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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달려도 좋아! 페라리 로마 & 맥라렌 GT

GT는 장거리를 빠르게 달리는 고성능 럭셔리카를 말한다. 화끈한 주행 성능과 안정적인 움직임, 편안한 승차감을 갖춘 페라리 로마와 맥라렌 GT는 영락없는 GT다

2021.05.15

 

시승 출장으로 유럽의 고급 휴양지에 갈 때면 GT카들이 인상 깊었다. 고급 호텔로 들어서는 중년의 드라이버에게서 성공적인 삶을 볼 수 있었다. 비싼 차를 몰고 여가를 즐기는 모습에서 유럽의 상류층을 보았다. 모델 같은 젊은 부인보다는 모델 같은 중년 부인의 우아함이 더 보기 좋은 것도 그때 알았다. 

 

GT카로 달리는 인생을 꿈꾼다. 뒷자리에 앉는 여느 고급차와 달리, GT 드라이버는 스포츠 드라이빙을 할 만큼 건강하고 운전 실력도 갖추어야 한다. GT로 달리는 우렁찬 배기음 속에 카리스마가 넘친다. GT, 그란투리스모(Gran Turismo)는 대장정이라는 뜻이다. 옛날 유럽의 귀족 자녀들은 학업이 끝나면 유럽 전역을 돌며 견문을 넓혔다. 그때 마차를 타고 다닌 여행을 그란투리스모라 했단다. 이제 GT는 장거리를 빠르게 달리는 고성능 럭셔리카를 말한다. 스포츠카와 일반 승용차가 확실하게 구분되던 옛날에는 GT를 ‘매일 타는 스포츠카’로 정의하기도 했다. 1950년대 전후 인프라가 늘고 도로가 정비되고, 자동차 기술이 급진전하면서 GT카 시대가 열렸다.

 

커다란 엔진을 얹은 그랜드 투어러는 마음만 먹으면 스포츠카를 따돌리는 실력을 갖췄다. GT는 대부분 대형 보디의 2도어 쿠페 스타일로 2+2가 기본이다. 두 사람이 편히 타고 뒷자리엔 가방을 하나 던져 놓는다. 오늘 시승차 페라리 로마와 맥라렌 GT는 저마다의 모델 라인업에서 비교적 부드러운 차들이다. 슈퍼카 회사에서 만드는 여행용 차는 부드럽기만 하다. 아주 오래전부터 GT를 만들어온 페라리는 GT계의 장인으로 볼 수 있고, 역사가 짧은 맥라렌은 처음 만든 GT라 의미가 있다. 엔진 위치로 볼 때 FR과 MR의 비교가 된다. 무엇보다 GT는 달리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기에 그 감각의 차이가 기대된다. 

 

 

페라리 로마

페라리 로마는 보닛이 길고 트렁크 라인이 짧은 2도어 쿠페로 전형적인 GT 모습이 클래식하다. 포르토피노와 같은 플랫폼을 썼지만 포르토피노 고객도 한 대 더 살 만한 차를 목표로 만들었다. 포르토피노와 달리 지붕을 접는 식이 아니라 무게중심이 더 낮고 가볍다. 포르토피노보다 낮고 넓으며 긴데 차체는 더 단단하다. 페라리에서 가장 아랫급인 로마는 페라리의 정수를 모은 차로 여겨진다. 

 


1950년대 이탈리아의 라이프스타일 ‘라 돌체 비타(달콤한 인생)’를 새롭게 해석한 로마는 다른 페라리와 달리 깔끔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페라리 250GT 등 당시 차에서 모티프를 따와 아름답고 순수한 디자인을 추구했다. 플라비오 만초니가 이끄는 인하우스 디자인 작품이다. 해치백이 아니라 불편하다면 그 또한 클래식한 GT만의 매력이다. 

 


공격적인 앞모습은 상어를 떠올리고 굴곡진 보디가 클래식하다. 테일램프도 다른 페라리처럼 원형이 아니다. 네 개의 동그란 머플러도 배치에 신경을 써 달라 보인다. 모두를 모아보니 콤팩트하면서 깔끔한 로마가 완성됐다. 갖고 싶은 페라리다. 앞부분에는 차 아래 보텍스 제너레이터를 달아 다운포스를 만들고, 뒤쪽의 다운포스는 가변형 리어 스포일러가 조절한다. 마네티노 스위치 세팅과 속도에 따라 움직이는 가변형 스포일러는 요즘 유행인 듯 그 재미가 쏠쏠하다. 

