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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럭셔리카와 함께한 하루, 벤틀리 플라잉스퍼 V8 vs. 롤스로이스 고스트

벤틀리, 롤스로이스, 그리고 미국 서부 해안을 따라 달린 궁극의 드라이브

2021.08.20

고스트는 지나가는 곳마다 부러움의 눈길을 불러일으킨다. 반면 플라잉스퍼의 아름다움은 미묘한 디테일에 존재한다

롤스로이스 고스트는 럭셔리한 휴식을 정의한다. 벤틀리 플라잉스퍼는 커브 길에서 자신만의 흥을 찾는다

 

이견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자동차 제조사 리스트에서 벤틀리와 롤스로이스가 빠질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이들이 만든 자동차들과 함께하는 꿈같은 드라이브는 어떨까? 세상이 평범하게 굴러갔다면 우리는 영국으로 날아가 빅벤 근처에서 차를 고른 다음 프랑스 요리사와 유령의 방이 딸린 스코틀랜드 고성 호텔까지 유유히 달렸을 것이다. 그리고 부근 탄광에서 또 다른 하루를 보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은 빠르게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원래 꿈꿨던 과정을 간소화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마을 중 하나인 베벌리힐스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 후 멋들어진 브렌트우드와 샌타모니카를 거쳐 서부 해안을 향해 부드럽게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태평양 해안 고속도로에 도착해 해변에서 피크닉을 하기 위해 멈추기 전, 미국에서 가장 멋진 경치 몇 곳을 거치며 약 48km를 유유자적 달릴 계획이다.

 

 

이어서 장엄한 해안 경관이 더해진 101번 도로를 따라 샌타바버라까지 올라간다. 그곳에서부터 우리는 더 많은 굽잇길과 코너로 멋진 풍경을 선사하는 산마르코스 패스를 따라 내륙으로 향할 것이다. 커브 길을 잠깐 달린 후 우리는 목적지인 폴디드힐스 와이너리와 팜스테드를 향해 시골길을 달릴 예정이다. 

 

우리의 이번 드라이브는 한마디로 ‘허세의 근엄한 끝’이라 할 수 있다. 선임 에디터 애런 골드는 그동안 벤틀리를 향한 애정을 키워왔다. 그래서 그는 V8 엔진을 얹고 새롭게 출시한 플라잉스퍼를 선택했다. 총 8개의 실린더 중 4개를 필요에 따라 멈출 수 있는 이 차는, 친환경적 럭셔리를 향한 벤틀리의 전환을 보여준다. 

 

 

롤스로이스의 열정적 추종자인 피처 에디터 스콧 에번스는 신형 고스트를 몰았다. 이 차는 팬텀에 비해 더 작고 운전자 지향적으로 재설계해 갓 태어났다. 이로써 우리에게는 제한된 시간 동안 제한된 부유함이 주어졌다. 우리는 둘 중 어느 차가 더 뛰어난지는 확인하지 않을 것이다. 슈퍼 럭셔리 자동차에서 ‘뛰어나다’는 개념을 파악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는 그저 각자 좋아하는 차를 골랐다. 그리고 이제, 미국 서부 해안을 호사스럽게 달리며 '인생이 더 나아질 수 있을까?'를 알아보려 한다.

 

 

벤틀리 플라잉스퍼 V8: 이 차는 운전자들은 비웃지 않을 것이다.

 

 

롤스로이스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자동차 브랜드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플라잉스퍼를 선택했다. 왜냐하면 나는 독실한 벤틀리 추종자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1998년 폭스바겐 그룹은 이름과 로고를 제외한 롤스로이스 자동차의 모든 자산을 사들였고, 이름과 로고만 BMW에게 돌아갔다. 오늘날의 벤틀리는 “더 빨리 달린다”는 W.O. 벤틀리의 철학에 전통적인 롤스로이스의 장인 솜씨를 조합한다. 여기에 아우디의 지적 능력을 엮었다. 지금의 벤틀리 조합을 이기기는 어렵다는 게 나만의 판단이다.

