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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드라이빙? 토요타 야리스 GR & 포르쉐 타이칸 터보

현실에서 만날 수 없는 차를 게임이라는 가상공간에서 리뷰할 수 있을까? 과연 시뮬레이터로 자동차의 어디까지 느껴볼 수 있을까?

2021.05.01

 

꿈같은 시절이 있었다. 해외 모터쇼를 방문해서 세상에 갓 공개된 따끈따끈한 신차를 직접 눈앞에서 보던 시절 말이다.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 차를 타고 아우토반을 신나게 달리는 일도 가능했다. 정말 궁금한 차가 있다면 어떻게든 경험할 방법을 찾을 수 있던 호시절이었다. 

 


여권을 펼쳐본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해외에서 신차를 공개해도 국내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물론 이것도 국내 수입사가 판매를 결정했을 때의 이야기다. 그러던 어느 날, 레이싱 게임 <그란투리스모>에 접속하니 새로운 모델이 올라왔다는 공지가 떴다. 다름 아닌 토요타 야리스 GR이다. 그러잖아도 얼마 전 글로벌 론칭 소식을 접한 직후라 궁금한 게 많은 모델이었다. 


야리스와 GR, 내겐 두 단어 모두 익숙한 존재들이다. GR은 토요타 워크스팀인 가주 레이싱의 약자다. 뉘르부르크링 내구 레이스에 참가해온 내게 가주 레이싱은 무척 익숙하다. 아시아 출신 선수가 적은 뉘르부르크링 경주장에서 그나마 마주친 아시아 선수는 대부분 가주 레이싱 소속이다. 심지어 토요타 CEO 토요타 아키오는 GR 소속으로 독일 24시간 내구 레이스에 직접 드라이버로 참가하기도 했다. 야리스는 20년 전부터 원메이크 경주차로 쓰인 소형 해치백이다. 그리고 야리스 원메이크 경기가 바로 내가 레이서로 첫 출전한 ‘클릭 스피드 페스티벌’의 벤치마킹이기도 했다. 그러니 안 타볼 수가 없었다. 

 


먼저 시뮬레이터의 한계를 짚고 넘어가자. 실제 차라면 손끝으로 느껴지는 운전대의 반응과 노면 피드백, 타이어의 굴신 상태 등을 알 수 있지만 시뮬레이터는 이 모든 게 장비라는 매개를 거쳐 우리에게 전달된다. 즉, 어떤 운전대와 페달을 쓰는지에 따라 감각이 천차만별이다. 결국 실제 차의 느낌을 100% 전달한다고 보긴 어렵다.

 

 


G 포스의 변화도 그렇다. 시트가 상하 전후 좌우로 흔들리는 모션 시뮬레이터를 구비한다고 해도 여전히 장비가 갖는 해상도와 반응 속도, 장비 제조사에 따른 차이가 더 크다. 굳이 표현하면 유사 재생에 가깝다. 아이러니하게도 모션 장비가 정교해질수록 드라이버가 느끼는 괴리감이나 어색함이 커지기도 한다. 움직임이 정교해질수록 우리 몸이 무의식중에 기대치를 높이기 때문이다. 0.1초 미만의 미세한 반응 지연이나 어긋난 방향으로의 작은 흔들림에도 아쉬움이 커진다. 결론적으로 시뮬레이터를 통해 야리스 GR의 승차감을 평가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유의미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부분도 존재한다. 차체의 피칭이나 롤링 등 3차원적인 각도 변화는 시각 정보를 통해 판단할 수 있다. 물론 고려할 점이 있다. 실제 차 안에서는 우리의 목이 자이로 짐벌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시선의 흔들림이 차체 피칭각이나 롤링각보다 덜하다. 반면 시뮬레이터는 시선 방향이 차체와 고정돼 함께 끄덕거려 실제 차보다 기울어짐이 심하다고 느껴진다. 그럼에도 차체가 기울어진 정확한 양을 파악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 이런 시각 정보가 차의 궤적 변화와 함께 어우러지면 핸들링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시뮬레이터는 진짜 운전대가 아닌데도 핸들링 특성을 끄집어낼 수 있었다. 야리스는 엔진을 가로로 배치하고 앞바퀴굴림 기반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얹는다. 하지만 야리스 GR에 들어가는 새로운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기존 FF 기반 네바퀴굴림 시스템과 움직임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코너의 정점을 지나 스로틀을 열면 FF나 FF 기반 AWD에서 나타나야 할 언더스티어 대신 파워 오버스티어의 경향을 띤다. 뒷바퀴 외측륜으로 꽤나 많은 토크가 분배되고 있다는 뜻이다. 가로배치 엔진을 얹은 자동차가 약간의 카운터와 함께 재가속을 해치우는 모습을 본 적 있는가? 야리스 GR의 움직임은 WRC 랠리카의 움직임과 아주 유사하다. 다만 뒷바퀴 토크 배분의 불규칙적 변화 때문에 뒷바퀴 슬라이드 양이 일정하지 않다. 

