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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는 자와 쫓기는 자, 현대 투싼 vs 혼다 CR-V

한때 투싼은 쫓는 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입장이 달라졌다. 투싼의 성장이 놀랍고, CR-V의 퇴보가 안타깝다

2021.04.13

 

2020년 9월 현대 4세대 투싼이 출시됐다. 새로운 투싼은 안팎으로 완전히 새로워졌다. 크기도 커졌다. 길이×너비가 4630×1865mm로 윗급의 싼타페와 비슷해졌다(싼타페의 길이×너비는 4700×1880mm다). 한마디로 상품성이 좋아졌다. 지난 1월 투싼의 국내 판매대수는 6733대다. 4313대가 팔린 싼타페를 크게 따돌리는 수준이다. 그럼 이 시장에서 누가 투싼에 대적할 수 있을까?

 

1995년 출시된 혼다 CR-V는 준중형 SUV 시장의 터줏대감이다. 우리나라에는 2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부터 정식 수입됐는데 합리적인 가격과 탄탄한 성능을 바탕으로 당시 큰 인기를 누렸다. 3세대 CR-V는 2007년 북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 10위 안에도 올랐다. 지금의 CR-V는 2017년 출시된 5세대 모델이다. 두 차는 크기와 성능이 비슷하다. 스펙만 봤을 땐 ‘헤드 투 헤드’ 링 위에 올리기에 합격이다.

 

투싼은 디젤과 가솔린, 하이브리드의 세 가지 파워트레인을 얹는 반면 CR-V는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트림만 있다. 우린 양쪽 회사에 하이브리드 트림을 요청했다. 하지만 투싼 하이브리드 시승차에 문제가 생겨 1.6 터보를 시승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 혼다에도 CR-V 1.5 터보 모델이 시승차로 준비돼 있었다. 결국 하이브리드가 아닌 4기통 터보의 대결이 됐다. 그리고 이 대결이 예기치 못한 혼란을 불러올 줄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

 

 

주행품질과 주행성능

투싼과 CR-V의 주행품질은 수준의 차이보다 시간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CR-V가 완성도의 정점을 통과하는 베테랑의 원숙한 느낌이라면, 투싼은 신기술로 무장하고 이제 시작하는 신세대의 새로운 감각이다. CR-V는 편안하다. 승차감도 편안하지만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편안한다. 차의 움직임이나 조작감에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탄탄한 뼈대를 안락한 승차감을 위해 부드럽게 조율했다는 느낌이다.

 

운전대 록투록이 2.4바퀴인 CR-V의 운전대는 생각보다 가볍게 돌아간다. 하지만 미끈거리지 않고 노면과의 마찰이 적당히 느껴진다. 노면 감각을 잘 전달하려는 설정으로 보인다. 이 역시 탄탄한 기본 성격을 안락한 방향으로 재설정한 느낌이다. 첫 코너를 돌면서 앞바퀴가 노면을 잡는 느낌이 명료하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승차감을 위한 세팅 때문이었을까? 너무 부드러운 서스펜션 때문에 롤링과 피칭이 섞이면서 차체가 복잡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롤링만 있다면 그래도 쉽게 다스릴 수 있겠지만 복잡한 움직임 탓에 쉽지 않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은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좋은 승차감으로 점수를 얻는 반면 그다음에도 남는 차체 움직임의 여운에서 살짝 점수를 까먹는다. 그리고 타이트한 코너를 돌아나갈 때 처음에는 명료하고 민첩했던 앞머리의 움직임이 언더스티어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CR-V의 시트는 엉덩이와 허벅지를 잡아주는 느낌이 좋다. 하지만 스포츠 시트처럼 몸을 붙잡는 느낌은 아니다. 그보다는 몸을 빨아들이는 듯한 메모리폼의 느낌이다. 아주 포근한데 몸은 잘 고정돼 있다. 기분이 좋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에서 오는 나긋나긋한 차체 움직임은 CR-V가 원래 크기보다 더 큰 차처럼 느껴지게 한다. 물론 흐느적거리는 물침대 서스펜션과는 전혀 다르다.

