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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미국산 럭셔리 SUV는?

시간은 돌고 돈다. 우린 또 한 번 3열 럭셔리 SUV를 모았고 승자는 우리의 예상을 벗어났다

2021.04.22

여기 모인 넉 대의 미국산 대형 SUV들은 20세기 중반의 링컨 컨티넨탈과 캐딜락 엘도라도, 메르세데스 벤츠 300의 현대화 버전 같다. 

 

‘시간은 편평한 원이다.’ 19세기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우리가 해낸 모든 일이나 해야 할 모든 일은 계속해서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라는 의미를 담아 이 말을 했다. 상쾌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해안가에 선 BMW와 캐딜락, 링컨, 메르세데스 벤츠의 커다란 SUV 넉 대를 보며 감탄하던 순간, 니체의 이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5년 전 우린 이번과 거의 같은 비교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리고 메르세데스 벤츠 GL 클래스와 렉서스 LX,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링컨 내비게이터, 인피니티 QX80 사이에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에 승자의 왕관을 씌웠다. 렉서스와 레인지로버, 인피니티의 시간은 여전히 그 순간에 멈춰 있다. 그러나 캐딜락, 링컨,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해 완전히 새로운 3열 SUV를 선보이며 발전했다. 동시에 BMW도 새로운 모델로 3열 럭셔리 SUV 세그먼트에 진입했다. 

 

우리가 이런 종류의 비교 테스트를 끝없이 반복해야 하는 건 피할 수 없는 운명일까? 글쎄, 꼭 그렇지는 않다. 니체의 전임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억누를 수 없는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개인의 무능력’에 대해 비관적으로 쓴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비교 테스트에서 자동차 회사 네 곳은 수세기 동안 이어진 음울한 변증법을 뒤집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썼다. 그러니 쇼펜하우어가 시키는 대로 우리의 욕망을 부정하기보다는 여기 나온 에스컬레이드와 내비게이터, GLS 그리고 X7을 만나보자.

 

 

선수 입장!

이번 비교 테스트에서 가장 오래된 차는 지난번에도 가장 오래된 차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차가 바뀌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2019년형으로 개선된 새로운 내비게이터는 지난 30년 동안 가장 설득력 있는 미국산 럭셔리 SUV 중 하나다. 이 차의 디자인은 복고적이면서도 현대적이고 우아하며, 누가 봐도 링컨 같다. 4세대 내비게이터의 디자인은 2017년 공개 이후로 사소한 장식과 옵션을 제외하면 거의 바뀌지 않았다. 아, 차값은 990달러 올랐다.

 

GLS는 S 클래스급 SUV의 3세대 버전이다. 2019년 등장한 벤츠의 대형 SUV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과 6기통 엔진을 조합한 GLS 450부터 고성능 버전인 AMG GLS 63과 초호화 버전 마이바흐 GLS 600까지 어지러울 정도로 버전이 다양하다. 우린 이 가운데 V8 엔진에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을 더한 GLS 580 4매틱으로 타협을 봤다. 그 자체로 대중문화의 상징인 에스컬레이드는 오늘날 3열 럭셔리 SUV 세그먼트의 성공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캐딜락의 기함답게 새롭고 훌륭한 기술이 가득한데, 실내에는 거대한 OLED 디스플레이가 자리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 독특한 마그네라이드-에어 서스펜션이 더해져 역대 어떤 에스컬레이드보다 훌륭한 승차감과 주행을 선보인다. 우리가 이번에 시승한 에스컬레이드 ESV 4WD는 캐딜락이 언론 시승용 에스컬레이드를 운용하지 않은 탓에 LA의 한 렌터카 업체에서 데려온 것이다. X7은 지난번 비교 테스트를 진행했을 땐 존재하지 않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것에 진저리가 난 BMW는 2019년 말 7시리즈 세단을 보완하기 위해 2020년 연식에 맞춰 X7을 선보였다. 우리가 갖고 온 X7 x드라이브40i는 이 급에서 경쟁하기 위한 모든 필수품을 갖추고 있다. 3열 시트와 아름답게 마무리된 실내, 최신 자동차 기술 같은 것들 말이다. 

 

아, 제목만 보고 두 독일 브랜드 참가 차종의 생산 지역에 대해 의구심을 품은 독자들이 있다면 이 사실을 밝히겠다. GLS는 미국 앨라배마주 밴스에서 만들어지며 X7 역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튼버그에서 조립된다. 내비게이터는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생산되며 에스컬레이드는 텍사스주 앨링턴 출신이다. 그러니까 이 자리에 모인 넉 대의 SUV는 모두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의 38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

 

규칙은?

