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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M3 & M4, 세그먼트 최강자 돌아왔다

고성능 D 세그먼트의 아이콘 M3와 M4가 돌아왔다. 세그먼트 최강자가 제시하는 새로운 기준은 불가능한 임무처럼 보이지만, M3와 M4는 그 어려운 걸 해냈다

2021.05.28

 

“와, 정말 물건이네요. 참 희한한 게 역동적으로 움직이면서 승차감까지 좋아요.” M3를 타고 돌아온 안정환이 말했다. “정말? 그런 게 가능해?” 나는 역설적인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문학 세계에서나 통용되는 것이지 우리의 현실에선 그냥 말도 안 되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역동성과 승차감은 좀처럼 양립하기 힘든 단어들이다. 차를 몰아붙이면 자연스럽게 승차감이 떨어지고, 반대로 편안한 승차감을 추구하면 운전의 재미는 희미해진다. 역동성과 승차감은 각각 재미와 편안함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그때 번뜩 M x드라이브가 떠올랐다. “이번부터 M3, M4에 M x드라이브 옵션으로 넣을 수 있잖아. 그것 때문에 그렇게 느낀 거 아니야?” 이에 안정환은 특유의 시큰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무슨 소리예요. 이거 뒷바퀴굴림이구만.” 난 도로에 올라 M3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폈다. BMW 오너에다 누구보다 운전하기를 좋아하는 안정환이 그렇게 느꼈을 땐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다. 그의 감각은 정확했다. 뒷바퀴를 굴렸으며, 역동성과 승차감이 경계를 두지 않고 교묘하게 섞인 느낌이었다.

 

 

더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고저차가 있는 와인딩 로드로 향했다. 넓어진 앞 타이어가 노면에 움켜쥐고 연속된 굽잇길을 날카롭게 베어낸다. 앞쪽으로 무게중심이 크게 이동하는데도 핸들링은 놀랄 만큼 중립적이고 차체 움직임을 제어하는 데 한 치의 오차가 없다. 뒤에선 걸걸한 배기음이 터져나오면서 흥분이라는 화성을 쌓는다. 몸속 곳곳에 숨어 있던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시트에 앉아 있는 비루한 몸뚱이는 편안하다. 보통 다른 고성능차에선 이렇게까지 달리면 차체자세제어장치가 슬쩍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곤 하는데, M3에선 그런 게 없었다. 차는 안정적이니 더 빠르고 강하게 몰아붙이라고 운전자를 종용한다.

 

 

지난해 BMW M 브랜드는 큰 변화를 겪었다. 기존에 별도로 운영하던 M 퍼포먼스 라인업을 M 브랜드와 합치면서 기존의 M 브랜드는 하이퍼포먼스 라인업으로 재편됐다. 그리고 하이퍼포먼스 라인업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차가 신형으로 돌아온 M3와 M4다. 이전 모델(F80)이 2015년도에 국내 첫선을 보였으니 약 6년 만의 세대교체다. BMW 뒷바퀴굴림 전용 플랫폼(CLAR)으로 갈아타며 M3는 G80, M4는 G82로 코드네임이 바뀌었다.

 

 

3시리즈가 커진 만큼 M3, M4도 몸집을 키웠다. M3의 경우 이전보다 124mm 길고, 28mm 넓다. 늘어난 길이 중 43mm는 휠베이스에 쓰였고, 트레드(앞 34mm, 뒤 1mm)도 늘었다. 1998년에 출시한 M5(E39)보다 큰 몸집이다. 무게도 100kg 이상 늘었다. 전 세대보다 나은 성능을 위해서다. 앞뒤 19, 20인치 휠이 기본(컴페티션 모델)이고 제동 시스템도 커진 것은 물론, 견고한 차체 강성을 위해 차체 하부와 보닛 아래에 M 전용 보강재를 추가했다.

 

BMW 팬들은 크고 무거워진 차체를 우려했다. 차체 크기와 무게 변화는 운동 성능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반응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BMW는 엔진 출력을 높여 이전 모델보다 무게당 마력을 올리고, 에어로 다이내믹을 손보며 공기저항계수를 0.33Cd로 낮추는 등 늘어난 차체와 무게가 M3, M4의 스포티한 드라이빙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최소화했다. 지붕을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가벼워진 지붕이 전체 무게에만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다. 차체 꼭대기에 자리하는 부품이라 무게중심까지 낮춘다. 머리 위에 짐을 이고 걷다가 내렸을 때 거동이 안정적으로 변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수평 바 7개를 넣은 그릴이나 널찍한 공기흡입구, 날을 세운 범퍼 덕분에 인상은 한층 과격해졌다.

 

생김새는 이전과 딴판이다. 출시 전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던 세로형 키드니 그릴 때문이다. 4시리즈에서 이미 만났는데도 여전히 낯설고 신기하다. 단순히 눈에 띄기 위한 도구는 아니다. 그릴의 크기를 확대하면 공기 흡입량이 늘어 냉각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게다가 최근엔 운전자 주행 보조 시스템 때문에 그릴 안에 센서, 레이더, 라이다, 카메라 등이 들어가 커다란 그릴은 여러 장비를 담기에 유리하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긴밀히 협력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전에 차체를 꾸몄던 번쩍이는 크롬 장식은 신형에 와서 자취를 감췄다. ‘경주차에는 크롬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게 BMW의 설명이다.