 

CR-V 1.5 터보 엔진

 

원래 기본기가 우수한 뼈대를 안락한 승차감을 위해 새롭게 설정한 느낌이라는 건 코너 몇 개만 돌아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왕복 4차로 사거리에서 시속 50km 정도로 좌회전할 때 상당히 깔끔하고 타이트한 조종 감각을 전달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빨리 달리거나 코너가 급해지면 허둥거리기 시작한다. 특히 뒷바퀴 서스펜션이 허둥댄다. 폭스바겐 골프 GTD를 타는 이진우 편집장에게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움직임이었던 모양이다. 좌회전하면 오른쪽 뒤가 꾹 눌렸다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게 마치 20년 전 SUV를 타는 느낌이라고 했다. 아무리 미국에서 생활용 슬리퍼처럼 타고 다니는 편안한 차라고 해도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끈 떨어진 플립플랍을 신고 다니는 느낌이 아닐까 싶다는 혹평이었다.

 

슬라럼 시험에서도 CR-V의 뒷바퀴는 느리게 그리고 멀리에서 따라오는 듯한 느낌이 확연했다. 회피 기동 시험에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했다. 뒷바퀴가 궤적을 따라 돌아오는 게 아니라 마치 옆으로 점프하듯이 허둥대기 시작했다. 주행안정장치는 제동장치를 끝까지 사용하면서 차의 움직임을 안정시키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 과정에서 ‘부와악!’ 하는 제동력 펌프의 작동음이 크게 들렸고 차의 속도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한계 상황에서의 주행 안정성은 아쉬웠다.

 

 

투싼의 움직임은 확실히 젊다. 깔끔하고 간결하다. 그러면서 너무 스포티하지 않고 승차감도 수준급이다. 새로운 3세대 플랫폼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운전대의 록투록은 2.4~2.5바퀴로 CR-V보다 아주 살짝 더 돌아간다. 요즘 기준으로는 평균적인 수준 혹은 약간 빠른 조향 기어비다. 실제로 코너에서 운전대를 돌려보면 앞머리가 돌아가는 속도가 꽤 민첩한 편이지만 SUV 범주에서 벗어나진 않는다. 운전대는 CR-V만큼은 아니지만 가벼운 편이며 매끄럽게 돌아간다. 그러니까 조작하기 쉬운 위주로 세팅됐다고 할 수 있다.

 

투싼 1.6T 엔진

 

그럼에도 투싼의 조종 감각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한결같은 움직임이다. 코너를 시작할 때 차의 앞머리가 돌아가던 감각이 코너가 끝날 때까지 유지되며 그 한계도 꽤 높은 편이다. 슬라럼 시험에서도 앞바퀴가 지나치게 빠른 선회 특성을 보이며 차 전체의 안정감에 악영향을 주는 대신 보통의 운전자가 이해하고 조작하기 쉬운 일관된 선회 특성으로 안정성을 지켜주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건 앞 서스펜션이 비교적 탄탄하게 설정돼 코너링 도중에 차의 무게가 이동하는 현상을 적절하게 억제하고 안정감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뒷바퀴도 앞바퀴의 움직임을 잘 따라간다. 회피 기동 시험의 급격한 선회에도 뒷바퀴가 조금 느리게 반응하지만 접지력은 끝까지 놓지 않고 안정감을 유지했다. 자세제어장치도 매우 섬세하게 개입해 주행 질감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안정감은 확실하게 지켜냈다. 여기서 CR-V와 확연한 차이가 느껴졌다.

 

도로 이음매를 통과하면서 느껴지는 진동을 보면 꽤 탄탄한 편이다. 상위 모델들보다 서스펜션 설정이 분명 탄탄한 쪽이다. 그런데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의 느낌은 매우 부드럽다. 노면 진동도 꽤 잘 걸러내는 편이다. 3세대 플랫폼의 장점과 성격을 그대로 갖고 있다. 먼저 출시된 투싼 하이브리드와 비교하자면 조금 더 단단한 쪽이다. 투싼 하이브리드를 시승한 뒤 아내가 “올해 타본 자동차 가운데 승차감이 가장 좋은 편이었다”고 말했을 정도로 주행질감과 승차감은 매우 좋았다. 이에 비해 투싼 1.6 터보는 노면 소음도 조금 크고 서스펜션도 약간 단단하게 느껴졌다.