 

벤틀리는 플라잉스퍼에 여전히 W12 엔진을 제공한다. 그러나 새로운 550마력짜리 V8 트윈터보 엔진은 벤틀리의 미래 방향을 제시한다

 

그러나 스콧과 그의 부인 캐서린이 롤스로이스 고스트를 타고 베벌리힐스의 약속 장소에 나타났을 때, 물밀 듯 몰려드는 부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플라잉스퍼는 엔진 크기 면에서 고스트보다 작다. 구체적으로 실린더가 네개 적고 21마력이 부족하다. 그리고 17만1520달러 저렴하다. 더 길고 키가 큰 고스트는 플라잉스퍼보다 훨씬 커 보여서 키가 나폴레옹만 한 나의 불안감을 부추겼다. 그래도 벤틀리는 아름답고 섹시하며 단단해 보인다. 반면 장엄한 롤스로이스는 내 스타일과 거리가 있다. 그러면서도 베벌리힐스 호텔 발레파킹 담당자가 모두가 탐내는 정문 앞 자리를 고스트에게 줄까 봐 살짝 걱정스럽긴 하다.

 

우리는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 분위기를 쏙 닮은 월셔 대로의 우뚝 솟은 아파트들을 지났다. 그 후 산비센테 대로로 꺾어 가장 붐비는 곳 중 하나인 태평양 해안 고속도로로 합류했다. 교통체증에 갇힌 플라잉스퍼는 조바심 내듯 달렸다. 그 느낌은 전염됐다. 대형 픽업트럭과 프리우스로 가득한 도로를 빠져나가기 위해 V8 트윈터보 엔진의 스로틀을 열어 가속했다. 내 아내인 로빈은 아내다운 눈빛으로 날 쏘아봤다. 스콧과 캐서린은 위풍당당한 롤스로이스로 우리 곁을 부드럽게 지나갔고 그들의 얼굴에는 평온함마저 묻어났다. 문득 내가 차를 잘못 골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긴장 풀자고. 오늘은 즐거운 여행이 되어야만 해.” 나 자신에게 말했다. 태평양 해안 고속도로는 운전자를 위한 감압실 같다. 이곳에서는 살벌한 로스앤젤레스의 교통량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험준한 절벽과 1000만 달러짜리 오두막집들이 완만하게 경사진 언덕과 광활한 해변에 서서히 자리를 내어준다.

 

나는 운전대를 쥔 손의 힘을 풀고 플라잉스퍼의 팽팽한 섀시가 주는 믿음보다 마음을 달래주는 주변 환경에 더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대시보드의 버튼을 눌러 센터 스크린이 회전해 3개의 아날로그 게이지가 그 자리를 대신하도록 했다. 그리고 부드러운 가죽 시트에 자리를 잡았다. 벤틀리도 빛날 때가 올 것이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아름답고 푸른 태평양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바다는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래서 무한하게 펼쳐지는 소용돌이 속에서 나의 영혼에 대해 사색해봤다.

 

우리가 시커모어 코브 비치에 도달할 때쯤, 내 기분도 어느새 상쾌해져 있었다. 그리고 바다와 백사장, 좋은 음식, 좋은 친구들이 더해진 우리의 피크닉 점심은 그야말로 캘리포니아의 꿈과 같았다. 플라잉스퍼와 고스트를 가졌다면 그렇게 말하기는 쉽다. 문득 자동차 기자 제이미 키트맨의 말이 떠올랐다. “행복을 돈으로 살 수는 없지만, 돈으로 살 수 없기는 가난도 마찬가지다.”

 

플라잉스퍼의 뒷좌석은 1등석이다. 그러나 벤틀리를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장소는 운전석이다

 

허기를 달래고 우리는 차에 올랐다. 이곳의 경치는 그 자체로 캘리포니아의 꿈이다. 웅장한 언덕들이 요란한 바다를 향해 극적인 모습으로 내려앉는다. 태평양 해안 고속도로가 구불거리기 시작하고 태평양을 향해 튀어나온 바위 주변으로 휘어진다. 더 작은 차라면 이곳에서 시속 약 90km의 제한속도로 낮춰야만 한다. 그러나 플라잉스퍼에서라면 속도를 늦출 필요가 없다. 이 결정은 나에게 다가올 일들을 맛보게 했다.

 

101번 도로에 합류한 뒤 나는 경관을 좀 더 잘 즐기기 위해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보조 장치를 켰다. 이때 나는 벤틀리의 몇 가지 취약점 중 하나를 발견했다. 운전대에 손을 올려놓으라는 경고를 이미 했는데도 끊임없이 반복했다. 설상가상으로 플라잉스퍼는 내가 손바닥으로 감지하는 것보다 차선 감지에 능숙하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시스템을 껐다. 만약 조수석에 아내 대신 W.O. 벤틀리가 타고 있었다면 틀림없이 내 정수리를 한 대 쳤을 것이다. “왜 벤틀리를 직접 운전하지 않으려는 게야!”