이 정도 크기와 급을 가진 자동차들은 효율, 가치, 품질, 주행 경험, 가격 등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타협을 해야 한다. 그러나 럭셔리의 온전한 전제는 타협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승차의 평균 가격이 10만2173달러라면 그런 타협은 적을수록 좋다. 그렇다면 이번 테스트의 승자가 될 럭셔리 SUV는 타협점이 가장 적을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힘이 들지 않는 가속력과 부드러운 승차감을 갖춘 안락한 차를 찾고 있다. 우린 빛나는 겉모습보다 더 깊은 인상을 남기는 실내도 원한다. 그러나 이 차들이 가족용 SUV라는 점도 고려해 실내 공간과 럭셔리 테마가 1, 2열뿐 아니라 3열까지 이어지는지도 살펴볼 것이다. 

 

BMW X7 x드라이브40i 

 

4등

BMW X7 x드라이브40i 

처음으로 어떤 새로운 것을 하기란 쉽지 않다. 달 착륙을 위한 아폴로 11호의 임무를 떠올려보자. X7이 달 탐사 로켓은 아니지만 BMW가 아주 큰 무언가를 만든 게 처음이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X7은 3열 럭셔리 SUV 세그먼트에서 진지하게 활약할 선수에게 요구되는 모든 것을 갖췄다. 우선 8시리즈까지 여러 모델이 공유하는 모듈러 플랫폼 CLAR에 기반한다. 그리고 한 급 아래의 중형 SUV인 X5(옵션으로 3열을 갖춘다)보다 216mm 길고 살짝 좁다. 우린 성능보다 럭셔리에 초점을 맞춰 차를 살필 것이기에 530마력짜리 V8 4.4ℓ 트윈터보 엔진 대신 340마력짜리 직렬 6기통 3.0ℓ 터보 엔진 모델을 선택했다. 엔진 회전이 부드러운 이 6기통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와 짝을 이루며,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우린 퀼팅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가죽을 실내 전체에 휘감기로 한 BMW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X7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우린 다른 BMW 모델에서 직렬 6기통 터보 엔진을 아주 좋아했지만 3열에 누군가를 태우고 다닐 만한 차인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시종일관 으르렁거리고 스포티한 배기음을 쏟아내는 탓에 혼자 고속도로를 달리면 기력이 다한다. 만약 사람을 가득 태우고 달리면 과부하가 걸릴지 모른다. 승차감은 더 나쁘다. “BMW라는 점을 고려하면 차체 제어가 실망스러울 따름이야. 차체가 옆에서 옆으로, 대각선으로, 앞에서 뒤로 시종일관 움직여.” 피처 에디터 스콧 에번스의 말이다. X7의 형편없는 차체 제어는 2열이나 3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때 유쾌하지 않을 것 같은 이유 중 하나다. 

 


실내 역시 다른 SUV들에 비해 좁고 갑갑하다. 전반적인 다리 공간과 2열과 3열의 어깨 공간은 물론 3열 머리 공간도 가장 좁다. 용량이 362ℓ인 트렁크 공간도 실망스럽다(3시리즈 세단보다도 작다). “이 차로는 장거리 여행을 위해 많은 사람을 태우고 싶지 않을 것 같아.” 부편집장 맥 모리슨이 말했다. X7은 3열로 드나드는 것도 불편하다. 버튼으로만 2열 시트를 접거나 움직일 수 있는데 모터 작동 속도가 극도로 느리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1열 시트 두 개가 뒤로 물러날 땐 원래 위치로 돌아오지도 않는다. 

 


BMW는 아름답고 고급진 인테리어로 승객들에게 황홀감을 선사한다. 모든 소재의 품질이  뛰어난 덕분에 목재 장식 표면에 오렌지 껍질 같이 요철이 생기는 현상이 없다. 우리 모두는 특히 2열에서 창문 열림 버튼을 누르면 스르륵 올라오는 햇빛 가리개와 열선 기능을 품은 안락한 시트, 넉넉한 USB 단자에 흐뭇해했다. 하지만 X7은 3열 럭셔리 SUV 세그먼트에서 확실하게 자리 잡은 선수들에 비해 승차감, 주행, 고급스러움 측면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BMW의 첫 번째 시도는 좋았지만 안타깝게도 결과물이 훌륭하지는 않다.