 

 

제동성능과 발진가속

CR-V의 제동 감각은 부드러움 속의 탄탄함이다. 급제동할 때 노즈 다이브는 작지 않다. 하지만 어느 수준 이상으로는 허용하지 않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저항선이 있다. 조종 감각을 해치는 수준까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부드러운 서스펜션 때문에 앞머리가 반동을 받아 살짝 올라왔다 다시 앞 서스펜션을 누르는 동작이 미세하지만 반복된다. 이에 비해 투싼은 제동할 때 노즈 다이브를 적절하게 제어하고 노면을 움켜쥔 접지 감각도 훌륭하다. 급제동할 때 진행 방향이 틀어지는 느낌도 없다. ABS의 제동력 조절도 적당히 여유를 가지면서도 제동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적절한 세팅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제동 페달의 감각이었다. 평상시에도 약간 스펀지 같은 느낌이 있었지만 급제동할 때 ABS의 제동력 조절에 따라 페달 높이가 많이 변한다. 페달을 이용해 한계 제동력을 조절하는 게 애당초 불가능하다.

 

그런데 결과는? 두 차의 제동 성능은 거의 똑같다. 뭔가 속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숙성도가 높은 CR-V와 새로운 기술이 투입된 새내기 투싼이 라이프사이클 곡선의 기울기는 달라도 지금의 완성도는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테스트였다. 두 모델의 발진 가속은 정말 약속이라도 한 듯 거의 차이가 없었다. 소형 터보 엔진을 얹은 네바퀴굴림 SUV로서는 상당히 흡족한 8초 후반의 ‘제로백’ 가속 성능을 보여줬고, 모든 속도에서 소수점 한 자리에서만 차이를 보일 정도로 거의 나란히 달렸다.

 

하지만 두 모델의 발진가속 성능은 질적인 면에서 문제가 있었다. 투싼의 7단 건식 DCT는 문제가 심각했다. 1단에서 2단으로 변속할 때 거의 무조건 쾅 하는 충격을 준다. 이게 반복된다면 변속기 사망을 쉽게 예상할 수 있을 정도다. 변속기가 언제 클러치를 연결해야 하나 어쩔 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난해 발표된 8단 습식 변속기 때문에 그 차이가 더 크게 느껴졌을 수도 있지만, 이진우 편집장의 표현대로 “변속기가 다 망쳤다”고 할 정도였다.

 

CR-V도 별로 나은 편은 아니었다. 직결감이 부족했다. 무단변속기의 고무줄 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헐렁한 감각이 아쉬웠다. 그런데 더 측은했던 건 그럼에도 마치 기어 단수가 있는 것처럼 시뮬레이션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닛산의 자트코 변속기나 현대의 IVT처럼 직결감까지 시뮬레이션하지는 못했다. 고정식의 표현을 빌리자면 다음과 같다. ‘뭐 굳이.’ 두 모델 모두 네바퀴굴림 대신 앞바퀴굴림을 선택하면 변속기 부담을 덜 수 있겠다. 혼다코리아는 지금 한국에서 CR-V의 네바퀴굴림 모델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현명한 선택이다.

 

CR-V의 실내는 옛날 차 분위기가 가득하다. 디지털 계기반과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를 챙겼지만 세련된 분위기로 거듭나는 데는 실패했다.

 

운전석과 실내 공간

“CR-V와 투싼을 보면 과거와 미래를 번갈아 보는 것 같아요. CR-V는 투박하고 단순해 마음이 가지 않아요. 그에 비해 투싼은 이전에 볼 수 없던 첨단의 모습을 띠고 있어요.” 김선관의 말에 에디터들이 기다렸다는 듯 의견을 쏟아냈다. “두 차를 번갈아 타면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와 과거를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에요. 투싼의 실내가 센터페시아 전체를 디스플레이로 장식해 세련되면서 정돈된 느낌을 주는 반면 CR-V는 옛날 차 분위기가 가득해요.” 장은지의 말에 이번엔 윤수정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CR-V는 때늦은 추억 여행을 하나 봐요. 고리타분한 감성이 곳곳에서 묻어나요.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에 우드 소재가 쓰이질 않나, 후방카메라는 가이드라인을 보여주는 속도가 한 박자씩 느리고, 심지어 오른쪽 방향지시등을 켜면 T맵 화면이 사라지면서 디스플레이 전체에 카메라로 비춘 옆 차선이 나와 길을 놓칠 뻔했어요. 안타깝게도 CR-V는 디자인 하나하나가 ‘라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습니다.” 우린 모두 CR-V의 낡은 차 분위기에 고개를 저었다. 급기야 이진우 편집장이 이렇게 외쳤다. “혼다 디자인 부서엔 늙은이들만 있는 게 분명해. 색감, 질감, 구성, 조작감 등 모든 게 1990년대에 멈춰 있어. CR-V만 그런 게 아니라 혼다 로고를 달고 있는 모든 차가 그래. 일본의 고령화가 정말 심각한가 봐.”