 

 

고속도로에서 벤틀리의 승차감은 또 달라진다. 럭셔리카 기준으로 승차감이 단단하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마치 서스펜션이 개별 도로의 불완전성을 실시간으로 검사하고, 그로 인한 급격한 움직임이 운전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지 판단해주는 ‘숙련된 팀’이 차 안 어딘가에 숨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유용한 정보는 실내 공간으로 전달하고, 그렇지 않은 건 발라낸다. 플라잉스퍼에서의 운전 경험은 마술과도 같다.

 

아내가 플라잉스퍼를 운전한 덕분에 나는 뒷좌석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등받이를 눕혀 마사지 기능을 켜고 전동식 테이블을 펼쳤다. 그러고는 곧바로 내가 잘못된 장소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플라잉스퍼의 뒷좌석은 확실히 안락하다. 그러나 다소 비좁다. 반면, 운전석의 아내는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녀는 요청하지도 않은 고속 승차감을 만끽했다. 지출내역서에 속도위반 딱지도 포함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플라잉스퍼의 뒷좌석 편의장비에 대해 전혀 불만이 없다. 그러나 플라잉스퍼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는 역시 운전석이다.

 

 

샌타바버라 북쪽에서 우리는 내륙으로 선회해 산마르코스 패스로 향했다. 나는 이곳의 커브 길을 기다렸고, 플라잉스퍼의 V8 엔진은 실망시키지 않았다. 비록 시승차에 탑재된 4.0ℓ 엔진이 플라잉스퍼의 두 가지 엔진(하나는 635마력짜리 W12 6.0ℓ 엔진이다) 중 작은 것이기는 하지만 550마력은 역시였다. 우리가 측정한 플라잉스퍼의 0→시속 97km 가속 시간은 3.5초였는데, 이는 벤틀리가 발표한 것보다 0.5초 빠른 수치다.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재빠른 변속도 훌륭하다. 사실 더 중요한 건 이런 데이터보다 실제 주행의 행복감이다. 더 작은 엔진 덕에 무게를 덜어낸 차의 발걸음이 조금은 가볍게 느껴졌다. 또한 기분 좋은 무게감을 느끼며 플라잉스퍼를 다룰 수 있었다.

 

우리는 날카로운 코너가 더해진 좁은 길로 우회했다. 그러자 플라잉스퍼가 거의 모든 벤틀리를 몰아본 나를 황홀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코너가 거듭될수록, 2452kg짜리 세단 대신 콤팩트한 2도어 쿠페를 몰아붙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창 들떠 있는 순간, 아내가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차멀미를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고, 이미 플라잉스퍼의 초능력을 실컷 즐긴 나는 미련 없이 흥분을 가라앉혔다. 플라잉스퍼는 어떤 종류의 커브 길이 앞에 놓여 있든 기막히게 달린다. 좁고 구불구불하거나 넓고 빠른 도로에서 플라잉스퍼는 힘과 접지력, 그리고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침착함을 보여준다.

 

 

W.O. 벤틀리는 애초 훌륭한 럭셔리카를 만들 생각이 아니었다. 그는 훌륭한 경주차를 만들고자 했다. 또한 그는 자신의 아내가 칵테일 파티에서 우연히 대화를 듣기 전까지 롤스로이스가 자신의 회사를 매입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오늘날 그의 이름을 딴 벤틀리 차들은 실상 롤스로이스와의 제휴 덕을 보고 있다. 롤스로이스가 더욱 호화롭기는 하지만 벤틀리의 화려하고 절묘한 디테일도 그 못지않게 우아하다. 영국산 수제 바늘땀 장식을 경험해봤다면 이게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플라잉스퍼는 진정 운전자를 위한 럭셔리카였다. 스콧과 캐서린이 롤스로이스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폴디드힐스 와이너리의 주차장에 플라잉스퍼를 세웠을 때, 나는 제대로 된 차를 골랐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롤스로이스 고스트: 더할 나위 없는 인생

플라잉스퍼의 창이 내려갈 때 나는 애런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벤틀리 맨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그는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내가 롤스로이스 고스트를 타고 나타났다고 해서 그가 놀란 건 아니다. 솔직히 말해 이런 종류의 차를 한 대 살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두 대씩 살 능력도 있게 마련이다. 벤틀리처럼 호화롭고 비싼 차를 몰고 다니며 받는 느낌과 특별함은 한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다. 이런 차를 한 대씩 다 사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자면, 오랫동안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그래서  롤스로이스를 타보기로 했다.

