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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무선충전 기술, 어디까지 왔니?

세계 곳곳에서 전기차 무선충전 기술 개발에 열심이다. 우리는 언제쯤 쉽고 편하게 무선충전을 누릴 수 있을까?

2021.05.08

 

2019년 1월 현대가 ‘ISO 전기차 무선충전 국제 표준화 회의’를 열고 영상을 하나 공개했다. 주차장 입구에 차를 세운 후 내리면 차가 스스로 무선충전기가 깔린 주차공간으로 찾아가 주차를 마치고 충전을 하는 영상이다. 충전이 끝나면 다른 차가 충전할 수 있도록 그곳을 빠져나와 비어 있는 주차공간으로 찾아간다. 운전자가 차를 호출하면 미국 드라마 <전격 Z 작전> 속 키트처럼 운전자가 있는 곳으로 달려온다. 현대는 무선충전 기술을 자율주행, 자동주차 기술과 접목했다. 아직 구체화되기 전이라 그래픽으로 영상을 만들었지만 만약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전기차 충전 걱정은 할 필요도 없게 된다. 그냥 주차장 아무 데나 세워둬도 차가 알아서 충전을 마칠 테니까.

 

이날 현대는 저주파 안테나 기반 무선충전 위치정렬 기술도 발표했다. 무선충전 시설과 전기차 사이의 거리와 틀어짐 정도를 판별해 차가 무선충전이 잘 될 수 있는 위치에 주차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현대는 이 기술이 0~5m까지 적용이 가능해 범위가 넓고, 기존 스마트키 시스템의 저주파 안테나를 변형해 사용하기 때문에 개발 비용도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무선충전 기술 개발에 열심인 현대는 올 하반기 출시할 제네시스 전기차에 양산차 최초로 무선충전 기술을 얹을 것이라고도 공표했다. 

 

하지만 ‘양산차 최초’라는 타이틀은 다른 차에 돌아갔다. 지난 1월 13일 중국의 지기 자동차(Zhiji Auto)가 무선충전 시스템을 얹은 전기차 L7을 공개했다. 상하이자동차와 장지앙 하이테크, 알리바바 그룹의 합작투자회사 지기의 첫 번째 전기차 L7은 93kWh와 115kWh의 실리콘 도핑 리튬이온 배터리를 얹어 주행가능거리가 615~1000km에 이른다. 효율이 91%인 11kW 무선충전 시스템도 갖췄는데 1시간 충전으로 주행거리를 80km까지 늘릴 수 있다.   

 

 

무선충전 주차장부터 도로까지

무선충전 기술을 품은 전기차는 이제 막 선을 보였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의 무선충전 기술은 이미 2년 전에 양산됐다. BMW는 2019년 미국과 유럽 몇 개 도시에 PHEV 무선충전 시스템을 설치했다. 커다랗고 납작한 무선충전 패드 위에 차를 세우면 주차 면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이 전기를 만들어 배터리를 충전한다. 3시간 30분이면 9.2kW 배터리를 10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충전 상황은 계기반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충전을 모두 마치면 자동으로 충전이 멈춘다. 디스플레이에 가이드라인이 표시되므로 무선충전 패드 위에 차를 세우는 게 크게 어렵진 않다. 

 

사람들이 전기차 사기를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충전 때문이다. 충전만 수월해진다면 전기차 시장은 급속도로 확대될 것이다. 여러 자동차 브랜드가 무선충전 기술 개발에 열심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닛산은 무려 10년 전인 2011년 리프의 무선충전 테스트 영상을 공개했다. BMW처럼 납작하고 커다란 충전기 위에 차를 세우면 충전이 되는 기술이다. 당시 닛산은 2018년에 기술 개발을 마치고 2020년에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브랜드만 무선충전 기술에 열심인 건 아니다. 미국 엔지니어링 기업 와이트리시티와 IT 회사 퀄컴은 송전 시스템을 주차장이나 도로 아래 매립해 주차하거나 달리는 동안 충전할 수 있는 무선충전 기술을 개발 중이다. 실제로 퀄컴은 2017년 100m 길이의 테스트 트랙에 무선충전 시스템을 깔고 최대 20kW의 급속충전을 받아 르노 전기차가 시속 100km로 달리는 데 성공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일렉트로 역시 자체 개발한 무선충전 시스템을 도로에 깔아 전기차에 무선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중국은 아예 정부가 나서 무선충전 도로를 만들고 있다. 영국 노팅엄 시는 전기 택시를 위한 무선충전 시스템을 설치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340만 파운드(약 52억원)를 지원받았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9년 10월 ‘도로 기술개발 전략안(2021~2030)’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무선충전 도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상용화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렇다면 전기차 무선충전 세상의 문은 언제 활짝 열릴까? 전기차 무선충전 기술이 상용화되기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내 스마트폰에 무선충전 기술이 있어도 무선충전 패드가 없으면 소용없는 것처럼 자동차 역시 무선충전이 가능한 인프라가 우선 갖춰져야 한다. 그런데 이 작업엔 돈이 많이 든다. 새로 짓는 주차장이나 도로는 그나마 낫지만 이미 있는 도로나 주차장은 바닥을 뜯어내고 송전 코일을 깔아야 한다. 

 


전기차 무선충전이 규격화돼 있지 않아 제조사마다 다른 방식으로 개발하거나 이용 중인 것도 문제다. 무선충전 기술은 크게 자기유도, 자기공진, 전자기파의 세 가지 방식이 있는데 도로나 주차장의 충전 기술과 차의 충전 기술이 맞지 않으면 무선충전을 할 수 없다. 아이폰을 갤럭시 충전 케이블로 충전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전자파나 정전기로 피해를 입을 우려도 있다. 특히 전자기파 방식은 수십 km까지 전력을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기장과 자기장을 한꺼번에 발생시켜 전송 도중 에너지 손실이 크고 전자파가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테슬라가 무선충전 기술에 관심이 없는 것도 장애물 중 하나다. 세계 곳곳에 슈퍼차저를 세운 테슬라는 사람들이 무선충전보다 슈퍼차저에서 충전하기를 원한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테슬라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전기차 회사다. 이런 회사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발전과 개발은 더딜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요가 많다면 공급도 늘 것이다. 전기차 무선충전은 충분히 매력적인 기술이다. 세계 각국의 친환경 정책과 자동차 회사의 전동화 전략을 바짝 앞당기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만약 전기차 무선충전 기술이 상용화되면 나 역시 다음 차로 전기차를 살 의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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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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