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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적인 한계를 뛰어넘다, 아우디 RS Q8

아우디 RS Q8은 SUV라는 장르가 가진 태생적인 한계는 물론 태생적인 장점까지 뛰어넘었다. RS라면 그래도 되는 걸까?

2021.08.08

 

‘태생적’이라는 단어가 있다. 타고난 성질을 의미하는데 대체로 부정적인 표현과 함께 사용한다. 자동차에서는 주로 장르가 가진 한계를 나타낼 때 꺼내는 단어다. 스포츠카는 태생적인 한계를 이유로 일상 주행을 허리 통증과 세트로 엮어 불편함으로 귀결한다. SUV는 태생적인 한계를 빌미로 굽잇길 공략을 목숨 건 모험과 묶어 불가능으로 결론짓는다. 운전 재미와 스릴을 추구하는 스포츠카와 일상의 편의와 실용성을 우선하는 SUV는 태생적으로 양극단에 있다는 거다.

 

 

하지만 그건 얼마 전까지의 이야기다. 기술의 발전이 상식을 과거로 돌리고 있다. 가변형 서스펜션은 돌침대에서 물침대까지 넘나든다. 스로틀과 변속의 로직은 느긋한 쇼퍼드리븐의 여유로운 주행감과 날카로운 레이싱카의 조여드는 주행감을 모두 선보인다. 두 비유 모두 과장이 좀 섞였지만, 하나의 자동차를 통해 전보다 훨씬 넓은 범위의 주행 성향을 경험할 수 있는 건 사실이다.

 

 

아우디도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었다. RS의 배지가 결국 SUV 기함 Q8의 라디에이터 그릴에도 침투하고 말았다. RS 모델의 25년 역사상 대형 SUV를 일원으로 허락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RS Q8의 보닛 아래에는 최고출력 600마력, 최대토크 81.5kg·m를 내뿜는 V8 4.0ℓ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이 자리했다. 공차중량이 2460kg이나 나가는 육중한 체격이지만 1마력이 감당하는 무게는 4.1kg에 불과하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8초 만에 가속할 정도로 기운은 차고 넘친다. 여기에 ZF의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린다.

 

 

그런데 엔진은 가속 초기 힘을 모으지 못한다. 터보차저는 출력을 높이는 것에만 집중한 세팅이다. 커다란 터빈만 집어넣은 듯 낮은 회전수에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못한다. 그러다 과급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이륙에 나서는 비행기처럼 갑자기 앞으로 쏠려나간다. 순간적인 태세 전환은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가 발끝으로 문지방까지 세게 찬 것처럼 거칠고 과격하게 이뤄진다. 숫자로 보면 엄청나게 빠른 가속인데 절정으로 치닫는 양상이 낯설고 부자연스럽다.

 

 

물론 트랙이나 굽이진 길에서는 내내 높은 엔진회전수를 유지하면서 RS Q8을 채근할 테니 이런 세팅이 오히려 더 유리할 수 있다. 참고로 RS Q8은 지난 2019년 독일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에서 가장 빠른 SUV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지금은 포르쉐 카이엔 터보 S가 넘어선 기록이지만 실로 대단했다. 세팅을 보면 일상보다는 확실히 트랙 주행에 특화됐다. RS니까 이 정도는 이해해야 하는 걸까? 판단이 쉽진 않다.

 

 

변속기도 일상에서는 궁합이 썩 좋지 않다. 최대한 낮은 엔진회전수를 쓰려고만 한다. 그러다 보니 터빈이 제대로 과급하기 전의 바로 그 엔진회전 구간을 주로 사용한다. 그건 스포츠 모드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말 스포티하게 달리면 적극적으로 단을 높이지만, 일반적인 주행 상황이라면 가능한 한 낮은 단을 선택한다. 환경 인증과 연료 효율을 위해서일 텐데 실제 운전하는 입장에서는 아쉽다. 시내에서는 터보래그 구간에서 힘을 받는 구간으로 전환되는 상황을 자주 접하는데, 이럴 때마다 갑자기 발진하는 느낌이 조금씩 들어서 승차감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꾸준히 RS 모델임을 증명하는 건 서스펜션이다. 내내 단단하다. 컴포트 모드에서도 긴장을 크게 늦추지 않는다. 그저 단단하기만 한 게 아니다. 노면을 잔뜩 누르는 느낌이 인상적이다. 이러한 감각은 무게중심이 실제보다 더 낮은 듯 느껴지게 한다. 당연히 코너를 더욱 과감하게 공략할 수 있다.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꾸준한 접지력을 이어나간다. 콰트로답게 기계식이다. 동력 분배의 한계는 앞뒤가 다르다. 앞축으로는 최대 70%, 뒤 축으로는 최대 85%까지 보낼 수 있다. 기계식 콰트로가 들어간 만큼 휠과 타이어 사이즈는 네 바퀴 모두 동일하다. 23인치 휠에 295/35 ZR 타이어가 끼워졌다. 브랜드는 피렐리 P 제로.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와 함께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의 퍼포먼스 타이어다.

 

 

사실 RS Q8은 몰아붙여야 진가를 알 수 있다. 일상에서 모호했던 엔진은 화끈하게 달아오르면 유감없이 본성을 드러낸다. 어찌나 빠르게 느껴지는지 천둥 같은 배기의 포효조차 RS Q8 뒤꽁무니를 추월하지 못하는 것 같다. 코너에서는 탄탄한 하체가 바닥을 진득하게 부여잡는다. 여기에 묵직하게 쏟아지는 토크와 명민하게 동력을 나누는 콰트로의 재간이 접지력을 확실하게 끌어올리면 RS Q8은 태생적인 약점을 거의 다 상쇄시킨다. 사실 서스펜션 세팅과 콰트로의 동력 분배, 타이어의 조화가 만드는 최상의 접지력은 RS Q8을 시승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웠다.

 

 

알칸타라와 탄소섬유 패널의 조화가 만드는 퍼포먼스카 분위기의 실내도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알칸타라로 감싼 운전대는 보기에 멋지고 쓰기에 유용하다. 거침없이 속도를 즐기며 손에 땀을 쥐어도 언제나 운전대를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알칸타라 특유의 촉감은 덤이다. 아우디 RS Q8은 1억7202만 원이다. 일상을 함께하는 실용적인 스포츠카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하체의 단단함과 고속 위주의 파워트레인 세팅이 걸린다. 태생적인 단점을 상쇄하려는 노력이 태생적인 장점까지 지워버린 건 아닌지.

 

 

AUDI RS Q8
기본 가격
1억7202만 원
레이아웃 앞 엔진, AWD, 5인승, 5도어 SUV
엔진 V8 4.0ℓ 트윈터보 가솔린, 600마력, 81.5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2460kg
휠베이스 2998mm
길이×너비×높이 5010×2000×1750mm
연비(시내, 고속도로, 복합) 5.8, 8.2, 6.0km/ℓ
CO₂ 배출량 265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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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고정식PHOTO : 아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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