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자동차와 영화 포스터

헤수스 프루덴시오는 자동차가 예술의 오브제라는 것을, 자동차 한 대로 영화를 복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러스트레이터다

2021.05.10

 

 

당신은 누구인가?

나는 현재 스페인 세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헤수스 프루덴시오다. 아놀드, DDB, 블루 하이브, 매트릭 디자인 등 스페인의 굵직한 광고대행사와 작업을 해왔으며 <모노클>, <GQ>, <르 파리지앵 위켄드>, <르 몽드>에서 만드는 <M> 같은 다양한 잡지에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나를 간단하게 정의 내린다면 ‘자기 일에 가장 열정적인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펄프픽션

델마와 루이스

 

많은 작품 중에서도 ‘차와 영화(Cars And Films)’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어릴 적부터 자동차와 영화를 동경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영화를 보더라도 등장하는 자동차에 집중하게 됐다. 혹시 그것을 아는가? 어떤 영화는 차에 따라 영화의 시퀀스가 나뉘기도 하고, 또 다른 영화는 차라는 오브제가 영화 전체를 관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매우 놀랐다. 이전까지 내가 봤던 영화들을 정리해보니 그런 공통적인 특성을 가진 영화가 꽤 많았다. 그것을 기반으로 일러스트레이션 작업할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차와 영화’ 시리즈는 탄생했다. 

 

싸이코

고스트버스터즈

 

포스터에는 차 한 대만 그려져 있는데, 그 차가 등장했던 수많은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는 게 매우 인상적이다. 

우리는 보통 영화에 등장한 배우나 연출한 감독 혹은 미술, 음악 같은 미쟝센과 분위기로 그 영화를 기억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자동차를 통해 영화를 떠올릴 수 있다. 나는 영화에 등장하는 자동차에 존재감을 부여하고, 이 존재감을 다른 사람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작업을 하는 일종의 중재자라고 생각한다. 만약 당신이 내 일러스트레이션을 보고 수많은 영화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면 나의 중재는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택시 드라이버

베이비 드라이버

 

영화와 자동차에서만 영감을 받는 건 아닌 것 같다. 

영화는 좋은 영감의 수단이다. 하지만 모든 예술가가 그렇듯 오직 자기가 속한 분야에서만 아이디어를 얻지 않는다. 음악, 문학, 만화, 여행, 전시회, 심지어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한 그라피티나 낙서도 좋은 소재가 된다. 나는 일러스트레이션을 주로 그리기 때문에 요즘 활동 중인 젊은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작품은 물론, 수십 년 전에 일했던 사람들의 작품도 자주 접한다. 아 참, 파블로 피카소와 앤디 워홀 같은 거장들의 작품도 빼놓을 수 없다. 

 

보니 앤 클라이드

백 투 더 퓨처

 

작품 중에서 특별히 선호하는 작품이 있나? 

그런 건 따로 없다. 모두 다 흥미롭고 특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작업에 들어갔다. 한국 속담을 잠시 빌리자면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듯’ 나에겐 모두 소중한 영화고 자동차다. 참고로 나의 숙모는 한국인이다. 그녀는 나에게 다양한 한국 문화를 소개해준다. 

 

카타카

리틀 미스 선샤인

 

최근 작품엔 창문에 묻은 피나 물에 가라앉는 차처럼 디테일이 늘었다. 

특정 장면을 명확하게 표현해 좀 더 영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서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사람들의 기대가 높아진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단순히 차만 비슷하게 그려내기보다 찌그러진 범퍼나 터진 타이어 등 사고 흔적과 차에 있는 녹까지 표현하고 있다. 섬세한 디테일이기 때문에 초기 작품보다 작업량이 배로 많다. 

 

빅 피쉬

 

나는 영화에서 자동차에 존재감을 부여하고,

이 존재감을 다른 사람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작업을 하는

'중재자'라고 생각한다. 

 

매드맥스

 

과거 당신의 작품에는 영화 제목이 들어갔다. 하지만 지금은 제목을 공개하지 않는다.  

당신의 말대로 처음엔 제목을 넣었다. 하지만 포스터를 더 많이 만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단순히 영화의 포스터 같은 일러스트레이션이 아닌, 나의 연작 프로젝트로 만들고 싶어 제목 대신 프로젝트 이름을 넣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는 커뮤니케이션 방식 때문이다. 단순히 작품을 보여주는 것에서 벗어나 내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들과 일종의 게임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언제 개봉했는지 힌트도 포스터에 살짝 더했다. 재미도 있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좋다. 

 

A-팀

007 골드핑거

더 샤이닝

 

한국의 영화와 자동차를 소재로 작업한 적이 있나?

아직까진 없다. 하지만 박찬욱, 봉준호 같은 영화감독은 다양한 영화제에서 수상하거나 후보에 올라 잘 알고 있다. 그들의 영화도 봤다. <올드보이>, <마더>, <기생충> 등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어쩌면 한국 영화와 한국차로 만들어진 작품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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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헤수스 프루덴시오(일러스트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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