 

현대 투싼

 

혼다 CR-V

 

CR-V는 실내 디자인에서만 점수를 깎인 게 아니다. 시승차를 기준으로 투싼이 CR-V보다 900만원 남짓 저렴하지만 편의장비와 안전장비는 좀 더 풍성하다. 시승차로 온 투싼 인스퍼레이션 트림은 앞자리에 열선과 통풍 시트를 달고 열선 스티어링휠과 뒷자리 열선 시트를 챙겼지만 CR-V는 앞자리에 통풍 시트를 챙기지 못했다(앞뒤 열선 시트와 열선 스티어링휠은 있다). 둘 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 있지만 투싼은 과속카메라에서 스스로 속도를 줄이는 기능도 발휘한다. 선루프도 CR-V는 앞자리만 겨우 하늘을 보여줄 정도로 작지만 투싼은 뒷자리까지 넉넉하게 하늘을 보여준다. 투싼에는 없고 CR-V에는 있는 건 헤드업 디스플레이 정도지만 CR-V의 헤드업 디스플레이 역시 운전석 너머 대시보드 위로 유리가 올라오는 옛날 방식이다.

 

투싼의 실내는 첨단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커다란 디스플레이가 미래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하지만 변속 버튼은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

 

“투싼의 실내는 흠잡을 곳이 없어요. 실내에 들어간 소재도 적당히 고급스럽고 공간도 아주 넉넉해요. 현대가 투싼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죠. 반면 CR-V는 도어를 여는 순간 알아챘습니다. 이 차는 글렀다는 걸요. 경차 문을 여는 줄 알았거든요. 그만큼 무게감이 없어요. 도어를 자세히 보면 중간에 용접 부위가 보여요. 위아래로 나뉜 걸 하나로 이어 붙인 건데 요즘은 강성을 높이기 위해 하나의 패널을 통째로 찍어내는 게 트렌드죠.

 

현대 투싼

 

혼다 CR-V

 

실내로 들어서기 전부터 실망스러운데 안은 더 가관이에요. 낡은 디자인은 그렇다고 해도 소재도 저렴해 보여요. 심지어 시트는 인조가죽 커버를 씌우는 형태예요. 요즘 국산 경차도 이렇게 만들진 않죠.” 안정환의 신랄한 비판에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쐐기를 박았다. “투싼과 CR-V는 같은 시대의 차가 아닌 것 같아. 투싼은 여러모로 형태가 새로워 가까운 미래에 어울릴 것 같지만 CR-V는 오래전에 나와 지금까지 있는 모델 같아. 게다가 CR-V에는 딱딱한 플라스틱이 너무 많아. 특히 센터페시아 양옆의 무릎 지지대는 푹신한 패드처럼 생겼는데 플라스틱이라 코너링할 때 무릎을 기댔다가 아파서 눈물이 나왔어.” “계기반은 또 어떻고요? 이걸 디지털이라고 해야 할까요? 가운데 있는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양쪽에 있는 냉각수 온도계, 연료게이지의 조화는 정말 어색하네요. 볼펜을 꽂아놓은 듯 불쑥 튀어나온 트립컴퓨터 세팅 버튼도 옛날 차 느낌이고요.” 실내에서 CR-V는 투싼에 KO패를 당했다. “그래도 CR-V의 시트는 편했어. 탄탄한 느낌의 투싼 시트보다 가죽 바로 밑에 부드러운 충전재가 얇게 깔려 있는 것처럼 몸을 가볍게 받쳐주는 게 좋았어.”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뒤늦게 실내를 칭찬했지만 이미 CR-V는 우리의 비판에 만신창이가 됐다.