 

애런 골드의 진한 은색 플라잉스퍼가 별로라는 말은 아니다. 아침 햇살이 드리운 베벌리 가든 공원 나무 아래를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벤틀리는 정말 멋지다. 고풍스러운 크리스털 꽃병처럼 보이는 빛나는 고리를 더한 헤드램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차는 벤틀리다. 따라서 진짜 크리스털이라 해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헤드램프에서 이어지는 패널은 긴장감 있고, 정장 차림의 제임스 본드처럼 딱 떨어진다. 이 차는 내가 훌륭하다고 생각한 첫 번째 플라잉스퍼인데, 훌륭하다는 말만으로는 이 차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롤스로이스 고스트는 여전히 자신만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플라잉스퍼는 스포티하고 우아하지만 고스트가 더 눈길을 끈다. 마치 집중하라고 명령하는 것 같다. 롤스로이스에는 어떤 브랜드도 제공할 수 없는 존재감과 단호함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여기 있는 새로운 모델에 적용됐다. 수많은 사람들이 벤틀리를 운전하는 고급 주택가에서, 고스트는 대관식을 위해 복장을 제대로 차려입은 여왕처럼 두드러진다.

 

철학은 간단하다. 돈이 있다면 최고를 사라. 자동차 종류나 필요한 것이 무엇이든 더 좋은 것을 사라. 그러니 만약 좋은 집만큼 비싼 슈퍼 럭셔리 세단을 산다면, 나는 롤스로이스를 고를 것이다. 물론 롤스로이스보다 스포티한 세단도 있고, 롤스로이스를 살 정도의 재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차들도 얼마든지 살 수 있을 게다.

 

 

고스트가 한낱 이동형 거실이라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자. 이 차의 보닛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매우 길다. 우선 디자인 때문이고, 두 번째는 V12 트윈터보 엔진을 넣을 공간이 필요해서다. 롤스로이스의 사람들이 엔진 출력에 대해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이 “충분하다”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절제된 표현은 매우 현대적인 고스트에 쓰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오늘날 롤스로이스는 571마력과 86.7kg·m의 힘, 그리고 이 괴물이 정지 상태에서 시속 97km까지 가속하는 데 4.2초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과시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벤틀리는 본인들이 더 스포티하다고 자신하겠지만 롤스로이스 역시 제대로 자극을 받으면 빠르게 달릴 수 있다.

 

고스트가 움직일 때면, 다른 게 필요 없을 정도로 극적인 존재감을 지닌다. 목적과 활동 방식에 큰 힘을 들이지 않는다. 로스앤젤레스 웨스트사이드의 대로를 따라 부드럽게 달리는 고스트는 가장 멋진 드레스를 입은 상류층 여성처럼 움직인다. 창 밖의 세상은 상호작용 없이 수동적으로 즐길 수 있는 무성영화처럼 흘러간다. 그 누구도 LA의 교통체증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따분한 일상으로부터 멀찍이 거리를 둔 자동차를 운전할 때면 복잡한 세상사와는 더더욱 멀어진다.

 

 

따라서 캐서린과 내가 바다에 도착했을 때는 긴장을 풀 필요조차 없었다. 교통체증에 스트레스도 받지 않았다. 또한 고스트를 스포츠카처럼 몰고 싶은 욕망도 없었다. 코너로 열심히 달려들지 않더라도 기회를 놓쳤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그 일을 특별히 하고 싶지도 않았다.
태평양을 바라보는 캘리포니아 서부해안 고속도로 역시 팬텀보다 조금 작고 스포티한 이 롤스로이스의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되어주었다. 고스트로 캘리포니아 해안을 빠르면서도 힘들이지 않고 거니는 일은 마치 영화 속에 발을 들여놓는 기분이었다.

 

운전자의 주의와 걱정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그 순간을 즐기면 된다. 말리부 해변가 최고급 식료품점에서 사온 유기농 음식 바구니를 펼쳐놓고 해변에서 피크닉이나 즐길까? 오늘은 달리 할 일이 없으니 그래도 상관없다. 그리고 뒷좌석 암레스트 사이 냉장고의 샴페인과 크리스털 잔도 잊지 말자. 