 

 


 

GLS가 도로를 달리는 방식은 단언컨대 정말 우아하다. 

 

3등

메르세데스 벤츠 GLS 580 4매틱

만약 이 기사가 순전히 어떤 SUV가 가장 운전하기 좋은지에 관한 것이었다면 GLS 580은 3등보다 훨씬 더 잘했을 수도 있다. 모리슨은 이렇게 말했다. “GLS는 가장 승용차 같은 느낌이야. 넉 대 중 가장 운전하기가 수월해.” GLS의 플랫폼이 초강력 AMG와 고급스러운 마이바흐 버전에 모두 쓰이며, 에어 서스펜션을 기본으로 얹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옵션인 V8 4.0ℓ 트윈터보 엔진 역시 나쁘지 않다. 직렬 6기통 3.0ℓ 터보 엔진에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을 더한 모델이 기본 사양이기는 하지만 벤츠는 대신 우리에게 약간의 옵션이 더 붙은 GLS 580을 보내줬다. G 바겐부터 AMG GT까지 모든 메르세데스 모델에서 볼 수 있는 GLS 580의 V8 엔진은 최고출력 490마력, 최대토크 71.3kg·m를 내며 9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리고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얹는다. 

 

메르세데스 벤츠 GLS 580 4매틱

 

메르세데스 벤츠 한 대의 실내를 본 적이 있다면 다른 벤츠를 다 본 거나 다름없다. 우린 GLS의 성가신 (그리고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나 센터콘솔 뒤쪽의 서랍 안에 2열 승객용 USB 단자를 숨기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정도면 훌륭한데 왜 3등이냐고? 우리가 탄 GLS는 다른 SUV들이 자랑하는 프리미엄 가죽을 두르지 않았다. 목재와 천장 마감도 덜 고급지다. 그런데 값은 10만8135달러로 가장 비싸다. 장점이 없는 건 아니다. GLS 580은 AMG 모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게 할 만큼 충분히 재미있다. 조향은 빠르고 반응 속도가 좋으며 정확하다. 파워트레인은 연이은 토크의 물결을 전달하고, 단단하게 튜닝된 서스펜션은 훌륭한 협곡 도로에서 느리게 달리는 운전자들을 놀라게 할 만큼 인상적이다. GLS 580은 정말 즐거운 자동차지만 이건 요점에서 약간 벗어난 것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오너들은 왕복 2차선 도로에서 자신의 3열 SUV의 한계를 찾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주로 고속도로나 시내의 교통체증을 뚫고 달린다. 바로 이 지점에서 GLS 580은 썩 성공적이지 못하다. 일반적인 도심 주행 속도에서 GLS의 엔진과 변속기는 좀 더 다듬어져야 한다. 엔진의 경우 저회전대에서 어딘가 굼뜬 반면 변속기는 아랫단으로 변속할 때 다른 SUV들보다 느리고 가끔 투박하다.

 


BMW, 캐딜락, 링컨과 비교해 메르세데스 벤츠는 가장 인상적이지 않은 실내를 갖고 있다. BMW가 고통받는 문제이기도 한 오래된 실내 디자인은 무시하더라도 우리가 럭셔리하다고 상상하는 GLS 580은 소재 면에서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 진짜 소에서 비롯된 것처럼 느껴지는 가죽 질감, 떡갈나무 조각에서 만들어진 목재 장식, 자동차 제조사가 은색 금속 장식을 채굴하는 곳으로부터 나오는 금속 장식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GLS 580은 넉 대의 SUV 중 유일하게 더 근사한 가죽과 목재, 그리고 좋은 느낌이 드는 다른 옵션들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고 느끼도록 한다.

 


공간도 문제다. BMW처럼 아주 갑갑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캐딜락이나 링컨만큼 넉넉하지도 않다. GLS 580의 좁은 실내는 2, 3열의 옹색한 어깨 공간으로 이어진다. “GLS의 2열 시트가 전동이라는 사실은 고마워. 하지만 바구니 안에 앉아 있다는 느낌이 들진 않았으면 좋겠어. 엉덩이는 낮게 위치하는데 무릎은 높아. 실내를 돌아다니거나 3열로 들어가기 쉬운 미국 SUV들의 편평한 바닥이 그리워지는군.” 에번스의 말이다. 어소시에이트 에디터 엘레오너 세구라는 어른은 물론 10대 초반 어린이도 3열에 앉으면 환영받지 못하는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한적인 다리 공간을 고려해도 GLS의 3열은 앉기에 편한 곳이 아니야. 어린아이들에게나 적합할 것 같아.” 전반적으로 우린 GLS의 많은 부분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 가격대라면 다른 두 SUV가 낫다.

