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일론 머스크, 유머 혹은 광기

자신의 직함을 ‘테크노킹’으로 바꾸더니 코인의 ‘급등’과 급락’을 주도하게 된 일론 머스크. 그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2021.07.16

 

도덕이나 윤리, 상식 같은 것은 무시한 채 자신의 목표를 이루거나 욕망을 채우는 데에만 집착하는 천재 과학자. 그런 미치광이 과학자들을 가리켜 흔히 ‘매드 사이언티스트’라고 한다. 프랑켄슈타인이나 지킬 박사 같은 고전소설 속 인물들을 비롯해 영화와 만화 등 다양한 창작물에서 비슷한 성격의 인물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물론 창작물 속 매드 사이언티스트는 허구의 존재다. 그러나 현실 세계의 인물 중에서 가장 비슷한 예를 찾는다면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매드 사이언티스트라는 표현에 담긴 부정적 이미지를 덜어내고 이야기한다면, 테슬라 총수 일론 머스크를 후보 목록 위쪽에 올려도 좋을 것이다. 엄밀히 말해 과학자는 아니지만, 그는 개발자나 엔지니어로서 자신이 세운 회사들의 제품을 만드는 데에도 큰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미국 최대 민간 우주기업인 스페이스엑스(SpaceX)의 로켓이나 테슬라 전기차 개발에도 관여했고, 초고속 교통수단인 하이퍼루프나 스페이스엑스의 인공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 같은 것들도 그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얼마 전엔 뇌 연구 스타트업인 뉴럴링크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보다 앞서 그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준 미국의 대표적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팔과 그 전신인 온라인 뱅킹 서비스 엑스닷컴도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특히 스페이스엑스는 테슬라와 더불어 머스크의 집착과 집념을 가장 잘 보여주는 회사이기도 하다. 화성 여행을 목표로 로켓을 개발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수많은 실패를 겪으면서도 꺾이지 않아, 재사용 가능한 로켓 개발에 성공한 것은 물론 민간 우주기업 최초로 유인 우주비행을 실현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이처럼 뭔가 혁신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 그의 태도에서는 일종의 광기가 느껴질 정도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관련된 행보도 평범하지 않았다. 머스크는 2004년에 테슬라에 투자해 최대 주주가 된 뒤로 몇 년 동안은 사업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그가 본격적으로 테슬라 사업을 이끌기 시작한 것은 경영 문제로 창업자들을 내보내고 CEO가 된 2008년의 일이다. 그해 테슬라의 첫 차인 로드스터가 생산을 시작했고, 2012년에 내놓은 모델 S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머스크 시대의 테슬라 차들이 나왔다. 

 

머스크의 손에서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업계에서는 볼 수 없던 혁신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범용 이차전지인 18650 리튬이온 배터리를 활용해 한 번 충전으로 400km 이상 달릴 수 있는 전기차를 만들었고, 오토파일럿이라는 이름의 주행보조 시스템 패키지로 ‘자율주행’을 자동차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만들었다. 충전 네트워크도 독자적으로 만들어, 초고속 충전이 가능한 슈퍼차저를 자체적으로 보급했다. 나아가 전기차용 배터리를 직접 만들어 곧바로 자동차 생산에 투입하는 대규모 생산시설인 기가팩토리도 만들었다.

 

2012년 모델 S, 2015년 모델 X로 장거리 주행 전기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지만, 두 모델은 생산과 판매량 면에서 주목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기가팩토리 완공 후 좀 더 대중적 성격을 지닌 모델 3와 모델 Y가 각각 2017년과 2018년에 본격 생산을 시작하면서 테슬라의 자동차 사업은 제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모델 3는 출시 이후 세계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테슬라는 여세를 몰아 중국 상하이, 독일 베를린, 미국 텍사스에 기가팩토리를 건설했거나 건설 중이다.