 


운전석과 조수석을 분리한 듀얼 콕핏의 대시보드 디자인 역시 클래식하다. ‘눈은 도로에, 두 손은 운전대에’가 페라리의 철학인지라 운전석 앞으로 커다란 태코미터가 한가운데 자리 잡았다. 운전에 필요한 주요 스위치는 모두 운전대 위로 모았다. 운전대를 잡은 두 손에 긴장감이 흐른다. 센터스택의 메탈 시프트 게이트는 과거 페라리가 수동기어였던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클래식한 분위기 속에 새로운 터치 방식 스위치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첨단 감각이 묻어난다. 페라리를 볼 때면 작은 회사가 적용하는 첨단 기술이 놀랍다. 그리고 소량 생산임에도 마무리가 깔끔하다. 

 


뒷자리는 2+2의 의미를 강조하듯 공간이 별로 없다. 그래도 뒷공간은 앞좌석을 누일 수 있어 여유를 제공한다. 쿠션도 없는 뒤 시트를 접으면 트렁크와 작게 통한다. GT의 매력을 찾는 나에게는 작은 트렁크도 클래식하게만 보인다. 엔진이 앞에 놓인 슈퍼카는 좀 더 페라리 전통에 가깝다. 엔초 페라리는 미드십 엔진차를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알루미늄 보디의 로마는 공차중량이 1610kg으로 가볍다. V8 3.9ℓ 프런트 미드십 엔진은 7500rpm까지 치솟는다. 8단 듀얼 클러치 기어박스는 뒤 액슬에 달렸다. 앞뒤 무게배분이 50:50인 건 당연하다.

 


시동 버튼을 터치하면 우렁찬 배기음이 차 안을 가득 메운다. 패들시프트를 당길 때마다 차는 폭발적이다. V8 엔진은 가볍게 돌아간다. 가볍게 달리는 차가 태풍처럼 몰아친다. 실내 전체가 울림통이 돼 야단법석인 차가 즐겁다. 이런 차로 여행을 한다면 매 순간 엔도르핀이 솟구치는 경험이 될 거다. 최고출력 620마력에 최대토크 77.5kg·m,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이 3.4초. 난 틈날 때마다 가속페달을 밟아댄다. 이런 차를 얌전히 몰아간다면 그게 정상이 아닌 거다. 8단 듀얼 클러치는 변속이 빠르고 부드럽다.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가 강력하지만 아직 새 차라 그런지 조절이 쉽지 않았다.

 


다섯 가지 주행모드의 마네티노 스위치는 GT에서는 처음으로 레이스 모드가 추가됐다. 사이드슬립 컨트롤 6.0과 페라리 다이내믹 인핸서는 옆으로 미끄러지는 차를 부드럽게 제어해 운전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뒷바퀴가 그립을 잃기 시작하면 균형을 잡는데, 한마디로 드리프트를 멋지게 해낸다. 운전자 보조장치 ADAS가 있지만 슈퍼카를 타면서 그런 장비를 쓸 시간은 없었다. 안락하면서 스포츠카처럼 달리는 그란투리스모 로마는 상품성 뛰어난 페라리가 분명하다. GT와 스포츠카를 한 몸에 담고, 페라리에 입문하는 고객을 맞는다. 

 


 

 

 

맥라렌 GT

1964년부터 F1 경주차를 만들어온 맥라렌은 2010년 시판용 슈퍼카 제작을 시작했다. F1 경주에서 터득한 기술과 명성으로 짧은 시간에 성공한 슈퍼카 브랜드가 됐다. 한 해 5000대 남짓 생산하는 맥라렌은 모노셀 II라는 튜브형 탄소섬유 플랫폼으로 새 차를 계속 내놓는다. 맥라렌의 모델 라인업은 복잡해서 슈퍼카, 얼티밋, 레거시 등으로 장르를 나누는데 오늘 시승차 GT는 또 다른 라인업이다.