 

 

만약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것만 아니라면, 고스트가 품고 있는 엄청난 볼거리를 실컷 즐길 수 있다. 최고급 가죽을 실내 천장에 수작업으로 붙이기 전에 1000개 이상의 반짝이는 광섬유 조명을 일일이 박아 넣을 생각을, 롤스로이스 말고 그 누가 감히 떠올릴 수 있을까? 그렇게 롤스로이스는 천장 안쪽에 별빛 반짝이는 밤하늘을 펼쳐놓았다. 또한 대시보드에도 핸드드릴로 850개의 구멍을 뚫고 백라이트를 설치해 같은 분위기를 살렸다. 롤스로이스는 전통적인 엔진회전계 대신 파워 리저브를 설치해 ‘운전자가 차를 얼마나 이용하지 않는지’도 상기시킨다.

 

굽이진 산길도 상관없다. 고스트는 도로를 달리는 경주차가 아니다. 그러나 직선 주로에서 재빠르고 코너에서도 어색하지 않다. 새로운 섀시, 에어 서스펜션, 네바퀴굴림 구동계, 네바퀴 조향 덕분에 신형 고스트는 2547kg의 무게를 거뜬히 다룬다. 내성적이면서도 적극적이다. 운전자를 자극하지 않고 열심히 운전하라고 달랜다. 평균대 위의 체조선수처럼 자신감 있고 정확하면서 신중하게 움직이며 발걸음마다 정확하게 위치를 잡는다. 즉흥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쇼맨십을 엄격하게 표현한다.

 

직접 차를 운전하기보다 누군가 모는 차에 타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해 고스트는 샴페인 냉장고를 완비하는 등 매우 호화로운 뒷좌석 편의장비를 제공한다

 

롤스로이스는 제대로 된 스포츠카를 만들 수 있고 그렇게 하려고도 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일은 롤스로이스의 주요 임무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고스트는 누군가 운전해주는 차에 탈 때만큼 직접 운전할 때도 즐거워야 하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뒷좌석 승객이 함부로 내던져져서도 안 된다. 자동차가 움직이는 방식은 운전자를 만족시키는 것만큼 탑승자들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캐서린이 산길 구간을 운전하는 동안 뒷좌석에 앉았다. 아내는 자동차가 편안하다고 느껴질 만큼 빠르게 운전하는 경향이 있다. 애런의 아내인 로빈 또한 플라잉스퍼에서 그렇게 했다. 몸을 뒤로 젖힌 나는 조수석을 직접 조종해 공간을 넓혔다. 그리고 전동식 피크닉 테이블을 내리고 내장형 태블릿PC로 헤드라인 뉴스를 확인했다. 나는 차멀미를 안 한다. 그러나 와인딩 로드에서 스크린을 내려다보는 건 누구에게든 멀미를 유발하기에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그 차가 롤스로이스가 아닐 경우에만 해당되는 얘기다. 그런 상태에서도 뒷좌석 탑승자에게 평온하기 그지없는 경험을 제공하는 차는 거의 없다. 이게 바로 고스트다.

 

 

 


 

폴디드힐스 와이너리와 팜스테드

 

베벌리힐스로부터 약 210km 떨어진 목적지에 우리는 도착했다. 그곳은 바로 캘리포니아 가비오타에 위치한 폴디드힐스 와이너리와 팜스테드다. 이곳의 주인인 킴과 앤디 부시 부부는 벤틀리와 롤스로이스가 자동차를 만드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와인을 만든다. 포도는 와인 양조장 너머 산비탈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다. 그리고 여전히 여러 종류의 포도들을 발로 밟아 으깬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와인’은 농도를 높이기 위해 첨가제를 사용하곤 하지만, 폴디드힐스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매년 와인 맛이 조금씩 다르다. 이곳 와인 맛은 전적으로 대자연이 결정한다.

 

우리는 2019년식 릴리 로제와 2017년식 에스테이트 그르나슈를 시음했다. 자동차처럼 그 와인들 역시 정말로 정교했다. 릴리 로제는 벤틀리 플라잉스퍼를 떠올리게 했다. 가볍고 럭셔리하며 아름다운 균형감을 지녔다. 값비싼 와인이지만 맛있고 마시기 쉽다. 

 

반면 그르나슈는 롤스로이스 고스트에 훨씬 가깝다. 대담하고 독특하며 다른 것과 혼동될 것 같지 않다. 이 와인의 맛은 그 자체로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혼자만을 위한 축하 잔이나 럭셔리한 식사의 동반자 같은 상황에 맞는 유연성도 지녔다. 이 두 가지 와인과 두 대의 차는 오래전부터 해온 방식을 고수한다. 네 가지 모두 정교하고 독특하며 잊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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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애런 골드 & 스콧 에번스PHOTO : 렌즈 디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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