진다.

 

 

키가 적당해 승용차보다 타고 내리기도 편하다. 검은 톤의 대시보드에 크롬 장식이 넉넉한 디자인에선 작은 차지만 점잖음, 우아함이 우러난다. 스웨이드 바탕에 빨간색 스티치를 더한 시트가 고급스럽다. 안팎으로 윗급의 여느 벤츠와 다를 바 없는 디자인은 아랫급 차에게 고마운 일이다. 10.25인치 디지털 계기반이나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은 다른 벤츠에서 익숙한 모습이라 새로 숙지할 필요가 없었다. 한 가지 의문은 대시보드 위 디스플레이가 터치 방식인데, 센터콘솔에 터치 패드가 왜 필요할까 하는 거였다.

 


GLA는 최고출력 224마력을 내는 엔진과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맞물려 0→시속 100km 가속을 6.7초에 끊는다. 최고속도는 시속 240km다. 무게가 비슷한 컨트리맨과 비교할 때 힘의 차이가 느껴진다. 맞비교를 하자니 그랬다. 승용차 같은 운전대 감각과 타이트한 보디 컨트롤, 그리고 액셀 반응이 즉각적이다. 가속이 충분히 공격적이다. 박력 넘치는 가속에 브레이크가 부드럽다. 모든 조작이 자연스럽다.

 

 

특히 그윽한 엔진 사운드가 좋았다. 미니와 비교할 때 성숙한 감각이 벤츠답다. 든든한 승차감, 진득한 느낌이 좋은 차에 더 바랄 것이 없다. 신형 GLA는 좀 더 성숙한 차가 됐다.

 


에코, 컴포트, 스포츠, 오프로드 등 네 개의 주행모드는 느낌의 차이가 커서 재미있다. GLA는 완벽한 준자율주행 장비를 갖췄지만 눈이 와서 카메라에 오물이 묻자 작동을 멈췄다. 연비는 미니와 비슷한데 리터당 10km를 넘는다. 날은 차고 눈보라가 몰아치는데 난 단단한 벤츠 안에서 보호받는 느낌이다. 진창길이 미끄러운데, 네바퀴굴림 차 안이 아늑하다. 이런 차가 필요한 이유다. 고급 SUV는 사고가 나도 내가 다칠 것 같지 않다. 작지만 탄탄한 미니와 안전의 대명사 벤츠다.

 

시승하는 동안 내내 머릿속을 맴돈 건 작지만 고급스러운 SUV의 값이다. 사람들은 미니와 GLA의 비싼 값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묻는다. 비슷한 값의 크고 안락한 팰리세이드를 마다하고 탈 만한 가치가 있을까? 결론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가치판단에 따라 충분히 고를 만하다는 거다. 작아도 벤츠 엠블럼 단 차를 탄다는 것, 그것은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하나의 방법이다. 미니 팬덤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소형 SUV가 주는 메시지가 강하다.

글_박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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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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