 

 


 

 

2등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 4WD 프리미엄 럭셔리

가장 먼저 껄끄러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캐딜락은 지금 쉐보레 서버번 기반의 에스컬레이드 ESV 말고 더 짧은 타호를 바탕으로 한 에스컬레이드도 만든다. 우린 바로 그 기본형 에스컬레이드를 요청했고 기다렸다. 그러나 캐딜락은 차를 주지 않았고 우린 렌터카를 빌릴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우린 381mm 길어진 차체가 에스컬레이드 ESV에 어떤 도움을 주지도, 손해를 끼치지도 않았다는 걸 밝혀두고자 한다. 기본형 에스컬레이드라고 해서 바뀌는 것은 없다. 에스컬레이드의 몇 가지 단점은 라인업 전체에서 고르게 나타난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 4WD 프리미엄 럭셔리

 

그 이유를 너무 깊이 파헤치기 전에 우선 에스컬레이드를 간단히 살펴보자. 5세대 에스컬레이드는 22년 역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모델이다. 신형은 여전히 쉐보레 타호, 서버번, GMC 유콘과 플랫폼을 공유한다. 하지만 신형은 캐딜락이 에스컬레이드를 그룹 내 다른 사촌들과 의미 있게 구별할 수 있도록 GM이 대규모 자금을 지원해준 첫 번째 사례다. 캐딜락은 GM이 준 돈을 세 개의 인상적인 커브드 OLED 디스플레이 같은 장비와 개선된 소재, 증강현실 등의 멋진 기술을 만드는 데 썼다. 하지만 여전히 쉐보레, GMC와 파워트레인을 공유한다. 신형 에스컬레이드는 개선된 V8 6.2ℓ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3.6kg·m를 뽑아낸다. 변속기는 10단 자동이다. 이 밖에 직렬 6기통 3.0ℓ 터보 디젤 엔진도 선택할 수 있다. 구동 방식은 뒷바퀴굴림을 기본으로 네바퀴굴림이 옵션으로 준비된다(4WD에 더해지는 저단 기어는 추가 옵션이다).

 

캐딜락은 운전자들이 에스컬레이드의 대시보드에 올린 커브드 디스플레이에 시선을 뺏겨 딱딱하고 편평한 시트와 어색한 버튼 배치에 신경조차 쓰지 않기를 정말로 바랄 것이다.

 

구형 에스컬레이드와 마찬가지로 신형의 승차감 역시 보다 스포티한 추세를 따른다. 이런 모습이 의도된 튜닝인지, 아니면 기본 사양인 22인치 휠과 편평비 낮은 타이어 조합 때문이지 구분하기 어렵다. 우리는 후자일 거라고 추측한다. 모리슨의 의견을 들어보자. “작은 반동, 충격, 부딪힘에도 서스펜션은 정말 신경을 거슬리게 해. 그리고 섀시를 거쳐 실내로 들어오는 저주파 진동이 계속 이어지는 것 같아. 이런 모습은 럭셔리하게 사람들을 태우고 다니려는 목적에 어긋나지.” 그러나 단단해진 승차감은 굽이진 도로에서 큰 이점을 안겨주고, 덕분에 이 급의 자동차치고 차체 제어가 환상적이다. 또 에스컬레이드는 무게감이 좋고 정확한 조향을 통해 실제보다 작은 차처럼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에스컬레이드의 파워트레인(여기 나온 SUV 중 유일하게 자연흡기 방식이다)은 우리로 하여금 터보차저를 갈망하도록 했다. 럭셔리 자동차는 큰 힘 들이지 않고 가볍게 달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에스컬레이드는 V8 엔진이 힘겨워하는 게 느껴진다. 출발 직후 초반 토크가 한바탕 지나가고 나면 추월이나 긴 언덕을 오르기 위한 토크가 별로 남지 않는다. 에스컬레이드는 SUV 전체 시장에서 보면 느리지 않다. 하지만 여기 모인 SUV 중에서는 제동력을 제외한 모든 계측 테스트 항목에서 하위권이라는 게 드러났다(우리가 최근에 테스트했던 기본형 에스컬레이드도 마찬가지다).