 


맥라렌 GT는 한눈에 맥라렌임을 알 수 있다. 미드십 엔진을 간직한 채 옆으로 커다란 공기흡입구를 내었다. 헤드라이트가 간단하고 스포일러는 트렁크 끝으로 숨었다. 맥라렌 모델치고 테일램프가 얌전하고, 머플러 역시 아래쪽으로 다소곳이 자리 잡았다. GT는 트랙용 슈퍼카보다 순한 성격을 지향한다. 그럼에도 앞 오버행이 길고, 뒤 오버행이 짧아 유니크한 라인을 내세운다. 맥라렌은 보통 GT와는 다르다. 미드십 엔진의 슈퍼카를 GT라 불러야 할까? 

 


해치도어 아래 마련한 적재공간은 조금 어이가 없지만 슈퍼카의 자랑인 미드십 엔진 보여주기를 포기하면서 마련한 소중한 공간이다. 나사에서 개발한 슈퍼 패브릭은 엔진의 열을 40℃ 이하로 차단한다고 한다. 이제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골프채나 스키 등을 실을 수 있게 됐다. 단, 모든 가방은 단단히 조여 급브레이크를 밟아도 앞으로 쏠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앞쪽의 보닛 아래 공간도 큼직해 GT라 부르는 데 반박할 수가 없다.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듯 위로 열리는 도어가 “슈퍼카!”를 외친다. 차에 타고 내리기가 쉽지 않지만 또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 맥라렌 GT는 너비가 2095mm에 이르는 넓은 차지만 실내는 그다지 넓지 않다. 어깨가 널찍한 르망 24시간 경주차가 떠오른다. 장인의 손으로 다듬은 실내는 페라리에 비교하니 상대적으로 검소하다. 운전대에 버튼 따위가 없다. 어두운 TFT 계기반과 뜨거운 화물공간을 보면서 로터스가 떠올랐다. 운전자 보조장치 ADAS도 없는데, 슈퍼카에 필요한가 싶지만 한편으로 GT라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영국산 슈퍼카지만 또 생소한 버튼도 많아 새로 익혀야 한다. 

 


맥라렌의 자랑은 가벼운 차체다. F1 경주차 같은 콘셉트로 스포츠성에 몰입했다. 레이스카 기반의 가벼운 차는 공차중량이 1466kg에 불과하다. 최고출력은 620마력으로 페라리 로마와 같지만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이 3.2초로 로마보다 조금 빠르다. 최고속도는 시속 326km에 이른다. 엔진음도 우렁차 반응이 즉각적인 차에서 옹골찬 엔진과 단단한 차체가 느껴진다. 고속에서 주행감각은 무척 만족스럽다. 마음껏 몰아쳐도 넓은 너비와 커다란 타이어로 만들어지는 안정감이 뛰어나다. 미드십 엔진의 몸놀림을 더 느껴보고 싶었지만 시승 코스에선 기회가 드물었다. 하지만 미드십 엔진에 최고의 핸들링을 약속하는 확실한 믿음이 있다. 

 


프로액티브 댐핑 서스펜션 시스템으로 만들어지는 승차감도 괜찮다. 탄탄하지만 거칠지 않다. 유압식 운전대는 한동안 잊고 있던 기분 좋은 감각을 전한다. 컴포트, 스포츠, 트랙의 세 가지 주행모드가 있는데 여느 슈퍼카처럼 날듯이 달려 나의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추월이 쉬운 차는 달리는 재미가 다른 차와는 차원이 다르다.

 


다만 브레이크 답력이 센 편이라 페달을 강하게 밟아야 한다. 이것도 F1에서 얻은 기술인가 싶었다. 72ℓ 연료통을 가득 채우면 676km까지 달릴 수 있다. 최저지상고가 109mm에 불과해 과속방지턱마다 앞을 들어 올리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슈퍼카로 여행을 떠난다? 다른 맥라렌으로는 불가능하지만 GT는 가능하다. 그래서 그란투리스모다. 슈퍼카로 떠나는 여행은 달리는 매 순간이 가슴 벅찰 거다. 미드십 엔진의 제약에도 맥라렌 GT는 강한 개성으로 거듭났다. 성공한다면 GT는 맥라렌에 새로운 영역을 더할 것이다.

글_박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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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서인수PHOTO : 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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