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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엔진의 활약, 들어는 봤나?

자동차 보닛 아래 들어간 엔진 이야기가 아니다. 게임 엔진이라고 들어는 보셨나?

2021.06.02

 

게임 엔진이 뭐지?

무슨 게임에 엔진이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엔진이 자동차의 동력을 공급하는 핵심 부품이라고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게임 엔진은 게임 제작 플랫폼이다. 그래픽, 사운드, 렌더링, 물리, 맵 에디터, UI 시스템 등 하나의 게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각종 요소를 한데 모아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라고 보면 된다. <모터트렌드> 식으로 설명하자면 자동화된 자동차 생산 라인 같은 일종의 도구 박스다. 예를 들어 우리의 차고에서도 차는 만들 수 있지만 품이 많이 든다. 하지만 자동차 생산 라인에서 제작하면 더 쉽고 빠르며, 높은 품질의 자동차를 얻을 수 있다. 게임 엔진은 이런 자동차 생산 라인과 비슷하다. 

 

유니티는 볼보와 협력해 XC40 리차지의 내부와 외부를 구현한 3D 모델을 만들었다. 

 

게임 엔진의 핵심은 렌더링과 물리 영역이다. 렌더링 엔진은 2D와 3D 그래픽의 표현을 담당한다. 단순한 평면인 2D 렌더링과 달리 3D 렌더링은 자연스러운 입체감과 현실성을 표현하기 위해 광원과 위치에 따른 색상·명암 노출 변화 등을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한다. 여기에 실제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물리적 상호작용(시간, 가속, 중력, 낙하 등)을 추가한다. 바람은 오른쪽에서 부는데 꽃잎이 왼쪽으로 흩날리는 것을 상상해봐라. 물리 엔진은 이런 현실과 게임의 괴리를 줄이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표현해 게임에 현실성을 부여한다. 

 


자동차업계의 러브콜

게임 엔진이 지원하는 기능이 확대되면서 기존 게임과 3D 영상 제작 이외에도 게임 엔진을 활용하려는 분야가 늘어났다. 영화, 애니메이션, 설계 엔지니어링 등으로 뻗어나가며 다양한 산업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실제 환경에 적용하기 어려운 군사나 의료 분야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의 한 연구소에선 게임 엔진을 이용해 뇌 수술 훈련 앱(뇌 수술 중 나타나는 뇌 변형을 더 정확하게 묘사)을 제작했고, 미국 국방성 어느 협력업체는 낙하산 부대를 위한 VT 훈련 시뮬레이션을 만들기도 했다. 

 

기존에는 자동차의 이미지나 영상을 제작할 때 실제 장소를 직접 달리며 촬영했다. 하지만 이젠 컨피규레이터,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 게임 엔진의 렌더링 기술과 3D 그래픽 등을 활용해 자동차 관련 이미지나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높은 사양의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차를 마치 실제처럼 광고 영상에 등장시킨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배경을 입힐 수도 있어 효율성 또한 상당히 높다. 

 

게임 엔진을 활용하면 건축과 설계 과정이 공간의 제약 없이 보다 직관적이고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자동차 브랜드들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가면 ‘나만의 자동차 만들기’ 부분이 있다. 운전자가 차를 사기 전 색상이나 옵션, 부품을 개별적으로 고를 수 있는데, 이것 역시 게임 엔진으로 만들어진다. 잠재 고객에게 실제와 가장 흡사한 가상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셈이다. 이것 말고도 최근 코로나19와 맞물려 전시장을 온라인으로 옮긴 디지털 쇼룸도 대표적인 예이다. 많은 게임 엔진 제작회사가 있지만 자동차 산업에서 많이 쓰는 엔진 회사는 에픽게임즈와 유니티다.

 

 

에픽게임즈와 유니티

‘리얼한 언리얼로 언리얼한 리얼을!’ 에픽게임즈가 자신들이 만든 ‘언리얼 엔진’을 소개하는 홍보 문구다. 이들은 강력한 그래픽 성능과 다양한 개발 옵션, 시장 동향에 따른 빠른 변화와 적응으로 게임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2020년 콘솔 게임의 46%가 언리얼 엔진으로 제작됐다. 자동차에서의 활약도 활발하다. 현재 아우디, BMW, 인피니티, 맥라렌, 폭스바겐, 페라리 등 많은 브랜드의 마케팅 소스를 관리하는 용도뿐 아니라 설계와 시뮬레이션 등 자동차의 모든 공정에 언리얼 엔진을 사용한다. 

 

에픽게임즈는 2012년 언리얼 엔진 4를 활용해 아우디의 디지털 쇼룸을 제작하기도 했다. 최초의 디지털 쇼룸이었다. 사실적인 햇빛과 그림자 처리, 차체에 비치는 모습 등으로 아우디에서도 “실제가 아니냐?”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BMW와는 자동차업계 최초로 컴퓨터 게임 산업에서 사용하는 장비로 구축한 혼합현실 시스템을 자동차 디자인 개발 프로세스에 도입했다. BMW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은 언리얼 엔진의 렌더링 기능을 이용해 외관을 만들고 3D 프린터로 간단하게 제작한 시제품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제품을 직접 제작하지 않고 다양한 재료나 모양을 미리 볼 수 있어 개발 초기 단계의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이는 역할을 
한다. 

 

유니티 역시 자동차 제조사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2018년 폭스바겐, 르노, GM 등 유명 자동차업계 기업 출신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동차 전담팀을 신설해 자동차 제조사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게임 엔진 회사로는 처음으로 현대·기아차와 협업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이 프로젝트는 ‘유니티 엔진’의 실시간 렌더링 기술을 활용해 차 내·외부 모습을 이미지,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하고 사실적인 그래픽으로 구현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BMW와 협업한 실사에 가까운 자동차 그래픽으로 만든 고해상 영상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외에도 바이두,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협업해 자율주행 시뮬레이션을 돕는 등 자동차 분야로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게임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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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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