 


에스컬레이드는 일단 운전자가 올라타면 잃었던 점수 일부를 다시 긁어모으기 시작한다. “운전자 자리가 가장 좋다는 건 누가 봐도 분명해. 살짝 구부러진 데다 가죽으로 덮인 38인치 OLED 디스플레이는 에스컬레이드의 실내에서 가장 좋은 부분이야.” 세구라가 말했다. 에번스도 동의했다. “디스플레이가 영화 <스타트렉>에 나오는 물건 같아. 계기반 왼쪽에 놓인 작은 터치스크린은 계기반 기능도 수행해. 계기반에 증강현실 내비게이션까지 띄워 놓으면 메르세데스 벤츠보다 한발, 다른 차보다는 훨씬 앞설 수 있어.” 에스컬레이드의 실내는 의심의 여지 없이 넓고, 2열과 3열은 성인에게도 적합하다. ESV 버전의 추가된 차체 길이 덕분에 3열 공간 뒤 적재 공간은 GLS의 3열 시트를 접어서 만든 것보다 넓다(기본형 에스컬레이드는 여전히 1열과 2열 무릎 공간, 1열의 머리와 어깨 공간, 적재 공간에서 선두를 달린다).

 


GM이 새로운 기술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한 건 분명하지만 캐딜락은 빵을 샀어야 했을 때 맥주를 사고 말았다. 역량을 다른 곳에 쏟아부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벨트라인 아래를 살펴본 후 시선을 3열로 옮겼을 때 다른 경쟁 모델에서는 보이지 않는 소재의 품질 저하가  두드러진다. “에스컬레이드의 럭셔리는 뒤쪽이 아닌 실내 앞쪽에만 몰린 경향이 있어. 뒤쪽에 있으면 작업용 트럭처럼 느껴져.” 모리슨의 말이다. 물론 앞쪽에도 몇몇 의문이 드는 디자인 결정이 있다. 예컨대 운전자의 왼쪽 무릎 근처에 달린 일곱 개의 버튼 말이다. 주행 모드, 구동 방식, 에어 서스펜션 설정을 위한 버튼이 똑같이 생겼다. 그리고 이 때문에 투어 모드에서 스포츠 모드로 잘 바꿨는지 확인하려면 도로에서 한눈을 팔게 된다. 

 


에스컬레이드는 자신의 럭셔리한 혈통을 구분 짓기 위해 힘껏 노력하지만 저렴한 사촌들과 버튼은 물론 장식을 너무 많이 공유한다. 에스컬레이드 구매자들에게 10만4810달러짜리 캐딜락이 5만5000달러짜리 타호와 실내 부품을 얼마나 많이 공유하는지 알고 있냐고 묻는 건 타당한 질문이다. 럭셔리는 크고 작은 디테일에 관한 것이다. 캐딜락은 여러 개의 큰 결과물을 보여줬지만 몇몇 작은 것을 놓치고 말았다. 그래도 그들은 에스컬레이드를 1등에 꽤 근접하게 올려놨다.

 


 

 

1등

링컨 내비게이터 4×4 블랙레이블

우리가 최근에 진행한 3열 럭셔리 SUV 비교 시승기를 다시 봤다면 내비게이터가 얼마나 많이 발전했는지 알 수 있다. 우린 전 세대 내비게이터의 농기계 같은 성능과 형편없는 실내, 포드 익스페디션의 부품에 과하게 의존하는 모습을 비판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포드가 고삐를 풀고 링컨이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필요한 돈을 준 걸 보니 기뻐. 내비게이터는 포드 브랜드에 매우 중요한 1보 전진이야.” 에번스의 말이다. 모리슨도 의견을 보탰다. “앞뒤로 면밀히 살펴봤을 때 내비게이터는 우리가 갖고 온 넉 대의 SUV 중에서 가장 럭셔리한 것 같아.” 세구라는 내비게이터를 두고 “빈티지한 미국산 자동차를 향한 외침 같아”라고 말했다.

 

링컨 내비게이터 4×4 블랙레이블

 

제원만 놓고 보면 신형 내비게이터를 그저 멋지게 차려입은 포드라고 생각해도 할 말이 없다. 실제로 신형 내비게이터는 포드 익스페디션과 플랫폼을 공유한다. 그리고 알루미늄 차체를 바탕으로 포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V6 3.5ℓ 트윈터보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456마력, 최대토크 70.5kg·m를 낸다. 이 엔진은 GM과 포드가 공동 개발한 10단 자동변속기와 짝을 이루며 진짜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사용한다.