글_서인수

 

현대 투싼

 

연비

보통 연비 비교의 승자는 시승하기 전에 얼추 가려진다. 연비는 기호가 아니라 기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린 단순히 실제 연비가 높다고 승자를 결정하지 않는다. 실제 연비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복합 연비 대비 실제 연비로 판단한다. 각 차에는 성인 셋이 타고 시내 10%, 자동차 전용도로 20%, 고속도로 70% 비율로 이뤄진 70km를 달렸다. 목적지에 도착해 두 차의 계기반을 확인한 결과 투싼은 9.8km/ℓ, CR-V는 10.7km/ℓ를 기록했다(트립컴퓨터 기준). 참고로 투싼의 시내, 고속도로, 복합 연비는 10.2, 12.0, 11.0km/ℓ(시승차 기준), CR-V는 10.7, 12.7, 11.5km/ℓ다. 복합 연비 대비 실제 연비로 따져봤을 때 투싼은 84.48%를, CR-V는 93.04%를 발휘했다.

 

윤수정이 복합 연비와 실제 연비를 번갈아 보더니 아쉬움을 표시했다. “두 차 모두 연비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CR-V의 선전이 의외네요.” 윤수정과는 달리 결과를 예상했다는 듯 서인수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복합 연비는 CR-V가 0.1km/ℓ 낮지만 고속도로 연비를 봐. CR-V가 투싼보다 리터당 0.7km나 더 좋아. 고속도로를 달릴 일이 많다면 투싼보다 CR-V를 사는 게 조금은 나을 거야.” 서인수의 말을 듣던 안정환이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저도 연비에 있어서는 CR-V가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해요. 혹시 다들 트렁크 아래 보셨어요?” 모두 고개를 저었다. “CR-V 트렁크 안에는 꽤 묵직해 보이는 스페어타이어와 차체를 들어 올릴 때 쓰는 리프터까지 들어 있어요. 한마디로 CR-V가 성인 남자 한 명을 더 태우고 달린 셈이죠. 이걸 빼면 연비는 더 좋아질 거예요.” 안정환의 말에 다들 트렁크로 몰려가 해치 도어를 열었다.

 

혼다 CR-V

 

“연비에 가장 영향을 미친 건 변속기 아닐까?” 나윤석 칼럼니스트의 말이다. “변속기가 CVT인 CR-V가 서투른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품은 투싼보다 엔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 같아. 물론 강하게 몰아붙이면 CR-V의 CVT도 허우적거리지만.” 나윤석 칼럼니스트의 말에 고정식의 눈이 번뜩였다. 그는 최근 ‘고것이 알고 싶다’는 <모터트렌드> 유튜브 영상으로 많은 시청자의 귀에서 피가 나올 정도로 말을 많이 한다. “변속기 모두 연비에 상당한 이점을 가지고 있어요.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자동으로 변속하지만 토크컨버터가 없어요. 두 개의 기어 세트가 번갈아 가며 작동하는데, 클러치가 직접 맞물리기 때문에 낭비되는 동력이 적은 편이죠. 반면 CVT는 기어 대신 벨트를 사용해 연속적인 변속비를 얻을 수 있어요. 기어를 직접 바꿔주기 위해 동력을 끊거나 붙이지 않고 풀리 지름만 조절하면 넓은 기어비를 구현할 수 있어 연비가 정말 좋죠.” 이진우 편집장이 고정식의 말이 길어진다고 생각했는지 평소에도 잘 열지 않는 과묵한 입을 뗐다. “연비에는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변속기 하나로 연비를 비교하긴 어려워. 하지만 단순히 변속기만 놓고 봤을 때 동력 손실이 적은 CVT가 듀얼클러치보다 유리한 게 맞아.”

 

실내를 살펴보던 장은지가 기어레버 옆에 있는 에코 모드 버튼을 발견했다. “보통 드라이브 모드를 한 번에 통합하는 버튼이나 다이얼을 만드는데 CR-V는 에코 모드를 위한 버튼을 따로 마련했네요.” 고정식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게 뭐냐면, 스로틀과 에어컨 성능 제어를 통해 연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 가속페달도 전자식으로 연결돼 에코 모드가 더 효과적으로 기능하지.” 안정환이 고정식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효과적으로 기능했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알려드릴까요? 두 대를 번갈아 타보세요. 컴포트와 에코 모드에서 차이가 투싼보다 CR-V에서 도드라져요.” 에코 모드로 겨뤘다면 CR-V가 더 큰 격차로 승리했을지도 모른다.