 

 

실내는 운전자를 차분하게 만들 생각이 없어 보인다. BMW의 최신 실내디자인에 도발적인 색으로 도어 패널과 시트를 뒤덮고, 곳곳에 메리노 가죽, 탄소섬유, M 전용 3색 스티치 등으로 멋을 냈다. 탄소섬유와 가죽, 알칸타라로 만든 버킷시트는 보기에도 좋고 인체공학적 형상이 훌륭하다. 옆구리와 허벅지 양옆에 지지대를 세워 몸을 단단히 고정하고, 등과 엉덩이 부분에 구멍을 뚫어 환기에도 신경 썼다. 참고로 이 시트는 국내에서 기본으로 제공되지만 외국에서 옵션으로 추가하려면 1000만원이 넘는다.

 

 

시승차인 M3, M4 컴페티션의 보닛 아래에는 3.0ℓ 트윈터보 엔진(S58)이 들어간다. 이전 세대에 들어간 S55 엔진의 후속이라고는 하지만 높은 출력에 대응하기 위해 실린더헤드, 엔진 블록, 피스톤, 크랭크샤프트 등 거의 모든 게 새로 설계됐다. 실린더 벽을 철로 코팅하고 실린더헤드를 3D 프린팅 기술로 만들어 전보다 더 정교하게 바뀌었다. 마찰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다. 기계적으로 완벽을 추구하는 독일 브랜드다운 모습이다. 설계와 세팅이 달라지면서 내뿜는 힘도 달라졌다. 510마력/6250rpm으로 이전(450마력)보다 60마력이 높아졌고, 최대토크 66.3kg·m/2750~5500rpm이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M3, M4 모두 3.9초다. 이전 세대 M3 CS가 내는 기록이다.

 

화끈한 힘을 뿜어내는 엔진에 맞물리는 건 7단 듀얼클러치가 아닌 토크컨버터식 8단 자동변속기다. BMW는 대체 왜 변속기를 바꾼 걸까? 7단 듀얼클러치의 성능이 좋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빠르고 매끄러운 반응에 꽤 오랜 시간 M3, M4의 변속을 책임졌다. BMW가 변속기를 바꾼 건 네바퀴굴림 때문이다. 7단 듀얼클러치는 뒷바퀴굴림 전용이다. 500마력이 넘는 힘을 뒷바퀴로 굴리는 게 어떤 이에겐 축복일 수 있지만, 다른 이에겐 부담일 수도 있다. 현재 M3, M4는 오직 뒷바퀴굴림만 판매하며(시승차도 뒷바퀴굴림), M x드라이브가 들어간 M3, M4는 이르면 3분기에 국내에 들어온다. 참고로 M x드라이브는 네 바퀴로 달릴 뿐 아니라 트랙 모드에서 완전한 뒷바퀴굴림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차체는 이전보다 단단하다. 초고장력 장판과 알루미늄을 넉넉하게 사용한 덕분이다. 3시리즈와 공유하는 부분이 서스펜션 결합 부분밖에 없을 정도로 완전히 새롭게 맞춤 제작을 했다. 앞뒤 차축 서브프레임에 보강재를 덧대고, 엔진에는 새로 개발한 스트럿 보강재를 더하면서 비틀림 강성을 끌어올렸다.

 

견고한 차체는 어댑티브 댐핑 컨트롤 시스템이 포함된 앞 더블 위시본, 뒤 멀티링크가 떠받친다. 흐트러진 자세를 빠르게 다잡고 시종일관 안정적으로 움직이는데, 시속 200km를 넘겨도 편안함을 잃지 않는다. 앞이 들리는 느낌도 전혀 없고, 오히려 타이어를 노면에 붙이려는 성향이 강하다. 서스펜션이 큰 몫을 담당했겠지만 스플리터, 스포일러, 디퓨저 등이 공기저항을 줄인 덕분이기도 하다. 앞뒤엔 275/35R19, 285/30 R20 사이즈의 타이어를 끼웠는데, 특히 뒷바퀴 접지력이 뛰어나다. 의도적으로 잡아 돌리지 않고서는 뒤가 흐르지 않는다.

 

 

커진 차체와 달리 주행 감각은 경쾌하고 역동적이다. 핸들링 반응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경쟁 모델들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진 기분이다. 탄탄하게 조여진 앞부분 덕분에 불확실한 반응은 없다. 운전자의 의도대로 차체가 정직하고 재빠르게 움직이면서 스포티한 감각으로 이어진다. 손으로 잡은 운전대, 등과 엉덩이를 밀착한 시트, 심지어 왼쪽 발바닥을 갖다 댄 풋레스트에서도 수많은 정보가 전해진다. 비록 가짜 배기음이긴 하지만 엔진 사운드도 차의 현재 상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쿠궁’적막한 와인딩 로드에서 패들시프트를 당기는 것은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같다. 

 

BMW M3와 M4를 즐길 확실한 방법을 소개한다. 앞서 말한 설계나 기술 따위 이야기는 전부 잊어도 된다. 그런 건 ‘차빠’들의 자기 자랑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그냥 가속페달을 밟고 운전대를 돌리면 된다(패들시프트까지 당기면 금상첨화다). 그럼 감이 올 테니까. 스포티한데 거칠지 않고, 날이 서 있지만 위협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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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장현우(장현우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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