 

 


제동을 걸며 코너를 파고드는 과정에서도 얼마든지 엉덩이를 미끄러뜨릴 수 있다. 이 현상은 단순한 오버스티어가 아니다. 사륜 드리프트, 정확히 말하면 네 바퀴가 옆으로 동시에 미끄러지고 있는 언더스티어에 가깝다. 조금 복잡하게 들릴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이 차의 움직임이 매우 재미있다는 거다. 워낙 뒷부분 움직임이 자유로워 되레 그립을 유지한 채 코너로 진입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정도였다. 

 


야리스 GR의 동적 움직임은 관계가 1도 없는 포르쉐 911과 닮았다. 앞쪽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거의 없다는 점, 그리고 가속하면 뒤로 웅크리고 주저앉으며 엄청난 트랙션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시뮬레이터에서 뽑아낸 주행 사진을 보면 재가속 시 앞머리가 들리거나 내측륜이 들리는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직렬 3기통 1.6ℓ 터보 엔진이 주는 무게의 이점을 확실히 보여준다. 

 

 


야리스 GR은 기존 FF나 FR에서도 느끼기 힘든, 장난기 가득한 네바퀴굴림의 핸들링 특성을 잘 완성했다. 게다가 그것을 시뮬레이터를 통해서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그럴수록 실제 차가 더 궁금해진다. 그런데 이 차 한국에서 판매될 날이 올까?  

글_강병휘(자동차 칼럼니스트

 


 

 

포르쉐 타이칸 터보, 시뮬레이터에서 
다시 만났다.

 

만나본 적이 없는 차를 가상세계에서 만나는 것도 흥미롭지만, 이미 타본 실제 차와 같은 모델을 시뮬레이터로 주행했을 때의 차이를 비교하는 것도 흥미롭다. 포르쉐의 타이칸 터보는 실제 차를 트랙에서 주행한 뒤 시뮬레이터에서 다시 만났다. 

 

가장 큰 차이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폭발적인 가속감을 시뮬레이터로 체감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횡방향의 움직임은 역동적으로 표현되지만, 종방향으로의 가감속은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게 아쉽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바로 드리프트 컨트롤이다. 실제로 타이칸 터보는 드리프트 컨트롤이 잘되는 전기차다. 전기차는 앞뒤 바퀴 사이에 기계적 연결이 없는 독립 구조지만, 흡사 기계적인 파워트레인이 앞뒤 차축 사이를 연결한 것 같다. 드리프트를 구사하는 때와 그립을 유지하려는 때를 찰떡처럼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응한다. 물론 타이칸으로 드리프트하는 방법은 내연기관차의 드리프트 테크닉과 조금 다른 기술을 요구한다. 그 방법을 터득하고 나면 의도한 위치와 궤적으로 차를 미끄러뜨릴 수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시뮬레이터 속 타이칸은 가고자 하는 궤적으로 드리프트를 구현하기가 어렵다. 앞뒤 구동모터 사이에 신경망이 가득 엉켜 있는 듯한 실제 차의 느낌은 사라지고, 어디로 튈지 모를 불안한 모습이다. 

 


하지만 그립 주행 영역으로 넘어오면 드리프트 조건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실제 차보다 한계 그립이 조금 떨어지는 인상을 지울 수 없지만, 차체 무게감을 쉽게 감지하기 어렵다는 점이 닮았다. 게다가 긴 휠베이스가 주는 온화한 스태빌리티 영역도 가상과 실제 모두 비슷하다. 2단 변속기의 변속 타이밍도 스포츠 플러스 모드 기준으로 동일하게 표현된다. 진짜 타이칸의 계기반엔 모터 회전수 대신 디지털 속도계와 충·방전 표시창이 들어간다. 하지만 <그란투리스모>에서는 표준 계기반 레이아웃 덕분에 모터 회전수가 표시된다. 이를 통해 2단 변속기의 감속비도 역으로 계산할 수 있다. 

 

포르쉐 액티브 사운드로 불리는 가상 사운드는 현실과 게임이 아주 흡사하다. 하긴 둘 다 스피커로 재생되는 사운드니까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용인 스피드웨이를 달린 타이칸 터보는 무척이나 재미가 있었는데, 시뮬레이터 속 타이칸은 그만큼의 감흥이 일어나지 않는다. 결론은 이거다. 0→시속 100km 가속하는 데 3초가 걸리지 않는 차들은 직접 경험하는 것이 최고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버추얼 드라이빙, 토요타 야리스 G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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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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