글_김선관

 

 

구매와 소유 비용

투싼과 CR-V를 보고 있으면 지난해 SNS에서 유행한 #10년 #20년 챌린지가 떠오른다. 사람들이 각자 현재 모습과 과거의 모습을 같은 선상에 놓고 얼마나 달라졌는지 비교하는 건데, 태그를 검색해 들어가면 조금도 변화가 없는 사람, 철저한 자기 관리로 오히려 나아진 사람, 세월을 정통으로 맞아 제대로 망가진 사람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표본처럼 전시돼 있다. 투싼과 CR-V는 각각 2004년과 1995년에 세상의 빛을 본 모델이다. 약 2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각 모델은 생김새도 달라졌지만 무엇보다 지위가 완전히 바뀌었다. 20여 년간 현대차는 철저한 자기 관리로 진일보했지만 그사이 혼다는 머뭇거렸다. 격차는 시승차 안팎에서 나타난다. 투싼은 곳곳에 각을 주고 디테일을 더했지만 혼다는 심심해졌고, 안에서 투싼은 온갖 첨단 장비로 세련미를 과시했지만 혼다는 전통적이고 투박하기 그지없었다. 투싼이 쇼룸에 전시된 스칸디나비아 가구라면, 혼다는 앉은 만큼 꺼지는 나태한 가죽 소파 같았다.

 

현대 투싼

 

물론 혼다가 나태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혼다는 미국에서 잘 팔리고, 투박한 디자인은 여전히 미국에 먹힌다. 그런데 두 차의 값을 보면 좋은 말을 기대하긴 어렵다. 우리가 시승한 투싼 1.6ℓ 터보 인스퍼레이션 트림은 3.5% 개별소비세를 적용한 기본 가격이 3414만원, 빌트인 캠(60만원), 파노라마 선루프(115만원) 등의 옵션을 더한 시승차 가격이 3651만원이었다. CR-V 1.5ℓ 터보 4WD 투어링 트림은 4540만원으로, 두 시승차의 가격만 900만원 남짓 벌어진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방금 전시장에서 따끈따끈한 CR-V를 뽑았다고 가정해보자. 헌것 같은 차를 타고 돌아가는 길은 아무래도 찜찜할 것 같다. 그러나 투싼은 다르다. 탄 순간 ‘새삥’ 같은 냄새가 훅 난다. 그럼에도 CR-V가 900만원 남짓 비싸다. 이 900만원은 어떻게 납득해야 할까? 김선관이 말했다. “국산차와 수입차의 대결이란 걸 잠시 잊었네요. 900만원을 ‘하차감’의 비용이라고 봐야 하는 건데…. 문제는 10년, 20년 전이면 몰라도 요즘 누가 혼다에 수입차 프리미엄을 갖다 붙이냐는 거죠.” 그렇다, 이제 수입차라고 다 같은 수입차가 아니다. 기술과 디자인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국산차는 계곡에 나타난 황소두꺼비처럼 시장의 생태계를 파괴하며 나태한 수입차들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혼다가 투싼보다 900만원이나 비싼, 명함만은 ‘수입차’란 사실은 보험과 소모품 등 소유 비용이 덩달아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요 보험 보장 내역을 더한 결과 투싼은 126만9350원, CR-V는 167만5020원이 나왔다. 주요 소모품 비용의 합산은 투싼과 CR-V가 각각 23만6660원, 37만3310원이다. 표를 보던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입을 뗐다. “국산차인 투싼이 옵션도 풍성하고 소모품 비용도 덜 들어. 그래도 예전 수입차를 생각하면 그 차이를 의외로 많이 따라잡았다는 생각이 드는걸.”

 

혼다 CR-V

 

지금까지 우린 시승차인 투싼 1.6ℓ 터보 인스퍼레이션(3651만원)과 CR-V 1.5ℓ 터보 4WD 투어링(4540만원)을 비교했다. 그러나 현재 혼다에서는 네바퀴굴림 모델의 국내 판매를 잠시 중단한 상태다. 가솔린 모델에서는 앞바퀴굴림 EX-L 트림만 판매한다. CR-V 1.5ℓ 터보 2WD EX-L은 3850만원으로, 값은 더 싸졌지만 19인치 휠을 신은 투싼 인스퍼레이션보다 여전히 약 200만원이 비싸다. 네바퀴굴림을 원한다면 CR-V 하이브리드 투어링이나 하이브리드 EX-L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두 모델은 하이브리드 엔진답게 복합, 시내, 고속도로 연비가 각각 14.5, 15.3, 13.6km/ℓ다. 두 차의 신차 가격은 4770만원(하이브리드 투어링)과 4510만원(하이브리드 EX-L)이다. CR-V 하이브리드로 얼마나 긴 거리를 달려야 투싼 1.6 터보를 사는 것보다 이득이 될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글_장은지