 

링컨은 내비게이터의 실내에 돈을 현명하게 썼다. 1, 2, 3열 모두 놀랍도록 공간이 넉넉할 뿐 아니라 디자인 테마와 품질 또한 실내 전반에 걸쳐 일관성을 유지한다.

 

BMW, 캐딜락, 벤츠의 주행 방식에는 부정할 수 없는 스포티한 가식이 존재한다. 반면 내비게이터는 스포티한 차들은 정말 스포티했고 럭셔리한 차들은 정말 럭셔리했던 시대에 다시 귀를 기울인다. “내비게이터는 재미있는 방식으로 구식 정취를 전해. 조향 감각은 여기 모인 차 중 가장 가볍고, 상대적으로 가장 구식의 럭셔리 감각을 전달할 거야.” 모리슨이 말했다. 내비게이터는 도심 도로 순항용으로 튜닝된 것 같다. 하지만 좁고 구불구불한 도로에선 자신감을 내보인다. V6 트윈터보 엔진은 강력하고 부드러우며 조용하다. 그리고 차분하게 달릴 때도 토크가 풍부하다. 그러다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면 그때까지 숨죽이고 있던 굉음이 배기구에서 퍼져 나온다. 변속기가 윗단으로 변속을 서두르는 경향이 있지만 아랫단으로의 변속은 빠르고 부드럽다.

 

내비게이터의 오디오를 듣다 보면 이따금 센터콘솔에서 딸랑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다.

 


거친 충격을 흡수한 후 2차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기 일쑤인 내비게이터에서 포드의 특징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 부분은 바로 승차감이다. “내비게이터는 에스컬레이드와 같은 미세한 승차감 문제를 겪고 있어. 두 차 모두 커다란 휠에 사이드 월이 얇은 타이어를 조합하는 신드롬에 시달리고 있지. 하지만 내비게이터의 승차감이 더 좋은 것 같아.” 에번스의 말이다. 내비게이터 블랙레이블의 실내는 승차감과 관련된 단점을 보완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발휘한다.

 

 

문을 열면 즉시 럭셔리한 개인 별장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럭셔리 자동차 중 하나다. 1, 2, 3열 모두 놀랍도록 넓고 안락한 실내는 지나간 시대의 자동차 디자인을 떠오르게 한다. 대시보드 위를 장식한 길고 오목한 형태의 목재 줄무늬, 아름답게 마감된 가죽, 피아노 블랙과 새틴 실버 마감 등을 통해서 말이다. 덕분에 4세대 내비게이터는 역대 최초로 차값에 어울리는 가치를 제공한다는 느낌이 든다(이번 시승차의 값은 9만8850달러다).

 


우린 내비게이터의 구석구석에 만족했다. 극도로 편안한 30방향 전동 조절식 앞 시트부터 고품질 레벨 울티마 오디오 시스템과 두툼하고 쿠션감 있는 카펫으로 만든 바닥 매트까지…. 모리슨과 세구라는 플로팅 센터콘솔에 푹 빠졌다. “혁신적이고 재치 있는 센터콘솔이야. 수납공간도 엄청나고.” 세구라의 말이다. “이 차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해. 이번에 탄 SUV 중 내비게이터의 실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 모리슨이 덧붙였다. 내비게이터 블랙레이블은 진심으로 다른 SUV들보다 한 수 위라고 느껴진다.

 

 

확실한 럭셔리와 안락함, 가치, 주행 경험이 최상의 균형을 이룬다. 더욱 중요한 건 내비게이터가 지금 시장에서 판매 중인 3열 럭셔리 SUV 가운데 가장 응집력 있고 설득력 있는 차라는 점이다. 

 

 

생각해보니 니체와 쇼펜하우어 같은 철학자들이 우리의 비교 테스트에 패널로 참가했다면 ‘욕망의 충족’에 관한 새로운 내용을 써야 했을지도 모른다. 단언컨대 내비게이터는 억누를 수 없는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에디터_크리스티안

 

넉 대의 SUV 모두 나름 매력적이긴 하지만 내비게이터와 에스컬레이드가 의심할 여지 없이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3열 럭셔리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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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랜츠 디망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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