 

테슬라가 전기차 역사에 새로운 장을 쓰며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동안, CEO인 머스크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그 덕분에 크고 작은 그의 기행은 독특한 유머 감각과 더불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모델 X와 모델 Y를 내놓은 뒤, 그는 추가될 소형 모델의 이름을 모델 E와 모델 Y로 지어 ‘섹시(SEXY)’라는 단어를 완성하겠다고 했다.

 

모델 E를 이미 상표로 등록한 포드의 이의 제기로 결국 모델 E는 모델 3가 되었지만, 로고를 E자처럼 보이게 디자인함으로써 그의 계획은 절반쯤 성공을 거뒀다. 2018년 2월에는 자신이 소유한 테슬라 로드스터에 우주복을 입힌 마네킹을 태운 채 스페이스엑스 로켓에 실어 우주로 날려 보낸 것도 화제가 되었다.

 

2010년 기업 공개 이후, 테슬라 주가는 꾸준히 올랐고 테슬라 주식을 20% 남짓 보유한 머스크의 자산가치도 그와 더불어 커졌다. 특히 2020년에는 신제품, 신기술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주가가 치솟았다. 8월에 있었던 액면분할 이후 일시적으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S&P 500 지수에 편입된 연말에는 다시 정점을 찍었다. 그 덕분에 테슬라는 자동차업계 시가총액 순위 1위에 올랐고, 머스크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 중 하나가 되었다.

 

물론 머스크와 테슬라의 모든 시도나 공언이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우선 여러 제품 출시 일정은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경우가 흔하다. 2017년에 시제품을 공개한 세미 트랙터와 2세대 로드스터는 각각 2019년과 2020년에 출시된다고 했지만, 몇 차례 출시 시기가 미뤄져 올해 말이나 내년이 되어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모델 S 플레드 공식 출시 직전에 가장 성능이 뛰어난 모델인 플레드 플러스를 출시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갑작스러운 출시 계획 변경은 자동차업계에서는 흔한 일이 아니다.

 

자산가치는 높지만, 테슬라의 재정 상태를 안정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설립 이후 줄곧 적자이던 테슬라는 2020년이 되어서야 겨우 순이익을 내며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무공해차 크레딧 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 비중이 커, 주력 제품인 전기차 판매 수익은 여전히 낮다. 시간이 흐를수록 전기차 판매량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세계 각지에 짓는 기가팩토리 건설과 신제품 개발 등 자금이 필요한 부분도 많다.

 

심지어 오너인 머스크가 회사의 리스크가 되고 있기도 하다. 그는 주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트위터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데, 팔로워가 5000만 명이 넘는 만큼 그의 트윗은 관련 분야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켜왔다. 최근에는 수시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관련 자극적인 트윗을 올려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의 트윗에 시세가 널뛰듯 오르내리는 상황이 되자,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머스크에 대한 분노와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암호화폐와 관련한 그의 발언은 테슬라 주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2021년 6월 10일 현재 테슬라 주가는 610달러 선. 2020년 초에 비하면 7배 넘게 오른 것이지만, 880달러 선을 오르내리며 정점을 찍은 올해 1월에 비하면 30% 이상 떨어졌다. 그럼에도 그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가치를 지닌 기업의 오너 행동으로는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일일이 예를 들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기행을 펼쳤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가 우주개발과 전기차 분야에서 사업과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TV 코미디 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 호스트로 출연한 데에서도 알 수 있듯, 경영자를 뛰어넘어 흔히 말하는 셀러브리티로서도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암호화폐 생태계를 흔드는 큰손이 될 정도로 말이다.

 

올해 초, 그는 테슬라에서 자신의 직함을 CEO에서 ‘테크노킹’으로 바꿨다. 우리말로 바꾸면 기술왕이라는 뜻이다. 어쩌면 그는 화성을 자신의 영토로 삼아 정말 왕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그가 SNL에 출연했을 때 밝힌 아스퍼거 증후군이 원인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보여준 그의 유별난 모습들은 유머 감각보다는 광기에 가까워 보인다.

글_류청희(자동차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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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장은지PHOTO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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