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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자동차 코스 요리

무시무시한 석 대의 차가 탄생을 축하하는 정찬에 초대됐다. 그런데 어딘가 기묘하다. 식사의 재료가 다름 아닌 자동차?

2021.07.15

 

APPETIZER
젤리와 고등어 그리고 EQS

좋은 먹잇감을 유인하려면 훌륭한 미끼가 필요하다. 대어를 낚기 위해 고등어가 재물이 됐다. 동물의 사체를 포름알데히드에 넣어 박제한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품처럼 전시된 고등어는 떨어져나간 자신의 살점을 바라보는 무작스러운 운명에 처했다. 생명이 꺼져가는 눈은 텅 비었고 뻐끔대는 입 모양에 언어는 남아 있지 않다. 핏빛 젤리막은 정육점 고깃덩이를 밝히는 조명처럼 선득한 죽음을 무심하게 비출 뿐이다.

 

공포는 여기서 기인한다. 도마 위 배를 가른 토막 사체에 뾰족한 소금을 쳐대는 것이 선정적인 게 아니라, 죽음을 관음하는 태도. 데이미언 허스트는 그의 작품을 이렇게 설명했다. ‘살아 있는 사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물리적 죽음’이라고.

 

식사에 초대된 메르세데스 벤츠 EQS는 달콤한 젤리막에 갇혀 ‘물리적 죽음’을 맞은 고등어와 자신이 어딘가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고등어와 자신의 처지가 뒤바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한다. 그러나 차가운 전기 심장을 가진 EQS도 만만치만은 않다. 최고출력 385kW의 힘을 내는 전기 파워트레인을 얹은 EQS는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을 지원한다.

 

EQS의 드라이브 파일럿 기능은 혼잡한 도로에서도 최대 60km/h의 속도로 부분 자율주행하는 귀신 들린 성능을 발휘한다. 또 최대 360개의 센서로 강수량과 온도, 탑승자의 화법을 수집해 주행에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고 결정한다. EQS의 무시무시한 인공지능이라면 바닥에 질펀한 액체와 장애물을 피해 이곳에서 벗어날 방법을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MAIN DISH
오징어먹물 날치알과 라 부아튀르 느와르

라 부아튀르 느와르는 가격 자체가 호러다. 약 213억 원에 달하는 모델은 장 부가티가 디자인한 부가티 ‘타입 57 SC 아틀란틱’에 대한 헌사로 디자인됐다. 시론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라 부아튀르 느와르는 경량화를 위해 온몸에 탄소섬유를 둘렀다. 외장 역시 탄소섬유의 컬러인 블랙을 휘감아 묵직하다.

 

성능도 혀를 내두른다. 최고출력 1500마력의 힘을 내는 W16 엔진을 얹었고 최고속력은 420m/h,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단 2.5초 만에 도달한다. 2019년 콘셉트로 공개됐던 부가티의 라 부아튀르 느와르의 양산 모델은 최근에야 단 1대 세상 밖으로 나왔다. 프랑스어로 ‘검은 자동차’를 의미하는 라 부아튀르 느와르는 마치 푸아그라를 발음하듯 군침이 돈다.

 

인위적으로 지방을 늘린 거위간 요리인 푸아그라는 비윤리적이란 비판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이제는 금기시된, 같은 프랑스 요리 오르톨랑은 만드는 법이 얼마나 야만적인지 오르톨랑을 먹을 때는 신이 보지 못하게 천으로 얼굴을 덮는 식문화가 있을 정도였다. 이렇듯 궁사극치의 맛을 추구하는 미식의 역사는 불온하고 일그러진 인간의 탐욕과 함께해왔다.

 

이것은 비극의 전조였을까. 오징어먹물에 담근 날치알과 울긋불긋한 슈거칩으로 홀린 듯 돌진한 라 부아튀르 느와르는 곤죽이 된 음식에 사지가 붙들려 꼼짝 못하는 지경이 됐다. 형형색색 슈거칩과 허브를 꽂은 부케는 사실 재물을 환영하는 화환. 탐미와 탐욕의 경계를 넘나든 라 부아튀르 느와르는 결국 심판의 원탁에 올랐고, 맹렬한 아름다움은 유죄다.

 


 

 

DESSERT
사과와 프로슈토, 허머 EV SUV

영화 <미드소마>는 대낮의 찬란한 지옥도를 보여준다. 평화롭고 목가적인 스웨덴의 호르가 마을, 연중 낮이 가장 긴 하지를 기념하는 미드소마(Midsommar) 축제에서는 72세의 노인이 스스로 절벽에서 떨어지는 의식이 행해진다. 72세는 마을 공동체의 달력으로 ‘생의 주기’가 끝난 나이이기 때문이다.

 

노인이 낙하한 자리는 뼈와 살 조각이 부서져 뒹굴고 터진 머리에선 피와 뇌수가 흐른다. 마을 사람들은 애도하는 대신 다시 태어남을 축하한다. 그 장면을 대책 없이 관람당한 이방인과 영화의 시청자에게 마을 사람은 건조하게 말한다. “방금 본 건 아주 오래된 풍습이에요.”

 

GMC의 슈퍼 전기 SUV 허머 EV SUV가 초대된 들판에도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한줄기 빛이 내렸다. 융숭한 환대를 기대했던 허머 EV가 이곳의 조금 다른 공기를 감지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식은땀이 바스락 얼어붙고, 엔진이 없는 것조차 잊은 보닛에선 입김이 새어나온다.

 

허머 EV SUV는 배터리와 3개의 전기모터를 얹어 최고출력 619.0kW(830마력)의 힘을 발휘하며, 1회 충전 시 최대 482km를 달린다. 둔중한 덩치에도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단 3.5초 만에 주파한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누군가 먹다 만 햄과 과일이 시체처럼 널브러져 있다. 허머 EV는 이곳이 오컬트적 의식이 행해지는 재단이 아닐까 생각한다.

 

도주로를 파악하는 허머 EV의 시야에 상당한 둔덕도 여럿 감지된다. 그러나 저속에서도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뒷바퀴를 조향할 수 있는 4WS 시스템이라면 이곳을 재빨리 벗어나는 것도 무리는 아닐 테다. 운명에 순응한 채 무력한 죽음을 맞을 허머 EV SUV가 아니다. 생의 달력은 겨우 첫 장을 넘겼고, 이제 반격이 시작될 차례다.

 

푸드 스타일링_신대현, 엄지예, 정유진(스튜디오 페퍼)
포토 어시스트_이호정, 서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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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장은지PHOTO : 이병주(노드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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