 

 

최종 결론

16년의 세월 동안 투싼은 진화를 거듭했고 완전히 새로운 차로 거듭났다. 외모에선 호불호가 갈렸지만 에디터들은 투싼의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실내와 매끈한 주행질감을 크게 칭찬했다. 반면 CR-V에서는 칭찬이 별로 나오지 않았다. 투박한 외모와 낡은 차를 보는 듯한 실내에 모두 고개를 크게 가로저었다. 거친 엔진 소리와 느슨한 CVT 변속기도 점수를 갉아먹었다. 투싼의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심하게 울컥거리긴 하지만 CR-V의 변속기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우리의 의견은 이렇게 모아졌다. “투싼은 다 좋은데 변속기 하나가 마음에 걸리고, CR-V는 다 별로인데 변속기까지 마음에 걸려.”

 

 

결정적으로 시승차로 온 CR-V 네바퀴굴림 모델은 옵션을 풍성하게 넣은 투싼 인스퍼레이션 네바퀴굴림보다 900만원 남짓 비쌌고 우린 900만원을 더 주고 CR-V를 사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투싼의 울컥거리는 듀얼클러치 변속기에 크게 실망한 장은지를 뺀 나머지 에디터들은 투싼의 손을 번쩍 들었다. 혼다는 그동안 대체 뭘 한 걸까? 투싼은 변속기만 해결하면 되지만 CR-V는 손대야 할 곳이 너무 많아 보인다.

글_서인수

 

 

HYUNDAI TUCSON

이진우

투싼 듀얼클러치의 치명적인 단점은 오너만 아는 비밀이나 CR-V의 못생김은 세상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나윤석

투싼은 새로운 디자인 언어와 장비, 탄탄한 주행감각으로 새로운 모델이라는 것을 알려준 반면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크게 헛발질을 했다. CR-V는 안락하고 평온한 승차감이 좋았지만 설익은 엔진 소음과 오래된 듯한 디자인에서 새 차의 설렘이 없었다. 그래서 미래가 더 기대되는 투싼이 승리다.

 

서인수

차값을 비교하기 전까진 그래도 울컥거리진 않는 CR-V가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뭐? 900만원? 그냥 투싼을 타면서 듀얼클러치에 적응하는 게 덜 속이 쓰리겠다. 혼다에 그만한 수입차 프리미엄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고정식

투싼 듀얼클러치의 둔탁한 변속은 신체에 충격을 준다. 하지만 2021년에 만난 CR-V의 실내 디자인은 정신에 충격을 준다. 둘 다 충격적이라면 시선을 둘 때마다 견디느니 1단에서 2단으로 넘어갈 때만 견디는 편이 낫다.

 

김선관

시국이 시국이라서, CR-V가 일본차라서 박한 평가를 내린 게 아니다. 그만큼 현대차가, 그리고 투싼이 기술적으로든 감성적으로든 상당히 많이 올라왔다. 이 세그먼트에서 투싼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물론 듀얼클러치 7단 변속기에 대해서는 현대차의 빠른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안정환

2세대 CR-V는 한때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수입차였다. 당시 투싼은 CR-V에 견주기도 어려운 수준이었는데 세대를 거듭하다 보니 상황이 역전됐다. 이대로라면 CR-V는 투싼에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할지 모른다.

 

윤수정

아무리 생각해도 혼다는 아닌 것 같다. 안 그래도 일본 브랜드라 도로를 달릴 때 괜히 주눅 드는데 디자인까지 역행하다니. 차라리 예쁘고 옵션도 풍성한 투싼을 사서 길들여 보련다.

 

 

HONDA CR-V

장은지

유효타는 투싼이 많았지만 CR-V의 물렁한 펀치에 나가떨어질 만큼 투싼에는 심각한 기저질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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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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